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도 가식 없이 도윤의 목에 두 손을 올리고 리듬을 맞춰줬다.하도 격렬하게 서로를 느끼다 보니 숨이 끊어질 뻔했다.힘없이 그의 품에 엎드려 지아는 도윤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도윤아, 보고 싶었어.” 지아는 그의 품에 엎드려 환하게 웃었다.도윤의 성난 얼굴도 그제야 좀 풀리는 것만 같았다. “네가 요즘 뭘 했는지 알기나 해. 내가 너 생각하면서 어떻게 지냈는지 알기나 해?”지아는 고양이처럼 그의 뺨을 문질렀다.“미안해.”“그 얼굴로 이러고 있으니깐 내가 무슨 바람이라도 난 것 같아.”도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지아가 남의 얼굴로 그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싫어했다.손을 뻗어 가면을 떼어주려고 하자 지아는 손을 들어 그 손을 제지했다. “안 돼, 망가뜨리면 이곳에 고칠 재료가 없어.”도윤은 그녀를 소파로 앉히며 물었다.“이제 똑똑히 말해줘야지, 왜 꼭 그 반지를 가져야 하는 거야?”지아는 다시 그의 품에 안겼다.“오랜만에 만났는데 보고 싶지 않았어?”“말 돌리지 마, 지아야.”도윤은 그녀의 영혼 깊은 곳까지 보려는듯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알려줘.”“이미 약속했잖아. 이건 내 일이야. ”“위험한 일이잖아! 내가 어떻게 걱정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윤은 그녀를 안고 덧붙였다.“지아야, 너한테 잘못했던 거, 너한테 상처 줬던 거 반성하고 있어. 네가 떠난 이후로 내가 요즘 어떻게 지내왔는지 알아? 매일 조마조마하고 잠들어도 악몽을 꿔. 오늘 네가 나타나지 않을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데?”지아도 그를 안았다.“알고 있어. 나도 그동안 밤낮으로 그렇게 살아왔어. 너와 연락이 끊긴 날들 나는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도윤의 얼굴은 어느새 굳어져버렸다“지아야, 난...”좀 이해할 것 같았다.도윤 역시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지아는 그의 허리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 목을 껴안고 키스를 했다. “그래서 결혼하기 싫어. 속박당하기 싫어. 지금 이런 관계가 제일 좋아. 도윤아, 나 좀 안아주고
도윤은 자신과 지아의 감정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갑작스럽게 깨달았다. 예전에는 지아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 감정은 마치 집에서 키우는 애완 고양이나 강아지에 대한 애정에 가까웠다.그녀는 자신에게 동반자와 감정적인 위안을 제공해 주었고, 그는 지아에게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 역할이었다. 그러나 도윤은 한 번도 지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이제 지아가 자신을 떠난 후, 그녀는 더 자신감 있고 자유로워졌다.또한 그런 모습의 지아는 더 훌륭했으며 그를 더욱 설레게도, 동시에 두렵게도 했다.둘의 관계에서 도윤은 이제 을의 위치에 서 있는 비천한 자가 되었다.도윤은 한쪽 무릎을 소파에 꿇고, 지아의 목을 따라 손을 천천히 내리며 속삭였다.“지아야, 나를 조금 더 사랑해 줄 수 없을까.”지아는 마치 구원자처럼 손을 들어 도윤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얌전하게 굴어.”며칠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조금 편해졌고, 서로의 그리움을 몸으로 표현했다.그때 문이 두드려졌고, 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스, 한대경이 곧 도착해요.”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아의 신발을 신겨주면서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에 왜 오는 거야? 지아야, 그 남자가...”지아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도윤아,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지아야.”도윤이 화를 내는 틈을 타 지아는 몸을 숙여 그의 입술을 단단히 붙잡았다.“도윤아, 내 마음에는 너밖에 없어. 너도 알고 있잖아.”두 사람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고, 도윤의 눈동자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지아야, 넌 나의 숨통을 틀어막고 싶은 거야?”“도윤아, 나를 데려가 줘.”지아는 그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이에 도윤은 지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그래.”한대경은 문밖에서 진봉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고, 진봉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 보스께서 치료 중이셔서 외부인을 만날 수 없으세요.”“외부인?”한대경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
도윤은 한대경의 반응을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 그들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고, 한대경의 성격은 매우 거칠고 충동적이었다.지금의 그의 위치가 어떻든 상관없이,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도 이런 대우를 참아내지 않았을 것이다.한때 한대경을 헐뜯었던 사람들의 무덤에는 이미 잡초가 무성했다.하지만 지아가 한대경을 욕한 후에도,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분노도 보이지 않았다.한대경의 뒤에 있던 두 사람 역시 태연하게 서 있었으니, 이는 지아가 처음으로 언성을 높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그렇다는 건 한대경은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 틀림없었다.남자는 남자를 잘 안다.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이상 어찌 한 여자가 자기 머리 위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참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자, 도윤은 바지에 얹은 손가락을 꼭 움켜쥐었다.도윤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고 하루빨리 지아를 데리고 나가야 했다.진봉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 미친 한대경이 지아의 말을 이렇게까지 듣다니?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진봉의 눈에 비친 한대경은 마치 고등학교 시절의 문제아 같았고, 선생님 말은 절대 듣지 않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얌전해진 이유가 대체 뭘까?진환의 시선은 지아와 한대경을 오가며 무언가 짐작하는 눈치였고, 상황은 최악의 결과를 향해 가고 있었다.지아의 고함에 모두가 침묵했고,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한대경은 지아가 침을 놓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응시했다. 그 손목은 가늘고 하얗고, 침을 놓는 동작은 간결하고 깔끔한 것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멋진 모습이었다.그저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대체 왜 이렇게 그를 끌어당기는 걸까?한대경은 지아가 겁을 먹고 도망칠까 봐 자신의 성격을 억누르고 있었다.“콜록, 나중에 저 사람 다 치료하고 나면 나도 침 좀 놔줘.”한대경은 이틀 동안이나 지아에게 말을 건네지 못했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약간 냉랭해졌다.그가 이 말을 꺼내자마자, 도윤의 기운이
두 사람의 팽팽한 긴장감은 지아를 숨 막히게 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그만하고 나가. 내 진료를 방해하지 말고.”한대경은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내가?”“그러면 누군데? 내가 신경 쓸 건 그 사람이 귀한 손님이든 아니든, 여기서는 내 환자일 뿐이야. 당신들이 무슨 원한이 있든 치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그러니까 당장 나가!”지아는 문 쪽을 가리켰고, 한대경은 그녀를 몇 번 노려보더니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진봉과 다른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저기 의사 선생님, 당신 직업이 의사가 아니라 조련사 아닙니까? 그 미친 개가 당신 말을 그렇게 잘 듣다니, 대단하시네요!”지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봉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도 나가.”“알겠어요.”진봉은 풀이 죽은 채 대답했고, 진환은 이도윤을 보며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문을 지키고 있을 테니, 하지만 한대경이 계속 기다릴 것 같으니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 게 좋겠어요. 의심을 살 수 있으니까요.”사람들이 떠난 후, 지아는 도윤의 치료에 집중했다. 지아는 도윤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두통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오랜만에 마사지를 해줄게.”“그 사람한테도 해준 적 있어?”도윤은 지아의 손을 꽉 잡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응.”지아는 숨기지 않았다.“그 남자가 너한테 뭐 했어?”“아무것도 안 했어. 도윤아, 나 다른 사람이 나를 건드리게 두지 않을 거야.”지아는 그의 품에 안기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이제 화 풀어줄래?”도윤은 그녀의 애교에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강하게 지아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지아야, 널 어쩌면 좋겠어.”지아는 두 시간 넘게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의 머리를 마사지해 주고, 안정 효과가 있는 향을 피워 주었다. 그리고 도윤이 잠들자 지아는 천천히 방을 나섰다.문 옆에 기대어 있던 진환은 지아가 나오자 몸을 곧추세웠다.“잠들었으
만약 한대경이 평소처럼 거만하게 굴었다면 지아는 그렇게까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원래의 임무 때문에 그에게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그래서 지아는 그게 의문스러웠다.“왜 갑자기 사람이 달라졌지?”“며칠 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 네 의술은 정말 대단해. 국립병원의 의사들도 너를 칭찬해 마지않더군. 만약 관심이 있다면 국립병원에 취직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어.”“그리고 네 남편과 아이들도 여기로 데려와서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할 수 있어. 남편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줄 수 있지.”한대경은 한 걸음 물러서며 지아와 거리를 두었다.“내가 너에게 약간의 호감이 있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지만, 이제 확실히 알겠어. 너는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야. 나는 너를 이곳에 남기고 싶어. 조건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도 좋아.”“고민해 볼게. 늦었으니 이제 돌아가 쉬어.”지아는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왜 한대경이 갑자기 이렇게 변한 걸까?’그날 밤, 지아는 불안한 잠을 잤다. 악몽이 반복되었고, 꿈속에서 늘 한대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날 속였어? 왜!”동이 트자, 지아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었다. 지아는 여전히 약속된 장소에 꽃을 두었고, 임무는 계속 진행되었다.오늘은 한대경이 매우 바빴는데, 도윤이 일찍 도착함에 따라 몇 개국 회담이 앞당겨졌기 때문이다.한대경은 물론, 도윤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의사 선생님, 당귀를 왜 강황에 넣었어요? 무슨 생각 중이었어요?”며칠 사이 지아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린 오혁이 다가왔다.그 말에 지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약재를 분리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집이 좀 그리워서요.”“보스가 당신을 직접 여기로 끌고 왔다고 들었어요. 집이 그리운 건 당연하죠. 우리 보스는 겉보기엔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사람들한텐 참 잘해요.”오혁은 지아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며, 함께 화단 옆에 앉
소지아가 위암 양성 판정을 받았던 날, 이도윤은 자신의 첫사랑과 함께 그녀의 아들과 아동 병원에 있었다.병원 복도에서 임건우는 검사 보고서를 들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지아야, 검사 결과 나왔어. 악성 종양 말기야, 수술 성공하면 5년 생존율은 15~30% 정도고.”소지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어깨에 멘 숄더백 끈을 잡아당겼고, 약간 창백한 작은 얼굴에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선배, 수술 안 하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6개월에서 1년, 사람마다 다르지. 네 상황은 먼저 약물치료를 두 번 받은 뒤, 수술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렇게 하면 암세포의 확산과 전이의 위험을 막을 수 있거든.”소지아는 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말했다.“고마워요, 선배.”“나한테 고맙긴, 바로 입원 수속 밟자.”“됐어요, 치료할 생각이 없어요. 약물 치료 견디기 힘들 거예요.”임건우는 몇 마디 더 설득하고 싶었지만 소지아는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선배, 이건 일단 비밀로 해줘요. 가족들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소씨 가문 파산 이후로 아버지의 거액의 입원비를 내는 것만으로도 소지아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차마 가족에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임건우는 소지아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쉬었다.“걱정 마. 입 꼭 다물고 있을게. 참, 너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네 남편 쪽은...”“선배, 우리 아빠 잘 부탁할게요, 신경 좀 많이 써주세요.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소지아는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임건우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재빨리 떠났다.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지아가 대학을 휴학하고 결혼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의학계의 천재로 불리던 소지아는 그렇게 의학계에서 사라져 지금은 만신창이가 되었다.지아의 아버지 소계훈이 치료를 받는 최근 2년 동안, 오직 소지아만이 바쁜 일정을 쪼개 그를 돌보았다. 정작 소지아 자신은 아파서 쓰러졌을 때도 지나가던 행인이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고,
어두컴컴한 밤, 소지아는 혼자 욕실로 돌아왔다.수도꼭지를 돌려 뜨거운 물을 틀자 소지아를 둘러싸고 있던 추위가 씻겨나갔다. 빨갛게 부은 눈을 비비며 문을 열고 한 방으로 들어갔다.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한 어린이 방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가볍게 벨을 흔들자, 오르골 음악 소리가 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방의 조명은 무척 따뜻했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소지아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아마도 이게 내가 받아야 할 벌인가 봐. 뱃속의 아이를 지켜내지 못해서 지금 신이 이제 내 생명까지 빼앗으려는 건가...’소지아는 1.2미터 길이의 어린이 침대에 올라 누워 몸을 웅크렸다. 왼쪽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오른쪽 눈으로 흘러내리며 볼에서 미끄러져 아래에 깔린 담요까지 촉촉하게 적셨다.침대 위에 있던 인형을 꼭 안고 중얼거렸다.“미안해, 아가야,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너를 지켜내지 못 했어. 근데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곧 갈게.”아이가 세상을 떠난, 소지아의 정신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마치 아름다운 꽃이 나날이 시들어가는 것 같았다.어둠에 잠긴 바깥 풍경을 보면서 아버지에게 이 돈만 남기면 자신의 아이를 찾아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튿날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소지아는 이미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고개를 숙여 웨딩드레스를 입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결혼사진을 바라보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그녀는 특별히 위에 좋다는 음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비록 오래 살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한 좀 더 오래 살아서 아버지를 돌보고 싶었다.소지아는 외출하자마자 병원의 전화를 받았다.“보호자님, 지금 환자분께서 갑자기 심장이 발작을 일으켜서 이미 수술실로 옮겼습니다.”“곧 갈게요!”소지아는 재빨리 병원으로 달려갔고, 수술은 아직 끝나기 전이었다. 수술실 문밖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기다렸다. 이미 모든 것을 잃었고, 이제 유일한 희망은 아버지가 건강하게 회복하여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백채원은 하얀 고급 캐시미어 외투를 입고 있었고, 귀에 있는 호주산 진주는 그녀를 부드럽고 기품 있도록 돋보이게 했다.목에 두른 숄만 해도 수백만 원을 호가했고, 점원은 백채원을 알아보고 얼른 맞이했다.“사모님, 오늘은 대표님께서 함께 주얼리 보러 오시지 않으셨네요?”“사모님, 가게에 또 신상이 들어왔는데, 다 사모님과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사모님, 지난번에 말씀하신 비취가 도착했는데, 이따가 한 번 착용해 보세요. 사모님 피부색과 아주 잘 어울릴 거예요.”점원이 사모님 사모님 하자 백채원은 미소를 지으며 소지아를 쳐다보았고,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승리에 도취되었다.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도윤이 백채원을 무척 아낀다고 알고 있었지만, 소지아가 그의 공식적인 법적 아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소지아는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왜 하필 가장 힘든 순간에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일까?백채원이 부드럽게 물었다.“이렇게 좋은 재질의 반지를 가지고 와서 돈을 바꾸면, 손해가 상당할 것 같은데요.”소지아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뻗어 반지를 도로 빼앗아왔다.“안 팔래요.”“안 판다고요? 정말 아쉽네요. 이 반지 정말 맘에 드는데, 그래도 아는 사이니까 비싼 값에 사려고 했어요. 소지아 씨는 돈이 필요한 거 아니에요?”소지아의 손은 제자리에 굳어졌다. 그렇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아주 간절하게. 백채원은 이 점을 알고 거리낌 없이 그녀를 짓밟았다.옆에 있던 점원이 나서서 얼른 충고했다.“아가씨, 이 분은 이씨 그룹 대표님의 약혼녀인데, 아가씨 반지가 마음에 든다고 하시니 높은 가격을 제시하실 거예요. 이렇게 하면 아가씨도 저희 쪽 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돈을 받을 수 있죠.”사모님이란 호칭은 소지아의 귀에 무척 거슬렸다. 분명히 1년 전까지만 해도 절대로 이도윤과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며 백채원이 감히 이도윤의 아내가 되겠다는 꿈도 꾸지 못하게 했었는데.겨우 1년만에, 사람들은 모두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