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나날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지만 지금 지아는 무려 한 달 이상 더 기다려야 했다.지아는 한숨을 쉬었다. ‘전효 씨에게 하루빨리라도 연락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 사진만 볼 수 있어도 좋으니까.’그러나 전효는 신분이 특수했고, 지아도 예전의 번호를 감히 사용할 수 없었기에 그와 연락이 닿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애가 타는 기다림 끝에 도윤은 마침내 지아의 새로운 영상을 볼 수 있었다.지아는 이미 여러 날 정원에 나오지 않았는데, 몸이 매우 허약한 게 확실했다. 심지어 오늘 밖으로 나왔어도 그저 휠체어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도윤은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지난번에 비해 지아는 살이 또 좀 빠진 것 같았다. 얼굴에는 살이 하나도 없었고, 뾰족한 턱에 특히 그 두 눈은 더욱 무서울 정도로 컸다.“이번이 여섯 번째 치료겠지?”“네, 이번이 마지막 약물치료입니다. 사모님은 이제 조리만 잘하시면 되고요.”“지아라면 계속 남에게 신세를 지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몸이 조금만 좋아지면 바로 떠날 수 있으니 사람 시켜 별장 주변을 잘 지키라고 해.”“네, 대표님. 이제 나가시죠”도윤은 이미 귀국한 지 반년이 되었는데, 예전에 종래로 그 어떤 활동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도윤은 틈틈이 시간을 내서 비즈니스 연회나 자선에 관한 활동에 참가하곤 했다.도윤은 심지어 스스로 암 환자를 돕는 자선기금을 설립하여 병을 앓고 있으면서 돈이 없는 많은 불쌍한 사람들을 도왔다.기자들 역시 도윤의 일에 대해 앞다투어 보도하였고, 지아도 자주 뉴스에서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도윤은 전보다 더욱 야위었을 뿐만 아니라 안색도 무척 나빴다. 지아의 죽음은 그에게 큰 타격을 입힌 게 분명했다. 하지만 후회약이 또 어딨겠는가?지금 지아가 도윤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그가 국내에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일 뿐, 사랑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그래야 지아도 안심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이것은 도윤이 최근에 참가한 다른 한 자선 연회였다.
이 말을 듣자, 지아는 놀라서 손이 미끄러지더니 휴대전화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땅에 떨어뜨렸다. 쿵 하는 소리에 건우와 전화를 하고 있던 다빈은 깜짝 놀라 얼른 전화를 끊고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 언니, 왜 그래요?”지아의 얼굴은 백지창처럼 창백했다.“아무것도 아니야.”다빈은 지아를 대신해서 핸드폰을 주웠고, 생방송 화면은 마침 도윤의 얼굴에 고정되었다.다빈은 핸드폰을 닦은 다음 지아에게 건네주며 위로했다.“지아 언니, 걱정하지 마요. 그 사람은 지금 언니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거 모르니까 이제 그만 두려움에서 벗어나요.”다빈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도윤이 도대체 지아 언니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지금까지도 언니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일까?’지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론 여전히 매우 두려웠다. 지아는 자꾸만 도윤이 그녀가 죽지 않았단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응, 그 남자는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어.”지아는 중얼거리며 마음속으로 계속 자신을 설득했다. ‘만약 이도윤이 정말 알고 있다면 어떻게 날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있겠어? 아마 진작에 사람 시켜 날 잡아갔겠지.’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윤의 성격이 아니었기에 지아도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지아는 서둘러 생방송을 껐다. ‘다 이도윤 때문에 내가 이런 트라우마가 생긴 거야.’그 후 지아의 상태는 나날이 좋아졌다. 건우는 특별히 그녀에게 많은 유용한 의학 서류를 가져다주었는데, 앞으로 지아가 완치되면 여전히 의사로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지났고, 지아는 이미 휠체어 없이 스스로 침대에서 내려와 활동할 수 있었다.이번 달에 들어서자, 지아는 구토나 어지럼증이 많이 줄어들었고, 건우도 특별히 비밀 통로를 열어줘 밤중에 병원에 가서 몰래 MRI 검사를 해주었다.한밤중의 병원은 말이 안 될 정도로 조용했고, 각종 기기나 설비도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지아는 평온하게 침대에 누운 다음 30분이 지나서야 검사실에서
지아는 두 사람의 진지하면서도 단순한 얼굴을 마주하며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그동안 지아는 많은 좌절을 겪었고 또 많은 나쁜 사람들을 상대했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신을 도와주는 착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지아도 그리 재수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적어도 이번에 행운의 여신은 지아를 선택했다.“그래, 하지만 난 지금 많이 좋아졌으니까 다빈이 너도 이제 그만 병원에 출근해. 더 이상 날 돌볼 필요가 없어.”“하지만...”“난 이미 마음먹었어. 더 이상 두 사람이 날 위해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싶지 않아. 너무 미안하니까. 그리고 여긴 다빈이 네 신혼집이잖아. 내가 어떻게 계속 지낼 수 있겠어? 나 혼자서 지낸다면 작은 아파트 하나면 되고, 요리해 주는 아주머니만 있으면 돼. 그리고 평소에 난 혼자 내려가서 산책할 수 있고.”건우는 지아가 이런 사소한 일로 고민하게 하고 싶지 않아 바로 승낙했다.“알았어, 내가 바로 안배할게.”건우는 아주 빨리 지아에게 새집을 찾아주었는데 대형 평수의 아파트 1층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드나들기 편리하도록 정원까지 있었다.중요한 것은 정원에 꽃이 가득 심어져 있어 보기만 해도 사람 기분 좋게 할 수 있었다.지아는 짐이 별로 없었기에 그날 바로 이사를 갔고, 평소 밥해주던 아주머니도 따라갔다.지아는 이 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번화가에 있어 쇼핑하기에 아주 편리했고 주택단지도 아주 아름답게 가꿔졌다.“지아야, 일단 여기서 지내. 아주머니가 식사 챙겨줄 거야. 그리고 내가 경호원 하나 더 찾아줄게. 혼자 집을 나서는 건 너무 위험하니까.”지아는 거절하려고 생각했지만 지금 자신의 몸이 확실히 많이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휠체어를 쓰지 않으면 기껏해야 5분밖에 걸을 수 없었고 그것만으로도 지아는 이미 기진맥진했다. 만약 아주머니가 밥을 한다면, 그녀 혼자 외출하는 것 역시 많이 불편했다.“그래요, 고마워요.”“고맙다는 말 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부터 봐, 있다면
지아는 여전히 침착하게 물었다.“돈이 많이 부족한 건가? 집에 다른 식구는 없고?”강욱은 뒤통수를 긁적였다.“있어요. 고향에 제 어머니와 소 몇 마리가 있어요.”“결혼은 안 했어?”“이런 일을 하면서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장가를 가도 마누라 혼자 집에 두고 다시 나와야 하니까 괜히 좋은 사람 붙잡아두고 싶지 않아요”지아는 계속 물었다.“전에 어디서 일했지?”“저는 줄곧 떠돌아다녔어요.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해서 성인이 됐을 때, 군대에 들어갔어요. 제대 후 또 수많은 곳에서 일해봤는데, 카지노, 나이트클럽, 개인 보디가드, 싸움꾼, 아무튼 돈만 벌 수 있다면 더러운 일, 힘든 일 모두 다 해봤어요.”“여기 오기 전에는?”지아는 더 이상 예전의 착하고 명랑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차분하게 묻고 있었지만 몸에는 차가운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기에 지아도 더는 쉽게 사람을 믿지 않았다.강욱 역시 침착하게 대답했다.“카지노에서요. 저는 사장님 밑에서 일하는 사채업자의 싸움꾼이었어요.”“카지노에서 일하면 수입이 괜찮았을 텐데, 왜 그만뒀어?”“그렇긴 하지만 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거든요.”“잘못? 한 번 말해봐.”“제가 사람들 데리고 돈 받으러 갔는데, 상대방은 가정 형편이 많이 어려워서 약속 시간 내로 돈을 갚지 못했기에 그 남자 아내가 나이트에 가서 일하며 빚을 갚아야 했거든요. 당시 그들의 딸이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사정을 했고, 저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그렇게 카지노에서 잘렸어요.”건우도 따라서 말했다.“안심해. 내가 미리 조사해 봤는데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현지 우두머리의 미움을 사서 어쩔 수없이 이곳으로 온 거야. 그것도 내 믿을 만한 친구가 소개해 줬거든. 그리고 날렵해서 널 잘 보호할 수 있어.”지아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앞으로 넌 이곳에 남아서 일해.”지아의 태도는 미적지근했고, 심지어 몇 가지 규정까지 세웠다.지아의
그렇게 평범한 두 주일이 지나갔다. 지아는 강욱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이 사람은 집에 있을 때, 거의 아무런 존재감도 드러내지 않았다.오전에 지아가 집 안에 있으면 남자는 정원으로 나갔고, 안방은커녕 강욱은 거실조차 들어가지 않았다.지아가 밤에 잠든 후에야 강욱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지아가 깨어났을 때, 강욱은 이미 정원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있었다.지아는 외출하고 싶을 때, 강욱을 불렀고, 그는 휠체어를 밀면서 그녀를 데리고 마트에 가거나 때로는 동네를 돌아다녔다.필요한 말로 입을 여는 것 외에 강욱의 말은 아주 적었고, 가끔 지아는 이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그러던 어느 날, 강욱이 갑자기 거실 바깥의 유리문을 두드렸다.지아는 문을 열더니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남자의 무뚝뚝한 얼굴에 쑥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아가씨, 제가 방금 밖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너무 불쌍해 보여서요. 제가 키우면 안 될까요?”지아는 책을 내려놓더니 좀 의아해했다.“고양이?”강욱은 우물쭈물거리며 뒤로 한 두 손을 꺼냈다. 그의 손은 아주 컸지만 그 고양이는 아주 작았다.그것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하얀 새끼 고양이였는데, 어떤 동물에게 물렸는지 귀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자세히 보면 선명한 이빨 자국을 볼 수 있었다.지아는 고양이를 보자마자 눈물을 참지 못했다.눈동자의 색깔이나 귀에 있는 상처는 모두 하루와 똑같았다.지아는 지붕에서 떨어져 자신의 발밑에서 숨을 거둔 하루의 차가운 시체를 떠올렸다.“이건...”지아는 가슴이 무척 아파 손으로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려 했지만 또 고양이를 다치게 할까 두려웠다.요 며칠 강욱이 본 지아는 정서가 매우 안정되었고 표정은 역시 항상 침착하고 차분했다.그러나 지금, 지아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심지어 눈살까지 찌푸리고 있었다.“죄송해요, 아가씨. 저는 아가씨가 고양이를 싫어하실 줄 몰랐어요. 지금 바로 밖에 던질게요.”아기
강욱이 말을 마치자, 지아가 머릿속으로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하루가 아니라 도윤이었다.지아는 두려움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강욱은 천천히 한 마디 덧붙였다.“이게 바로 아가씨가 전에 키우시던 그 고양이일지도 몰라요. 동물들은 이렇게 색다른 방식으로 다시 원래의 주인 앞에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지아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이렇게 생각하니 기분도 좀 좋아졌다.‘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두 새로운 방식으로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날 거야.’‘하루도, 나도.’병원에 도착하자, 의사는 세심하게 고양이에게 검사를 했는데, 이를 본 지아는 줄곧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아기 고양이는 저항력이 좋지 않아 밖에서 떠돌다가 고양이 파보바이러스에라도 감염되면 큰일이었다.다행히 의사는 장갑을 벗더니 웃으며 말했다.“안심해요. 고양이는 아주 건강하니까요. 비록 몸은 좀 더럽지만 귀 진드기도 없네요. 이제 샤워 시킨 다음 제때에 백신을 접종하면 돼요.”지아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아가씨,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고양이 데리고 샤워하러 갈게요.”“좋아.”지아는 유리방 밖에서 기다리면서 좀처럼 고양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잃어버린 적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얻었을 때, 지아는 그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아는 여전히 고양이를 품에 꼭 안았고, 마음속으로 이미 이 고양이를 하루로 여겼다.아기 고양이도 지아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지아의 옆에서 놀거나 작은 꼬리처럼 지아를 졸졸 따라다녔다. 심지어 밤에 그녀의 품에 안겨 자야 했다.지아의 마음은 마침내 따뜻함으로 메워진 것 같았다.그러나 자신의 착각인지, 지아는 자꾸 밤에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이런 느낌이 다시 엄습하자, 지아는 문득 눈을 떴지만 방에 아무도 없었다.지아는 커튼을 치지 않아 한눈에 정원을 볼 수 있었다. 정원은 매우 조용했고, 자세히 보니 매화나무 아래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바로 강욱이었다.그러나 그는 지아를 보지 않았고, 그녀의 곁에서 자고 있
‘강욱 씨는 이렇게 정직하고 무던한 사람인데, 내가 왜 이도윤 그 사람과 연계시킨 거지?’“고양이 좋아해?”“네, 어릴 적에 집에서 한 마리 키웠었어요. 다만 시골에서는 선택이 별로 없어서 그냥 남은 밥과 반찬을 먹였죠.”지아는 요 며칠 줄곧 표정이 차가웠고 큰 변화가 없었는데, 이 말을 듣고서야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좋아하면 앞으로 많이 놀아줘. 고양이는 활기가 많고 난 몸이 그다지 좋지 않아 오랫동안 놀아줄 수 없거든.”지아는 다리가 여전히 좋지 않아 쪼그리고 앉을 수 없었다. 게다가 심하게 움직이면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곤 했다. 다행히 하루는 평소 얌전하게 그녀의 다리에 누워 지아와 함께 있어줬다.강욱은 또다시 머리를 긁적였다.“괜찮으시다면 전 하루를 돌볼 수 있어요.”“그럼 부탁할게.”“에이, 부탁은 무슨. 그런데 아가씨는 계속 여기에 앉아 계실 건가요?” 강욱은 지아를 바라보았다.“응.”“잠깐만 기다리세요.”강욱은 거실에 가서 담요를 가져와 지아에게 걸쳐주었다.“임 선생님이 아가씨의 몸이 아주 약하다고 하셨어요. 이곳은 겨울에 비록 눈이 내리지 않지만 그래도 많이 추우니까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지아는 담요를 보며 멈칫하더니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그리고 고개를 들자, 강욱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아가씨, 제가 뭐라도 잘못했나요?”지아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옛 생각이 나서 그래.”모처럼 오늘 저녁에 지아가 말을 하자, 강욱은 대담하게 물었다.“무슨 생각인데요?”“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넌 날 무척 관심하고 있는데, 나와 사이가 무척 가까운 사람은 오히려 끊임없이 날 아프게 했어. 이게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강욱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풀밭에 앉아 고양이와 놀아주며 입을 열었다.“어린 시절, 저는 암컷 고양이를 하나 키웠어요. 그때 고양이가 임신해서 배가 하루하루 커지는 것을 보고 저는 매일 귀여운 고양이 몇
“반딧불이 가득한 동굴을 본 적 있으세요? 그 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반딧불이는 마치 별처럼 반짝였어요. 또 지구의 눈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 거대한 못이에요.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사람의 눈과 같아서 그런 이름을 지은 거예요. 그리고 죽음의 골짜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세요? 남극 대륙의 산에는 빙하가 있는데, 이 빙하는 골짜기를 향해 흘러내렸기에 얼음 폭포를 형성했어요. 하지만 그 폭포가 산골짜기 양쪽으로 흘러내릴 때, 감쪽같이 사라지는 거 있죠? 정말 장관이었어요.”지아는 들으면서 마음이 무척 설렜다.“직접 보고 싶은데. 이렇게 말하면 믿지 않겠지만, 난 가 본 곳이 정말 너무 적어.”“괜찮아요, 아가씨는 꼭 무사할 거예요. 저도 많은 불치병 환자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을 본 적이 있거든요. 이제 다 나으시면 제가 아가씨 데리고 이리저리 여행을 다닐게요. 저에게 월급만 지불해 주시면 돼요, 어때요?”밤바람은 차가운 기운을 띠었고, 지아는 담요로 자신을 꽁꽁 싸맸다. 그리고 손을 들어 떨어진 매화 한 송이를 받았다.아기 하루는 미친 듯이 바람에 흩날리는 매화 꽃잎을 쫓았고, 그 경치는 정말 무척 아름다웠다. 지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언젠가 나도 꼭 보러 갈 거야.”이 세상은 매우 컸기에 지아는 수많은 곳에 가서 전에 해 본 적이 없는 일을 하며 자신이 낳은 그 쌍둥이를 찾고 싶었다.기분이 좋아지니 지아도 매일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건우는 지아의 안색이 점점 회복된 것을 보고 찾아오는 횟수도 점점 잦아졌다.월말에 건우와 다빈은 약혼식을 거행했다.비록 두 집안은 최고의 명문이 아닌 그저 나름 유명한 의학 가문이었지만,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은 여전히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지아도 이런 자리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집에 박혀 다빈이 보낸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때, 다빈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전화했다.“지아 언니, 오지 않아서 정말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