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의문을 가지고 재빨리 떠났지만, 소시후는 갑자기 그녀의 입을 막더니 그녀를 끌고 한쪽으로 숨었다.소시후의 몸에는 은은한 훈향이 났기에 지아는 그라는 것을 알고 크게 놀라지 않았고 그저 그가 이러는 이유가 궁금했다.소시후는 지아에게 아래를 바라보라는 눈빛을 주었다.‘밑에 뭐가 있는 거지?’그들은 2층 테라스에 있었고, 1층의 잔디밭에는 어느새 두 사람이 서 있었다.설령 그중 한 사람이 자신을 등지고 있다 하더라도, 지아는 한눈에 상대방을 알아볼 수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이도윤이었다.그리고 그는 몸매가 가녀리고 하얀 치마를 입은 여자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그것은 방금 그들과 만난 이예린이었다.‘이도윤의 목적은 독충을 일망타진하는 것인데, 설마 그는 진작에 그 사람이 바로 이예린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단 말인가?’이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자 지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러나 지아는 또 고개를 저었다. ‘이도윤은 그래도 날 사랑하고 있었으니 틀림없이 이런 일로 날 속이지 않을 거야.’‘이건 그냥 우연일 거야. 그도 최근에 무언가를 눈치챈 거야.’그러나 다음 순간, 지아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이거 놔!” 이예린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해왔다.“예린아, 너 이예린 맞잖아.” 도윤은 씁쓸하게 말했다.“부인할 필요 없어. 만약 날 관심하지 않았다면, 넌 레오가 날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을 테니까. 난 이미 조율과 다시 유전자 검사를 했어.”이예린은 도윤을 등지고 있었고, 가면으로 가린 얼굴은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왜 굳이 날 찾으러 온 건데? 그냥 여동생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라고.”이 말은 즉 자신이 바로 이예린이란 것을 묵인한 것과 다름없었다.위층의 지아는 실망을 느끼며 온몸이 차가워졌다.‘이도윤은 심지어 나보다 더 일찍 이 사실을 알고 있었어.’‘조율의 무덤을 건드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도윤이었어.’‘근데 웃기게도 그는 줄곧 날 속이고 있었다니. 심지어 내가 진실을 조사하는
지아는 계속 듣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떠났다.그곳에 남아있는 그 자체가 바로 그녀 자신에 대한 모욕이었다. ‘그동안 이도윤에 대한 나의 사랑, 정말 보잘것없군.’비록 이예린은 소씨 집안과 지아의 인생을 망쳤지만, 도윤은 여전히 그녀를 자신의 착한 여동생이라 여기고 있었다.지아는 그날 밤 이예린이 자신에게 독약 주사를 놓아주려고 한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하마터면 이 세상을 떠날 뻔했다.그래서 아래층에 있는 도윤이 숨 쉬는 것조차 지아는 징그럽다고 느꼈다.‘전에 내 앞에서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 대신 끝까지 조사할 거라고 말했지만, 결국 증거를 없애버려 내가 영원히 진실을 알 수 없게 하려고 작정했던 거야.’‘이게 바로 이도윤의 진심이란 말인가?’지아는 떠날 때 테라스에서 돌을 하나 주웠는데, 한순간, 그녀는 정말 도윤의 머리에 그 돌을 던지고 싶었다.지아는 심호흡을 하며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떠났다.이예린의 목소리는 전보다 많이 굵어졌고, 이번에 그녀는 위장하지 않았다.“네 여동생은 이미 죽었어. 지금 네 앞에 있는 난 단지 시체일 뿐이야.”이예린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감정도 없었다. 도윤은 어릴 때의 이예린이 무척 귀엽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분명히 꽃 같은 나이의 소녀인데, 왜 죽어가는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일까?’“예린아, 너 내 동생 맞잖아. 오빠한테 말해봐. 그동안 왜 집에 돌아오지 않은 거지? 그리고 분명히 지아가 네 새언니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 왜 또 그런 일을 한 거야?”이예린은 그에게서 벗어났다.“다 내가 한 거 맞으니까 그녀를 위해 복수하고 싶다면 그냥 날 죽여. 어차피 나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으니까.”말을 마치자 이예린은 목을 꼿꼿이 치켜세웠고 두려운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도윤은 더욱 어리둥절해졌다.“넌 지아와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왜 소씨 집안을 망치려고 한 거지?”요 며칠 도윤은 머릿속으로 이예린과 다시 만나는 장면을 수도 없이 상상해왔지만 유독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이예린은 심지
백정일은 아직 여기에 있었기에, 이 결정적인 순간에 도윤은 백정일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이예린을 자극하지 않았다.이예린을 만났을 때의 모든 복잡한 감정은 결국 실망으로 변했다. 도윤은 어릴 때 분명히 그렇게 귀여운 여자애가 어떻게 오늘처럼 변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너 성형했어?”심지어 이예린보다 조율이 더 이씨 집안사람 같았다. 도윤은 지금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았다.“응.” 이예린은 오히려 솔직하게 말했다. 도윤이 묻는 한, 그녀는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왜?”그녀는 도윤의 시선을 피했다.“이제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여긴 안전한 곳이 아니니까 그만 떠나고, 날 본 적 없는 걸로 해”하지만 도윤은 이예린의 앞을 가로막았다.“넌 집에 돌아가려 하지도, 나란 오빠를 인정하려 하지도 않고 심지어 지아에게 상처까지 줬어. 그러니 적어도 설명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무엇 때문에 억울한 사람들을 죽인 거지? 넌 어렸을 때 기르던 새끼 고양이가 죽어도 슬퍼서 며칠 동안 밥을 먹지 않았잖아. 근데 어떻게 지금 이런 모습으로 된 거지?”도윤은 그때 이예린이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후에 지아가 줄곧 기르던 하루조차 데려오지 못하게 했다. 그 슬픈 일을 떠올릴까 봐.이예린은 가볍게 웃었다.“내가 정말 고양이가 죽었기 때문에 슬퍼한 거라 생각한 거야?”그녀는 턱을 치켜들며 입가에 도윤이 본 적이 없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내가 새끼 고양이에게 수면제를 먹였거든. 매일 밤 울부짖어서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근데 정말 아깝군. 겨우 약을 3일 먹였을 뿐인데 바로 죽었다니.”지금의 이예린은 그 익숙한 눈동자 외에 완전히 낯선 사람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도윤의 곁에 몇 년 동안이나 있었지만, 그는 알아보지 못했다.“왜 죽인 거야? 싫으면 그냥 남에게 주면 되잖아.”“그럼 누가 나랑 놀아주는데? 오빠는 그때 무척 바쁘지, 엄마는 또 가끔 정신병이 발작하지, 아빠는 일 년 내내 얼굴조차
이예린은 도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응, 그런 괴로운 나날을 참을 만큼 참았으니까. 그래서 도망갔어. 바깥 세상을 보러 가고 싶었다고. 다만 그때의 나는 여전히 순진했고, 이 세상에 엄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모두 착하다고 생각했어…….”여기까지 말하자 그녀는 멈추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도윤은 계속 물었다.“설사 어머니가 널 괴롭혔다 하더라도, 지아는 무슨 죄가 있는 거지? 그녀를 그렇게 괴롭힌 이유가 대체 뭐야?”“지아, 지아, 그놈의 지아.” 이 이름을 듣자 이예린의 눈빛은 갑자기 으스스해졌다.그녀는 흥분해지더니 심지어 도윤의 옷깃까지 잡아당겼다.“내가 오빠 찾으러 돌아간 적이 없을 거 같아? 그때 오빠 눈에는 나란 여동생이 있긴 한 거냐고? 오빠 마음속에는 그녀밖에 없었지. 난 오빠가 그녀에게 웃고, 그녀를 아끼는 모습을 보았어. 마치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그녀는 얼마나 행복하게 웃던지…….”억지로 참았던 눈물은 이 순간 뺨을 따라 떨어졌고, 이예린은 소리를 질렀다.“오빠는 내가 그동안 어떤 나날을 보냈는지 알아? 오빠를 다시 볼 수 있기 위해 내가 무엇을 겪었는지 아냐고?”따뜻한 눈물은 도윤의 손등에 떨어졌다.“내가 그 어두운 굴레에서 도망쳐 나와 목숨을 걸고 오빠를 찾으러 갈 때, 오빠는 오히려 그 소지아만 사랑했어. 분명히 내가 오빠의 가족인데 말이야. 오직 나만이 오빠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이예린은 편집증적인 모습을 드러냈고, 도윤은 그 모습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는 자학적인 어머니에게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발병할 때마다 이예린과 같은 눈빛을 보였다.정신병은 유전될 수 있었고, 이예린은 또 어릴 때부터 줄곧 어머니의 학대 속에서 자랐다. ‘설마 그녀에게도 이런 증상이 생긴 건가?’“예린아, 넌 내 여동생이자 내 가족이고, 지아는 내 아내이자 네 새언니이니 그녀도 너의 가족이지. 넌 그녀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사랑해야 해.”“사랑? 내가
뽀얀 피부와 대조를 이룬 그 상처는 무척 끔찍해 보였다. 도윤은 즉시 이예린의 소매를 위로 걷어 올렸다. 팔 전체에 상처가 있는 것을 보자 그는 또 그녀의 다른 손을 살폈다.도윤을 놀라게 한 그것은 그 한두 개의 흉터뿐만 아니었는데, 이예린이 일부 화상까지 입었단 것이었다. 피부에 가득한 그 구불구불한 흉터는 보기만 해도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어쩌다 이렇게 다친 거야?”이예린은 맹렬하게 도윤에게서 벗어났고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빠와 상관없어. 날 죽이지 않을 거면 난 이제 떠날 거야. 앞으로 내가 죽든 살든, 오빠와 상관없는 일이라고.”말을 마치자 이예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고, 도윤은 막고 싶었지만 막지 못했다.그는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요 몇 년 동안 예린은 밖에서 도대체 무엇을 겪은 거야?’……방안의 지아는 어두운 얼굴로 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물끄러미 자신의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소시후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이제 볼일 다 봤겠지? 이곳은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내가 바래다 줄게.”지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일인데?”“대표님, 날 도와 백채원을 구해 주실 수 있나요?”소시후는 고개를 저었다.“지아 씨는 어머니를 구하고 싶은 거지? 백채원의 골수가 지아 씨 어머니와 일치하더라도 그녀는 병원의 요구대로 정상적인 상태에서 기증해야만 하거든. 지금의 백채원은 거의 죽어가고 있었으니 신체기능은 일반인과 비교할 수가 없지. 이런 상태에서 다시 골수를 기증하는 것은 그녀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야. 지아 씨도 의대 나왔으니 나보다 더 잘 알 텐데.”“만약 지아 씨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이 아직 좀 있다면, 백채원이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만, 지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가장 좋은 방법은 백채원의 목숨으로 지아 씨 어머니의 목숨을 살리는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아 씨 어머니는 반드시 나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지
소시후는 씁쓸하게 웃었다.“전 세계에 인구가 그렇게 많았으니 신장을 하나 찾는 것은 확실히 어렵지 않지만, 어려운 것은 합법적인 신장을 찾는 거야.”이 말을 듣자 지아는 바로 깨달았다. 천웅과 독충 두 조직의 의견이 점차 갈라진 것도 협력 이념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었다.자발적으로 장기를 기부하는 사람들은 결국 소수였다. 대부분은 암시장의 사람들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멀쩡한 사람을 잡아와서 장기를 팔았던 것이다.소시후는 품성이 훌륭했기에 당연히 그런 신장을 원하지 않았다.“대표님, 떠나시기 전에 나와 신장이 일치하는지 검사해보는 건 어때요?”“지아 씨, 그게 무슨 말이야?”지아는 가볍게 웃었다.“대표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나도 대표님과 아주 특별히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우리의 신장이 일치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만약 정말 일치하다면, 난 대표님과 거래를 하고 싶은데.”소시후는 눈살을 찌푸렸다.“지아 씨,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거지? 직접 나에게 말해봐.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반드시 도울 테니까.”“신장이 일치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요. 괜찮아요. 사람마다 신장이 두 개 있으니 하나 정도 없어도 아무런 영향이 없잖아요?”하물며 지아는 이미 불치병에 걸렸으니 죽기 전에 최대한 남을 돕고 싶었다.세상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거저 얻어먹을 수 있는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소시후는 앞에 있는 이 여자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분명 겨우 21살밖에 안되는 나이였지만, 지아의 눈빛은 희망이 없어 보였고,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아팠다.그 순간, 소시후는 심지어 지아가 자신의 친여동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는 그녀를 제대로 관심하고 보호할 수 있었다.“대표님, 그래도 될까요?” 지아는 재삼 부탁했다.소시후는 어쩔 수 없었다.“지아 씨가 원한다면.”어차피 소시후는 요 몇 년 동안 줄곧 적합한 신장을 찾지 못했기에, 그는 지아의 신장이 자신과 일치할 거라 믿지 않았다.그는 앞에 있는 소녀가 억지
도윤은 지아의 말을 그다지 믿지 않았다. 만약 병원에 가는 것뿐이었다면, 지아는 굳이 한밤중에 떠날 필요가 있었을까?그러나 이예린의 일은 그로 하여금 지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했다. 도윤은 이미 전처럼 지아를 거칠게 대할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지아 곁으로 걸어간 다음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한밤중에 집에서 나온 거야? 경호원까지 따돌리고. 그러다 위험에 부딪히면 어쩌려고? 내가 말했잖아, 밖은 아직 위험하니까 어딜 가던 경호원 데리고 있으라고.”지아가 소시후의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니 도윤도 지아의 불만을 불러일으킬까 봐 더 이상 물어보지 못했다.“잠이 안 와서 나왔어.”도윤은 자신의 손등을 만지며 지아를 떠보았다.“소시후의 차에 올랐다고 들었는데, 그와 친한 사이야?”“아니. 단지 우리의 모두 성이 소씨이기 때문이야. 게다가 난 그를 구한 적이 있어서. 마침 그도 병원에 가는 길이라 날 태워줬을 뿐이야.”지아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간단하게 말했다.“너 어젯밤에 독충의 기지에 갔다며? 뭐 좀 알아냈어?”지아의 눈빛은 도윤의 그 잘생긴 얼굴에 떨어졌는데, 이는 그녀가 도윤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였다.도윤은 대답을 하려 했지만, 머릿속에는 이예린의 그 상처투성이로 된 팔이 떠올랐다.그는 아직 이 일을 처리할 가장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적어도 도윤은 지아를 다치게 하지 않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그러나 도윤은 중요한 일을 잊어버렸다. 그가 지아에게 모든 사실을 숨기기로 결정했을 때, 이것이 바로 그녀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큰 상처란 것을.“한 고성에 찾아갔는데, 그곳은 현재 독충의 비밀 기지야.”지아는 도윤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의 표정을 조금도 놓치지 않았다.“그래? 뭘 발견했는데?”“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몰래 찾아갔는데, 확실히 아주 큰 정보를 얻었어. 독충으로부터 많은 비밀 연구 개발 자료를 복사했거든. 이미 기술부에 넘겨 처리하라고 했어.”“자료 말고, 다른 사람 못 봤어?”도윤은
도윤은 지아의 몸에서 나는 차가운 기운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는 강제적으로 그녀를 데려갈 수 있었다.그러나 이런저런 일들이 발생한 후, 도윤은 그저 전의 잘못을 메우고 싶었고, 심한 말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차가운 눈빛조차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지아야, 그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발생해서 네 기분이 나쁘다는 거, 나도 잘 알아. 안심해. 난 가능한 한 빨리 네 아버지를 구해올 테니까 그는 괜찮을 거야.”지아는 도윤을 등진 채 계속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우리 아빠를 찾아오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거야? 그 주모자를 찾지 않으면 돌아와도 다시 다른 사람에 의해 죽겠지. 전에 나 대신 조사해 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언제 결과를 알려줄 거야?”만약 예전의 도윤이라면 단호하게 지아에게 말할 수 있었지만, 이 순간 그는 아무런 저력이 없었다.그는 지아에게 그녀의 가족을 다치게 한 것은 자신의 친여동생이란 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예린을 포기해?’그러나 이예린은 도윤의 가족이었다.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하게 여긴, 그것도 그동안 줄곧 헤어져 가까스로 찾은 그의 친여동생이었다.도윤은 지아에게 모든 것을 밝히고 싶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이 모든 일의 자초지종에 대해 알고 싶었다.그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지아야, 이 일은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내가 너와 약속했으니 당연히 잘 조사할 거야. 그러니까 우선 조급해하지 말고 나와 함께 집에 가서 푹 쉬어.”지아는 코웃음을 쳤다.“나 요 며칠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 우리 엄마와 함께 있을 거야.”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을 보고, 도윤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계속 여기에 남아 지아와 함께 있을 수 없었다.도윤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 두 사람의 컨디션이 모두 좋지 않았기에 계속 대화하는 건 좀 위험했다.“여기에 남아있어도 되지만 진봉을 곁에 두고 있어. 무슨 돌발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