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지아는 불꽃놀이가 끊임없이 하늘에서 터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이렇게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본 것은 백채원이 큰돈을 들여서 차린 지윤의 생일 파티에서였다.다만 애석하게도 그때의 지아는 감상할 기분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이 가장 화려한 불꽃놀이를 본 것은 아마 15살 되던 그 해일 것이다. 소계훈은 특별히 지아를 위해 불꽃놀이 연회를 마련해 주었다.열다섯 살, 근심도 걱정도 없는 나이, 심지어 지아는 소계훈의 귀한 딸로 아무런 좌절도 당하지 않았고, 오직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그때의 소계훈은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그녀를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였다. 그날 소씨 집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지아의 생일을 축하해 주러 왔다.그리고 하루는 매화나무에 나른하게 누워 머리 위의 불꽃놀이를 쳐다보았다.소계훈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우리 지아가 원한다면, 앞으로 네 생일마다 아빠가 불꽃놀이 연회 차려줄게.”그러나 그 이후로 아무도 지아를 위해 이런 연회를 차려 주지 않았다.지아는 소계훈의 기일만 기억했고, 오늘 역시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을 잊었다.4년 전, 임신한 지아는 도윤이 알아서 서프라이즈를 해줄 줄 알았지만, 하루 종일 기다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지아는 도윤이 엄청 바빠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주방에 가서 맛있는 요리 한 상을 만들어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그러나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지아는 실시간 검색어에서 도윤이 백채원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한여름이었지만 지아는 오히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느꼈다.그 후, 두 사람은 이혼하는 등 일련의 일을 겪었으니 지아도 생일을 보낼 시간이 없었고, 그렇게 점차 자신의 생일을 잊어버렸다.하늘에 ‘생일 축하해’라는 글자를 보고서야 지아는 자신이 이미 4년 동안 생일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렇게 지아는 해변에 멈춰 서서 조용히 감상했고, 이 화려한 축제는 무려 30분
지아는 즉시 문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강욱 씨는 줄곧 약속을 잘 지켰는데, 오늘은 어떻게 자기 전에 날 찾아온 거지?’“저... 아가씨, 이미 잠드셨어요? 저 때문에 깨어나셨다면 정말 죄송해요.”지아는 아예 자지 않았기에 생각하다 일어나 외투를 걸친 다음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문을 열며 말했다.“아직...”그러나 말소리가 뚝 그치더니, 지아는 강욱이 케이크를 들고 그 위에 촛불까지 있는 것을 보았다, 환한 촛불은 그의 어수룩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불빛은 그의 눈을 밝게 비추었다.“아가씨, 많이 늦었지만, 생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절대로 놓치면 안 돼요.”그리고 지금 이 순간, 시간은 마침 11시 59분이었다.케이크는 강욱이 직접 만들었는데, 얼굴과 몸에 묻은 밀가루와 크림 얼룩을 미처 닦지 못했다.“고마워.” 지아는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곧 12시가 될 거예요. 아가씨 얼른 소원 빌고 촛불 불어요.”지아도 우물쭈물거리지 않고 얼른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하루빨리 아이들 만나고 싶어.’소원을 빈 후, 지아는 촛불을 불어 껐다. 그리고 시간은 마침 12시가 되었다.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어둠 속에서 지아는 저도 모르게 남자의 목소리가 매력 있다고 느꼈다.“잠깐만요, 제가 얼른 가서 불 켤게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불이 켜지자, 지아는 거실 테이블에 미역국 한 그릇이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전에 들었는데, 아가씨의 고향에서 생일을 보내는 사람은 케이크를 먹지 않아도 미역국은 꼭 마셔야 한다면서요?”남자가 설명했다.지아는 자신이 쉬는 동안 강욱이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줄은 몰랐다.“사실... 이런 거 안 해도 되는데.”“저야 당연히 아가씨가 저에게 이런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저 정말 어떻게 집에 있는 어머니를 효도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 그러니 케이크와 미역국은 정말 별거 아니에요. 그냥 제가 처음으로 영상을 따라 만든 케이크라서, 잘 구워지지 않은 것
지아는 영문 모른 채 강욱을 바라보았다.“또 무슨 일 있어?”강욱은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는데, 표정은 어색하면서도 쑥스러웠다.“생일이라면 당연히 생일 선물 있어야 하잖아요. 이건 제가 전에 떠돌아다니면서 일할 때, 절에 가서 구한 건데, 아주 영험한 부적이에요. 제가 여러 번 죽을 뻔했지만 결국 살아남았거든요. 그래서 이걸 아가씨에게 드리고 싶어요.”까무잡잡한 손바닥에는 초승달 모양의 펜던트가 있었는데, 펜던트 안에는 평안부가 하나 들어있었다.“안 돼, 이건 강욱 씨의 평안부인데, 어떻게 내가 가져갈 수 있겠어?”남자는 억지로 지아의 손에 쥐여주었다.“그냥 받으세요. 저도 더 이상 그런 위험한 일을 하지 않으니까 이 부적이 아가씨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비싼 물건이 아니니 싫어하지 마시고요.”지아는 강욱이 기어코 자신에게 주려고 하는 것을 보고, 그의 호의를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고마워. 그럼 잘 받을게.”문을 닫자, 지아는 이 초승달 펜던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펜던트의 줄은 금이나 은으로 만든 게 아니라 오색 실로 만든 것이었다. 심지어 펜던트조차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몰랐다. 아무튼 플라스틱이나 옥이 아닌 것 같았다.그러나 디자인이 꽤 예뻤기에 지아도 자신이 얼른 좋아지기를 바라며 펜던트를 목에 걸었다. 지아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고, 단지 자신이 건강하길 바랄 뿐이었다.그날 밤, 지아는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잤다.강욱과의 관계는 예전과 다름없었다. 그는 이런 일을 했다고 먼저 지아와 말을 걸거나 친한 척하지 않았고, 여전히 그녀가 말한 규정을 명심하고 있었다. 별일 없을 때, 그는 지아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절대로 다가오지 않았다.그렇게 두 달 정도 휴식한 후, 지아가 약물치료를 끝낸 지 이미 3개월이나 지났다.치료가 몸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많이 줄어들었고, 지아는 이미 휠체어를 떠나 스스로 걸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강욱도 이제 그녀의 곁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지아는 인터넷에서 검색을
건우는 지아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그녀를 대신 모든 것을 안배할 것이라 약속했다. 그래서 지아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이날 지아는 아주머니에게 맛있는 음식 가득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의의로 강욱을 불렀다.강욱은 한쪽에 서서 무언가를 의식한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앉아서 같이 먹어.”“하지만 아가씨, 그래도 규정은...”“앉아.”강욱도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 똑바로 앉아 있었고 젓가락을 움직이는 대신 다시 입을 열었다.“아가씨, 더 이상 제가 필요하지 않으신 거예요?”최근 일주일 넘는 시간 동안, 지아는 더 이상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외출할 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아를 따라다니는 것 외에 그는 오직 물건만 들어주면 됐다.지아도 진작에 발견했다. 강욱은 비록 어수룩해 보이지만 마음은 무척 섬세했다.“이제 나도 내 일상생활을 책임질 수 있으니까 넌 더 이상 내 곁에 있을 필요가 없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난 이미 임 의사에게 부탁했는데, 너에게 좋은 일자리 하나 구해 줄 거야.”비록 처음에 지아는 그 누구와도 마음을 털어놓고 싶지 않았기에 애초에 그런 규정을 세운 것이었다.그러나 몇 달 동안 함께 지내면서, 강욱은 최선을 다했기에 지아는 더 이상 그를 낯선 사람으로 취급하며 이래라저래라 하고 싶지 않았다.“너도 나이가 꽤 있으니까 앞으로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법을 어기는 일 하지 마. 이 세상에는 돈을 버는 방법이 많아. 넌 마음씨도 나쁘지 않으니 좋은 일자리를 선택해서 돈 벌어 아내를 맞이하고 아이를 낳아야지.”강욱은 묵묵히 지아의 말을 들은 다음 젓가락을 들었고 조용히 대답했다.“그래요, 알겠어요.”지아도 자신의 말 때문에 강욱이 슬퍼하고 있는 건지 잘 몰랐다. 분위기가 굳어지자, 그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강욱은 일어날 때, 갑자기 입을 열어 물었다.“아가씨, 언제 출발하실 예정이죠?”“일주일 후에.”지아는 대답을 마치자 즉시 멈칫했다.강욱에게 자신이 떠날 것
지아는 강욱이 하루를 돌려보낼 거라 예상했지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됐다.어차피 떠나기 전에 다빈에게 하루를 맡기려 했던 그녀는 떠돌이 인생이 될 운명이었기에 아이를 오래 키울 수 없었다.게다가 지아는 자신의 불행이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 모두가 자신을 멀리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이 또한 그녀가 건우 곁을 빨리 떠나고 싶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자신의 불행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으니까.소계훈도, 강미연도, 하루도 모두 그랬다.다시는 아무도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강욱은 혼자 살고 고양이도 다정하게 대하는 걸 보아 그에게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아주머니는 집에 볼일이 있어서 일찍 나가셨고, 넓은 마당에 남은 사람은 지아뿐이었다.마당에 있는 태양광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면서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집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지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빛과 어둠의 경계선에 앉아 있었다.예전에 하루는 활기가 넘쳐 매일 마당을 뛰어다니거나 캣티저의 방울을 딸랑딸랑 울렸다.이제 홀로 남은 그녀에겐 빛 아래 드리워진 긴 그림자만이 함께할 뿐이었다.찬바람이 불어오자 지아는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전등에 달린 술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았다.지아는 나지막이 피식 웃었다.‘혼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네.’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도, 불행하게 만들지도 않을 테니까.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하는 지아의 몸이 어둠에 조금씩 삼켜지고 있었다.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지난 며칠 동안 지아는 간단한 운동을 시작했다. 가끔 다소 격한 동작에 몸이 불편해도 지아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그리고 7일 후, 건우와 다빈이 특별히 지아를 배웅하러 왔다.부두.이미 봄이 되어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 지아는 이 도시가 좋았다.바다조차도 자식을 부드럽게 달래는 다정한 어머니 같았다.지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은 커다란 망토를 뒤집어쓰고 손바닥만 한
다빈은 건우의 어깨에 기대어 한 걸음 한 걸음 배에 오르는 지아를 바라보았다.“왠지 모르게 자꾸 눈물 나요. 지아 언니 그동안 너무 고생만 한 것 같아요. 이제 조금 나아질까 했는데 또 떠나야 하고, 또 바다에 그렇게 오래 있는데... 혹시나 바다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해요?”건우는 다빈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하게 위로했다.“괜찮아. 맹 선장 아무런 위험 없이 20여 년간 항해했어. 지아가 고생한 건 맞지만 운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야. 내가 몇 년 동안 이 일을 해 오면서 저 지경이 됐는데도 살아있는 건 하느님이 도우신 거야. 고생 많이 했으니까 앞으로 더 잘될 거야. 인생은 돌고 도는 거라잖아.”“그러길 바라야죠.”다빈이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왜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A시로 도망치는지 모르겠어요. 여기처럼 멀리 떨어진 곳이 얼마나 좋아요.”건우도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거야. 너무 중요해서 몇 개월도 기다릴 수 없는 일이겠지. 걱정 마, 최후의 카드로 지아를 지켜줄 사람 보냈어. 혼자 길을 떠나게 할 수는 없잖아?”“그렇다면 마음이 놓이네요. 이만 돌아가요.”선원들은 지아를 배에 태워주며 마치 VIP처럼 매우 정중하게 대했다.건우가 남몰래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었기에 지아는 이 우정을 굳게 마음속에 새겼다.훗날 언젠가는 반드시 건우에게 이자까지 붙여 제대로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배에 오르자 선장은 지아에게 배의 구조에 대해 열정적으로 소개했다.“아가씨, 임 선생님이 진작부터 아가씨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희 배는 화물선이라 다른 것들보다 속도가 빠르지 않고 바다에 있는 시간이 기므로 조금만 참아주세요.”“알겠습니다.”“네, 그리고 전 맹국영입니다. 아저씨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필요한 거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그럼 사람 보내서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아저씨, 번거로우실 텐데.”“그럴 리가요.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지아의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지아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이랬다.“하루는 잘 지내요?”“잘 지내요. 친구에게 맡겼으니 잘 돌봐줄 겁니다. 임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까 봐 저보고 여기 와서 돌봐달라고 하셨어요.”“정말 고생이 많네요.”지아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방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착각일까?헤어져야만 했던 사람과 다시 재회한 지아는 기쁜 대신 묘한 감정이 들었다.마치 이 사람이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은데, 또 강욱이 온 이유는 이해가 되었다.지아의 직감이 자신에게 이 사람을 멀리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었다.속을 모르는 사람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강욱을 피하고 싶었다.그 후 며칠 동안 지아는 항상 방에 틀어박혀 식사조차 밖에서 하지 않았다.강욱이 식사를 가져다주면 지아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문을 닫았고, 그 외엔 하루 동안 별 대화를 하지 않았다.강욱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지아가 소원해졌다고 해서 늦장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일 세 끼 식사를 제시간에 챙겨주고, 오후에는 신선한 차와 과일을 준비해 오는 것은 물론, 사과도 지아가 먹기 좋게 껍질을 깎고 썰어서 가져다주곤 했다.겉보기엔 거친 사람 같았지만 속은 의외로 섬세했다.지아는 강욱이 가져온 포도를 만지작거리며 두 눈에 깊은 사색의 흔적이 역력했다.옛날에는 아주머니가 음식을 만들어 주었는데, 지아는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싫어서 아주머니에게 자신의 취향을 말하지 않았다.그래서 밥이든 과일이든 아주머니가 주는 대로 먹었다.건우가 지아를 돌봐줬을 때도 지아가 나서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한 적은 없었고, 건우 역시 이를 몰랐다.하지만 배에 오른 후부터 식사부터 과일까지 매일 다양하게 준비된 것들은 모두 지아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아주머니마저 가끔 지아가 싫어하는 요리를 한두 가지 만들어 주었는데, 지난 며칠 동안 배에서 지내면서 놀랍게도 싫어하는 요리는 하나도 없었다.확률적으로도 말도 안
저녁 식재료는 대부분 신맛이 강한 편이었고, 지아는 싫은데도 불구하고 모두 한 입씩 먹어보았다.다음 날도 신맛 나는 음식이 많아지자 지아는 먹다 토할 뻔한 뒤 강욱을 불렀다. “흠, 요즘 신 음식이 너무 많아서 좀 질리네요.”“알겠습니다, 지아 씨. 뭘 좋아하는지 알려주면 기억했다가 주방 사람들에게 만들어 달라고 할게요.”지아는 강욱의 표정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했는데, 그의 행동이나 말투가 이도윤과 닮은 점이 전혀 없었다.이도윤이 아무리 자신을 잘 안다고 해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의 곁을 지킬 수는 없었다.게다가 고고하신 대표님께서 언제부터 남의 시중을 들었단 말인가.지아는 며칠 동안 관찰했지만 별다른 낌새가 없자 그제야 마음을 내려놓고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강욱을 대했다.바다 위에서의 나날은 확실히 지루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 일출과 일몰도 오래 보고 있으면 따분했다.지아는 갑판 위에 앉아 있었다. 저녁노을은 이맘때가 가장 아름다웠다.저녁 바람은 살랑살랑 불었고, 지아는 모자를 쓰지 않았다. 전혀 자신의 모습에 개의치 않았다. 가끔씩 선원 한두 명을 만나 그들의 시선이 자신의 대머리에 향해도 덤덤히 받아들였다.그녀의 두피에는 키위처럼 솜털이 잔뜩 자라기 시작했다.강욱의 시선이 지아의 머리 위로 스치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아가씨, 저녁 바람이 좀 찬데 모자라도 쓰실래요?”“아뇨, 괜찮아요.”지아는 옆자리를 두드렸다.“나랑 같이 앉아 얘기 좀 해요.”요즘 유심히 관찰한 결과, 강욱에게 의심스러운 부분은 찾지 못했기에 지아도 한층 편하게 대했다.“얘기나 해요.”바다는 너무 지루했고, 며칠을 참다 보니 사람이 상당히 우울해져 있었다.강욱은 곧바로 다가가 알아서 화제를 찾았다.“아가씨, 다음 지점이 뭔지 압니까?”지아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네요.”“이글랜드 해협.”지아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지리책이나 여러 소셜 플랫폼에서 들어본 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