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상쾌한 몸으로 다시 병원으로 달려갔다.그는 먼저 들어가지 않고 진환에게 물었다. “상황은 어때?”진봉은 얼른 말했다.“아주 이상합니다. 사모님은 떠들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디저트까지 드시겠다고 하셨습니다.”“다른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중간에 경호원들의 부상에 대해 물어보셨고, 또 킬러들을 몇 명이나 잡았는지, 장민호란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사모님은 무척 냉정했습니다.”“넌 어떻게 대답했는데?”“사실대로 대답했습니다. 장민호는 이미 도망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요. 하지만 사모님도 다른 말씀 하지 않으셨고, 그저 피곤해서 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진봉은 머리를 긁적였다.“대표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사모님이 이렇게 나오시니 저는 오히려 좀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냉정하셔서 등골이 다 오싹하네요.”“지아는 나한테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윤은 지아가 자신을 따돌리고 자살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녀는 정말 깨달은 것 같았다.그가 살금살금 들어가자, 침대 위의 사람은 이미 눈을 떴다.그 깨끗한 눈빛에는 확신함이 스쳐 지나갔다.“난 네가 휴식하지 않고 다시 달려올 줄 알았어. 저쪽의 소파 좀 밀어내서 푹 쉬어.”도윤은 지아를 몇 번 더 살펴보았다.“지아야, 너 정말 괜찮은 거야?”“나한테 무슨 일이 더 있겠어? 의사 선생님의 치료에 협조해서 일찍 회복하고 싶은 뿐. 참, 내 오른손 말이야, 지금 약간의 감각이 있는 것 같아. 나한테 가장 좋은 의사 하나 찾아줘. 난 이대로 장애인이 되고 싶지 않아.”이 반년 동안 지아는 비록 오른손의 치료를 멈추지 않았지만, 그녀가 임신했기에, 많은 약물과 치료 방식을 사용할 수 없었다.다행히 지아는 줄곧 침을 놓았기에, 방금 그녀는 자신의 손에 약간의 감각이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이것은 아마도 그녀의 엉망진창인 인생에서 유일한 좋은 소식일 것이다
“지아야, 난 지금 일부러 누구의 편을 들고 있는 게 아니야. 이것은 독충 답지가 않거든. 이예린이 만약 정말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너에게 독을 탈 기회를 찾아 바로 죽였을 텐데, 굳이 이런 수단을 쓸 필요가 있을까? 너도 지금 독충의 리더가 진수련이라는 거 알잖아. 정일 아저씨가 세상을 떠난 후, 진수련은 독충을 데리고 A시를 떠났어. 이예린도 몇 달 전에 이곳을 떠났고.”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블랙X를 매수한 사람은 엄청난 재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블랙 넷과 관련이 있어. 이 사람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깔끔하면서도 마음이 독하거든. 지아야, 잘 생각해봐. 혹시 전에 누구 잘못 건드린 적이라도 있니?”지아는 고개를 저었다.“내 과거에 대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난 대학 수업도 마치지 못하고 너와 결혼해서 아이를 가졌으니 누구를 건드릴 수 있겠어? 그것도 쉽게 200억을 꺼내 내 목숨을 원하는 사람을.”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난 이 사람이 네 진정한 부모님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돼. 진희 이모가 백혈병에 걸렸기 때문에 넌 진희 이모와 DNA를 검사했고, 네가 그들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지. 만약 누군가 계속 조사하려는 널 막기 위해 킬러를 고용했다면, 이제 넌 죽기만 하면 아무도 그 비밀을 모를 거야.”이것이 유일한 가능성이었다.지아는 더욱 자신의 진정한 가족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다. 그녀는 지금 살아갈 동력이 생겼다.지아는 두 아이와 미연의 목숨까지 짊어졌으니, 어떻게든 자신의 모든 것을 되찾아야 했다.“블랙 X는 계속 사람을 보내서 날 죽일까?”“결과를 본다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이번에 블랙X는 100명을 동원했고,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사람들도 일반 경호원이 아니란 것을 몰랐기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어. 비록 일부 사람들이 도망쳤지만, 우리는 대부분 사람들을 잡았어. B급과 A급은 말할 것도 없고, C급도 그들에게 있어 아주 소중한 인재야. 임무가 실
지아의 눈빛은 맑지도, 냉정하지도 않았고 오직 끝없는 광기와 고집만이 들어있었다.울화산은 사람들에게 죽음의 섬이라고 불리는 특전사를 훈련시키는 비밀 기지로, 들어가면 거의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은 모두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는 고아거나 전쟁 때문에 집을 잃은 아이들, 아무튼 모두 혼자였다.대부분 아주 어릴 때 훈련을 받았는데, 지아처럼 이렇게 큰 사람은 없는 게 아니지만 이 방면의 배경이 있어야 했다.만약 그녀가 이렇게 경솔하게 들어간다면 죽음뿐이었으니 도윤이 놀랄 만도 했다.“지아야, 그런 생각 하지 마. 너 전에 일반인들을 위한 병원을 세우고 싶다고 했잖아. 비록 백채원이 이름을 바꿨지만, 이 병원은 이미 운영을 하기 시작했고, 국내외 최고의 의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그리고 나는 진찰받기 불편하고 또 돈이 없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또 하나의 재단을 설립했는데, 지금까지 이미 백여 명이 도움을 받았어. 그중에는 농아까지 있다고. 그리고 노인들을 위해 스페셜 재단을 설립했어. 이 세상은 완벽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항상 누군가가 아름답게 꾸미고 있단 말이야. 만약 네가 없다면,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진찰받을 돈이 없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지아는 눈물을 글썽였다.“내가 천하의 모든 사람을 구했다고 해도, 내 친구, 나 자신의 아이조차 구할 수 없으니 아무리 많은 사람을 구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가 살고 있는 한, 목표는 단 한 가지 뿐, 바로 복수야.”도윤은 가볍게 탄식하며 지아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이제 그만 자.” 지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하늘에 나타난 그 한줄기의 빛을 바라보며, 눈빛에 하늘을 찌를 듯한 원한이 가득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배를 만졌는데, 6개월 동안 익숙해진 습관을 일시에 고칠 수가 없었다.지아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자신의 뱃속에 이미 아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활발하고 해맑은 이웃이 어느 날 갑자기 이사를 간 것처럼, 그녀는 아직 익숙해지지
새까만 하늘에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찬바람은 촛불을 흔들었고, 사람들은 더욱 슬피 울었다.지아는 자신의 얼굴에 떨어진 빗물을 만지더니 가볍게 중얼거렸다.“미연아, 네가 돌아온 거야?”두 방울의 빗물은 마침 사진 속 미연의 눈에 떨어졌고, 마치 사진 속 사람이 웃음을 머금고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해 보였다.지아는 묘비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연아 걱정하지 마, 내가 네 가족들을 잘 챙겨줄게. 앞으로 네 가족이 바로 내 가족이니까 너도 이제 안심하고 떠나. 다음 생에…… 다음 생에는 꼭 좋은 집안에 환생하고.”장례식 이후, 온 마을은 보슬보슬한 이슬에 휩싸여졌다.지아는 급히 떠나지 않고, 미연이 전에 살았던 집으로 향했다.그녀의 가족들은 도시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중요한 날을 제외하고는 평소에 거의 돌아오지 않았다.집안은 전체는 낡아 보이며, 마당에 서 있는 사과나무와 포도덩굴은 빗속에서 쓸쓸함을 나타냈다.지아는 포도덩굴 아래에 서 있었는데, 눈앞에 마치 귀여운 소녀가 무더운 여름 저녁에 이곳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과일을 먹으며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누나도 이런 포도를 아주 좋아했는데, 아쉽게도 앞으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겠네요.”강은환은 지아의 곁에 서서 예전의 미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지아는 매우 진지하게 들었고, 가끔 웃기도 했다.“미연이도 참, 장난꾸러기가 다름없네.”“그래요, 전 마을에서, 우리 누나가 제일 큰 장난꾸러기였어요. 하지만 누나는 성적이 아주 우수했고, 덕분에 우리 가족도 시내로 이사를 갈 수 있었던 거예요. 아빠 엄마는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우리 남매를 부양했고, 난 좋을 날이 곧 다가올 줄 알았어요. 그러나 뜻밖에도…….”지아는 그의 빨개진 눈을 마주하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울지 마. 앞으로 내가 바로 네 누나니까 너도 반드시 열심히 공부해서 미연이 실망시키지 말아야 해.”“네.”미연 일가를 공식으로 자신의 가족으로 삼기로 결정한 뒤, 날이 점점 어두
지아는 멍하니 그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고 한 쌍의 눈은 무척 혼탁했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고, 주름이 가득한 입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할머니, 지금 저랑 말씀하시는 거예요?”“맞아요! 맞아요!” 노인은 흥분해하며 지아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손은 마른 나무껍질처럼 거칠어 지아는 아픔을 느꼈다.지아는 깜짝 놀랐다. ‘이 할머니는 뜻밖에도 나와 존댓말을 하다니. 분명히 연세가 꽤 있으시고, 또 나와 아는 사이가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흥분해할까?’“할머니, 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제가 어떻게 사람을 잘못 봤을 수가 있겠어요? 아가씨, 정말 살아생전에 아가씨를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가씨는 여전히 그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변화도 없네요.”할머니는 지아를 자세히 바라보았다.“아니다, 좀 마르신 것 같네요. 그리고 이 얼굴도 좀 이상하네.”조미자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어르신, 분명히 사람을 잘못 보았을 거예요. 지아는 여태껏 우리 마을에 온 적이 없어요. 이번이 처음이라고요.”“지아?” 할머니는 지아를 에워싸고 한 바퀴 돌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다.“음, 이상하긴 하네. 넌 우리 아가씨보다 키가 더 크고 더 말랐어. 생김새도 좀 다르고. 하지만 얼굴은 우리 아가씨와 너무 닮았잖아.”지아와 도윤은 눈을 마주쳤다.‘설마 이 할머니가 내 가족을 알고 있단 말인가?’“할머니,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 보세요, 제가 누구랑 닮은 거죠?”“환희 아가씨.”‘환희?’지아의 이런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이 할머니는 유일하게 자신의 진정한 가족을 찾을 수 있는 단서였기에 지아는 조급해하며 물었다.“환희 아가씨는 누구예요? 지금 어디에 있죠? 할머니는 또 그분과 어떻게 알고 있는 사이죠?”“환희 아가씨가 바로…….”어르신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곧 머리가 텅 비었고, 다시 손에 들고 있던 이불을 건네주었다.“이보게, 자네 딸도 너무 비참하
자신이 누군지조차 잊어버린 사람이었지만, 이런 습관은 이미 어르신의 뼛속에 새겨진 것 같았다.“할머니, 여기가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시고 일단 들어가세요.”지아도 이 별장은 처음이라 들어서자마자 훑어보았고, 도윤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방 하나를 가리켰다.“아주머니더러 임시로 방을 하나 정리하라고 했는데, 할머니는 잠시 여기에서 지내면 돼. 매일 너와 함께 있으면, 전의 일을 더욱 빨리 기억해 낼지도 몰라.”“좋아.”“먼저 이틀 동안 적응부터 하도록 하자. 그다음 내가 사람 시켜 할머니에게 전신 검사를 하라고 할게.”“고마워.”도윤에 대한 지아의 태도는 줄곧 미적지근했고, 마치 그가 그녀의 이웃인 것 같았다.도윤은 한숨을 내쉬면서, 지금 지아와의 사이를 즉시 개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지아야, 그래도 푹 쉬어야 해. 너의 몸은 결코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오늘부터 사람을 보내 네 손을 치료하라고 할게. 아버님 쪽은 의료팀이 24시간 동안 간호하고 있으니 안심해. 별일 없을 거야.”도윤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는데, 지아는 아무런 트집도 잡지 못했다.이번에 미연의 장례식을 참가하느라 차를 오랫동안 탄 데다, 어젯밤 밤새 자지 못했기에 지아는 매우 피곤했다.그래서 그녀는 장씨 아주머니에게 몇 마디 당부한 다음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지아가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도윤은 서재에서 일했고, 아주머니와 할머니는 오히려 사이가 아주 좋았는데, 두 사람은 뜻밖에도 신발 깔창을 만들기 시작했다.“어머, 어르신, 눈이 정말 좋네요, 여든이 넘은 사람이 바느질을 어쩜 이렇게 잘하실까.”“내가 자랑하는 게 아닌데, 난 우리 마을에서 바느질 솜씨가 가장 좋은 사람이야. 옛날에 마을 사람들의 옷도 다 내가 만들어 줬거든. 내가 도시에서 일해본 적이 있으니 유행을 잘 알 거라고 하면서. 그런데 내가 전에 일한 집안의 환희 아가씨는 얼마나 젊고 예쁜지, 아가씨가 입은 옷감도 모두 가장 좋은 거였어.”이 말을 할 때, 어르신은 무척
도윤은 눈썹을 찌푸렸다.“어느 도시인데?”“할머니도 모른다고 하셨어. 그 당시 고향에서 올라와 줄곧 떠돌아다녔고, 목적지도 없었으니 그저 다른 사람들을 따라갔다고 말했거든. 전에 있던 그 도시는 바다와 가깝다고 했어.”“60여 년 전이라면, 국내는 전쟁에 처해 있었지. 각지의 세력들은 사방으로 지반을 나누며 왕으로 사칭했고, 또 셀 수 없이 많은 산적과 도적, 민간의 각종 조직이 있었어. 그때의 역사는 혼란스러웠기에 지금 각지의 이름조차도 고치고 또 고쳤으니 이런 단서만으로는 아마 정확하게 찾을 수 없을 것 같아.”“괜찮아, 천천히 찾아봐, 할머니를 만날 수 있어서 난 이미 엄청 기쁘거든. 하늘도 우리에게 힌트를 준 셈이야. 앞으로 할머니가 더 많은 일을 떠올릴지도 모르잖아.”“지아야, 그것도 그렇지만 너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 그 할머니가 모시던 환희 아가씨가 너와 닮았다고 해도 우연일 수가 있어. 이 세상에는 비슷한 사람이 있는 것도 정상인 데다, 그것은 60년 전의 일이었으니, 너의 가족과 관계가 없을 수도 있거든.”도윤은 지아가 너무 많은 희망을 품다 또 크게 실망을 할까 봐 두려웠다.“알겠어, 의사 선생님 불러와서 내 손 치료해 달라고 해.”지아는 자신의 손목을 만졌다. 그녀는 어떤 방식을 쓰든 손을 치료할 것이고 절대로 이렇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매번 지아의 손목을 볼 때마다, 도윤의 마음속의 자책감은 점점 많아졌다.“요즘 약물과 치료가 점점 심해졌다고 들었는데, 견딜 수 있겠어?”“응, 새로 바꾼 의사, 정말 대단해.”지아는 매일의 치료과정이 고문을 받는 것처럼 고통스럽다고 말하지 않았다.손을 고칠 수만 있다면 아무리 아파도 지아는 참을 수 있었다.날은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갔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도윤은 지아가 이미 철저히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푹 쉬라고 했지만, 지아는 매일 헬스방에서 아주 긴 시간을 보냈다.불과 한 달 만에 지아의 배는 이미 평탄하게 회복되어 복근까지 생겼다.오른손
도윤은 가죽 소파에 기대어 머리를 뒤로 기댔다. 잘생긴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는데 두 눈을 꼭 감고 잠든 것 같았다.지아는 도윤을 바라보았는데, 깨우지 않고 조용히 그의 맞은편에 앉아 프로그래밍에 관한 책을 보았다.창밖에서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도윤은 그제야 유유히 깨어났다.바깥의 쓸쓸한 광경을 보니, 아마 곧 눈이 내릴 것 같았다.방 안의 불빛은 밝았고, 바깥의 어두컴컴한 하늘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탁자 위에는 오늘 아침에야 원산지에서 온 생화가 아담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기까지 있었다.이 별장은 도윤에게 집이란 느낌을 안겨주는 곳이었다.그러나 아무리 아늑하게 꾸며도, 그와 지아는 이미 돌아갈 수가 없었다.전에는 밖이 더 추웠지만, 지금은 그들의 관계가 더욱 싸늘해졌다.만약 예전에 도윤이 자고 있는 것을 봤다면, 지아는 틀림없이 그에게 담요를 덮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지아는 도윤의 맞은편에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눈빛은 부드러웠고 표정은 담담했다.“깼어? 뭐 좀 알아냈다면서?”지아는 깔끔하게 입을 열었고, 심지어 아무런 쓸데없는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지아의 마음속에, 도윤은 도구일 뿐이었고, 그녀도 여태껏 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이것은 그가 그녀에게 빚진 것이었으니 도윤은 속죄만 하면 됐다.“응, 그동안 내가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문화로를 조사하게 했는데, 전국적으로 총 52개의 거리가 이 이름을 가지고 있어, 그중 30여 개의 거리가 정돈하거나 개명되었고, 심지어 나라에서 토지를 수용하기도 했어, 오랫동안 조사한 결과, 우리는 마침내 할머니가 말한 문화로가 바로 지금의 H시에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어.”“이건 좋은 소식이야. 그리고 나쁜 소식이 있는데, 바로 H시의 지리적 위치가 매우 특수하다는 거야. 예로부터 그것은 전략적 요충지였고, 60몇 년 전에 큰 폭격을 당한 적이 있는 데다 후에 또 외국의 세력에 의해 십여 년 동안 통제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