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아의 상태를 보며 건우는 한숨을 돌렸다.“네가 그 남자를 위해 마음 아파할 줄 알았는데, 자신의 결정을 후회할까 봐 말이야. 이제 완전히 내려놓은 것을 보니 나도 안심이 되네.”“임 의사, 과거의 소지아는 이미 그 바다에 빠져 죽었어요.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것이니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건우는 갑자기 전에 그가 지아에게 했던 질문을 떠올렸다. 그때 건우는 지아에게 도윤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냐고 물었고, 그녀 역시 지금처럼 냉정하게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아요.”다만 지금의 지아는 눈빛이 더욱 확고해졌고, 마치 다시 태어난 봉황처럼 굴복하지 않으려 했다.“해야 할 일을 다 하기 전에 난 절대로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지아가 자살한 척하려던 이유는 도윤의 곁에서 도망치는 것 외에 너무나도 많았다.도대체 누가 뒤에서 사람을 조종하여 자신을 죽였는지, 그리고 지아는 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지아는 기억을 회복한 후에야 자신이 기억을 잃었을 때 백화점에서 만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랐다. 그는 바로 전효였다.그때 전효는 쌍둥이를 품에 안고 있었는데, 당시 지아는 그 두 아이가 매우 익숙하다고 느꼈다.가장 중요한 것은 지아가 두 아이 중 하나를 안았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기껏해야 4kg 정도 밖에 안됐는데, 신생아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그러나 전효는 세로로 아이를 안았던 것이다. 정상적으로 3개월 전의 아이는 뼈가 잘 발육되지 않아 가로로 안을 수밖에 없었다.그렇다면 오직 하나의 가능성밖에 없었다. 그 두 아이는 미숙아이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보다 많이 어렸던 것이다.지아가 임신하고 있을 때, 전효는 총알로 그녀에게 경고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는 그 킬러들과 함께 왔으니 지아를 보호하고 싶다고.날짜를 계산해 보면, 전효가 안고 있던 아이가 바로 지아가 낳은 그 쌍둥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애석하게도 그때 지아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기에 제때에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렇게 그와 만날 기회를 놓쳤다.
진환은 휴대전화를 꺼냈다.“이것은 오늘 초소형 카메라로 찍은 화면입니다.”화면 속 지아는 정원에 앉아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비록 카메라는 거미의 크기에 불과하지만 화질은 고화질이었다.도윤은 손을 들어 지아의 볼을 어루만졌다. ‘역시 손을 놓는 게 정확한 선택이었어. 지아의 상태는 전보다 훨씬 좋아졌군.’“방금 얻은 소식인데, 임건우는 지금 약물치료에 쓰이는 약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모님은 아마 2차 약물치료를 진행할 것입니다.”“알았어.”비록 도윤은 지금 별장에서 비치는 작은 불빛밖에 볼 수 없었지만, 지아가 이 안에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그도 마음이 많이 놓였다.애석하게도 그들은 감히 과감하게 행동하지 못했고 그저 초소형 카메라를 정원에 설치해 지아가 나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제 그만 돌아가시죠. 어차피 여기서 사모님을 보실 수가 없잖습니까. 이제 사모님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아셨으니 안심하세요.”지난번 약물치료를 받을 때, 지아에게 강렬한 반응을 보인 것을 생각하니 도윤은 걱정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그녀를 한 번 더 만나고 싶었지만,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조금만 더 있을게.”도윤은 떠나지 않았고 밤새 산꼭대기에 서 있었다.지아 역시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 약물치료 때, 그녀는 세 번이나 토했다.건우는 지아가 버티지 못할까 봐 거듭 멈추라고 요구했지만 지아는 이렇게 끌어도 죽음뿐이니 약물치료가 현재 유일한 방법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아는 이를 악물고 건우를 막았다.“임 의사, 난 아직 버틸 수 있어요. 정말이니 포기하지 말고 나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줘요.”건우는 한숨을 쉬었다.“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이도윤에게서 도망치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결국 똑같이 죽음을 맞이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 난 살아야 해요.”‘살아야만 내 아이들을 볼 수 있으니까.’‘살아야만 그 주모자를 잡을 수 있으니까.’오늘 밤 지아의 마음은 무척 불안했다. 지난번 이런
도윤은 내색하지 않고 건우의 말을 따라서 대답했다.“알아.”“지아는 이미 떠났으니 앞으로 어쩌실 계획이죠?”도윤은 눈치가 빨랐기에 잠시 생각한 후, 즉시 건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물건을 가지러 왔다는 것은 핑계인 것 같군. 아마 지아를 대신해서 내 상황을 살펴보러 왔을 거야.’‘내가 전에 지아에게 한 그 일들은 틀림없이 엄청난 트라우마를 초래했겠지? 지금 지아는 매일 두려움에 떨고 있을 거야.’그렇게 생각하며 도윤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지아를 이곳으로 데려왔던 것은 우리 두 사람 새로운 시작을 하길 바라서 그런 것인데, 뜻밖에도 그날까지 기다리지 못했군. 그래서 나도 이제 곧 귀국할 거야.”‘지아가 날 두려워하는 이상, 내가 떠나면 되겠지.’건우는 얼른 물었다.“언제 떠날 계획이죠?”자신이 너무 티가 났다고 생각했는지 건우는 급히 한 마디 덧붙였다.“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이니 대표님과 지아를 배웅하고 싶어서요.”“내일 비행기야. 그럼 임 의사가 하고 싶은대로 하지.”건우가 떠난 후, 진봉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대표님, 사모님은 이제 금방 2차 약물치료를 마치셨는데, 어떻게 바로 떠나실 수가 있습니까?”도윤은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복도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넌 임건우가 정말 날 배웅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거라 생각하니?”진환은 얼른 말을 이어받았다.“아마도 사모님께서 걱정이 되어 특별히 임건우 씨에게 부탁했을지도 몰라. 대표님은 지금 사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고.”진봉은 그제야 도윤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도윤은 지아가 근심과 스트레스 없이 잘 살기를 원했다.이튿날 점심, 건우는 제시간에 도착했다. 그와 도윤은 친하지 않은 데다 도윤은 원래 성격이 냉담했기에 두 사람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탑승시간이 되자, 도윤은 진봉과 진환을 데리고 안전검사 입구로 들어갔다. 그들이 시야 속에서 사라진 후에야, 건우는 한숨을 돌리며 재빨리 별장으로 향했다.
소씨 가문.시후는 마침내 위험에서 벗어났고 시언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형, 드디어 깨어났군.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지?”시후는 금방 깨어났기에 안색은 여전히 안 좋았다. 그는 동생을 위로하려고 억지로 웃었다.“내가 어떻게 널 두고 떠나겠어. 네 머리카락 좀 봐, 무슨 사자도 아니고.”시언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패션에 매우 집착했다. 요 며칠 줄곧 시후의 곁에서 그를 돌보았기에 시언은 자신을 가꿀 틈이 없었고, 금발 머리도 더부룩하고 엉망진창이어서 마치 개털 같았다.“형, 지금 나와 농담할 기분까지 있는 거야? 어쩜 운이 이리도 안 좋은 건지.”“운이 왜 안 좋아? 난 내가 살아있다는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시언은 콧방귀를 뀌었다.“어렵게 형과 신장이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도 기증에 동의했는데, 갑자기 이런 변고가 일어날지 누가 알았겠어.”“그 사람도 일이 이렇게 되는 걸 원하지 않았겠지만,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어쩔 수 없지 뭐.”“형은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야. 내가 전에 사람을 다 찾았는데. 그게 암시장에서 한 거래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라고. 형이 살 수만 있다면 되는 거 아니야? 우리한테 팔지 않아도 그 사람들 더 살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일치하는 사람을 찾겠지. ”여기까지 말하자 시언도 어이가 없었다.“형, 이러고 보면 우리 집안 요 몇 년 말이야, 너무 재수가 없는 것 같아. 셋째 동생도 전에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잖아.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두 다리를 못 쓰게 됐고.”시후는 씁쓸하게 웃었다.“괜찮아, 스스로 기증하기를 원하는 사람 꼭 나타날 거야. 참, 그동안 무슨 일 없었어?”“큰일은 없었어.”이때 시언은 문득 생각이 났다.“맞다, 소지아 씨한테서 전화가 왔었는데.”“소지아 씨가?”“응.”“틀림없이 중요한 일로 우릴 연락했을 거야. 지아 씨가 우리를 도와 지영이를 찾아줬다는 거 잊지 마.”“형, 나도 알아. 그때 내가 물어봤는데,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게다가
약물치료를 마친 일주일 후, 지아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다만 머리카락은 이번 치료 때문에 전부 다 빠졌다.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니, 턱은 뾰족했고 머리카락은 하나도 없었다.지아를 부축하고 있던 다빈은 서둘러 그녀를 위로했다.“지아 언니, 괜찮아요. 이제 약을 멈추기만 하면 머리카락이 다시 자랄 테니까요.”그러나 지아는 개의치 않은 듯 웃었다.“사람이 죽었다면 생전에 아무리 아름다워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지금 내가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해.”“지아 언니, 이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안심할 수 있을 같아요. 그러나 나도 솔직히 말하는 거니까 화나지 마요. 언니는 머리카락이 없어도 전보다 훨씬 예쁜걸요. 언니를 보니까 미스 코리아도 그저 그런 것 같아요. 만약 내가 언니처럼 생겼다면 자다가도 좋아서 깨어났을 거예요.”“다빈아, 나 바람 좀 쐬고 싶은데, 와서 좀 부축해줄래?”“그래요.”이 도시는 지금 큰 눈이 흩날리고 있는 A시와 달리 온도가 적합해서 쉽게 감기에 걸릴 리가 없었기에 지아가 휴양하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도윤이 이미 떠났다는 것을 안 이후, 지아도 더는 긴장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지아는 절대 조급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천히 치료를 받으면 꼭 나아질 것이다.오늘의 햇빛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바람이 가볍게 얼굴을 스치더니 꽃잎이 지아의 이마에 살며시 내려앉았다.이는 지아로 하여금 추억에 빠지게 했다. 영리한 하루가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영원히 그를 잃었다.‘그 사람들만 아니었다면 하루는 분명히 몇 년은 더 살 수 있었을 텐데.’‘나와 마음이 통한 고양이였는데, 너무 아쉬워.’‘그리고 미연이. 비록 이렇게 오래 지났지만 난 여전히 미연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떠올라.’과거의 모든 기억들은 지아의 머릿속에 서서히 나타났다. 그녀는 괴로울 때마다 그들을 생각했다.‘그들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이게 뭐라고. 아무리 아파도 난 꼭 견뎌내야 해.’도윤은 무려 일주일을 기다리고서야 초소
이것은 이예린이 처음으로 먼저 입을 연 것이었다. 도윤은 그녀의 앞에 앉아 커피를 끓이며 대답했다.“말해봐.”이예린은 커피잔의 무늬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그때 길을 잃어버린 후, 난 유괴를 당해 시골에 팔려갔어.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고생을 했고. 후에 난 기회를 틈타서 도망쳐 나온 거야.”이예린은 그때 당한 고통을 자세히 말하지 않았는데, 이를 들은 도윤이 먼저 물었다.“어떻게 도망친 거지?”도윤 역시 그때 일어난 구체적인 일에 대해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예린은 그때의 일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아주 간단해. 난 오래전부터 계획했는데, 라이터를 숨겨 그들이 모은 건초에 불을 붙인 거야. 그것은 초라한 초가집이었기에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불에 전부 타버렸어. 하지만...”이예린은 멈칫하다 계속했다.“불 붙이기 전, 난 그들 일가족을 방에 가두어 산 채로 태워 죽였어. 시골에서 도망쳐 나온 후, 난 한 달 넘게 밖에서 돌아다녔지만, 화상이 너무 심해서 모두들 날 괴물로 여기며 날 무시했어. 다행히 마음씨가 착한 사람을 만나서 나도 살게 된 거야. 그리고 몇 년 동안 수많은 수술을 거쳐 지금 이런 모습을 가지게 된 거고.”“왜 일찍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거야?”“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으면서 난 돼지만도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 매일 돼지우리에서 돼지들과 먹이를 빼앗으며 심지어 개집에서 잠을 잤어. 내가 어렸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진작에 날 강간해서 아이를 낳게 했을 거야. 그들은 내가 커서 그 집 아들의 마누라로 되길 바랐거든. 설령 내가 도망쳐 나왔다 하더라도, 이미 화상을 입어 본모습조차 알아볼 수 없었으니 내가 다시 오빠 앞에 나타날 자격이 어딨겠어?”“후에 수술을 거쳐 겨우 사람 모습을 되찾았을 때, 내가 또 어찌 오빠를 찾으러 가고 싶지 않았겠어? 그런데 그때 넌 무엇을 하고 있었지? 연애하느라 바빠서 내가 오빠에게 다가갔을 때, 날 알아보지도 못하고 심지어 내가 오빠에게 매달리려고 찾아온 여자인
이예린은 비록 뺨을 맞았지만 여전히 섬뜩한 미소를 드러냈다.“맞아, 난 미쳤어. 무엇때문에 나 혼자서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건데? 내가 이미 지옥에 처해 있는 이상,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거야. 오빠, 탓하려면 오빠 자신을 탓해. 오빠가 그 여자를 사랑했으니까!”말하면서 이예린은 또 무언가 생각났는지 계속 말했다.“날 때리는 건 괜찮지만 오빠도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 난 비록 주모자지만, 진정으로 소지아를 그렇게 만든 사람은 오빠야. 오빠 자신이 그 여자를 믿고 싶지 않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그 여자를 무시하고 괴롭혔잖아. 그 여자를 가장 많이 다치게 한 사람은 오빠지 내가 아니란 말이야.”도윤은 들었던 손에 힘이 풀렸다. ‘그래, 예린이 말한 게 맞아. 나야말로 지아를 그렇게 만든 범인이니 어떻게 다른 사람을 원망할 자격이 있겠어.’그는 힘없이 자리에 털썩 앉아 담배를 피웠고, 눈은 허공을 바라보았다.“지금 지아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어. 난 모든 것을 잃었으니 이제 만족하겠지?”이예린의 눈빛은 도윤의 수척하고 초췌해진 얼굴에 떨어졌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분위기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고, 담배 하나를 다 피운 다음, 도윤은 다시 이예린을 바라보았다.‘예린이 그런 일을 겪은 후, 심리에 변화가 생겨 극단적으로 지아를 질투하고 원망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겠지.’‘그러나 고작 이런 이유 때문에 나와 지아를 이간질하고, 우리의 가정 심지어 아이까지 잃게 만들다니. 그건 좀 아니지 않나?’“너 말고 또 누가 이 일에 참여했지?”“아무도 없어, 다 내가 혼자 한 짓이야. 목적은 소지아를 괴롭혀 죽이는 거고. 지금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날 죽이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난 후회하지 않으니까.”이예린을 불구로 만들었기에, 도윤도 더 이상 무슨 짓을 하지 않았다.그가 방에서 나오자, 진환이 따라왔다.“대표님, 뭐 좀 알아내셨습니까?”“자기가 지아를 질투해서 그런 거라고 말했어. 하지
지아는 연속 여섯 차례의 약물치료를 진행했는데, 21일마다 한 번씩 치료를 했다. 그리고 모든 약물치료를 끝냈을 때, 이미 6개월이나 지났다.이 6개월은 지아에게 있어 지옥과 다름없었다. 약물치료의 부작용은 이미 그녀의 모든 기관에 침투했다.지아는 유난히 추위를 탔고, 항상 손발이 차가웠으며 다리에도 힘이 없었고 심지어 뼈까지 몹시 아팠다.다빈은 그런 지아를 보며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지아 언니, 지금 이미 버텨냈어요. 여섯 번의 약물치료를 모두 끝냈으니 언니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대단하다고요.”지아는 침대에 누워 힘이 없었고 머리가 어지러운 동시에 눈앞이 아찔했다. 그녀는 허약하게 입을 열었다.“다빈아, 나 나가서 햇빛 좀 쬐고 싶은데, 좀 부축해줄래? 너무 오랫동안 누워 있었던 거 같아서.”“좋아요.”다빈은 휠체어로 지아를 밀고 밖으로 나왔다. 남반구에 있는 나라는 이제야 겨울에 접어들었다.이곳의 온도는 A시보다 훨씬 따뜻해서 가장 추운 시기에 처해 있어도 시내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겨울날의 햇빛이 몸에 따스하게 떨어지자, 지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손으로 머리 위의 약간 눈부신 빛을 가렸다.“지아 언니, 두려워하지 마요. 지금 비록 많은 부작용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것도 다 정상이니까요. 언니는 아직 젊어서 새로운 세포가 번식하는 속도가 아주 빠르니까, 이제 천천히 조리하기만 하면 기껏해야 6개월, 상태가 많이 좋아질 거예요.”“6개월이라...”지아는 가볍게 중얼거렸다.‘하지만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는 것 같은데.’날짜를 계산해 보면 지아의 두 아이는 이미 한 살 반이 되었다.‘한 살 반의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이제 엄마 아빠라고 부를 수 있겠지? 여기저기 막 뛰어다닐 수 있겠지?’‘미숙아라서 또래 아이들보다 작고 야윌지도 몰라.’‘미숙아를 살리려면 엄청 힘들었을 텐데. 전효 씨는 틀림없이 많은 신경을 쏟았을 거야.’속으로 고통 속에서 그냥 죽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할 때마다, 지아는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