도윤은 마치 괴물을 보는 것처럼 이예린을 바라보았다. ‘왜 소리를 지르지 않는 거지? 왜 이렇게 냉정한 거지?’이예린은 다른 한 손을 내밀어 도윤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뜻밖에도 웃기 시작했다.“오빠, 지금 나보다 더 아프겠지?”“왜, 왜 그런 거야? 지아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왜 그녀를 다치게 한 거냐고?”“별다른 이유 없어. 난 그 여자가 뼈에 사무칠 정도로 밉거든.”이렇게 보면 광기도 유전되는 것 같았다. 이예린과 도윤은 그들의 어머니처럼 미친 짓을 하기 좋아했다.“어쩜 아직도 반성을 할 줄 모르는 거야!”도윤은 재빨리 이예린의 오른손 수근을 잘랐고, 순간 새빨간 피가 그녀의 얼굴에 튀었다.그러나 이예린은 오히려 환하게 웃었다. “지금 나에게 무슨 짓을 하든 그 여자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심예지는 도윤이 정말로 손을 쓸 줄은 몰랐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여동생의 손을 이렇게 만들다니. 그녀는 최선을 다해 도윤을 밀어냈지만 오히려 이예린이 웃는 얼굴을 마주했다.“미친놈, 너희 둘 다 미쳤구나! 이 집사! 빨리 의사 불러와!”심예지는 이예린의 손목을 살펴보려고 황급히 그녀의 소매를 걷어올렸는데 오히려 이예린의 팔에 있는 수많은 흉터들을 보았다.딱 봐도 수십 년 전에 생긴 것으로,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심예지는 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 딸이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야.’그리고 딸의 손에 아직도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심예지는 일어나 도윤의 뺨을 때렸다.“예린이는 네 여동생인데, 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 빌어먹을 놈!”도윤도 그 흉터들을 보았다. 그는 이예린이 시골에 팔려가 죽기보다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도윤은 그녀를 불쌍히 여겨 한 번 또 한 번 봐주었다.그러나 이예린을 시골로 팔아먹은 사람은 지아가 아니었고, 그녀를 이렇게 만든 사람도 지아가 아니었으니 어째서 자신이 겪은 이 모든 고통을 지아의 탓으로 여긴 것일까?‘지아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도윤
“안 돼!” 심예지는 가슴이 찢어지는 목소리로 외쳤다.‘이거 다 내 잘못이야. 그때 이남수와 얽매이지만 않았어도 멀쩡한 아이들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오빠는 오빠 같지 않았고, 여동생은 또 동생 같지 않았다.도윤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기에 정말 이예린의 두 손과 두 다리를 못쓰게 만들어 그녀를 불구로 만들었다.심예지가 이예린의 곁에 있는 것은 마치 전에 주지 못한 사랑을 다시 메우기 위한 것 같았다.그녀는 매일 상냥하게 이예린을 위해 세수를 해주고 머리를 빗어주며 밥을 먹여 주었다.어릴 때 이예린이 받지 못한 사랑을 전부 보충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예린은 사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사는 것과 죽는 것은 별 차이가 없었으니까.인생에서 뜻밖에 만난 소시후가 준 그 따뜻함을 제외하고, 이예린은 이미 인간의 냉담함과 추악함에 익숙해졌다.그러나 심예지의 보살핌을 받자, 이예린은 좀 적응하지 못했다.예전에 그녀를 미워한 사람은 어머니였고, 그녀를 다정하게 대한 사람은 오빠였다.하지만 지금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도윤은 그녀를 극도로 싫어했지만 오히려 심예지가 아주 부드럽게 그녀를 챙겨주었다. 매일 이예린과 함께 먹고 함께 자며 심지어 그녀의 몸을 닦아주기도 했다.처음에 이예린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아픔도 모르고 웃을 줄도 모르는 인형 같았다.3일 뒤, 이예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유가 뭐죠?”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자, 심예지는 깜짝 놀랐지만 곧이어 무척 기뻐했다.“예린아, 지금 엄마랑 얘기하는 거야?”그 기쁨에 찬 표정을 보며 이예린은 더욱 이해하지 못했다.“왜 날 챙겨주시는 거죠? 전에 내가 엄청 밉지 않았나요?”“난...”영문 몰라 하는 아이의 눈빛에 심예지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이 세상에 딸인 자신에게 잘해준다고 엄마한테 이유를 물어보는 아이가 어딨어?’이예린은 두 손과 두 다리가 모두 못쓰게 됐지만,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렇다면 이것은 이예린이 전에 이보다 더 아픈 상처를
어두운 밤, 건우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산속의 한 별장에 나타났다.밤이 되자, 1층에 있는 한 방에서 누군가 불을 켰다.건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원다빈이 재빨리 나왔다.“아무도 따라오지 않았죠?”“응, 지아의 상태는 좀 어때?”다빈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고, 두 손으로 건우의 목을 감으며 투덜댔다.“여자친구더러 첫사랑을 돌보라고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달려와서 하는 첫 마디 말도 첫사랑이에요? 이건 너무 하지 않나요?”“미안, 다빈아. 많이 고생했지? 하지만 지아의 상황이 좀 위급해서 그래.”건우가 황급히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다빈은 참지 못하고 웃었고, 입가의 두 보조개는 매우 귀여웠다.“됐어요, 농담일 뿐이에요. 내가 속이 좁은 여자처럼 보여요? 사실 나도 이해할 수 있어요. 지아 언니는 정말 미모를 가진 천재잖아요. 사실 여자인 나도 언니 얼굴만 보면 막 설렜으니 선배는 더 하겠죠.”건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는 정말 다빈이 오해할까 봐 두려웠다.그는 비록 예전에 지아에게 호감을 가졌지만, 이 2년 동안 건우는 이미 원다빈이란 영리하고 발랄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또 이상한 말 한다.” 다빈은 두 손을 모으더니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나 마침내 이 대표님이 왜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아 언니를 곁에 남겨두려 했는지 알 거 같아요. 언니는 웃는 모습이든 슬퍼하는 모습이든 모두 사람들의 동정을 자아냈으니 나였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니를 곁에 남기려 했을 거예요.”다빈은 혀를 내둘렀다.“또 이상한 말 했네요. 아무튼 걱정하지 마요. 난 지아 언니를 엄청 좋아하니까 절대로 질투하지 않을 거예요. 요 며칠 언니는 전에 병원에 있을 때처럼 의기소침하지 않았고 몸도 많이 회복된 것 같아요.”“그럼 다행이네. 지아는? 잤어? 지금 알려줄 소식이 좀 있는데.”“그래요, 내가 가서 불러볼게요.”다빈은 깡충깡충 뛰면서 지아의 방을 향했다. 그녀는 먼저 문을 두드렸고, 안에 있는 사람의 대답을 듣고서야 들어왔다.지아는 하
지아는 며칠 동안 휴식을 취했기에, 신체의 각종 수치가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건우도 그녀의 안색이 며칠 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을 발견했다.“지아야, 이곳에 지내면서 어디 불편한 데 없어?” 건우가 물었다.“없어요. 다빈도 세심하게 날 챙기고 있고, 아무튼 여기에 있으니 기분이 엄청 좋네요.”가장 중요한 것은 지아는 매일 도윤에게 묶여서 살 필요가 없었고, 또 누군가 자신을 암살하러 올까 하는 염려도 없었다.사람의 병은 대부분 마음에서 비롯됐기에, 마음의 부담만 없다면 병은 반쯤 아물게 될 것이다.“그럼 됐어. 다빈은 마음씨가 착한 아이니까 무슨 일 있으면 그녀에게 말해.”“고마워요. 나도 이 은혜를 잘 기억하고 있을게요. 만약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꼭 보답할 테니까요.”“지아 언니, 뭘 그렇게 따지고 그래요. 우리는 언니의 보답 같은 거 바라지도 않았어요. 자, 일단 앉아서 천천히 말해요.”지아는 앉아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요? 이도윤이 낌새라도 알아차린 건가요?”지아는 도윤에게 의심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요 며칠 도윤은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끊었고, 또 그녀의 시체를 찾을 리가 없었기에 지아는 도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웠다.“걱정하지 마. 그 사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어. 꼬박 3일 동안 바다에 있다가 직접 바다에 들어가 인양했는데, 완전히 희망을 잃고서야 장례식을 치른 거야.”다빈은 코웃음을 쳤다.“있을 때 잘 하지 그랬어요. 사람이 죽었으니 그렇게 큰 장례식을 치러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건우는 이어서 말했다. “나도 장례식에 참석했어. 그 사람은 엄청 초췌하고 수척해졌더라. 게다가 장례식에서 한 여자를 붙잡더니 네 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절까지 하라고 했고. 그 사람 힘을 아주 세게 써서 그 여자는 머리가 온통 피로 뒤덮였는데, 후에 또 그녀를 붙잡고 함께 무릎을 꿇었어. 그 여자는 몇 시간 만에 바로 쓰러졌지만 그 남자는 꼬박 하루 동안 무릎을 꿇었어.”지아는 말을 하지 않았
현재 지아의 상태를 보며 건우는 한숨을 돌렸다.“네가 그 남자를 위해 마음 아파할 줄 알았는데, 자신의 결정을 후회할까 봐 말이야. 이제 완전히 내려놓은 것을 보니 나도 안심이 되네.”“임 의사, 과거의 소지아는 이미 그 바다에 빠져 죽었어요.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것이니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건우는 갑자기 전에 그가 지아에게 했던 질문을 떠올렸다. 그때 건우는 지아에게 도윤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냐고 물었고, 그녀 역시 지금처럼 냉정하게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아요.”다만 지금의 지아는 눈빛이 더욱 확고해졌고, 마치 다시 태어난 봉황처럼 굴복하지 않으려 했다.“해야 할 일을 다 하기 전에 난 절대로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지아가 자살한 척하려던 이유는 도윤의 곁에서 도망치는 것 외에 너무나도 많았다.도대체 누가 뒤에서 사람을 조종하여 자신을 죽였는지, 그리고 지아는 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지아는 기억을 회복한 후에야 자신이 기억을 잃었을 때 백화점에서 만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랐다. 그는 바로 전효였다.그때 전효는 쌍둥이를 품에 안고 있었는데, 당시 지아는 그 두 아이가 매우 익숙하다고 느꼈다.가장 중요한 것은 지아가 두 아이 중 하나를 안았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기껏해야 4kg 정도 밖에 안됐는데, 신생아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그러나 전효는 세로로 아이를 안았던 것이다. 정상적으로 3개월 전의 아이는 뼈가 잘 발육되지 않아 가로로 안을 수밖에 없었다.그렇다면 오직 하나의 가능성밖에 없었다. 그 두 아이는 미숙아이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보다 많이 어렸던 것이다.지아가 임신하고 있을 때, 전효는 총알로 그녀에게 경고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는 그 킬러들과 함께 왔으니 지아를 보호하고 싶다고.날짜를 계산해 보면, 전효가 안고 있던 아이가 바로 지아가 낳은 그 쌍둥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애석하게도 그때 지아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기에 제때에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렇게 그와 만날 기회를 놓쳤다.
진환은 휴대전화를 꺼냈다.“이것은 오늘 초소형 카메라로 찍은 화면입니다.”화면 속 지아는 정원에 앉아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비록 카메라는 거미의 크기에 불과하지만 화질은 고화질이었다.도윤은 손을 들어 지아의 볼을 어루만졌다. ‘역시 손을 놓는 게 정확한 선택이었어. 지아의 상태는 전보다 훨씬 좋아졌군.’“방금 얻은 소식인데, 임건우는 지금 약물치료에 쓰이는 약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모님은 아마 2차 약물치료를 진행할 것입니다.”“알았어.”비록 도윤은 지금 별장에서 비치는 작은 불빛밖에 볼 수 없었지만, 지아가 이 안에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그도 마음이 많이 놓였다.애석하게도 그들은 감히 과감하게 행동하지 못했고 그저 초소형 카메라를 정원에 설치해 지아가 나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제 그만 돌아가시죠. 어차피 여기서 사모님을 보실 수가 없잖습니까. 이제 사모님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아셨으니 안심하세요.”지난번 약물치료를 받을 때, 지아에게 강렬한 반응을 보인 것을 생각하니 도윤은 걱정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그녀를 한 번 더 만나고 싶었지만,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조금만 더 있을게.”도윤은 떠나지 않았고 밤새 산꼭대기에 서 있었다.지아 역시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 약물치료 때, 그녀는 세 번이나 토했다.건우는 지아가 버티지 못할까 봐 거듭 멈추라고 요구했지만 지아는 이렇게 끌어도 죽음뿐이니 약물치료가 현재 유일한 방법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아는 이를 악물고 건우를 막았다.“임 의사, 난 아직 버틸 수 있어요. 정말이니 포기하지 말고 나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줘요.”건우는 한숨을 쉬었다.“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이도윤에게서 도망치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결국 똑같이 죽음을 맞이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 난 살아야 해요.”‘살아야만 내 아이들을 볼 수 있으니까.’‘살아야만 그 주모자를 잡을 수 있으니까.’오늘 밤 지아의 마음은 무척 불안했다. 지난번 이런
도윤은 내색하지 않고 건우의 말을 따라서 대답했다.“알아.”“지아는 이미 떠났으니 앞으로 어쩌실 계획이죠?”도윤은 눈치가 빨랐기에 잠시 생각한 후, 즉시 건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물건을 가지러 왔다는 것은 핑계인 것 같군. 아마 지아를 대신해서 내 상황을 살펴보러 왔을 거야.’‘내가 전에 지아에게 한 그 일들은 틀림없이 엄청난 트라우마를 초래했겠지? 지금 지아는 매일 두려움에 떨고 있을 거야.’그렇게 생각하며 도윤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지아를 이곳으로 데려왔던 것은 우리 두 사람 새로운 시작을 하길 바라서 그런 것인데, 뜻밖에도 그날까지 기다리지 못했군. 그래서 나도 이제 곧 귀국할 거야.”‘지아가 날 두려워하는 이상, 내가 떠나면 되겠지.’건우는 얼른 물었다.“언제 떠날 계획이죠?”자신이 너무 티가 났다고 생각했는지 건우는 급히 한 마디 덧붙였다.“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이니 대표님과 지아를 배웅하고 싶어서요.”“내일 비행기야. 그럼 임 의사가 하고 싶은대로 하지.”건우가 떠난 후, 진봉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대표님, 사모님은 이제 금방 2차 약물치료를 마치셨는데, 어떻게 바로 떠나실 수가 있습니까?”도윤은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복도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넌 임건우가 정말 날 배웅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거라 생각하니?”진환은 얼른 말을 이어받았다.“아마도 사모님께서 걱정이 되어 특별히 임건우 씨에게 부탁했을지도 몰라. 대표님은 지금 사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고.”진봉은 그제야 도윤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도윤은 지아가 근심과 스트레스 없이 잘 살기를 원했다.이튿날 점심, 건우는 제시간에 도착했다. 그와 도윤은 친하지 않은 데다 도윤은 원래 성격이 냉담했기에 두 사람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탑승시간이 되자, 도윤은 진봉과 진환을 데리고 안전검사 입구로 들어갔다. 그들이 시야 속에서 사라진 후에야, 건우는 한숨을 돌리며 재빨리 별장으로 향했다.
소씨 가문.시후는 마침내 위험에서 벗어났고 시언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형, 드디어 깨어났군.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지?”시후는 금방 깨어났기에 안색은 여전히 안 좋았다. 그는 동생을 위로하려고 억지로 웃었다.“내가 어떻게 널 두고 떠나겠어. 네 머리카락 좀 봐, 무슨 사자도 아니고.”시언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패션에 매우 집착했다. 요 며칠 줄곧 시후의 곁에서 그를 돌보았기에 시언은 자신을 가꿀 틈이 없었고, 금발 머리도 더부룩하고 엉망진창이어서 마치 개털 같았다.“형, 지금 나와 농담할 기분까지 있는 거야? 어쩜 운이 이리도 안 좋은 건지.”“운이 왜 안 좋아? 난 내가 살아있다는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시언은 콧방귀를 뀌었다.“어렵게 형과 신장이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도 기증에 동의했는데, 갑자기 이런 변고가 일어날지 누가 알았겠어.”“그 사람도 일이 이렇게 되는 걸 원하지 않았겠지만,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어쩔 수 없지 뭐.”“형은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야. 내가 전에 사람을 다 찾았는데. 그게 암시장에서 한 거래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라고. 형이 살 수만 있다면 되는 거 아니야? 우리한테 팔지 않아도 그 사람들 더 살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일치하는 사람을 찾겠지. ”여기까지 말하자 시언도 어이가 없었다.“형, 이러고 보면 우리 집안 요 몇 년 말이야, 너무 재수가 없는 것 같아. 셋째 동생도 전에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잖아.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두 다리를 못 쓰게 됐고.”시후는 씁쓸하게 웃었다.“괜찮아, 스스로 기증하기를 원하는 사람 꼭 나타날 거야. 참, 그동안 무슨 일 없었어?”“큰일은 없었어.”이때 시언은 문득 생각이 났다.“맞다, 소지아 씨한테서 전화가 왔었는데.”“소지아 씨가?”“응.”“틀림없이 중요한 일로 우릴 연락했을 거야. 지아 씨가 우리를 도와 지영이를 찾아줬다는 거 잊지 마.”“형, 나도 알아. 그때 내가 물어봤는데,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게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