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두 사람의 진지하면서도 단순한 얼굴을 마주하며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그동안 지아는 많은 좌절을 겪었고 또 많은 나쁜 사람들을 상대했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신을 도와주는 착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지아도 그리 재수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적어도 이번에 행운의 여신은 지아를 선택했다.“그래, 하지만 난 지금 많이 좋아졌으니까 다빈이 너도 이제 그만 병원에 출근해. 더 이상 날 돌볼 필요가 없어.”“하지만...”“난 이미 마음먹었어. 더 이상 두 사람이 날 위해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싶지 않아. 너무 미안하니까. 그리고 여긴 다빈이 네 신혼집이잖아. 내가 어떻게 계속 지낼 수 있겠어? 나 혼자서 지낸다면 작은 아파트 하나면 되고, 요리해 주는 아주머니만 있으면 돼. 그리고 평소에 난 혼자 내려가서 산책할 수 있고.”건우는 지아가 이런 사소한 일로 고민하게 하고 싶지 않아 바로 승낙했다.“알았어, 내가 바로 안배할게.”건우는 아주 빨리 지아에게 새집을 찾아주었는데 대형 평수의 아파트 1층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드나들기 편리하도록 정원까지 있었다.중요한 것은 정원에 꽃이 가득 심어져 있어 보기만 해도 사람 기분 좋게 할 수 있었다.지아는 짐이 별로 없었기에 그날 바로 이사를 갔고, 평소 밥해주던 아주머니도 따라갔다.지아는 이 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번화가에 있어 쇼핑하기에 아주 편리했고 주택단지도 아주 아름답게 가꿔졌다.“지아야, 일단 여기서 지내. 아주머니가 식사 챙겨줄 거야. 그리고 내가 경호원 하나 더 찾아줄게. 혼자 집을 나서는 건 너무 위험하니까.”지아는 거절하려고 생각했지만 지금 자신의 몸이 확실히 많이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휠체어를 쓰지 않으면 기껏해야 5분밖에 걸을 수 없었고 그것만으로도 지아는 이미 기진맥진했다. 만약 아주머니가 밥을 한다면, 그녀 혼자 외출하는 것 역시 많이 불편했다.“그래요, 고마워요.”“고맙다는 말 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부터 봐, 있다면
지아는 여전히 침착하게 물었다.“돈이 많이 부족한 건가? 집에 다른 식구는 없고?”강욱은 뒤통수를 긁적였다.“있어요. 고향에 제 어머니와 소 몇 마리가 있어요.”“결혼은 안 했어?”“이런 일을 하면서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장가를 가도 마누라 혼자 집에 두고 다시 나와야 하니까 괜히 좋은 사람 붙잡아두고 싶지 않아요”지아는 계속 물었다.“전에 어디서 일했지?”“저는 줄곧 떠돌아다녔어요.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해서 성인이 됐을 때, 군대에 들어갔어요. 제대 후 또 수많은 곳에서 일해봤는데, 카지노, 나이트클럽, 개인 보디가드, 싸움꾼, 아무튼 돈만 벌 수 있다면 더러운 일, 힘든 일 모두 다 해봤어요.”“여기 오기 전에는?”지아는 더 이상 예전의 착하고 명랑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차분하게 묻고 있었지만 몸에는 차가운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기에 지아도 더는 쉽게 사람을 믿지 않았다.강욱 역시 침착하게 대답했다.“카지노에서요. 저는 사장님 밑에서 일하는 사채업자의 싸움꾼이었어요.”“카지노에서 일하면 수입이 괜찮았을 텐데, 왜 그만뒀어?”“그렇긴 하지만 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거든요.”“잘못? 한 번 말해봐.”“제가 사람들 데리고 돈 받으러 갔는데, 상대방은 가정 형편이 많이 어려워서 약속 시간 내로 돈을 갚지 못했기에 그 남자 아내가 나이트에 가서 일하며 빚을 갚아야 했거든요. 당시 그들의 딸이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사정을 했고, 저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그렇게 카지노에서 잘렸어요.”건우도 따라서 말했다.“안심해. 내가 미리 조사해 봤는데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현지 우두머리의 미움을 사서 어쩔 수없이 이곳으로 온 거야. 그것도 내 믿을 만한 친구가 소개해 줬거든. 그리고 날렵해서 널 잘 보호할 수 있어.”지아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앞으로 넌 이곳에 남아서 일해.”지아의 태도는 미적지근했고, 심지어 몇 가지 규정까지 세웠다.지아의
그렇게 평범한 두 주일이 지나갔다. 지아는 강욱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이 사람은 집에 있을 때, 거의 아무런 존재감도 드러내지 않았다.오전에 지아가 집 안에 있으면 남자는 정원으로 나갔고, 안방은커녕 강욱은 거실조차 들어가지 않았다.지아가 밤에 잠든 후에야 강욱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지아가 깨어났을 때, 강욱은 이미 정원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있었다.지아는 외출하고 싶을 때, 강욱을 불렀고, 그는 휠체어를 밀면서 그녀를 데리고 마트에 가거나 때로는 동네를 돌아다녔다.필요한 말로 입을 여는 것 외에 강욱의 말은 아주 적었고, 가끔 지아는 이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그러던 어느 날, 강욱이 갑자기 거실 바깥의 유리문을 두드렸다.지아는 문을 열더니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남자의 무뚝뚝한 얼굴에 쑥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아가씨, 제가 방금 밖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너무 불쌍해 보여서요. 제가 키우면 안 될까요?”지아는 책을 내려놓더니 좀 의아해했다.“고양이?”강욱은 우물쭈물거리며 뒤로 한 두 손을 꺼냈다. 그의 손은 아주 컸지만 그 고양이는 아주 작았다.그것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하얀 새끼 고양이였는데, 어떤 동물에게 물렸는지 귀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자세히 보면 선명한 이빨 자국을 볼 수 있었다.지아는 고양이를 보자마자 눈물을 참지 못했다.눈동자의 색깔이나 귀에 있는 상처는 모두 하루와 똑같았다.지아는 지붕에서 떨어져 자신의 발밑에서 숨을 거둔 하루의 차가운 시체를 떠올렸다.“이건...”지아는 가슴이 무척 아파 손으로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려 했지만 또 고양이를 다치게 할까 두려웠다.요 며칠 강욱이 본 지아는 정서가 매우 안정되었고 표정은 역시 항상 침착하고 차분했다.그러나 지금, 지아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심지어 눈살까지 찌푸리고 있었다.“죄송해요, 아가씨. 저는 아가씨가 고양이를 싫어하실 줄 몰랐어요. 지금 바로 밖에 던질게요.”아기
강욱이 말을 마치자, 지아가 머릿속으로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하루가 아니라 도윤이었다.지아는 두려움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강욱은 천천히 한 마디 덧붙였다.“이게 바로 아가씨가 전에 키우시던 그 고양이일지도 몰라요. 동물들은 이렇게 색다른 방식으로 다시 원래의 주인 앞에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지아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이렇게 생각하니 기분도 좀 좋아졌다.‘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두 새로운 방식으로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날 거야.’‘하루도, 나도.’병원에 도착하자, 의사는 세심하게 고양이에게 검사를 했는데, 이를 본 지아는 줄곧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아기 고양이는 저항력이 좋지 않아 밖에서 떠돌다가 고양이 파보바이러스에라도 감염되면 큰일이었다.다행히 의사는 장갑을 벗더니 웃으며 말했다.“안심해요. 고양이는 아주 건강하니까요. 비록 몸은 좀 더럽지만 귀 진드기도 없네요. 이제 샤워 시킨 다음 제때에 백신을 접종하면 돼요.”지아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아가씨,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고양이 데리고 샤워하러 갈게요.”“좋아.”지아는 유리방 밖에서 기다리면서 좀처럼 고양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잃어버린 적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얻었을 때, 지아는 그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아는 여전히 고양이를 품에 꼭 안았고, 마음속으로 이미 이 고양이를 하루로 여겼다.아기 고양이도 지아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지아의 옆에서 놀거나 작은 꼬리처럼 지아를 졸졸 따라다녔다. 심지어 밤에 그녀의 품에 안겨 자야 했다.지아의 마음은 마침내 따뜻함으로 메워진 것 같았다.그러나 자신의 착각인지, 지아는 자꾸 밤에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이런 느낌이 다시 엄습하자, 지아는 문득 눈을 떴지만 방에 아무도 없었다.지아는 커튼을 치지 않아 한눈에 정원을 볼 수 있었다. 정원은 매우 조용했고, 자세히 보니 매화나무 아래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바로 강욱이었다.그러나 그는 지아를 보지 않았고, 그녀의 곁에서 자고 있
‘강욱 씨는 이렇게 정직하고 무던한 사람인데, 내가 왜 이도윤 그 사람과 연계시킨 거지?’“고양이 좋아해?”“네, 어릴 적에 집에서 한 마리 키웠었어요. 다만 시골에서는 선택이 별로 없어서 그냥 남은 밥과 반찬을 먹였죠.”지아는 요 며칠 줄곧 표정이 차가웠고 큰 변화가 없었는데, 이 말을 듣고서야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좋아하면 앞으로 많이 놀아줘. 고양이는 활기가 많고 난 몸이 그다지 좋지 않아 오랫동안 놀아줄 수 없거든.”지아는 다리가 여전히 좋지 않아 쪼그리고 앉을 수 없었다. 게다가 심하게 움직이면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곤 했다. 다행히 하루는 평소 얌전하게 그녀의 다리에 누워 지아와 함께 있어줬다.강욱은 또다시 머리를 긁적였다.“괜찮으시다면 전 하루를 돌볼 수 있어요.”“그럼 부탁할게.”“에이, 부탁은 무슨. 그런데 아가씨는 계속 여기에 앉아 계실 건가요?” 강욱은 지아를 바라보았다.“응.”“잠깐만 기다리세요.”강욱은 거실에 가서 담요를 가져와 지아에게 걸쳐주었다.“임 선생님이 아가씨의 몸이 아주 약하다고 하셨어요. 이곳은 겨울에 비록 눈이 내리지 않지만 그래도 많이 추우니까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지아는 담요를 보며 멈칫하더니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그리고 고개를 들자, 강욱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아가씨, 제가 뭐라도 잘못했나요?”지아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옛 생각이 나서 그래.”모처럼 오늘 저녁에 지아가 말을 하자, 강욱은 대담하게 물었다.“무슨 생각인데요?”“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넌 날 무척 관심하고 있는데, 나와 사이가 무척 가까운 사람은 오히려 끊임없이 날 아프게 했어. 이게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강욱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풀밭에 앉아 고양이와 놀아주며 입을 열었다.“어린 시절, 저는 암컷 고양이를 하나 키웠어요. 그때 고양이가 임신해서 배가 하루하루 커지는 것을 보고 저는 매일 귀여운 고양이 몇
“반딧불이 가득한 동굴을 본 적 있으세요? 그 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반딧불이는 마치 별처럼 반짝였어요. 또 지구의 눈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 거대한 못이에요.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사람의 눈과 같아서 그런 이름을 지은 거예요. 그리고 죽음의 골짜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세요? 남극 대륙의 산에는 빙하가 있는데, 이 빙하는 골짜기를 향해 흘러내렸기에 얼음 폭포를 형성했어요. 하지만 그 폭포가 산골짜기 양쪽으로 흘러내릴 때, 감쪽같이 사라지는 거 있죠? 정말 장관이었어요.”지아는 들으면서 마음이 무척 설렜다.“직접 보고 싶은데. 이렇게 말하면 믿지 않겠지만, 난 가 본 곳이 정말 너무 적어.”“괜찮아요, 아가씨는 꼭 무사할 거예요. 저도 많은 불치병 환자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을 본 적이 있거든요. 이제 다 나으시면 제가 아가씨 데리고 이리저리 여행을 다닐게요. 저에게 월급만 지불해 주시면 돼요, 어때요?”밤바람은 차가운 기운을 띠었고, 지아는 담요로 자신을 꽁꽁 싸맸다. 그리고 손을 들어 떨어진 매화 한 송이를 받았다.아기 하루는 미친 듯이 바람에 흩날리는 매화 꽃잎을 쫓았고, 그 경치는 정말 무척 아름다웠다. 지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언젠가 나도 꼭 보러 갈 거야.”이 세상은 매우 컸기에 지아는 수많은 곳에 가서 전에 해 본 적이 없는 일을 하며 자신이 낳은 그 쌍둥이를 찾고 싶었다.기분이 좋아지니 지아도 매일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건우는 지아의 안색이 점점 회복된 것을 보고 찾아오는 횟수도 점점 잦아졌다.월말에 건우와 다빈은 약혼식을 거행했다.비록 두 집안은 최고의 명문이 아닌 그저 나름 유명한 의학 가문이었지만,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은 여전히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지아도 이런 자리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집에 박혀 다빈이 보낸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때, 다빈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전화했다.“지아 언니, 오지 않아서 정말 아쉽네요.
지아는 손에 든 레몬 물을 어루만졌다. 안에 얼음이 있었기에 포장에 물기가 조금 생겨 지아의 손바닥은 점차 차가워졌다.지아는 이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넌? 나이도 꽤 있으니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강욱은 어수룩하게 웃더니 숨기지 않고 말했다.“네, 아주 오래 전에 만난 여자예요. 그때 저는 매우 가난했고 또 상처까지 입었는데, 그런 저를 조금도 싫어하지 않고 구해줬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여자애에게 첫눈에 반했어요.”“그 후는?”다른 사람의 첫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워 보였기에 사람으로 하여금 조금의 슬픔도 느끼지 못하게 했다.“그런 게 어딨겠어요? 그 여자애는 귀한 집안 딸이었으니, 저 같은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가난뱅이에게 무슨 자격이 있다고. 저는 그저 평생 그 사람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으면 돼요.”“그럼 그 사람에게 고백은 했어?”강욱은 하늘에 나타난 둥근 달을 보고 있었기에 지아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대답했다.“아니요, 그 사람은 그렇게 아름답고 완벽했으니 영원히 제 마음속에 있으면 돼요. 만약 다가간다면 저는... 저는 그 사람을 다치게 할지도 모르니까요.”지아는 웃었다.“너까지 아는 것을 그 사람이 모르다니.”“사실 저도 몰랐어요. 그 새끼 고양이들이 제 앞에서 죽을 때에야 비로소 제가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때로는 지나친 사랑이 오히려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저도 그냥 이렇게 멀리서 그 사람을 바라보면 돼요.”“그 아가씨는 지금 어딨지? 잘 지내고 있는 거야?”지아는 왠지 모르게 자신을 떠올렸다. 강욱은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착각인지 지아는 어수룩한 강욱의 눈빛이 무척 그윽해진 것을 발견했다.“네,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럼 방금 아가씨가 말한 그 사람, 애인인가요?” 그는 화제를 돌렸다. 지아도 숨길 게 없었기에 솔직하게 말했다.“예전이라면 애인이라 할 수 있지. 그 남자를 매우 사랑했거든.”“지금은요?”
강욱은 다급히 대답했다.“22일이요, 왜요?”지아는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는데, 소계훈의 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반구의 기후가 뒤바뀌었기에 그녀는 원래의 시간조차 깜박했다.“제사에 올릴 물건 좀 준비해줘.”“네, 아가씨.”지아는 지금 A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것은 소계훈이 죽은 후 처음으로 지내는 제사였기에 지아는 제대로 그를 추모하고 싶었다.강욱은 말을 잘 들을 뿐만 아니라 일 처리 역시 매우 효율적이었다. 제물 외에 그는 심지어 지아가 추울까 봐 털 모자까지 사 왔다.지아는 강욱이 외출할 때마다 자신에게 무언가 사주는 것을 발견했다. 때로는 레몬 물이나 떡꼬치였고 이번에는 뜻밖에도 모자였다.지아가 받지 않자 강욱이 설명했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임 선생님이 준 월급이 아주 많아서요. 저는 아가씨가 병 때문에 많이 의기소침하신 것 같아서 재밌는 거 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 비싼 물건이 아니니 싫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강욱이 당황한 것을 보고, 지아도 점차 그의 성격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내심 섬세하고 부드러운 사나이였다.지아는 손을 뻗어 모자를 받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주 마음에 들어. 신경 써줘서 고마워.”“아가씨가 마음에 드시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사실 저도 단지 아가씨가 제 이전의 고용주와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래요. 제가 아가씨에게 좀 더 잘 보이면 아가씨도 절 해고하지 않겠죠?”지아는 가볍게 웃었다.“전에 난 강욱 씨가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정말 단순한 사람인 것 같아.”‘고용주 앞에서 잘 보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딨어?’강욱은 더욱 어수룩하게 웃었다.“사람도 다 감정이 있는 거잖아요. 제가 아가씨에게 잘해 주면, 앞으로 아가씨가 저를 해고할 때도 제가 잘해주었던 것을 떠올리지 않을까요?”“그래, 나도 웃는 얼굴에 침을 뱉는 사람이 아니니까 안심해. 강욱 씨 해고할 생각 없어.”강욱은 환하게 웃더니 재빨리 운전하러 갔다.이곳은 소계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