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이예린이 처음으로 먼저 입을 연 것이었다. 도윤은 그녀의 앞에 앉아 커피를 끓이며 대답했다.“말해봐.”이예린은 커피잔의 무늬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그때 길을 잃어버린 후, 난 유괴를 당해 시골에 팔려갔어.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고생을 했고. 후에 난 기회를 틈타서 도망쳐 나온 거야.”이예린은 그때 당한 고통을 자세히 말하지 않았는데, 이를 들은 도윤이 먼저 물었다.“어떻게 도망친 거지?”도윤 역시 그때 일어난 구체적인 일에 대해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예린은 그때의 일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아주 간단해. 난 오래전부터 계획했는데, 라이터를 숨겨 그들이 모은 건초에 불을 붙인 거야. 그것은 초라한 초가집이었기에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불에 전부 타버렸어. 하지만...”이예린은 멈칫하다 계속했다.“불 붙이기 전, 난 그들 일가족을 방에 가두어 산 채로 태워 죽였어. 시골에서 도망쳐 나온 후, 난 한 달 넘게 밖에서 돌아다녔지만, 화상이 너무 심해서 모두들 날 괴물로 여기며 날 무시했어. 다행히 마음씨가 착한 사람을 만나서 나도 살게 된 거야. 그리고 몇 년 동안 수많은 수술을 거쳐 지금 이런 모습을 가지게 된 거고.”“왜 일찍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거야?”“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으면서 난 돼지만도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 매일 돼지우리에서 돼지들과 먹이를 빼앗으며 심지어 개집에서 잠을 잤어. 내가 어렸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진작에 날 강간해서 아이를 낳게 했을 거야. 그들은 내가 커서 그 집 아들의 마누라로 되길 바랐거든. 설령 내가 도망쳐 나왔다 하더라도, 이미 화상을 입어 본모습조차 알아볼 수 없었으니 내가 다시 오빠 앞에 나타날 자격이 어딨겠어?”“후에 수술을 거쳐 겨우 사람 모습을 되찾았을 때, 내가 또 어찌 오빠를 찾으러 가고 싶지 않았겠어? 그런데 그때 넌 무엇을 하고 있었지? 연애하느라 바빠서 내가 오빠에게 다가갔을 때, 날 알아보지도 못하고 심지어 내가 오빠에게 매달리려고 찾아온 여자인
이예린은 비록 뺨을 맞았지만 여전히 섬뜩한 미소를 드러냈다.“맞아, 난 미쳤어. 무엇때문에 나 혼자서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건데? 내가 이미 지옥에 처해 있는 이상,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거야. 오빠, 탓하려면 오빠 자신을 탓해. 오빠가 그 여자를 사랑했으니까!”말하면서 이예린은 또 무언가 생각났는지 계속 말했다.“날 때리는 건 괜찮지만 오빠도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 난 비록 주모자지만, 진정으로 소지아를 그렇게 만든 사람은 오빠야. 오빠 자신이 그 여자를 믿고 싶지 않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그 여자를 무시하고 괴롭혔잖아. 그 여자를 가장 많이 다치게 한 사람은 오빠지 내가 아니란 말이야.”도윤은 들었던 손에 힘이 풀렸다. ‘그래, 예린이 말한 게 맞아. 나야말로 지아를 그렇게 만든 범인이니 어떻게 다른 사람을 원망할 자격이 있겠어.’그는 힘없이 자리에 털썩 앉아 담배를 피웠고, 눈은 허공을 바라보았다.“지금 지아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어. 난 모든 것을 잃었으니 이제 만족하겠지?”이예린의 눈빛은 도윤의 수척하고 초췌해진 얼굴에 떨어졌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분위기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고, 담배 하나를 다 피운 다음, 도윤은 다시 이예린을 바라보았다.‘예린이 그런 일을 겪은 후, 심리에 변화가 생겨 극단적으로 지아를 질투하고 원망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겠지.’‘그러나 고작 이런 이유 때문에 나와 지아를 이간질하고, 우리의 가정 심지어 아이까지 잃게 만들다니. 그건 좀 아니지 않나?’“너 말고 또 누가 이 일에 참여했지?”“아무도 없어, 다 내가 혼자 한 짓이야. 목적은 소지아를 괴롭혀 죽이는 거고. 지금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날 죽이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난 후회하지 않으니까.”이예린을 불구로 만들었기에, 도윤도 더 이상 무슨 짓을 하지 않았다.그가 방에서 나오자, 진환이 따라왔다.“대표님, 뭐 좀 알아내셨습니까?”“자기가 지아를 질투해서 그런 거라고 말했어. 하지
지아는 연속 여섯 차례의 약물치료를 진행했는데, 21일마다 한 번씩 치료를 했다. 그리고 모든 약물치료를 끝냈을 때, 이미 6개월이나 지났다.이 6개월은 지아에게 있어 지옥과 다름없었다. 약물치료의 부작용은 이미 그녀의 모든 기관에 침투했다.지아는 유난히 추위를 탔고, 항상 손발이 차가웠으며 다리에도 힘이 없었고 심지어 뼈까지 몹시 아팠다.다빈은 그런 지아를 보며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지아 언니, 지금 이미 버텨냈어요. 여섯 번의 약물치료를 모두 끝냈으니 언니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대단하다고요.”지아는 침대에 누워 힘이 없었고 머리가 어지러운 동시에 눈앞이 아찔했다. 그녀는 허약하게 입을 열었다.“다빈아, 나 나가서 햇빛 좀 쬐고 싶은데, 좀 부축해줄래? 너무 오랫동안 누워 있었던 거 같아서.”“좋아요.”다빈은 휠체어로 지아를 밀고 밖으로 나왔다. 남반구에 있는 나라는 이제야 겨울에 접어들었다.이곳의 온도는 A시보다 훨씬 따뜻해서 가장 추운 시기에 처해 있어도 시내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겨울날의 햇빛이 몸에 따스하게 떨어지자, 지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손으로 머리 위의 약간 눈부신 빛을 가렸다.“지아 언니, 두려워하지 마요. 지금 비록 많은 부작용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것도 다 정상이니까요. 언니는 아직 젊어서 새로운 세포가 번식하는 속도가 아주 빠르니까, 이제 천천히 조리하기만 하면 기껏해야 6개월, 상태가 많이 좋아질 거예요.”“6개월이라...”지아는 가볍게 중얼거렸다.‘하지만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는 것 같은데.’날짜를 계산해 보면 지아의 두 아이는 이미 한 살 반이 되었다.‘한 살 반의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이제 엄마 아빠라고 부를 수 있겠지? 여기저기 막 뛰어다닐 수 있겠지?’‘미숙아라서 또래 아이들보다 작고 야윌지도 몰라.’‘미숙아를 살리려면 엄청 힘들었을 텐데. 전효 씨는 틀림없이 많은 신경을 쏟았을 거야.’속으로 고통 속에서 그냥 죽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할 때마다, 지아는 자신이
아픈 나날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지만 지금 지아는 무려 한 달 이상 더 기다려야 했다.지아는 한숨을 쉬었다. ‘전효 씨에게 하루빨리라도 연락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 사진만 볼 수 있어도 좋으니까.’그러나 전효는 신분이 특수했고, 지아도 예전의 번호를 감히 사용할 수 없었기에 그와 연락이 닿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애가 타는 기다림 끝에 도윤은 마침내 지아의 새로운 영상을 볼 수 있었다.지아는 이미 여러 날 정원에 나오지 않았는데, 몸이 매우 허약한 게 확실했다. 심지어 오늘 밖으로 나왔어도 그저 휠체어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도윤은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지난번에 비해 지아는 살이 또 좀 빠진 것 같았다. 얼굴에는 살이 하나도 없었고, 뾰족한 턱에 특히 그 두 눈은 더욱 무서울 정도로 컸다.“이번이 여섯 번째 치료겠지?”“네, 이번이 마지막 약물치료입니다. 사모님은 이제 조리만 잘하시면 되고요.”“지아라면 계속 남에게 신세를 지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몸이 조금만 좋아지면 바로 떠날 수 있으니 사람 시켜 별장 주변을 잘 지키라고 해.”“네, 대표님. 이제 나가시죠”도윤은 이미 귀국한 지 반년이 되었는데, 예전에 종래로 그 어떤 활동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도윤은 틈틈이 시간을 내서 비즈니스 연회나 자선에 관한 활동에 참가하곤 했다.도윤은 심지어 스스로 암 환자를 돕는 자선기금을 설립하여 병을 앓고 있으면서 돈이 없는 많은 불쌍한 사람들을 도왔다.기자들 역시 도윤의 일에 대해 앞다투어 보도하였고, 지아도 자주 뉴스에서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도윤은 전보다 더욱 야위었을 뿐만 아니라 안색도 무척 나빴다. 지아의 죽음은 그에게 큰 타격을 입힌 게 분명했다. 하지만 후회약이 또 어딨겠는가?지금 지아가 도윤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그가 국내에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일 뿐, 사랑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그래야 지아도 안심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이것은 도윤이 최근에 참가한 다른 한 자선 연회였다.
이 말을 듣자, 지아는 놀라서 손이 미끄러지더니 휴대전화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땅에 떨어뜨렸다. 쿵 하는 소리에 건우와 전화를 하고 있던 다빈은 깜짝 놀라 얼른 전화를 끊고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 언니, 왜 그래요?”지아의 얼굴은 백지창처럼 창백했다.“아무것도 아니야.”다빈은 지아를 대신해서 핸드폰을 주웠고, 생방송 화면은 마침 도윤의 얼굴에 고정되었다.다빈은 핸드폰을 닦은 다음 지아에게 건네주며 위로했다.“지아 언니, 걱정하지 마요. 그 사람은 지금 언니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거 모르니까 이제 그만 두려움에서 벗어나요.”다빈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도윤이 도대체 지아 언니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지금까지도 언니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일까?’지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론 여전히 매우 두려웠다. 지아는 자꾸만 도윤이 그녀가 죽지 않았단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응, 그 남자는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어.”지아는 중얼거리며 마음속으로 계속 자신을 설득했다. ‘만약 이도윤이 정말 알고 있다면 어떻게 날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있겠어? 아마 진작에 사람 시켜 날 잡아갔겠지.’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윤의 성격이 아니었기에 지아도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지아는 서둘러 생방송을 껐다. ‘다 이도윤 때문에 내가 이런 트라우마가 생긴 거야.’그 후 지아의 상태는 나날이 좋아졌다. 건우는 특별히 그녀에게 많은 유용한 의학 서류를 가져다주었는데, 앞으로 지아가 완치되면 여전히 의사로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지났고, 지아는 이미 휠체어 없이 스스로 침대에서 내려와 활동할 수 있었다.이번 달에 들어서자, 지아는 구토나 어지럼증이 많이 줄어들었고, 건우도 특별히 비밀 통로를 열어줘 밤중에 병원에 가서 몰래 MRI 검사를 해주었다.한밤중의 병원은 말이 안 될 정도로 조용했고, 각종 기기나 설비도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지아는 평온하게 침대에 누운 다음 30분이 지나서야 검사실에서
지아는 두 사람의 진지하면서도 단순한 얼굴을 마주하며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그동안 지아는 많은 좌절을 겪었고 또 많은 나쁜 사람들을 상대했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신을 도와주는 착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지아도 그리 재수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적어도 이번에 행운의 여신은 지아를 선택했다.“그래, 하지만 난 지금 많이 좋아졌으니까 다빈이 너도 이제 그만 병원에 출근해. 더 이상 날 돌볼 필요가 없어.”“하지만...”“난 이미 마음먹었어. 더 이상 두 사람이 날 위해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싶지 않아. 너무 미안하니까. 그리고 여긴 다빈이 네 신혼집이잖아. 내가 어떻게 계속 지낼 수 있겠어? 나 혼자서 지낸다면 작은 아파트 하나면 되고, 요리해 주는 아주머니만 있으면 돼. 그리고 평소에 난 혼자 내려가서 산책할 수 있고.”건우는 지아가 이런 사소한 일로 고민하게 하고 싶지 않아 바로 승낙했다.“알았어, 내가 바로 안배할게.”건우는 아주 빨리 지아에게 새집을 찾아주었는데 대형 평수의 아파트 1층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드나들기 편리하도록 정원까지 있었다.중요한 것은 정원에 꽃이 가득 심어져 있어 보기만 해도 사람 기분 좋게 할 수 있었다.지아는 짐이 별로 없었기에 그날 바로 이사를 갔고, 평소 밥해주던 아주머니도 따라갔다.지아는 이 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번화가에 있어 쇼핑하기에 아주 편리했고 주택단지도 아주 아름답게 가꿔졌다.“지아야, 일단 여기서 지내. 아주머니가 식사 챙겨줄 거야. 그리고 내가 경호원 하나 더 찾아줄게. 혼자 집을 나서는 건 너무 위험하니까.”지아는 거절하려고 생각했지만 지금 자신의 몸이 확실히 많이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휠체어를 쓰지 않으면 기껏해야 5분밖에 걸을 수 없었고 그것만으로도 지아는 이미 기진맥진했다. 만약 아주머니가 밥을 한다면, 그녀 혼자 외출하는 것 역시 많이 불편했다.“그래요, 고마워요.”“고맙다는 말 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부터 봐, 있다면
지아는 여전히 침착하게 물었다.“돈이 많이 부족한 건가? 집에 다른 식구는 없고?”강욱은 뒤통수를 긁적였다.“있어요. 고향에 제 어머니와 소 몇 마리가 있어요.”“결혼은 안 했어?”“이런 일을 하면서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장가를 가도 마누라 혼자 집에 두고 다시 나와야 하니까 괜히 좋은 사람 붙잡아두고 싶지 않아요”지아는 계속 물었다.“전에 어디서 일했지?”“저는 줄곧 떠돌아다녔어요.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해서 성인이 됐을 때, 군대에 들어갔어요. 제대 후 또 수많은 곳에서 일해봤는데, 카지노, 나이트클럽, 개인 보디가드, 싸움꾼, 아무튼 돈만 벌 수 있다면 더러운 일, 힘든 일 모두 다 해봤어요.”“여기 오기 전에는?”지아는 더 이상 예전의 착하고 명랑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차분하게 묻고 있었지만 몸에는 차가운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기에 지아도 더는 쉽게 사람을 믿지 않았다.강욱 역시 침착하게 대답했다.“카지노에서요. 저는 사장님 밑에서 일하는 사채업자의 싸움꾼이었어요.”“카지노에서 일하면 수입이 괜찮았을 텐데, 왜 그만뒀어?”“그렇긴 하지만 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거든요.”“잘못? 한 번 말해봐.”“제가 사람들 데리고 돈 받으러 갔는데, 상대방은 가정 형편이 많이 어려워서 약속 시간 내로 돈을 갚지 못했기에 그 남자 아내가 나이트에 가서 일하며 빚을 갚아야 했거든요. 당시 그들의 딸이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사정을 했고, 저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그렇게 카지노에서 잘렸어요.”건우도 따라서 말했다.“안심해. 내가 미리 조사해 봤는데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현지 우두머리의 미움을 사서 어쩔 수없이 이곳으로 온 거야. 그것도 내 믿을 만한 친구가 소개해 줬거든. 그리고 날렵해서 널 잘 보호할 수 있어.”지아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앞으로 넌 이곳에 남아서 일해.”지아의 태도는 미적지근했고, 심지어 몇 가지 규정까지 세웠다.지아의
그렇게 평범한 두 주일이 지나갔다. 지아는 강욱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이 사람은 집에 있을 때, 거의 아무런 존재감도 드러내지 않았다.오전에 지아가 집 안에 있으면 남자는 정원으로 나갔고, 안방은커녕 강욱은 거실조차 들어가지 않았다.지아가 밤에 잠든 후에야 강욱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지아가 깨어났을 때, 강욱은 이미 정원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있었다.지아는 외출하고 싶을 때, 강욱을 불렀고, 그는 휠체어를 밀면서 그녀를 데리고 마트에 가거나 때로는 동네를 돌아다녔다.필요한 말로 입을 여는 것 외에 강욱의 말은 아주 적었고, 가끔 지아는 이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그러던 어느 날, 강욱이 갑자기 거실 바깥의 유리문을 두드렸다.지아는 문을 열더니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남자의 무뚝뚝한 얼굴에 쑥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아가씨, 제가 방금 밖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너무 불쌍해 보여서요. 제가 키우면 안 될까요?”지아는 책을 내려놓더니 좀 의아해했다.“고양이?”강욱은 우물쭈물거리며 뒤로 한 두 손을 꺼냈다. 그의 손은 아주 컸지만 그 고양이는 아주 작았다.그것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하얀 새끼 고양이였는데, 어떤 동물에게 물렸는지 귀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자세히 보면 선명한 이빨 자국을 볼 수 있었다.지아는 고양이를 보자마자 눈물을 참지 못했다.눈동자의 색깔이나 귀에 있는 상처는 모두 하루와 똑같았다.지아는 지붕에서 떨어져 자신의 발밑에서 숨을 거둔 하루의 차가운 시체를 떠올렸다.“이건...”지아는 가슴이 무척 아파 손으로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려 했지만 또 고양이를 다치게 할까 두려웠다.요 며칠 강욱이 본 지아는 정서가 매우 안정되었고 표정은 역시 항상 침착하고 차분했다.그러나 지금, 지아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심지어 눈살까지 찌푸리고 있었다.“죄송해요, 아가씨. 저는 아가씨가 고양이를 싫어하실 줄 몰랐어요. 지금 바로 밖에 던질게요.”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