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영문 모른 채 강욱을 바라보았다.“또 무슨 일 있어?”강욱은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는데, 표정은 어색하면서도 쑥스러웠다.“생일이라면 당연히 생일 선물 있어야 하잖아요. 이건 제가 전에 떠돌아다니면서 일할 때, 절에 가서 구한 건데, 아주 영험한 부적이에요. 제가 여러 번 죽을 뻔했지만 결국 살아남았거든요. 그래서 이걸 아가씨에게 드리고 싶어요.”까무잡잡한 손바닥에는 초승달 모양의 펜던트가 있었는데, 펜던트 안에는 평안부가 하나 들어있었다.“안 돼, 이건 강욱 씨의 평안부인데, 어떻게 내가 가져갈 수 있겠어?”남자는 억지로 지아의 손에 쥐여주었다.“그냥 받으세요. 저도 더 이상 그런 위험한 일을 하지 않으니까 이 부적이 아가씨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비싼 물건이 아니니 싫어하지 마시고요.”지아는 강욱이 기어코 자신에게 주려고 하는 것을 보고, 그의 호의를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고마워. 그럼 잘 받을게.”문을 닫자, 지아는 이 초승달 펜던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펜던트의 줄은 금이나 은으로 만든 게 아니라 오색 실로 만든 것이었다. 심지어 펜던트조차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몰랐다. 아무튼 플라스틱이나 옥이 아닌 것 같았다.그러나 디자인이 꽤 예뻤기에 지아도 자신이 얼른 좋아지기를 바라며 펜던트를 목에 걸었다. 지아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고, 단지 자신이 건강하길 바랄 뿐이었다.그날 밤, 지아는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잤다.강욱과의 관계는 예전과 다름없었다. 그는 이런 일을 했다고 먼저 지아와 말을 걸거나 친한 척하지 않았고, 여전히 그녀가 말한 규정을 명심하고 있었다. 별일 없을 때, 그는 지아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절대로 다가오지 않았다.그렇게 두 달 정도 휴식한 후, 지아가 약물치료를 끝낸 지 이미 3개월이나 지났다.치료가 몸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많이 줄어들었고, 지아는 이미 휠체어를 떠나 스스로 걸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강욱도 이제 그녀의 곁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지아는 인터넷에서 검색을
건우는 지아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그녀를 대신 모든 것을 안배할 것이라 약속했다. 그래서 지아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이날 지아는 아주머니에게 맛있는 음식 가득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의의로 강욱을 불렀다.강욱은 한쪽에 서서 무언가를 의식한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앉아서 같이 먹어.”“하지만 아가씨, 그래도 규정은...”“앉아.”강욱도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 똑바로 앉아 있었고 젓가락을 움직이는 대신 다시 입을 열었다.“아가씨, 더 이상 제가 필요하지 않으신 거예요?”최근 일주일 넘는 시간 동안, 지아는 더 이상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외출할 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아를 따라다니는 것 외에 그는 오직 물건만 들어주면 됐다.지아도 진작에 발견했다. 강욱은 비록 어수룩해 보이지만 마음은 무척 섬세했다.“이제 나도 내 일상생활을 책임질 수 있으니까 넌 더 이상 내 곁에 있을 필요가 없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난 이미 임 의사에게 부탁했는데, 너에게 좋은 일자리 하나 구해 줄 거야.”비록 처음에 지아는 그 누구와도 마음을 털어놓고 싶지 않았기에 애초에 그런 규정을 세운 것이었다.그러나 몇 달 동안 함께 지내면서, 강욱은 최선을 다했기에 지아는 더 이상 그를 낯선 사람으로 취급하며 이래라저래라 하고 싶지 않았다.“너도 나이가 꽤 있으니까 앞으로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법을 어기는 일 하지 마. 이 세상에는 돈을 버는 방법이 많아. 넌 마음씨도 나쁘지 않으니 좋은 일자리를 선택해서 돈 벌어 아내를 맞이하고 아이를 낳아야지.”강욱은 묵묵히 지아의 말을 들은 다음 젓가락을 들었고 조용히 대답했다.“그래요, 알겠어요.”지아도 자신의 말 때문에 강욱이 슬퍼하고 있는 건지 잘 몰랐다. 분위기가 굳어지자, 그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강욱은 일어날 때, 갑자기 입을 열어 물었다.“아가씨, 언제 출발하실 예정이죠?”“일주일 후에.”지아는 대답을 마치자 즉시 멈칫했다.강욱에게 자신이 떠날 것
지아는 강욱이 하루를 돌려보낼 거라 예상했지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됐다.어차피 떠나기 전에 다빈에게 하루를 맡기려 했던 그녀는 떠돌이 인생이 될 운명이었기에 아이를 오래 키울 수 없었다.게다가 지아는 자신의 불행이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 모두가 자신을 멀리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이 또한 그녀가 건우 곁을 빨리 떠나고 싶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자신의 불행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으니까.소계훈도, 강미연도, 하루도 모두 그랬다.다시는 아무도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강욱은 혼자 살고 고양이도 다정하게 대하는 걸 보아 그에게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아주머니는 집에 볼일이 있어서 일찍 나가셨고, 넓은 마당에 남은 사람은 지아뿐이었다.마당에 있는 태양광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면서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집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지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빛과 어둠의 경계선에 앉아 있었다.예전에 하루는 활기가 넘쳐 매일 마당을 뛰어다니거나 캣티저의 방울을 딸랑딸랑 울렸다.이제 홀로 남은 그녀에겐 빛 아래 드리워진 긴 그림자만이 함께할 뿐이었다.찬바람이 불어오자 지아는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전등에 달린 술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았다.지아는 나지막이 피식 웃었다.‘혼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네.’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도, 불행하게 만들지도 않을 테니까.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하는 지아의 몸이 어둠에 조금씩 삼켜지고 있었다.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지난 며칠 동안 지아는 간단한 운동을 시작했다. 가끔 다소 격한 동작에 몸이 불편해도 지아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그리고 7일 후, 건우와 다빈이 특별히 지아를 배웅하러 왔다.부두.이미 봄이 되어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 지아는 이 도시가 좋았다.바다조차도 자식을 부드럽게 달래는 다정한 어머니 같았다.지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은 커다란 망토를 뒤집어쓰고 손바닥만 한
다빈은 건우의 어깨에 기대어 한 걸음 한 걸음 배에 오르는 지아를 바라보았다.“왠지 모르게 자꾸 눈물 나요. 지아 언니 그동안 너무 고생만 한 것 같아요. 이제 조금 나아질까 했는데 또 떠나야 하고, 또 바다에 그렇게 오래 있는데... 혹시나 바다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해요?”건우는 다빈의 어깨를 안으며 다정하게 위로했다.“괜찮아. 맹 선장 아무런 위험 없이 20여 년간 항해했어. 지아가 고생한 건 맞지만 운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야. 내가 몇 년 동안 이 일을 해 오면서 저 지경이 됐는데도 살아있는 건 하느님이 도우신 거야. 고생 많이 했으니까 앞으로 더 잘될 거야. 인생은 돌고 도는 거라잖아.”“그러길 바라야죠.”다빈이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왜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A시로 도망치는지 모르겠어요. 여기처럼 멀리 떨어진 곳이 얼마나 좋아요.”건우도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거야. 너무 중요해서 몇 개월도 기다릴 수 없는 일이겠지. 걱정 마, 최후의 카드로 지아를 지켜줄 사람 보냈어. 혼자 길을 떠나게 할 수는 없잖아?”“그렇다면 마음이 놓이네요. 이만 돌아가요.”선원들은 지아를 배에 태워주며 마치 VIP처럼 매우 정중하게 대했다.건우가 남몰래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었기에 지아는 이 우정을 굳게 마음속에 새겼다.훗날 언젠가는 반드시 건우에게 이자까지 붙여 제대로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배에 오르자 선장은 지아에게 배의 구조에 대해 열정적으로 소개했다.“아가씨, 임 선생님이 진작부터 아가씨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희 배는 화물선이라 다른 것들보다 속도가 빠르지 않고 바다에 있는 시간이 기므로 조금만 참아주세요.”“알겠습니다.”“네, 그리고 전 맹국영입니다. 아저씨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필요한 거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그럼 사람 보내서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아저씨, 번거로우실 텐데.”“그럴 리가요.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지아의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지아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이랬다.“하루는 잘 지내요?”“잘 지내요. 친구에게 맡겼으니 잘 돌봐줄 겁니다. 임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까 봐 저보고 여기 와서 돌봐달라고 하셨어요.”“정말 고생이 많네요.”지아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방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착각일까?헤어져야만 했던 사람과 다시 재회한 지아는 기쁜 대신 묘한 감정이 들었다.마치 이 사람이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은데, 또 강욱이 온 이유는 이해가 되었다.지아의 직감이 자신에게 이 사람을 멀리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었다.속을 모르는 사람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강욱을 피하고 싶었다.그 후 며칠 동안 지아는 항상 방에 틀어박혀 식사조차 밖에서 하지 않았다.강욱이 식사를 가져다주면 지아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문을 닫았고, 그 외엔 하루 동안 별 대화를 하지 않았다.강욱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지아가 소원해졌다고 해서 늦장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일 세 끼 식사를 제시간에 챙겨주고, 오후에는 신선한 차와 과일을 준비해 오는 것은 물론, 사과도 지아가 먹기 좋게 껍질을 깎고 썰어서 가져다주곤 했다.겉보기엔 거친 사람 같았지만 속은 의외로 섬세했다.지아는 강욱이 가져온 포도를 만지작거리며 두 눈에 깊은 사색의 흔적이 역력했다.옛날에는 아주머니가 음식을 만들어 주었는데, 지아는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싫어서 아주머니에게 자신의 취향을 말하지 않았다.그래서 밥이든 과일이든 아주머니가 주는 대로 먹었다.건우가 지아를 돌봐줬을 때도 지아가 나서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한 적은 없었고, 건우 역시 이를 몰랐다.하지만 배에 오른 후부터 식사부터 과일까지 매일 다양하게 준비된 것들은 모두 지아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아주머니마저 가끔 지아가 싫어하는 요리를 한두 가지 만들어 주었는데, 지난 며칠 동안 배에서 지내면서 놀랍게도 싫어하는 요리는 하나도 없었다.확률적으로도 말도 안
저녁 식재료는 대부분 신맛이 강한 편이었고, 지아는 싫은데도 불구하고 모두 한 입씩 먹어보았다.다음 날도 신맛 나는 음식이 많아지자 지아는 먹다 토할 뻔한 뒤 강욱을 불렀다. “흠, 요즘 신 음식이 너무 많아서 좀 질리네요.”“알겠습니다, 지아 씨. 뭘 좋아하는지 알려주면 기억했다가 주방 사람들에게 만들어 달라고 할게요.”지아는 강욱의 표정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했는데, 그의 행동이나 말투가 이도윤과 닮은 점이 전혀 없었다.이도윤이 아무리 자신을 잘 안다고 해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의 곁을 지킬 수는 없었다.게다가 고고하신 대표님께서 언제부터 남의 시중을 들었단 말인가.지아는 며칠 동안 관찰했지만 별다른 낌새가 없자 그제야 마음을 내려놓고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강욱을 대했다.바다 위에서의 나날은 확실히 지루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 일출과 일몰도 오래 보고 있으면 따분했다.지아는 갑판 위에 앉아 있었다. 저녁노을은 이맘때가 가장 아름다웠다.저녁 바람은 살랑살랑 불었고, 지아는 모자를 쓰지 않았다. 전혀 자신의 모습에 개의치 않았다. 가끔씩 선원 한두 명을 만나 그들의 시선이 자신의 대머리에 향해도 덤덤히 받아들였다.그녀의 두피에는 키위처럼 솜털이 잔뜩 자라기 시작했다.강욱의 시선이 지아의 머리 위로 스치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아가씨, 저녁 바람이 좀 찬데 모자라도 쓰실래요?”“아뇨, 괜찮아요.”지아는 옆자리를 두드렸다.“나랑 같이 앉아 얘기 좀 해요.”요즘 유심히 관찰한 결과, 강욱에게 의심스러운 부분은 찾지 못했기에 지아도 한층 편하게 대했다.“얘기나 해요.”바다는 너무 지루했고, 며칠을 참다 보니 사람이 상당히 우울해져 있었다.강욱은 곧바로 다가가 알아서 화제를 찾았다.“아가씨, 다음 지점이 뭔지 압니까?”지아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네요.”“이글랜드 해협.”지아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지리책이나 여러 소셜 플랫폼에서 들어본 적이
강욱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여긴 악마들의 뒷마당 같은 곳입니다. 이 바다에서 마음껏 악행을 일삼고 온갖 짓을 저지르며 사람들을 강탈하고 죽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이 단속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완전히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미리 대비를 해야 합니다.”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위험한데 왜 이쪽으로 가요?”“사람들은, 특히 상인들은 도박 심리가 있어요.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우회하면 보름이 더 걸리고, 게다가 다른 항로도 위험해요. 암초에 부딪힐 위험도 있고, 비용 부담도 커지고, 해적들도 몇 년 전부터 덜 나타나고 있어서 다들 마음 놓고 지나가고 있죠.”강욱은 차근차근 설명했지만 지아는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다.“다른 생각이라도 있으신가요?”“모든 일에는 최악의 상황이 있어요. 특히 악랄한 악당 집단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강욱은 고개를 돌려 진지함이 가득한 지아의 얼굴을 보고는 곧바로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 “무서워요? 미안해요. 전 그냥 미리 알려주고 싶었어요.”지아는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우리의 운이 그렇게 나쁘진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안 만났는데 우리만 만나지는 않겠죠.”“걱정하지 마요. 그렇게 불행한 일은 없을 겁니다. 여긴 악마의 해연이고, 극락지경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요?”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건 들어본 적 없는데 말해줘요.”“좋아요, 극락지경은...”어느새 어둠이 깃들고, 지아는 강욱이 가장 지식이 많은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통찰력은 가장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설명을 들으며 지아는 마치 자신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이렇게 위협적이면서도 놀라운 곳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이 모든 곳을 다 가봤다고요?”“네, 젊었을 때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해보느라 여행도 많이 다녔거든요.”강욱은 두 팔을 등 뒤에 가져가 몸을 지탱하며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다.바다 위 별빛이 예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산업공해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조금이라도 조심하는 게 낫죠. 그냥 배에 있을게요.”강욱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아가씨, 위험을 무릅쓰고 밀입국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애초에 건강도 좋지 않고, 국내에 가족도 별로 없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로 돌아가는 건가요?”“음, 일이 좀 있어서요.”지아는 입을 꾹 다물고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강욱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럼 일찍 쉬세요.”화물선이 정박한 후 보급품을 재보급하고 배를 수리하는 데 반나절이 걸렸지만, 지아는 배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계속해서 방에만 머물렀다.그녀는 달력을 빨간 펜으로 그으며 점점 A시와 가까워지는 날들을 바라보았다.조금만 더 기다리면 곧 두 아이를 볼 수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 선원이 와서 알렸다.“아가씨 죄송해요. 배에 작은 문제가 생겨서 지금 기술자들이 정비 중인데 오늘 안에 출항이 어려울 것 같아요.”“연착은 얼마나 걸리나요?”“빠르면 하루, 늦으면 2, 3일 걸립니다. 현재 수리 때문에 다들 야근을 하고 있는데, 선장님이 특별히 배에서 심심하면 섬을 한 바퀴 돌아도 된다고 저를 여기로 보내 알려드리라고 하셨어요.”“네, 알겠어요.”지아는 섬의 풍경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터라 덤덤하게 대답했다. “감사하지만 됐어요.”“괜찮습니다. 선장님과 다른 분들은 선술집에 가서 술이나 한잔하고 있으니 아가씨께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로 연락해 주세요.”“네.”항구에 가까워지자 밤은 시끄러운 파도 소리 없이 고요해졌다.지아는 몸을 뒤로 젖히고 갑판에 앉아 별을 바라보는 것이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습관이 되었다.어느새 누군가 그녀를 위해 망토를 씌워주었고 강욱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전례 없이 그는 맥주 캔을 손에 들고 있었다.“선술집에 가서 한잔하지 그래요?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힘들지 않아요?”강욱의 긴 손가락이 펑 소리와 함께 고리를 당기고 두어 모금을 꿀꺽 삼킨 뒤 천천히 대답했다. “내 임무는 당신을 보호하는 건데, 월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