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은 내색하지 않고 건우의 말을 따라서 대답했다.“알아.”“지아는 이미 떠났으니 앞으로 어쩌실 계획이죠?”도윤은 눈치가 빨랐기에 잠시 생각한 후, 즉시 건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물건을 가지러 왔다는 것은 핑계인 것 같군. 아마 지아를 대신해서 내 상황을 살펴보러 왔을 거야.’‘내가 전에 지아에게 한 그 일들은 틀림없이 엄청난 트라우마를 초래했겠지? 지금 지아는 매일 두려움에 떨고 있을 거야.’그렇게 생각하며 도윤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지아를 이곳으로 데려왔던 것은 우리 두 사람 새로운 시작을 하길 바라서 그런 것인데, 뜻밖에도 그날까지 기다리지 못했군. 그래서 나도 이제 곧 귀국할 거야.”‘지아가 날 두려워하는 이상, 내가 떠나면 되겠지.’건우는 얼른 물었다.“언제 떠날 계획이죠?”자신이 너무 티가 났다고 생각했는지 건우는 급히 한 마디 덧붙였다.“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이니 대표님과 지아를 배웅하고 싶어서요.”“내일 비행기야. 그럼 임 의사가 하고 싶은대로 하지.”건우가 떠난 후, 진봉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대표님, 사모님은 이제 금방 2차 약물치료를 마치셨는데, 어떻게 바로 떠나실 수가 있습니까?”도윤은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복도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넌 임건우가 정말 날 배웅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거라 생각하니?”진환은 얼른 말을 이어받았다.“아마도 사모님께서 걱정이 되어 특별히 임건우 씨에게 부탁했을지도 몰라. 대표님은 지금 사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고.”진봉은 그제야 도윤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도윤은 지아가 근심과 스트레스 없이 잘 살기를 원했다.이튿날 점심, 건우는 제시간에 도착했다. 그와 도윤은 친하지 않은 데다 도윤은 원래 성격이 냉담했기에 두 사람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탑승시간이 되자, 도윤은 진봉과 진환을 데리고 안전검사 입구로 들어갔다. 그들이 시야 속에서 사라진 후에야, 건우는 한숨을 돌리며 재빨리 별장으로 향했다.
소씨 가문.시후는 마침내 위험에서 벗어났고 시언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형, 드디어 깨어났군.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지?”시후는 금방 깨어났기에 안색은 여전히 안 좋았다. 그는 동생을 위로하려고 억지로 웃었다.“내가 어떻게 널 두고 떠나겠어. 네 머리카락 좀 봐, 무슨 사자도 아니고.”시언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패션에 매우 집착했다. 요 며칠 줄곧 시후의 곁에서 그를 돌보았기에 시언은 자신을 가꿀 틈이 없었고, 금발 머리도 더부룩하고 엉망진창이어서 마치 개털 같았다.“형, 지금 나와 농담할 기분까지 있는 거야? 어쩜 운이 이리도 안 좋은 건지.”“운이 왜 안 좋아? 난 내가 살아있다는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시언은 콧방귀를 뀌었다.“어렵게 형과 신장이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도 기증에 동의했는데, 갑자기 이런 변고가 일어날지 누가 알았겠어.”“그 사람도 일이 이렇게 되는 걸 원하지 않았겠지만,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어쩔 수 없지 뭐.”“형은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야. 내가 전에 사람을 다 찾았는데. 그게 암시장에서 한 거래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라고. 형이 살 수만 있다면 되는 거 아니야? 우리한테 팔지 않아도 그 사람들 더 살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일치하는 사람을 찾겠지. ”여기까지 말하자 시언도 어이가 없었다.“형, 이러고 보면 우리 집안 요 몇 년 말이야, 너무 재수가 없는 것 같아. 셋째 동생도 전에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잖아.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두 다리를 못 쓰게 됐고.”시후는 씁쓸하게 웃었다.“괜찮아, 스스로 기증하기를 원하는 사람 꼭 나타날 거야. 참, 그동안 무슨 일 없었어?”“큰일은 없었어.”이때 시언은 문득 생각이 났다.“맞다, 소지아 씨한테서 전화가 왔었는데.”“소지아 씨가?”“응.”“틀림없이 중요한 일로 우릴 연락했을 거야. 지아 씨가 우리를 도와 지영이를 찾아줬다는 거 잊지 마.”“형, 나도 알아. 그때 내가 물어봤는데,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게다가
약물치료를 마친 일주일 후, 지아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다만 머리카락은 이번 치료 때문에 전부 다 빠졌다.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니, 턱은 뾰족했고 머리카락은 하나도 없었다.지아를 부축하고 있던 다빈은 서둘러 그녀를 위로했다.“지아 언니, 괜찮아요. 이제 약을 멈추기만 하면 머리카락이 다시 자랄 테니까요.”그러나 지아는 개의치 않은 듯 웃었다.“사람이 죽었다면 생전에 아무리 아름다워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지금 내가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해.”“지아 언니, 이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안심할 수 있을 같아요. 그러나 나도 솔직히 말하는 거니까 화나지 마요. 언니는 머리카락이 없어도 전보다 훨씬 예쁜걸요. 언니를 보니까 미스 코리아도 그저 그런 것 같아요. 만약 내가 언니처럼 생겼다면 자다가도 좋아서 깨어났을 거예요.”“다빈아, 나 바람 좀 쐬고 싶은데, 와서 좀 부축해줄래?”“그래요.”이 도시는 지금 큰 눈이 흩날리고 있는 A시와 달리 온도가 적합해서 쉽게 감기에 걸릴 리가 없었기에 지아가 휴양하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도윤이 이미 떠났다는 것을 안 이후, 지아도 더는 긴장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지아는 절대 조급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천히 치료를 받으면 꼭 나아질 것이다.오늘의 햇빛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바람이 가볍게 얼굴을 스치더니 꽃잎이 지아의 이마에 살며시 내려앉았다.이는 지아로 하여금 추억에 빠지게 했다. 영리한 하루가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영원히 그를 잃었다.‘그 사람들만 아니었다면 하루는 분명히 몇 년은 더 살 수 있었을 텐데.’‘나와 마음이 통한 고양이였는데, 너무 아쉬워.’‘그리고 미연이. 비록 이렇게 오래 지났지만 난 여전히 미연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떠올라.’과거의 모든 기억들은 지아의 머릿속에 서서히 나타났다. 그녀는 괴로울 때마다 그들을 생각했다.‘그들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이게 뭐라고. 아무리 아파도 난 꼭 견뎌내야 해.’도윤은 무려 일주일을 기다리고서야 초소
이것은 이예린이 처음으로 먼저 입을 연 것이었다. 도윤은 그녀의 앞에 앉아 커피를 끓이며 대답했다.“말해봐.”이예린은 커피잔의 무늬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그때 길을 잃어버린 후, 난 유괴를 당해 시골에 팔려갔어.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고생을 했고. 후에 난 기회를 틈타서 도망쳐 나온 거야.”이예린은 그때 당한 고통을 자세히 말하지 않았는데, 이를 들은 도윤이 먼저 물었다.“어떻게 도망친 거지?”도윤 역시 그때 일어난 구체적인 일에 대해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예린은 그때의 일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아주 간단해. 난 오래전부터 계획했는데, 라이터를 숨겨 그들이 모은 건초에 불을 붙인 거야. 그것은 초라한 초가집이었기에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불에 전부 타버렸어. 하지만...”이예린은 멈칫하다 계속했다.“불 붙이기 전, 난 그들 일가족을 방에 가두어 산 채로 태워 죽였어. 시골에서 도망쳐 나온 후, 난 한 달 넘게 밖에서 돌아다녔지만, 화상이 너무 심해서 모두들 날 괴물로 여기며 날 무시했어. 다행히 마음씨가 착한 사람을 만나서 나도 살게 된 거야. 그리고 몇 년 동안 수많은 수술을 거쳐 지금 이런 모습을 가지게 된 거고.”“왜 일찍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거야?”“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으면서 난 돼지만도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 매일 돼지우리에서 돼지들과 먹이를 빼앗으며 심지어 개집에서 잠을 잤어. 내가 어렸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진작에 날 강간해서 아이를 낳게 했을 거야. 그들은 내가 커서 그 집 아들의 마누라로 되길 바랐거든. 설령 내가 도망쳐 나왔다 하더라도, 이미 화상을 입어 본모습조차 알아볼 수 없었으니 내가 다시 오빠 앞에 나타날 자격이 어딨겠어?”“후에 수술을 거쳐 겨우 사람 모습을 되찾았을 때, 내가 또 어찌 오빠를 찾으러 가고 싶지 않았겠어? 그런데 그때 넌 무엇을 하고 있었지? 연애하느라 바빠서 내가 오빠에게 다가갔을 때, 날 알아보지도 못하고 심지어 내가 오빠에게 매달리려고 찾아온 여자인
이예린은 비록 뺨을 맞았지만 여전히 섬뜩한 미소를 드러냈다.“맞아, 난 미쳤어. 무엇때문에 나 혼자서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건데? 내가 이미 지옥에 처해 있는 이상,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거야. 오빠, 탓하려면 오빠 자신을 탓해. 오빠가 그 여자를 사랑했으니까!”말하면서 이예린은 또 무언가 생각났는지 계속 말했다.“날 때리는 건 괜찮지만 오빠도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 난 비록 주모자지만, 진정으로 소지아를 그렇게 만든 사람은 오빠야. 오빠 자신이 그 여자를 믿고 싶지 않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그 여자를 무시하고 괴롭혔잖아. 그 여자를 가장 많이 다치게 한 사람은 오빠지 내가 아니란 말이야.”도윤은 들었던 손에 힘이 풀렸다. ‘그래, 예린이 말한 게 맞아. 나야말로 지아를 그렇게 만든 범인이니 어떻게 다른 사람을 원망할 자격이 있겠어.’그는 힘없이 자리에 털썩 앉아 담배를 피웠고, 눈은 허공을 바라보았다.“지금 지아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어. 난 모든 것을 잃었으니 이제 만족하겠지?”이예린의 눈빛은 도윤의 수척하고 초췌해진 얼굴에 떨어졌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분위기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고, 담배 하나를 다 피운 다음, 도윤은 다시 이예린을 바라보았다.‘예린이 그런 일을 겪은 후, 심리에 변화가 생겨 극단적으로 지아를 질투하고 원망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겠지.’‘그러나 고작 이런 이유 때문에 나와 지아를 이간질하고, 우리의 가정 심지어 아이까지 잃게 만들다니. 그건 좀 아니지 않나?’“너 말고 또 누가 이 일에 참여했지?”“아무도 없어, 다 내가 혼자 한 짓이야. 목적은 소지아를 괴롭혀 죽이는 거고. 지금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날 죽이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난 후회하지 않으니까.”이예린을 불구로 만들었기에, 도윤도 더 이상 무슨 짓을 하지 않았다.그가 방에서 나오자, 진환이 따라왔다.“대표님, 뭐 좀 알아내셨습니까?”“자기가 지아를 질투해서 그런 거라고 말했어. 하지
지아는 연속 여섯 차례의 약물치료를 진행했는데, 21일마다 한 번씩 치료를 했다. 그리고 모든 약물치료를 끝냈을 때, 이미 6개월이나 지났다.이 6개월은 지아에게 있어 지옥과 다름없었다. 약물치료의 부작용은 이미 그녀의 모든 기관에 침투했다.지아는 유난히 추위를 탔고, 항상 손발이 차가웠으며 다리에도 힘이 없었고 심지어 뼈까지 몹시 아팠다.다빈은 그런 지아를 보며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지아 언니, 지금 이미 버텨냈어요. 여섯 번의 약물치료를 모두 끝냈으니 언니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대단하다고요.”지아는 침대에 누워 힘이 없었고 머리가 어지러운 동시에 눈앞이 아찔했다. 그녀는 허약하게 입을 열었다.“다빈아, 나 나가서 햇빛 좀 쬐고 싶은데, 좀 부축해줄래? 너무 오랫동안 누워 있었던 거 같아서.”“좋아요.”다빈은 휠체어로 지아를 밀고 밖으로 나왔다. 남반구에 있는 나라는 이제야 겨울에 접어들었다.이곳의 온도는 A시보다 훨씬 따뜻해서 가장 추운 시기에 처해 있어도 시내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겨울날의 햇빛이 몸에 따스하게 떨어지자, 지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손으로 머리 위의 약간 눈부신 빛을 가렸다.“지아 언니, 두려워하지 마요. 지금 비록 많은 부작용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것도 다 정상이니까요. 언니는 아직 젊어서 새로운 세포가 번식하는 속도가 아주 빠르니까, 이제 천천히 조리하기만 하면 기껏해야 6개월, 상태가 많이 좋아질 거예요.”“6개월이라...”지아는 가볍게 중얼거렸다.‘하지만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는 것 같은데.’날짜를 계산해 보면 지아의 두 아이는 이미 한 살 반이 되었다.‘한 살 반의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이제 엄마 아빠라고 부를 수 있겠지? 여기저기 막 뛰어다닐 수 있겠지?’‘미숙아라서 또래 아이들보다 작고 야윌지도 몰라.’‘미숙아를 살리려면 엄청 힘들었을 텐데. 전효 씨는 틀림없이 많은 신경을 쏟았을 거야.’속으로 고통 속에서 그냥 죽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할 때마다, 지아는 자신이
아픈 나날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지만 지금 지아는 무려 한 달 이상 더 기다려야 했다.지아는 한숨을 쉬었다. ‘전효 씨에게 하루빨리라도 연락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 사진만 볼 수 있어도 좋으니까.’그러나 전효는 신분이 특수했고, 지아도 예전의 번호를 감히 사용할 수 없었기에 그와 연락이 닿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애가 타는 기다림 끝에 도윤은 마침내 지아의 새로운 영상을 볼 수 있었다.지아는 이미 여러 날 정원에 나오지 않았는데, 몸이 매우 허약한 게 확실했다. 심지어 오늘 밖으로 나왔어도 그저 휠체어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도윤은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지난번에 비해 지아는 살이 또 좀 빠진 것 같았다. 얼굴에는 살이 하나도 없었고, 뾰족한 턱에 특히 그 두 눈은 더욱 무서울 정도로 컸다.“이번이 여섯 번째 치료겠지?”“네, 이번이 마지막 약물치료입니다. 사모님은 이제 조리만 잘하시면 되고요.”“지아라면 계속 남에게 신세를 지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몸이 조금만 좋아지면 바로 떠날 수 있으니 사람 시켜 별장 주변을 잘 지키라고 해.”“네, 대표님. 이제 나가시죠”도윤은 이미 귀국한 지 반년이 되었는데, 예전에 종래로 그 어떤 활동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도윤은 틈틈이 시간을 내서 비즈니스 연회나 자선에 관한 활동에 참가하곤 했다.도윤은 심지어 스스로 암 환자를 돕는 자선기금을 설립하여 병을 앓고 있으면서 돈이 없는 많은 불쌍한 사람들을 도왔다.기자들 역시 도윤의 일에 대해 앞다투어 보도하였고, 지아도 자주 뉴스에서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도윤은 전보다 더욱 야위었을 뿐만 아니라 안색도 무척 나빴다. 지아의 죽음은 그에게 큰 타격을 입힌 게 분명했다. 하지만 후회약이 또 어딨겠는가?지금 지아가 도윤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그가 국내에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일 뿐, 사랑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그래야 지아도 안심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이것은 도윤이 최근에 참가한 다른 한 자선 연회였다.
이 말을 듣자, 지아는 놀라서 손이 미끄러지더니 휴대전화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땅에 떨어뜨렸다. 쿵 하는 소리에 건우와 전화를 하고 있던 다빈은 깜짝 놀라 얼른 전화를 끊고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 언니, 왜 그래요?”지아의 얼굴은 백지창처럼 창백했다.“아무것도 아니야.”다빈은 지아를 대신해서 핸드폰을 주웠고, 생방송 화면은 마침 도윤의 얼굴에 고정되었다.다빈은 핸드폰을 닦은 다음 지아에게 건네주며 위로했다.“지아 언니, 걱정하지 마요. 그 사람은 지금 언니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거 모르니까 이제 그만 두려움에서 벗어나요.”다빈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도윤이 도대체 지아 언니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지금까지도 언니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일까?’지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론 여전히 매우 두려웠다. 지아는 자꾸만 도윤이 그녀가 죽지 않았단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응, 그 남자는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어.”지아는 중얼거리며 마음속으로 계속 자신을 설득했다. ‘만약 이도윤이 정말 알고 있다면 어떻게 날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있겠어? 아마 진작에 사람 시켜 날 잡아갔겠지.’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윤의 성격이 아니었기에 지아도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지아는 서둘러 생방송을 껐다. ‘다 이도윤 때문에 내가 이런 트라우마가 생긴 거야.’그 후 지아의 상태는 나날이 좋아졌다. 건우는 특별히 그녀에게 많은 유용한 의학 서류를 가져다주었는데, 앞으로 지아가 완치되면 여전히 의사로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지났고, 지아는 이미 휠체어 없이 스스로 침대에서 내려와 활동할 수 있었다.이번 달에 들어서자, 지아는 구토나 어지럼증이 많이 줄어들었고, 건우도 특별히 비밀 통로를 열어줘 밤중에 병원에 가서 몰래 MRI 검사를 해주었다.한밤중의 병원은 말이 안 될 정도로 조용했고, 각종 기기나 설비도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지아는 평온하게 침대에 누운 다음 30분이 지나서야 검사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