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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강욱은 다급히 대답했다.

“22일이요, 왜요?”

지아는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는데, 소계훈의 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반구의 기후가 뒤바뀌었기에 그녀는 원래의 시간조차 깜박했다.

“제사에 올릴 물건 좀 준비해줘.”

“네, 아가씨.”

지아는 지금 A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것은 소계훈이 죽은 후 처음으로 지내는 제사였기에 지아는 제대로 그를 추모하고 싶었다.

강욱은 말을 잘 들을 뿐만 아니라 일 처리 역시 매우 효율적이었다. 제물 외에 그는 심지어 지아가 추울까 봐 털 모자까지 사 왔다.

지아는 강욱이 외출할 때마다 자신에게 무언가 사주는 것을 발견했다. 때로는 레몬 물이나 떡꼬치였고 이번에는 뜻밖에도 모자였다.

지아가 받지 않자 강욱이 설명했다.

“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임 선생님이 준 월급이 아주 많아서요. 저는 아가씨가 병 때문에 많이 의기소침하신 것 같아서 재밌는 거 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 비싼 물건이 아니니 싫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강욱이 당황한 것을 보고, 지아도 점차 그의 성격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내심 섬세하고 부드러운 사나이였다.

지아는 손을 뻗어 모자를 받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마음에 들어. 신경 써줘서 고마워.”

“아가씨가 마음에 드시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사실 저도 단지 아가씨가 제 이전의 고용주와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래요. 제가 아가씨에게 좀 더 잘 보이면 아가씨도 절 해고하지 않겠죠?”

지아는 가볍게 웃었다.

“전에 난 강욱 씨가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정말 단순한 사람인 것 같아.”

‘고용주 앞에서 잘 보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딨어?’

강욱은 더욱 어수룩하게 웃었다.

“사람도 다 감정이 있는 거잖아요. 제가 아가씨에게 잘해 주면, 앞으로 아가씨가 저를 해고할 때도 제가 잘해주었던 것을 떠올리지 않을까요?”

“그래, 나도 웃는 얼굴에 침을 뱉는 사람이 아니니까 안심해. 강욱 씨 해고할 생각 없어.”

강욱은 환하게 웃더니 재빨리 운전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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