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남자의 마음은 빨리 식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세상에서 오직 가족만이 최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아줌마, 내가 뭘 잘못했든 가족들은 겉으로는 나를 욕해도 자 정리해주고 그래. 우리 엄마도 말로만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하고서는 나 때문에 그 천한 년 주려고 곰탕까지 끓여 갔잖아.”“아빠 역시 관계를 끊겠다고 했지만 이미 하씨 가문이랑 사적으로 진작에 합의를 봤는지도 몰라.”말이 끝나자 누군가가 문을 밀쳐 열었는데, 부장경이 의사를 데리고 들어왔다.“오빠, 어떻게 됐어?”부장경은 더는 말하지 않고 덤덤하게 소리를 냈다.“산모가 아주 그냥... 검사부터 받아 봐.”“내 체질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사람 좀 때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이마에 몇 바늘만 꿰맸을 뿐이야. 아빠는 화 풀리셨어?”부장경은 미셸이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이 전혀 없자 미셸에게 맞은 화연을 떠올렸다.말할 수 없는 혐오감을 느끼면서 말이다.“일단 검사부터 받아 봐.”피를 뽑으려고 하자, 이명란이 나서서 말렸다.“큰 도련님, 왜 피를 뽑으십니까? 건강검진 받으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부장경은 냉담한 얼굴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나 지금 해석해야 하는 거야?”“그게 아니라... 필요 없어서 그래요. 아가씨는 건강한데 괜히 찌를 필요가 없잖아요.”“나랑 아이를 걱정해서 그러는 거야. 워낙 매사에 신중한 사람이잖아.”미셸은 아무 생각 없이 소매를 걷어 올리고 말했다.“뽑아.”날카로운 주삿바늘이 그녀의 정맥을 찌르자 이명란의 눈꺼풀이 자꾸만 뛰었다.그럴 리 없다고 달래면서 부씨 가문 사람들이 그렇게 빨리 눈치채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부남진의 눈빛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간담이 서늘해졌다.피를 뽑고 나서 의사는 미셸 몸을 다시 검사했다.“큰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도 태아도 무사하십니다.”“체질이 좋다고 했잖아. 절대 그 어떠한 일도 없어. 다만 그 천한년을
“큰 도련님, 지금 뭐하신 거예요?”이명란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아가씨께서 홀몸이 아니시라 고요.”“아직 임신 중이라 감금하는 거야.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말이야.”“그래도 가둘 필요는 없잖아요. 아니면 저까지 감금해주세요. 혼자 두는 건 걱정돼서 안 될 것 같아요.”미셸의 성격을 알고 있는 이명란이다.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라온 미셸인지라 항마력이 없다.부장경이 앞으로 나서자, 부남진을 닮은 얼굴이 엄청난 압박감을 안고 와서 이명란을 당황하게 했다.“미셸을 엄청나게 여기는 것 같아?”이명란은 자신의 소매를 붙잡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네, 제 아이는 태어나서 요절했습니다. 아가씨는 제가 키웠으니 당연히 아가씨가 안쓰럽습니다.”“어쩐지 성격도 지랄 맞은 것이 점점 외모까지 닮아가는 것 같아.”그 한 마디는 이명란의 마음속에 폭탄으로 터져버렸다.아무것도 모르는 미셸은 계속 부채질을 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난 부씨 가문의 핏줄이라고 저런 천한 하인의 핏줄이 아니라!”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명란은 겨우 소리를 냈다.“아가씨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먼저 사모님한테 가 보겠습니다.”부장경이 갑자기 길을 막자 이명란은 점점 더 당황스러워졌다.“이게 무슨 뜻입니까?”“설마 사람을 피 토할 지경까지 때리고 나서 빠져나가려는 건 아니지? 미셸도 피해가지 못하는 일을...”이명란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마 아가씨를 정말로 포기하신 겁니까?”“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할 만큼 다했는데. 그렇게 생각 없이 움직이다가 지금까지 뉘우치지도 않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 하용이 어떻게 하든 절대 끼어들지 않을 거야. 감옥에 가든지 집행유예를 받든지 모두 미셸 팔자야.”이명란은 갑자기 부장경 앞에 무릎을 꿇고 부탁하기 시작했다.“제발 좀 나서서 도와주십시오. 아무리 그래도 친동생이잖아요. 정말로 법정 싸움까지 가게 된다면 부씨 가문의 체면도 깎이는 거잖아요.”“집사가 신경 써야 할 일이 아
어떤 일은 생각하지 않으면 별일이 없으나 일단 생각하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떠오르게 되어 있다.“이제 곧 결과 나와.”부남진이 일깨워 주었다.“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떤 가정도 가능성도 하지 마.”“네.”이때 집사가 들어왔다.“각하, 이씨 가문에 관한 자료입니다.”자료를 훑어보는데 볼수록 표정이 어두워졌다.“이씨 가문은 어촌 어민으로 대대로 가난했는데 이명란이 열 살 되던 해에 부인을 구하고 쌀집에서 일하며 부인 곁으로 차근차근 다가갔습니다.”원래 긍정적인 이야기였지만, 이명란이 민연주를 믿고 그 어촌에서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살았다.이씨 가문은 일찍이 어부로부터 사회인이 되었고 고리대금을 대출했으며 심지어 몇몇 페이퍼컴퍼니도 돈세탁에 연루되었다.부남진은 서류를 민연주에게 던지며 말했다.“봐봐.”민연주는 점점 더 당황했다.“난 모르는 일이야. 그냥 수속 좀 도와달라고 해서 작은 회사인 줄 알았어.”부남진은 탁자를 치며 일어섰다.“이런! 파렴치한 년을 봤나!”“아버지, 진정하세요.”부남진은 화가 치밀어 올라서 관자놀이가 튀어 오르고 심장이 두근거렸다.“약.”민연주는 얼른 약을 가져와 그에게 먹였다.“진실이 곧 밝혀질 텐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친자 검사 결과가 빨라도 몇 시간 정도는 돼야 나올 텐데 기다리는 동안 매초가 지옥이었다.민연주의 머릿속에 화연의 작은 얼굴이 떠올랐다.자기가 나온 뒤로 윤미래가 또 어떻게 괴롭힐지 걱정되었다.분명히 미셸과 비슷한 나이의 화연은 그토록 말라 있었고 당장이라도 사라질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뭐라도 좀 더 끓여서 가져다줘야 겠어. 안쓰러운 아이야.”“미셸을 위해서 그러는 줄 알았어요.”민연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처음에는 그랬지만 화연을 보면 내가 왜 그랬는지 알 거야.”음식을 챙겨 들고 병원에 도착하자 하용의 사람들이 민연주를 막아섰다.부장경도 함께 왔고 지금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하용이 나오라고 해.”하용도 감히 홀대하지 못하고 곧 문
화연의 시선이 민연주의 따뜻한 눈빛과 마주쳤을 때, 마음속 가장 약한 곳이 살짝 흔들렸다. 평생 한 번도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화연은,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인 민연주의 인자한 모습을 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민연주가 진심이든 아니든, 이 순간만큼은 화연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배려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너무 귀한 물건이라 받을 수 없어요.” “너는 참 좋은 아이야, 그냥 받아. 이걸로 너와 거래하려는 게 아니야. 네가 빨리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거란다.” 부장경은 손에 들고 있던 과일과 꽃을 내려놓으며 화연에게 말했다. “이번 일은 우리 잘못이었어요. 저와 어머니는 미셸의 부탁으로 온 게 아니에요. 우리는 진심으로 아가씨가 빨리 낫길 바라고 있어요.” 하용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두 사람을 가만히 살폈다. 부장경과 민연주의 속 깊은 마음을 아는 하용은 두 사람의 그런 따뜻한 배려 너머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선뜻 하기 어려웠다. 사실 지금 미셸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기도 전인데, 미셸이 정말 부씨 가문의 사람인지와 상관없이 부씨 가문은 그녀를 포기할 생각이었다. 만약 미셸이 조금이라도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가졌다면, 부씨 가문의 사람들도 어쩌면 조금이나마 미셸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셸은 지금까지도 자기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마치 세상이 모두 자신에게 빚이라도 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미셸의 이런 배은망덕하고 잔인한 처사에 부씨 가문도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민연주는 화연의 부어오른 얼굴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물었다. “어쩜 이렇게 심하게 부었니?” 지아가 설명했다. “화연 씨의 몸은 어릴 때 중독되었던 병력 때문에 면역력이 매우 약해요. 그래서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도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느리고요. 그래서 같은 상처라도 보통 사람은 삼일 정도 지나면 낫지만, 화연 씨는 일주일, 아니 더 오래 걸리기도 해요.
민연주의 위로 덕분에 하루 종일 몸이 아팠던 화연의 상태는 조금씩 나아졌고, 식사 후 극심한 피로 때문에 잠이 몰려오자 눈을 감고 서서히 잠에 들었다. 민연주는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이 아이, 진짜 상태가 어떠니?” 지아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간신히 목숨은 구했지만, 앞으로 임신은 어려울 거예요.” “뭐, 뭐라고? 아직 저렇게 젊은데...” 민연주는 같은 여자로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화연 씨가 태어나자마자 독을 먹은 것과 관련이 있어요. 화연 씨의 몸에 아주 적은 양을 주입했기 때문에 즉사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천천히 몸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어요. 그러다 홍수에 휩쓸렸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고, 게다가 운 좋게 하씨 가문에 발견되었어요. 하씨 가문은 화연 씨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많은 돈을 썼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못했을 거예요.” 지아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화연 씨가 겨우 몸을 추스르는 중이었는데, 이번 임신은 화연 씨에게 너무 큰 대가를 요구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폭력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잃었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죠. 할머니는 걱정하지 마세요. 화연 씨는 이미 제 환자니까 제가 최선을 다해 치료할 겁니다. 부씨 가문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의사로서 제 양심이기도 해요.” “고맙구나.” 지아는 시계를 한번 확인한 뒤 물었다. “할머니, 아직 안 가세요?” 할 일은 다 끝냈으니 민연주와 함께 가려고 했지만, 민연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너 먼저 가거라. 나는 조금 더 있다가 갈게.” 지아는 잠시 망설였지만, 민연주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민연주는 때로는 조금 계산적일지 몰라도, 모성애가 강한 사람이었다. 미셸에게 보여주는 태도에서 그것을 엿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지아도 민연주가 단순히 미셸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화연이
차 안에서 지아는 연신 하품을 해댔다. 부장경이 손을 들어 지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피곤해 보이네?” “약간요. 이제 C 국의 생활 패턴에 익숙해지니, 며칠 있으면 나아질 거예요.” 지아는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 했는데, 이때 부장경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네 파트너였던 그 사람, 죽지 않았어.” 지아는 오늘 하루 너무 바빠서 시억을 거의 잊고 있었는데, 방금 들은 소식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말요?” “한대경도 시억을 잡지 못했어. 공항에서 한대경은 너를 속이려고 한 것뿐이야. 내가 널 데리고 가긴 했지만, 네 신분이 노출된 셈이지. 한대경은 이도윤과 수년간 맞서 온 사람인데, 매우 까다로운 상대야. 그리고 한대경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삼촌, 저도 알아요. 지금은 제가 부씨 가문에 있으니 한대경도 저를 어쩌지는 못할 거예요, 그렇죠?” 부장경은 한숨을 쉬었다. “넌 남자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어. 특히 한대경 같은 ‘발정난 맹수’는 더더욱 말이야.” 지아는 얼굴이 빨개졌다. 사실 부장경이 말한 ‘발정 난 맹수’이라는 말은 한대경에게 매우 적절한 묘사였다. “지아야, 네가 반지를 빼돌렸지? 그 반지가 네 손에 있었을 때 왜 폭발하지 않았는지 알아? 그 반지는 착용자의 신체 징후를 자동으로 감지해. 네가 훔쳤을 때도 한대경은 네가 다치지 않길 원했어. 그러니까 한대경이 화가 난 이유는 네가 반지를 훔쳐서가 아니라, 네가 떠나려 했기 때문이야.” 지아는 한대경과 헤어지기 전날 밤, 한대경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지아를 위해서라면 남편과 아이들까지 데려와도 좋다고 했던 한대경이었다. ‘한대경을 속였으니, 다음에 만나면 그 사람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 “지아야,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네가 앞으로 위험에 뛰어들지 않는 거야. 지금은 네가 우리 집 안에 있으니, 한대경이 너에게 무슨 짓을 하려면 먼저 하늘에 올라가야 할 만큼 어려울 거야.
부남진은 손을 들어 아들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이명란이 이렇게 대담하게 일을 벌였다는 건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고. 우리가 강제로 추궁하면, 이명란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어. 이명란이 죽으면, 우리도 더 이상 네 친동생의 행방을 알아낼 방법이 없을 테니.” “그럼, 아버지의 뜻은...” “다각도로 준비하고,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자.” 부남진은 곧바로 대책을 세웠다. “당시 이명란과 네 어머니가 동시에 출산했으니, 이명란이 데려간 그 아이가 바로 네 친여동생일 거야.” 부장경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 “하지만, 이명란의 아이는 이미 죽었어요. 정말로 제 여동생이라면...” “그렇다면 이명란의 집안이 피로 갚아야 해!” 부남진의 이마에 드리운 살기는 무시무시했다. 부장경은 급히 떠나고, 방 안에는 지아와 부남진만 남았다. 지아는 작은 목소리로 부남진을 진정시키려 했다. “할아버지, 고모님은 분명 살아 계실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부남진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의자에 기댔지만,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맴돌았다. “지아야, 너에게 우스운 꼴을 보였구나. 내가 평생 아끼고 사랑한 딸이 가짜였다니. 고작 우리 집안에서 일하는 고용인 하나가 이 긴 시간 동안 우리를 이렇게 농락해 왔다니.” 이 진실이 밖으로 새 나가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지아는 부남진에게 이 일이 얼마나 큰 충격일지 이해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할아버지, 모든 일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속았지만, 만약 고모님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 아니겠어요?” 부남진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너도 이명란이 어떻게 사람을 때리는지 봤잖아. 저 사람은 아주 잔인해. 내 딸이 이미...” “할아버지, 결과는 아직 모르잖아요. 왜 그렇게 빨리 포기하려고 하세요? 그 아이는 할아버지의 친딸이에요. 저라도 이명란을 바로 죽이지는 않았을 거예요. 만약 저를 믿으신다면, 제가 삼촌
부장경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는 가끔 너무 순진하신 것 같아.’ 매번 미셸이 친 사고를 수습할 때마다 민연주는 항상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즉, 민연주가 보기엔, 미셸이 조금만 더 이성적이었다면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민연주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행히도 미셸이 자신의 딸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정말 친딸이었다면, 그때는 부씨 가문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을 테니까.“어머니, 지금 중요한 건 미셸이 아니라 제 친여동생이 어디에 있느냐는 겁니다.” 그제야 민연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당장이라도 이명란을 찾아가 따질 기세로 일어섰다. “이명란이 그 당시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고 했었는데, 설마 우리 딸을...” “어머니,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마세요. 이명란은 교활하고 음험한 사람입니다. 지금 가서 이명란을 추궁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궁지에 몰리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니?”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어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미 사람들을 시켜서 여동생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어요. 어머니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이명란에게서 정보를 캐내세요. 이명란을 안심시켜야 해요.” 민연주는 얼굴이 굳어지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명란에게 그동안 그렇게 잘해주고 친동생처럼 아껴왔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부장경은 차분하게 말했다. “사람의 욕망은 밑바닥이 없는 구덩이 같아. 아무리 채워도 만족하지 못하지.” 민연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불쌍한 내 딸,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서재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걱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흐른 지금, 그 불쌍한 여자아이가 과연 아직 살아 있을지, 혹은 이미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부남진은 민연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