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지아는 연신 하품을 해댔다. 부장경이 손을 들어 지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피곤해 보이네?” “약간요. 이제 C 국의 생활 패턴에 익숙해지니, 며칠 있으면 나아질 거예요.” 지아는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 했는데, 이때 부장경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네 파트너였던 그 사람, 죽지 않았어.” 지아는 오늘 하루 너무 바빠서 시억을 거의 잊고 있었는데, 방금 들은 소식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말요?” “한대경도 시억을 잡지 못했어. 공항에서 한대경은 너를 속이려고 한 것뿐이야. 내가 널 데리고 가긴 했지만, 네 신분이 노출된 셈이지. 한대경은 이도윤과 수년간 맞서 온 사람인데, 매우 까다로운 상대야. 그리고 한대경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삼촌, 저도 알아요. 지금은 제가 부씨 가문에 있으니 한대경도 저를 어쩌지는 못할 거예요, 그렇죠?” 부장경은 한숨을 쉬었다. “넌 남자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어. 특히 한대경 같은 ‘발정난 맹수’는 더더욱 말이야.” 지아는 얼굴이 빨개졌다. 사실 부장경이 말한 ‘발정 난 맹수’이라는 말은 한대경에게 매우 적절한 묘사였다. “지아야, 네가 반지를 빼돌렸지? 그 반지가 네 손에 있었을 때 왜 폭발하지 않았는지 알아? 그 반지는 착용자의 신체 징후를 자동으로 감지해. 네가 훔쳤을 때도 한대경은 네가 다치지 않길 원했어. 그러니까 한대경이 화가 난 이유는 네가 반지를 훔쳐서가 아니라, 네가 떠나려 했기 때문이야.” 지아는 한대경과 헤어지기 전날 밤, 한대경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지아를 위해서라면 남편과 아이들까지 데려와도 좋다고 했던 한대경이었다. ‘한대경을 속였으니, 다음에 만나면 그 사람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 “지아야,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네가 앞으로 위험에 뛰어들지 않는 거야. 지금은 네가 우리 집 안에 있으니, 한대경이 너에게 무슨 짓을 하려면 먼저 하늘에 올라가야 할 만큼 어려울 거야.
부남진은 손을 들어 아들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이명란이 이렇게 대담하게 일을 벌였다는 건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고. 우리가 강제로 추궁하면, 이명란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어. 이명란이 죽으면, 우리도 더 이상 네 친동생의 행방을 알아낼 방법이 없을 테니.” “그럼, 아버지의 뜻은...” “다각도로 준비하고,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자.” 부남진은 곧바로 대책을 세웠다. “당시 이명란과 네 어머니가 동시에 출산했으니, 이명란이 데려간 그 아이가 바로 네 친여동생일 거야.” 부장경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 “하지만, 이명란의 아이는 이미 죽었어요. 정말로 제 여동생이라면...” “그렇다면 이명란의 집안이 피로 갚아야 해!” 부남진의 이마에 드리운 살기는 무시무시했다. 부장경은 급히 떠나고, 방 안에는 지아와 부남진만 남았다. 지아는 작은 목소리로 부남진을 진정시키려 했다. “할아버지, 고모님은 분명 살아 계실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부남진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의자에 기댔지만,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맴돌았다. “지아야, 너에게 우스운 꼴을 보였구나. 내가 평생 아끼고 사랑한 딸이 가짜였다니. 고작 우리 집안에서 일하는 고용인 하나가 이 긴 시간 동안 우리를 이렇게 농락해 왔다니.” 이 진실이 밖으로 새 나가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지아는 부남진에게 이 일이 얼마나 큰 충격일지 이해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할아버지, 모든 일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속았지만, 만약 고모님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 아니겠어요?” 부남진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너도 이명란이 어떻게 사람을 때리는지 봤잖아. 저 사람은 아주 잔인해. 내 딸이 이미...” “할아버지, 결과는 아직 모르잖아요. 왜 그렇게 빨리 포기하려고 하세요? 그 아이는 할아버지의 친딸이에요. 저라도 이명란을 바로 죽이지는 않았을 거예요. 만약 저를 믿으신다면, 제가 삼촌
부장경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는 가끔 너무 순진하신 것 같아.’ 매번 미셸이 친 사고를 수습할 때마다 민연주는 항상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즉, 민연주가 보기엔, 미셸이 조금만 더 이성적이었다면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민연주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행히도 미셸이 자신의 딸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정말 친딸이었다면, 그때는 부씨 가문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을 테니까.“어머니, 지금 중요한 건 미셸이 아니라 제 친여동생이 어디에 있느냐는 겁니다.” 그제야 민연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당장이라도 이명란을 찾아가 따질 기세로 일어섰다. “이명란이 그 당시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고 했었는데, 설마 우리 딸을...” “어머니,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마세요. 이명란은 교활하고 음험한 사람입니다. 지금 가서 이명란을 추궁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궁지에 몰리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니?”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어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미 사람들을 시켜서 여동생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어요. 어머니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이명란에게서 정보를 캐내세요. 이명란을 안심시켜야 해요.” 민연주는 얼굴이 굳어지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명란에게 그동안 그렇게 잘해주고 친동생처럼 아껴왔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부장경은 차분하게 말했다. “사람의 욕망은 밑바닥이 없는 구덩이 같아. 아무리 채워도 만족하지 못하지.” 민연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불쌍한 내 딸,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서재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걱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흐른 지금, 그 불쌍한 여자아이가 과연 아직 살아 있을지, 혹은 이미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부남진은 민연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
이명란은 민연주가 소파에 앉자마자 무릎을 꿇고 바로 민연주 앞에 납작 엎드렸다. “사모님, 이번 일은 모두 제 잘못입니다. 아가씨가 저에게 하용이 자신에게 얼마나 냉담하게 대하는지 이야기했어요.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아가씨는 제가 어릴 때부터 키워온 아이라 순간적으로 사모님께 상의하지 않고 일을 처리해 버렸습니다. 나중에 상대쪽 사람들과의 충돌이 있었고, 그때부터 사모님 앞에 다시 얼굴을 들고 나설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에 따른 결과는 모두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명란은 매우 영리했다. 이 말 한마디에도 미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으며, 누구라도 그녀를 충실하고 헌신적인 고용인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와 동시에 민연주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민연주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다. 민연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그렇다면 좋겠지. 그랬다면 걱정할 일도 없었을 거야. 오늘은 내가 화연이 그 아이에게 맑은 북엇국을 보내주고, 하용을 설득했지만, 하용도 이번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어. 끝까지 우리 집안과 싸워서 정의를 찾겠다고 말하더군.” 이명란은 속삭이듯 말했다. “그럼 우리 아가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번에는 어떻게 해도 쉽지 않을 거야. 하용은 사람도, 증거도 모두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미셸의 과거까지도 쥐고 있어. 우리 쪽에서 계속 하용을 자극하면 예전 일까지 다 드러날 테니, 이번에는 단순히 몇 년 형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어.” 이명란은 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예전에 있던 일들은 제가 모두 깔끔하게 처리해 두었으니 약점이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 설령 미셸이 무사히 넘어간다 해도, 너는 보호받지 못할 거야. 네가 내 곁을 지킨 세월이 적지 않으니, 네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금 말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줄게.” 이명란은 잠시 입술을 적시며 말했다. “사모님, 그동안 사모님께서 저를 이미
그날 밤, 도윤의 품에서 평온한 잠을 자던 지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명란은 화연을 만난 후부터 화연이 어딘가 낯익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특히 민연주가 다녀간 후, 이명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심이 떠올랐다. ‘설마 그 아이일까?’ 그러나 이명란도 곧 자신이 그 생각을 부정했다. ‘그때 그 병약한 아이에게 7년 동안 약을 먹였으니, 홍수에서 살아남았다 해도 오래 버티지 못했을 거고.’ ‘게다가 그해 홍수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시체조차 건지지 못한 사람도 많았으니,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병약한 아이가 살아남을 리 없었을 거야.’ 그런데도 이명란의 마음은 이유 없이 불안했다. 갑자기 하늘을 가르는 천둥소리가 울리고, 번개가 번쩍이는 순간 이명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 시간, 민연주는 깊은 잠에서 갑자기 깨어났다. 방금 꾼 꿈에서 그녀는 출산하던 날로 되돌아갔다. 그때, 민연주는 하루 종일 진통을 겪다가 난산 끝에 아이를 낳았지만, 겨우 아이를 한 번 보고는 지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당시 부남진은 출장 중이었고, 민연주의 곁에는 민씨 집안 사람들만 있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바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그런데 누군가 아이의 팔목에 달린 이름표를 바꾸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막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고, 주름진 피부에 황달까지 있어서 서로 바꿔치기해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내 딸...” 민연주는 텅 빈 방을 둘러보았다. 민연주와 부남진은 오래전부터 각방을 써왔고, 방 안은 따뜻했지만 그녀는 어딘가 차갑고 공허한 느낌을 받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그 당시 출산하던 장면만 반복해서 떠올랐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특히 민연주가 아이를 낳던 시간에는 갑작스럽게 눈보라가 몰아쳤고, 그래서 그녀는 아이의 이름을 ‘설아'라고 지었다. 잠을 이룰 수 없던 민연주의 머릿속에는 화연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민연주는 급히 병원에 도착했다. 시계는 새벽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용은 민연주의 등장에 약간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모님이 미셸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네.’ “사모님, 몇 번을 말했잖아요. 헛수고하지 마세요. 미셸을 기소하는 걸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하용아, 나도 여러 번 말했지만, 내가 이 모든 일을 하는 건 미셸 때문이 아니야. 오늘 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잠도 안 오고, 그냥 화연이를 보러 왔을 뿐이야. 그리고 너보다는 내가 화연이를 돌보는 게 더 편할 테니.” 민연주는 하용을 억지로 옆으로 밀어내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화연을 본 순간 민연주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안정되었고, 화연의 옆에 앉아 이불을 정돈해 주었다. 화연의 얼굴에 있던 부기가 많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이마를 찌푸리며 꿈속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살려, 살려줘...” 화연은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 작은 얼굴에 공포를 가득 담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악몽을 꿨니?” “사모님, 사모님은... 왜 여기에...” 화연은 창밖의 어두운 하늘을 보며 물었는데, 자신은 분명 민연주가 이미 떠났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하용은 물 한 잔을 가져와 화연의 입에 가져다주며 말했다. “물 좀 마셔. 무슨 꿈을 꿨니?” 화연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제 미셸에게 심하게 부딪힌 이후로 화연의 머리가 계속 어지러웠고, 잠들자 길고 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한 어린 소녀가 매일 학대당하고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으며, 따뜻한 옷도 입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어린 소녀는 자신의 ‘외할머니’에게서도 학대를 받았다. 이상하게도 어린 소녀는 매일 상한 음식을 먹으면서도 ‘외할머니’는 매일 어린 소녀에게 우유 한 병을 주었다. 소녀가 7살이 되던 해, 큰 홍수가 났고, 외할머니는 가족을 데리고 피난을 가면서 어린 소녀에게 집에 있는 중요한 서류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결국 어린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푹 쉬는 거야. 네 신원에 관한 건 언제든지 조사할 수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 마.” “머리가 너무 아파요. 금방 잊어버릴 것 같아 두려워요. 오빠, 제발 부탁이에요.” 하용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가져오게 했다. 화연이 가장 잘하는 것은 수채화와 유화였고, 하용이 곁에 없을 때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건 그림이었다. 그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그림에 몰두하면서 손끝에서 수많은 훌륭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화연의 외모와는 다르게 그녀의 그림은 거칠고 강렬한 느낌을 풍겼다. 민연주가 그 독특한 화풍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혹시 네가 그 ‘Lee’라는 화가니?” Lee는 국제적으로 매우 유명한 화가였다. 8년 전, Lee의 작품 ‘역풍’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고, ‘금화상’을 거머쥐었다. 그때부터 Lee의 모든 출품작은 엄청난 가격에 팔리기 시작했다. 특히 ‘역풍’은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수집품으로 꼽혔고, 민연주는 이 그림을 60억에 구매했다. ‘60억’은 갓 데뷔한 신인 화가에게는 매우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민연주는 명문가 출신이며, 외가도 학문과 예술을 중시하는 집안이었다. 어머니도 근현대 유명 화가였기 때문에, 민연주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미술을 좋아했고, 여가 시간에는 미술 전시회를 다니며 취미 생활을 즐겼다. 당시 민연주는 ‘금화상’ 시상식에 초대받아 시상자로 나섰고, Lee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그녀는 Lee와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시상식 당일 화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한 비서가 대신 시상식에 참석하여 상을 받았다. 그 후로 Lee는 마치 세상에서 사라진 듯이 더 이상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고, 민연주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즉, 그렇게 잠재력이 있는 화가가 사라진 것이 말이다. 지금도 그 그림은 민연주의 침실에 걸려 있어 매일 그녀에게 ‘인생’이란 역풍을 헤쳐 나가는 것과 같다는 걸 상기시켰다. 화연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지아는 미셸의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잠에서 깨서 투덜거리며 말했다. “정말 시끄럽네.” 옆에서 도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여자의 혀를 잘라버릴까?” 지아는 잠이 확 달아나서 눈을 떴다. “점점 더 폭력적이네.” 도윤은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자기야, 나에게는 네 행복이 가장 중요해. 미셸이든 다른 사람이든, 네 행복만큼 중요한 건 없어.” 미셸의 소란 덕분에 지아는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지아도 미셸이 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지 궁금했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나가 보니, 미셸의 방 앞은 이미 엉망이었다. 미셸의 욕설이 계속해서 귀에 들려왔다. “너희들 같은 쓸모없는 것들, 아침밥 하나 제대로 못 만들다니. 이렇게 주인을 우롱해도 되는 거야?” 지아는 바닥에 널브러진 음식 재료들을 한 번 훑어보고, 미셸이 뜨거운 국을 끼얹은 듯한 젊은 가정부의 상태를 보았다. “무슨 일이야?” 이 가정부는 새로 온 사람이라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부씨 가문의 아가씨가 까다롭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그녀의 동료들이 하나둘씩 일을 떠넘기다 결국 자신에게까지 일이 떠밀려온 것이었다. “아가씨께서 아침 식사를 달라고 하셔서 여러 종류를 준비했는데, 입맛에 맞지 않으신다며 화를 내셨어요.” “왜 남에게 말하니? 내가 부씨 가문의 진짜 아가씨야! 이 배신자들!” 지아는 어린 가정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가서 화상 연고 발라. 여기는 내가 처리할게.” “하지만...” “괜찮아. 가도 돼.” 어린 가정부는 지아에게 감사하는 눈빛을 보내며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미셸은 이를 보고 크게 화를 냈다. “소지아, 너 잘난 척 그만해. 아빠가 너를 인정했다고 해서 내 앞에서 잘난 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부씨 가문의 진짜 아가씨는 나야!” ‘진짜 아가씨’라는 말이 미셸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더욱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