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의 추적기를 보고 진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사모님은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이도윤은 추적기를 들고 다시 안에 쑤셔넣었다.“영준에게 돌려줘.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예, 대표님.”이도윤은 넥타이를 어루만졌다. 소지아가 자신의 비서가 되겠다고 했을 때 그는 이미 의심하기 시작했다.소지아의 성격으로, 자신에게서 멀어질수록 좋은데 또 어떻게 자신의 곁에 남아있으려 할 것인가.‘나한테 원하는 뭔가가 있을 텐데.’돈?소지아는 쉽게 수백억을 기부할 수 있었으니 돈 때문은 아니었다.‘그럼 소계훈밖에 없군.’그날 소지아의 말하려다 그만둔 모습을 생각했다. ‘그녀는 무엇을 알아냈을까?’이도윤이 침묵하고 말을 하지 않자 진환도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떠보며 물었다.“사모님 이쪽은…….”“일단 가만히 있어. 나는 오히려 그녀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보고 싶군.”이도윤의 손가락은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소지아가 여기에 두번이나 왔었다는 것을 생각했다.“이따가 사람 찾아 내 사무실 좀 검사해,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추적기를 넣을 수 있었으니 나에게 뭐 했을지도 몰라.”“알겠습니다, 대표님.”이도윤은 눈을 드리우고 책상 밑을 바라보았는데 눈앞에 또 불쌍하게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지아의 모습이 떠올랐다.이번 조사에서, 이도윤은 뜻밖에도 의외의 수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의 사무실에는 뜻밖에도 작은 감시 카메라 몇 개가 숨겨져 있었다.진환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대표님, 이…….”“소지아가 한 게 아니야.”그녀는 최근에야 사무실에 왔는데, 이 몇 개의 감시 카메라는 모두 사무실의 은밀한 구석에 숨겨져 있었다.소지아는 이렇게 빨리 사무실의 환경을 장악할 수 없었다.진봉은 다급했다.“대체 누가 이렇게 겁이 없는 거죠? 감히 이 물건을 대표님의 사무실에 숨기다니?”“모델을 확인해.”“이 감시 카메라의 대기 시간은 최장 1년이야, 방금 배터리 사
소지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귀신도 아니고!’‘이 남자는 일찍 집에 돌아가서 백채원을 달래지 않고 여기에 숨어서 무엇을 하는 거지?’“대표님, 정말 공교롭군.”이도윤은 위아래로 소지아를 한번 훑어보았는데 표정은 차가웠다.“나는 특별히 여기서 널 기다렸어.”소지아는 이도윤이 좀 이상하다고 직감했다. 라이터의 불빛이 그의 얼굴에 비치자, 반은 빛이었고 반은 그림자였다. 마치 천사와 악마가 교차하는 것 같았다.“날 기다렸다고?” 소지아는 침을 삼켰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는 좀 무서웠다.이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앞장섰다.소지아도 그가 도대체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없어 이도윤의 뒤를 따랐고, 엘리베이터는 바로 꼭대기층으로 뛰어올랐다.옥상 위에는 바람이 휙휙 지나갔다. 비록 봄이 되었지만, 밤바람은 여전히 한기가 섞여 있어 마치 이도윤의 뒷모습처럼 추웠다.소지아는 참지 못하고 목을 움츠렸다. ‘설마 날 해치우려는 것은 아니겠지?’결국 회사 대표님보다 이도윤의 그 포악한 기운은 더욱 강도와도 같았다.연기를 뱉으니, 흰 안개가 그의 얼굴을 덮고 있었다.먼 곳의 등불은 은하수처럼 이도윤의 뒤에서 반짝였지만 그는 조금도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다.“나를 여기로 부른 이유가 뭐지?”이도윤은 눈을 들어 그녀를 살펴보았다. ‘흥, 아무런 의도가 없을 때 그녀는 눈빛조차 이렇게 나와 멀리 떨어져 있지.’이런 소지아가 또 어떻게 이도윤의 눈앞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는가?“말해봐, 왜 회사로 들어왔어?” 이도윤은 오른손의 두 손가락으로 담배를 끼고 벽에 기대어 무심코 물었다.소지아는 그가 왜 갑자기 이렇게 물었는지 모른다. ‘설마 무엇을 알아차렸단 말인가?’“내가 이미 말했잖아? 나는 지금의 생활에 싫증이 나서 자아가치를 실현하고 새로운 인생으로 나아가고 싶어.”이도윤은 한걸음한걸음 소지아에게 다가갔다. 그의 안색은 어두컴컴했고, 소지아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몸이 벽 옆에
의외로 이도윤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손에 든 담배를 버렸다.소지아가 가려고 해도 이도윤은 막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소지아, 날 속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이도윤은 소지아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가 돌아올 줄 알았지만 소지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찬바람은 담배꽁초의 마지막 불똥을 껐고, 소지아의 그림자는 이미 옥상에서 사라졌다.이도윤은 머리를 들어 머리 꼭대기의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겹겹이 쌓인 구름이 밤하늘을 가려 오직 한두 개의 별만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소지아가 숨기고 있는 그 목적은 대체 무엇일까?’이도윤은 그날 소지아의 말을 떠올렸다. ‘만약 소계훈이 예린이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 범인은 누구일까?’“대표님, 사모님 떠나신지 이미 오래됐습니다.”진환은 마치 그의 그림자처럼 어두운 곳에 서 있었다.이도윤은 길게 탄식했다.“진 비서, 예린의 일 다시 한번 조사하고 싶은데.”“사모님을 위해서입니까?”진환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이미 결론 내린 일을 왜 다시 들춰내는 거지?’ 특히 이 일은 이도윤의 마음속에서 가장 큰 트라우마였기에, 조사하긴커녕 평소에는 얘기조차 꺼낼 수 없었다.다시 조사하는 것은 이도윤의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한번 생으로 찢어버리는 것과 같으며, 아마 이전보다 몇 배는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그때는 일이 너무 갑작스레 일어나서 내가 너무 당돌한 것 같아. 증거가 확실해 보였지만, 내가 분노에 눈이 멀어 내린 결정이었지. 그리고 그 후 2년 동안 나는 줄곧 예린을 잃은 슬픔에 잠겨 예린의 죽음을 그녀의 탓이라 생각했고. 만약…….”이도윤의 팔은 한순간 떨렸다.“만약 범인이 정말 소계훈이 아니라면, 나는 어떻게 지아를 마주해야 할까?”많은 일들은 자세히 되새길 수 없었다. 이 일은 이도윤에게 있어서 특히 민감한 화제이기 때문에 모두들 스스로 회피했다.“대표님, 그때의 일은 모두 증거가 있으니 이런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이도윤은 진
소지아는 집에 돌아간 후, 추적기를 확인해 보았는데, 쓰레기장에 들어간 그 추적기가 이미 사라진 외에 기타 몇 개는 이전과 별로 차이가 없으며 큰 변화가 없었다.전효의 전화는 여전히 꺼져 있는 상태였고 소지아는 한숨을 쉬었다.분명히 진실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그녀의 앞에는 자꾸만 안개가 끼어 있었고, 흩어지지도, 잘 보이지도 않았다.다행히 프로젝트 이쪽은 매우 순조로웠다. 소지아의 기획안은 상대방 회사의 선별을 통과했고, 만나는 시간을 정했다.소지아는 특별히 정장을 입었는데 손바닥은 은은하게 뜨거운 땀이 배어 나왔다.그리고 문을 열자, 그녀는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YH 그룹의 소지아입니다.”흰색 양복을 입은 잘생긴 소년은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지아 누나, 우리 또 만났네요.”소지아는 어리둥절해졌다. “주원아.”그리고 소지아는 그제야 반응했다.“네가 바로 우일 그룹의 주 대표야?”“맞아요, 아버지의 사업을 계승 받은 셈이죠.” 주원은 어쩔 수 없단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사실 난 의사가 되고 싶은데.”전에 소지아의 팀은 우일 그룹의 사람을 접촉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까다로웠고, AB 두 팀도 모두 이 프로젝트를 접촉한 적이 있었지만 기어코 따내지 못했다.유독 C팀만 밑져야 본전이라 계속 우일 그룹을 매달렸다.주원을 본 순간 소지아는 입을 열어 물었다.“주 대표, 이번에 합작에 동의한 원인은 기획안 때문이야, 아니면…… 나 때문이야?”주원은 친절하게 소지아를 위해 의자를 당겼고, 또 종업원에게 음식을 올리라고 했다. 그의 입가에 줄곧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둘 다요.”주원은 소지아 맞은편에 앉아 설명했다.“처음에는 이 기획안이 눈에 띄었기 때문인데, 나중에 누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당시 누나가 나의 목숨을 구해준 것을 봐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이 기획안을 통과시키려 했죠.”“이제 고양이 무섭지 않겠지?” 소지아는 모처럼 웃었다.“네, 하루와 잘 지내고 있
강진을 언급하자 박금란은 바로 눈을 부라렸다.“여자를 아주 밝히는 놈이야.”“그래?”“응, 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나가던 파리가 암컷이라도 그 남자는 제자리에 서서 눈여겨볼 거야.”소지아는 더욱 이상하다고 여겼다. ‘이런 사람이 주모자의 부하일까?’“지아야, 이 자식이 너 건드린 거야?” 박금란은 소지아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아니야, 그냥 물어본 거야.”박금란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이번에 지아 너 덕분에 우리는 또 하나의 계약을 체결했고, 판매 임무를 원만히 완수했으니 조금 있으면 그가 올 거야.”말하는 사이, 박금란은 모퉁이에 나타난 양복을 입은 사람을 가리켰다.“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오는 법이지.”소지아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보았는데, 강진은 약 35세 좌우이고 몸매는 뚱뚱하지도 날씬하지도 않으며 한 쌍의 눈은 마치 쥐처럼 빛을 반짝였다.눈빛이 마주치자, 강진은 소지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훑어보았다.“아, 네가 바로 그 신입이지? 오자마자 큰 건 하나 해냈으니 정말 대단하군.” 강진은 손을 뻗어 소지아의 어깨를 두드리려 했다.그의 동작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자신의 어깨에 닿기 전에 소지아는 내색하지 않고 자리를 옮기며 냉담하지만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과찬이세요.”소지아는 강진과 눈을 마주치며 그의 눈빛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강진의 눈빛은 조금도 소지아를 피하지 않았고, 그 의도 역시 매우 뚜렷했다.“전도가 참 양양하구나!”강진은 또 몇 마디 하고서야 떠났는데, 떠나기 전에 심지어 퇴근할 때 소지아와 밥을 먹으려 했다.그가 떠나자마자 박금란은 바로 입을 열었다.“내가 말했지, 아주 변태라니깐, 그와 좀 떨어져 있어야 해.”“음.”소지아는 강진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의심했다. 만약 이은리의 채팅기록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녀는 자신이 너무 예민했다고 느꼈을 것이다.‘이 사람, 위장을 아주 잘하는군.’“금란아, 나 좀 도와줘.”박금란은 소지아가 입을 여는 것을 듣자마
병원.소계훈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병상에 누워 매일 영양액과 각종 설비에 의지하며 버티고 있었다.몸은 아주 빠른 속도로 메말라졌고, 특히 사지가 점점 위축되었다.마치 생기를 잃은 꽃처럼 토지의 마지막 영양분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었다.소지아는 이미 며칠째 오지 않았지만, 아버지를 볼 때마다 마음이 더욱 괴로웠다.소계훈의 볼은 이미 움푹 들어가기 시작했고 소지아의 눈물은 그의 마른 손등에 떨어졌다.“아빠…….”소지아는 언젠가 기적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랐다. 소계훈은 깨어나 자신을 볼 것이고, 단 한 번이라도, 그녀에게 한 마디라도 할 것이다.“누나, 슬퍼하지 마.”주원은 소지아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고, 소지아는 고개를 숙였는데, 지금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소지아가 얼굴을 가리고 몰래 눈물을 훔칠 때, 고개를 들자 주원이 청진기를 들고 소계훈의 심박수를 듣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뭐하는 거야?”주원은 자연스럽게 청진기를 떼고 소지아를 보며 웃었다.“나도 의대생이기 때문에 아저씨의 상황을 좀 살펴보고 싶어서요.”“그럼 부탁할게.”“에이, 부탁은 무슨.”주원은 소계훈에게 간단한 검사를 했는데, 그 동작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소지아는 그가 의대생일 뿐이란 것을 의심했다.“누나, 아저씨 최신 검사 보고서 좀 보여줘요.”“응.”소지아는 모든 보고서를 전부 주원에게 가져다 주었는데 주원은 자세히 보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고, 잠시 후에야 주원은 고개를 들어 소지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세월의 흔적을 드러냈는데, 평소의 눈빛과는 달랐다.“누나, 아저씨의 병은 아무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레오라면 수술 성공 확률이 높아요.”소지아는 한숨을 쉬었다.“맞아, 하지만 우리는 많은 방법을 써도 그를 찾지 못했거든.”“누나, 안심해요, 나도 외국의 인맥을 동원해서 누나를 도와 그를 찾을게요.”소지아는 침대 옆에서 뜨거운 수건으로 소계훈의 몸을 닦았다.“우리 아빠가 그날까지 기다릴 수
주원은 소지아를 아파트로 데려다 주었다. 그의 몸에는 소년의 순진함과 성인 남자의 매너가 있었다.직접 소지아에게 차 문을 열어준 다음, 주원은 가방에서 방금 산 목도리를 소지아의 목에 감았다.“아니야, 나 안 추워.”“이건 새로 산 거예요. 따뜻하게 입고 다녀요.”주원이 설명했다.“그래, 가는 길에 조심해, 고마워.”주원은 여전히 빙그레 웃고 있었다.“오늘 저녁에 산 간식은 그 밥 한 끼가 아니에요. 누나 아직 나에게 큰 턱 하나 사야 해요.”“너도 참.” 소지아는 손을 뻗어 주원의 머리를 비볐다. “여전히 어렸을 때와 똑같아.”그때 소지아는 주원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아이는 줄곧 기억하고 있었고, 일정한 시간마다 그녀에게 물었다.“그럼 다음에 또 만나자.”“음.”차가 멀리 떠나는 것을 보고 소지아는 그제야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주원의 말이 맞아, 난 이렇게 슬퍼할 필요가 없어.’소지아는 자신이 들고 있는 각종 간식들을 보았다. 이렇게 오래 지났어도 주원이 그녀의 입맛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어릴 때부터 소지아는 주원과 알게 되었고, 후에 그는 외국에 가서 공부하게 되었으며 두 사람은 늘 sns로 얘기를 나누었다.‘언제부터 낯설어졌을까?’아마도 몇 년 전 소지아가 이도윤과 사귄 후였을 것이다. 그녀의 시간은 모두 이도윤에게 주었고, 주원과의 연락은 점차 끊어졌다.주원에 대한 소지아의 인상은 여전히 어릴 때 고양이가 두려워 자신의 집 매화나무에 오르는 그 남자아이에 머물러 있었다.그 어린 얼굴을 생각하자 소지아는 미소를 지었다.인생의 어두운 밤도 나쁘지 않았다. 어두울수록 달과 별은 더욱 밝아졌다.아마 소지아도 시간을 내서 위의 상태를 다시 잘 검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점차 살아갈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문을 열고 소지아는 불을 켰다.그리고 고개를 들자 미소는 얼굴에 굳어졌다.소파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고, 그는 두 다리를 살짝 벌린 채 두 손을 팔걸이에 마음대로 올려놓
소지아는 웃었다. 그리고 그 미소는 엄청 아이러니했다.그녀는 이도윤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버렸다.“이 대표,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요구한 적이 없어. 네가 말하는 그 사모님의 자리조차도. 나는 손을 놓을 수 있었으니, 더는 미련이 없었어.”이도윤의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서 소지아는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렸고, 지극히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는 항상 네가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나 혼자 제자리에 서서 2년이란 시간을 기다리다 정말 지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천천히 나아가다 보니, 봄바람이든, 여름의 매미든, 가을의 잎사귀든, 겨울의 눈이든, 세상 만물이 너보다 중요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소지아는 가볍게 손을 들었고,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그녀가 한때 사랑했던 이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이도윤, 나는 너를 철저히 잊지 않았어, 인정해.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난 너를 내 마음속에서 지울 수 없을 거야. 너는 여전히 나의 감정에 영향을 줄 것이고, 나의 신경을 건드리겠지. 그러나…… 나는 정말 더 이상 너를 생각할 정력이 없어.”마지막으로 소지아의 손끝은 이도윤의 입술에 떨어졌다.“이도윤, 그동안 치근덕거리면서 피곤하지도 않아? 난 지쳤어. 더 이상 너와 백채원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해 불쾌해하고 싶지도 않고. 앞으로 우리는 각자 편안하게 지낼 수 없을까?”이도윤의 눈동자는 소지아의 얼굴을 똑똑히 비추었다. 분명히 이렇게 익숙하지만 또 낯설어 그로 하여금 종래로 본적이 없다고 느끼게 했다.이도윤은 이를 악물며 간신히 차가운 소리를 냈다.“소지아, 넌 그렇게도 나와 선을 긋고 싶은 거야?”소지아는 평온하게 그와 눈을 마주쳤다. 이 순간 그녀는 두려워하지도 위장하지도 않았다.“응, 레오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나도 널 찾아가지 않았을 거야. 비록 나는 백채원을 좋아하지 않지만, 더 이상 그녀가 되고 싶지 않아. 네가 결혼하려 할 때, 너와 끊임없이 얽히는 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