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그 모든 동작을 마쳤다.지아가 정신이 들었을 때 그녀는 이미 한대경의 몸 아래쪽에 누워 있었다.지아를 바라보는 한대경의 눈빛은 너무 노골적이고 욕망이 샅샅이 드러나 있었다.‘쟤 왜 저래? 이미 하고 온 거 아니야?’지아는 마음을 추스르며 침착하게 입을 열려고 애썼다.“왜 그래?”손을 움직였지만 한대경은 조금도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심지어 손에 힘을 더하면서 반지끝은 지아의 부드러운 피부를 파고 들어갈 것만 같았다.“내가 얼마든지 부르는 대로 줄 테니 하나만 들어줘.”“뭔데?”지아는 좋은 일이 아니라고 직감이 팍 들었다.한대경은 입술을 핥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나랑 하룻밤만 자자.”“꿈도 꾸지 마!”지아는 바로 그의 얼굴을 후려치려고 했다.“미친놈이!”하지만 그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손목이 잡혔고 또다시 ‘감금’되고 말았다.“화내지 마.” 한대경은 안색이 무척이나 어두웠다.“오늘 여자 만난 건 사실이야.”“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아무리 집적거려도 징그럽기만 하고 느낌이 없었어. 어렸을 때 자극받은 적이 있어서 여자한테 손도 대지 못했었는데... 넌...”한대경은 제법 진지한 모습으로 덧붙였다“넌 달라... 너한테 난 반응이 생겼거든. 그래서 치료하는 김에 이것도 같이 치료해줘. 의사잖아!”가면 아래에 있는 지아의 얼굴은 거의 익어갈 지경이었다.아무리 아이를 4명이나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충격적이었다.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이런 병을 치료해 준 적이 없는 지아이다.“안 돼! 내 전공과 맞지도 않고 그쪽 주치의를 찾아가.”“너만큼 프로페셔널한 의사는 없어. 네가 가장 적합해. 나한테는...”한대경은 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몇 번이나 반응이 일어났었다.그 말인즉슨, 꼭 지아여야만 한다는 것이다.모처럼 욕망을 불러일으킨 지아인데, 이대로 흘려보내기에 무척이나 아쉬웠고 더는 나타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지아는 한대경을 자격하고 싶지 않아 가능한 한 침착한
지아는 일이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한대경이 막무가내로 나가게 둘 지아도 아니었다.한대경의 손길이 피부에 닿기 직전, 지아는 무릎으로 남자의 아랫배를 내리쳤다.이윽고 지아는 그가 아등바등하는 동안 바로 차버리고서 침대에서 도망쳐 내려왔다.급한 대로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었다.지금 지아는 이 와인이 언제 생산되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즉시 와인을 탁자에 세게 두드렸고 와인은 땅에 흘러내렸고 지아는 유리 파편을 손에 들고서 자기 목에 겨누었다.“오지 마!”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지아의 성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한대경이다.“진정해.”“다가가지 않을 테니 그거 내려놔.”지아는 열이 잔뜩 오른 남자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차가운 목소리로 지아가 경고했다.“나한테 손끝 하나라도 댄다면 네 앞에서 죽어버릴 거야!”“너한테 아이가 있는데, 나 때문에 죽기야 하겠어?”“그런다고 한들 난 절대 너한테 이렇게 당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야. 난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앞으로 나 자극하지 마. 이보다 더한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지아는 말을 뱉고 난 뒤 미친 듯이 방에서 뛰어나왔다.그때 마침 정면으로 오고 있던 배신혁을 마주치게 되었다.배신혁은 지아가 손에 유리 파편을 들고서 미친 듯이 달려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지아에 대한 배신혁의 태도는 그럭저럭 공손한 편이었다.“선생님, 괜찮으세요?”지아는 그를 매섭게 째려보았다.“보스 좀 잘 챙기시죠!”말을 마치고서 지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가버렸다.어리둥절한 채로 배이혁에게 물었다.“형, 선생님 왜 저러셔?”그때 침실 입구에 상반신을 드러내고 머리에 침을 꽂은 남자가 나타났다.“억지로 하려다가 뒤죽박죽됐나 보네.”“설마...”지퍼가 잔뜩 내려간 채로 도망 나온 지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두 사람은 서서히 확신하게 되었다.“보스, 대체 뭘 하신 겁니까? 지나가던 개까지 죽일 셈
어젯밤 지아의 반응이 너무 격했는지 한대경은 하루 종일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지아는 국립병원에서 의료진들에게 침법을 가르쳐 주었다.날이 어두워지자 한대경은 지아가 침을 놓아주러 오기를 기다리면서 어떻게 사과할지생각했다.발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듣고, 이유 없이 심장이 조여왔다.그는 등 돌리고 손을 등 뒤에 지고 서 있었지만, 긴장함을 숨기려고 흉악한 말투로 말했다.“어젯밤 일은 내가 잘못했어, 오해하지 마, 너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니야. 난 그냥 유부녀를 좋아하는 것뿐이야.”지아를 안심 시켜주려고, 그는 심지어 자신의 이름을 더럽힐 계획까지 세웠다.유부녀를 좋아한다는 건 그냥 핑계일 뿐이었다.지아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한대경은 귀밑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계속 흉악하게 소리쳤다.“그러니까 안심해. 다시는 너한테 손대지 않을 테니! 전에 약속했던 것도 그대로 지킬게.”“왜 말이 없어? 내가 다 사과했는데, 또 뭐를 원하는데...”그는 화가 나서 돌아섰지만, 주름진 공효신의 얼굴과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이 보였다.‘젠장! 이런 개망신을 하다니!’“원장님이 여긴 왜...”공효신은 느릿느릿하게 걸어오면서 입을 열었다.“원수, 제가 귀가 멀어서 원수의 말은 제대로 정말로 듣지 못했습니다.”한대경의 얼굴은 어두워졌다.“무슨 이이에요?”공효신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일일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침을 놓아드리려고 온 겁니다. 수연 씨한테 이미 배우고 왔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한대경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이내 기다리고 있던 지아가 이런 방법을 쓸 줄은 몰랐다면서.“너 같은 늙은이한테 그딴 걸 받고 싶지 않아! 꺼져!”지금까지 다친 한대경을 모두 공효신이 직접 봐줬었다.공효신의 마음속에서 한대경은 그의 손자와 다를 바 없었다.그는 한대경의 성격을 잘 알고 있으므로 단 한 번도 따지지 않았다.“네, 어차피 국립 병원 의료진 전체가 할 줄 아는 일이니 원하시는 대로 의사 보내겠습니다.”“...”한대경은 어쩔 수 없어져 두
“잠이 안 올 때 수면제를 처방해 주려고.”지아는 마음속으로 꿍꿍이를 세우고 있었다.“네가 가서 준비해봐. 3일 후에 움직이면 여기에 홍인을 놓고 임무가 취소되면 목련 한 송이를 놓을게.”“좋은 소식 기다릴게.”두 사람은 잠시 만나고 난 뒤 자리를 떴고 지아는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한대경이 왔는지 자고는 있는지 전혀 모른 채.이튿날 그녀는 평상시대로 국립병원으로 갔다.요 며칠 동안 지아는 모든 사람들과 잘 지냈고 다들 ‘수연 씨’에서 그를 ‘수연 선생님’이라고 존칭하기도 했다.한대경은 틈틈이 들렸다가 몸을 기울이며 의술을 가르치는 지아를 보았었다.인내심 있게 두 가지의 비슷한 약재를 비교하면서 ‘강의’하는 지아를 우러러보면 젊은 의사들이 한 둘이가 아니었다.왜 외모가 출중하지도 않은 여자를 좋아할까? 아마도 그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박력과 부러움을 사는 의술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지아가 침을 놓을 때마다 몸에 필터가 씌워진 것처럼 왠지 모르게 한대경을 설레게 하는 것만 같았다.지아는 그의 시선을 알아차렸지만 못 본 척하고 몸을 돌렸다.여자의 직감으로 한대경은 자기한테 더 이상 욕구가 아니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단순한 욕망이라면 아무리 발버둥 치다고 하더라고 어떻게든 침대로 끌고 갔을 것이다.하지만 요 며칠 동안 많이 조용해진거 보니 그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이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감정이다.최악인 상황이기도 했다. 지아는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성격이니 말이다.사랑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성을 잃게 만들고 앞으로 반지를 가져가는 일은 더욱 번거로워질 것이다.하지만 지아는 A국 사람이 미리 온 것을 생각지 못했고 국립병원까지 바빠졌다.그들은 언제든지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지아가 약에 수면제를 넣기 시작했을 때 공효신은 약간 어리둥절했다.“갑자기 왜 약을 더 넣는 거예요?”“원수께서 요 며칠 잠을 잘 못 주무셨다고 해서요. 수면제를 넣어 효과를 보고 안 좋으면 양을 늘리려
지아는 다른 이유를 찾아서 도윤의 소식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먼저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요즘 지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아의 의술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기에 공효신은 그대로 그녀에게 맡겼다.상대가 워낙 존귀한 사람이라 혹시라도 차질이 생길까 봐 작은 소리로 물었다. “어때요?”지아는 도윤의 맥박을 만지고 있던 손을 떼고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요. 과로와 저혈당으로 갑자기 쓰러진 거예요.”모두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온 사람은 A국의 정해신침 같은 인물이다. 항상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좀처럼 남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만약 그가 여기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것은 곧 새드 엔딩을 의미한다.지아는 침을 꺼내 도윤의 팔맥 교회혈, 양측 내관혈, 도랑혈 등 13개 혈에 침을 놓고 자극을 주자 도윤은 유유히 깨어났다.연기 대상을 줘야 할 정도였다.“무슨 일이야...”“보스, 방금 기절하셨는데 다행히 이분이 한방에 구해주셨어요. 이분 꽤 젊어 보이는데, 의술이 아주 그냥 무서울 따름이에요.”지아는 진봉의 칭찬을 듣고 머리가 켜지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칭찬?’지아는 웃음을 참으며 분부했다 “이 분 혹시 아무것도 먹지 못한 거 아니예요?”“네, 이틀 동안 너무 바빠서 며칠 밤을 새우고 열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오늘 아침도 못 먹었어요.”“저혈당이 있으니, 앞으로 아침 꼭 챙겨 먹고 정 안되면 사탕이라도 준비하고 다니세요.”도윤은 아직도 지아 품에 안겨 겸허하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고마워요, 선생님. 꼭 명심하겠습니다.” 모두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행히 큰일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윤이가 말머리를 돌렸다. “요즘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뒤숭숭해요. 이따가 다시 봐주세요.”“네.”지아는 그를 부축시키고 난 뒤 한대경에게 말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니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다시 봐 드릴 거예요.”한대경은 마냥 이상하기만 했다.도
오혁은 머리까지 기울이고 흥분한 채로 물었다.“선생님, 무슨 과제를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저도 참가해도 될까요?” “선생님께서 지난번에 말한 설람화도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배울 게 너무 많아요.”지아는 더 난처해졌고 지금 지아가 생각하고 있는 어린 오혁에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오혁에게 자신이 도윤의 옷을 어떻게 풀어 헤치고 어떻게 키스해서 그리움을 풀 계획인지 말해줄 수 없으니 말이다.“나중에 얘기해요.”지아는 황급히 밥을 두 숟갈 먹고 한대경의 약을 달였다.작은 부채로 불을 올리면서 도윤을 기다렸다.그의 신분으로 봐서는 지금 한대경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비록 두 사람 모두 다 서로를 칼로 찔러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 식사하고 수다를 떨고 악수와 가소로운 웃음까지 짓어야 할 것이다.그리고 식사한 뒤에도 여러 절차도 있을 것이다.과연 지아 생각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고 도윤과 한대경은 모두 마음이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는데 대접에 소홀했던 점 양해해 주십시오.”“아닙니다. 숭어 맛도 좋았고 오랜만에 향수를 느낀 것만 같았습니다.”“괜찮으시면 며칠 더 머물어도 좋습니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앞뒤가 맞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았다.한대경과 도윤의 입도 계속 억지로 웃어서 굳었다.날이 어두워지자 도윤은 연회장에 진찰을 받으러 온 사람이 와서 진료해달라고 했다.아랫사람들도 태만하지 못하고 서둘러 지아를 찾았다.“선생님, 이분은 우리 C국의 귀한 손님이니, 반드시 조심해서 진료를 봐 드려야 해요”배신혁은 신신당부했다.지아는 약상자를 들고 잔소리 때문에 귀에 못이 박힐 것 같았다. “알겠어요. 그쪽 보스 약을 다 달여놨어요. 오늘 밤 약에 수면제를 좀 넣었으니, 잊지 말고 꼭 마시라고 하고요.”“네, 고맙습니다만...”배신혁은 요 며칠 성질이 점점 거칠어지는 한대경을 생각했다.밤에 잠을 자지 못해 형제 둘을 끌어당겨 주먹질을 하고 말이다.피곤해야 죽을 것
지아도 가식 없이 도윤의 목에 두 손을 올리고 리듬을 맞춰줬다.하도 격렬하게 서로를 느끼다 보니 숨이 끊어질 뻔했다.힘없이 그의 품에 엎드려 지아는 도윤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도윤아, 보고 싶었어.” 지아는 그의 품에 엎드려 환하게 웃었다.도윤의 성난 얼굴도 그제야 좀 풀리는 것만 같았다. “네가 요즘 뭘 했는지 알기나 해. 내가 너 생각하면서 어떻게 지냈는지 알기나 해?”지아는 고양이처럼 그의 뺨을 문질렀다.“미안해.”“그 얼굴로 이러고 있으니깐 내가 무슨 바람이라도 난 것 같아.”도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지아가 남의 얼굴로 그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싫어했다.손을 뻗어 가면을 떼어주려고 하자 지아는 손을 들어 그 손을 제지했다. “안 돼, 망가뜨리면 이곳에 고칠 재료가 없어.”도윤은 그녀를 소파로 앉히며 물었다.“이제 똑똑히 말해줘야지, 왜 꼭 그 반지를 가져야 하는 거야?”지아는 다시 그의 품에 안겼다.“오랜만에 만났는데 보고 싶지 않았어?”“말 돌리지 마, 지아야.”도윤은 그녀의 영혼 깊은 곳까지 보려는듯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알려줘.”“이미 약속했잖아. 이건 내 일이야. ”“위험한 일이잖아! 내가 어떻게 걱정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윤은 그녀를 안고 덧붙였다.“지아야, 너한테 잘못했던 거, 너한테 상처 줬던 거 반성하고 있어. 네가 떠난 이후로 내가 요즘 어떻게 지내왔는지 알아? 매일 조마조마하고 잠들어도 악몽을 꿔. 오늘 네가 나타나지 않을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데?”지아도 그를 안았다.“알고 있어. 나도 그동안 밤낮으로 그렇게 살아왔어. 너와 연락이 끊긴 날들 나는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도윤의 얼굴은 어느새 굳어져버렸다“지아야, 난...”좀 이해할 것 같았다.도윤 역시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지아는 그의 허리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 목을 껴안고 키스를 했다. “그래서 결혼하기 싫어. 속박당하기 싫어. 지금 이런 관계가 제일 좋아. 도윤아, 나 좀 안아주고
도윤은 자신과 지아의 감정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갑작스럽게 깨달았다. 예전에는 지아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 감정은 마치 집에서 키우는 애완 고양이나 강아지에 대한 애정에 가까웠다.그녀는 자신에게 동반자와 감정적인 위안을 제공해 주었고, 그는 지아에게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 역할이었다. 그러나 도윤은 한 번도 지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이제 지아가 자신을 떠난 후, 그녀는 더 자신감 있고 자유로워졌다.또한 그런 모습의 지아는 더 훌륭했으며 그를 더욱 설레게도, 동시에 두렵게도 했다.둘의 관계에서 도윤은 이제 을의 위치에 서 있는 비천한 자가 되었다.도윤은 한쪽 무릎을 소파에 꿇고, 지아의 목을 따라 손을 천천히 내리며 속삭였다.“지아야, 나를 조금 더 사랑해 줄 수 없을까.”지아는 마치 구원자처럼 손을 들어 도윤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얌전하게 굴어.”며칠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조금 편해졌고, 서로의 그리움을 몸으로 표현했다.그때 문이 두드려졌고, 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스, 한대경이 곧 도착해요.”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아의 신발을 신겨주면서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에 왜 오는 거야? 지아야, 그 남자가...”지아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도윤아,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지아야.”도윤이 화를 내는 틈을 타 지아는 몸을 숙여 그의 입술을 단단히 붙잡았다.“도윤아, 내 마음에는 너밖에 없어. 너도 알고 있잖아.”두 사람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고, 도윤의 눈동자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지아야, 넌 나의 숨통을 틀어막고 싶은 거야?”“도윤아, 나를 데려가 줘.”지아는 그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이에 도윤은 지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그래.”한대경은 문밖에서 진봉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고, 진봉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 보스께서 치료 중이셔서 외부인을 만날 수 없으세요.”“외부인?”한대경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