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다른 이유를 찾아서 도윤의 소식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먼저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요즘 지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아의 의술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기에 공효신은 그대로 그녀에게 맡겼다.상대가 워낙 존귀한 사람이라 혹시라도 차질이 생길까 봐 작은 소리로 물었다. “어때요?”지아는 도윤의 맥박을 만지고 있던 손을 떼고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요. 과로와 저혈당으로 갑자기 쓰러진 거예요.”모두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온 사람은 A국의 정해신침 같은 인물이다. 항상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좀처럼 남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만약 그가 여기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것은 곧 새드 엔딩을 의미한다.지아는 침을 꺼내 도윤의 팔맥 교회혈, 양측 내관혈, 도랑혈 등 13개 혈에 침을 놓고 자극을 주자 도윤은 유유히 깨어났다.연기 대상을 줘야 할 정도였다.“무슨 일이야...”“보스, 방금 기절하셨는데 다행히 이분이 한방에 구해주셨어요. 이분 꽤 젊어 보이는데, 의술이 아주 그냥 무서울 따름이에요.”지아는 진봉의 칭찬을 듣고 머리가 켜지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칭찬?’지아는 웃음을 참으며 분부했다 “이 분 혹시 아무것도 먹지 못한 거 아니예요?”“네, 이틀 동안 너무 바빠서 며칠 밤을 새우고 열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오늘 아침도 못 먹었어요.”“저혈당이 있으니, 앞으로 아침 꼭 챙겨 먹고 정 안되면 사탕이라도 준비하고 다니세요.”도윤은 아직도 지아 품에 안겨 겸허하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고마워요, 선생님. 꼭 명심하겠습니다.” 모두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행히 큰일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윤이가 말머리를 돌렸다. “요즘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뒤숭숭해요. 이따가 다시 봐주세요.”“네.”지아는 그를 부축시키고 난 뒤 한대경에게 말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니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다시 봐 드릴 거예요.”한대경은 마냥 이상하기만 했다.도
오혁은 머리까지 기울이고 흥분한 채로 물었다.“선생님, 무슨 과제를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저도 참가해도 될까요?” “선생님께서 지난번에 말한 설람화도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배울 게 너무 많아요.”지아는 더 난처해졌고 지금 지아가 생각하고 있는 어린 오혁에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오혁에게 자신이 도윤의 옷을 어떻게 풀어 헤치고 어떻게 키스해서 그리움을 풀 계획인지 말해줄 수 없으니 말이다.“나중에 얘기해요.”지아는 황급히 밥을 두 숟갈 먹고 한대경의 약을 달였다.작은 부채로 불을 올리면서 도윤을 기다렸다.그의 신분으로 봐서는 지금 한대경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비록 두 사람 모두 다 서로를 칼로 찔러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 식사하고 수다를 떨고 악수와 가소로운 웃음까지 짓어야 할 것이다.그리고 식사한 뒤에도 여러 절차도 있을 것이다.과연 지아 생각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고 도윤과 한대경은 모두 마음이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는데 대접에 소홀했던 점 양해해 주십시오.”“아닙니다. 숭어 맛도 좋았고 오랜만에 향수를 느낀 것만 같았습니다.”“괜찮으시면 며칠 더 머물어도 좋습니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앞뒤가 맞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았다.한대경과 도윤의 입도 계속 억지로 웃어서 굳었다.날이 어두워지자 도윤은 연회장에 진찰을 받으러 온 사람이 와서 진료해달라고 했다.아랫사람들도 태만하지 못하고 서둘러 지아를 찾았다.“선생님, 이분은 우리 C국의 귀한 손님이니, 반드시 조심해서 진료를 봐 드려야 해요”배신혁은 신신당부했다.지아는 약상자를 들고 잔소리 때문에 귀에 못이 박힐 것 같았다. “알겠어요. 그쪽 보스 약을 다 달여놨어요. 오늘 밤 약에 수면제를 좀 넣었으니, 잊지 말고 꼭 마시라고 하고요.”“네, 고맙습니다만...”배신혁은 요 며칠 성질이 점점 거칠어지는 한대경을 생각했다.밤에 잠을 자지 못해 형제 둘을 끌어당겨 주먹질을 하고 말이다.피곤해야 죽을 것
지아도 가식 없이 도윤의 목에 두 손을 올리고 리듬을 맞춰줬다.하도 격렬하게 서로를 느끼다 보니 숨이 끊어질 뻔했다.힘없이 그의 품에 엎드려 지아는 도윤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도윤아, 보고 싶었어.” 지아는 그의 품에 엎드려 환하게 웃었다.도윤의 성난 얼굴도 그제야 좀 풀리는 것만 같았다. “네가 요즘 뭘 했는지 알기나 해. 내가 너 생각하면서 어떻게 지냈는지 알기나 해?”지아는 고양이처럼 그의 뺨을 문질렀다.“미안해.”“그 얼굴로 이러고 있으니깐 내가 무슨 바람이라도 난 것 같아.”도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지아가 남의 얼굴로 그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싫어했다.손을 뻗어 가면을 떼어주려고 하자 지아는 손을 들어 그 손을 제지했다. “안 돼, 망가뜨리면 이곳에 고칠 재료가 없어.”도윤은 그녀를 소파로 앉히며 물었다.“이제 똑똑히 말해줘야지, 왜 꼭 그 반지를 가져야 하는 거야?”지아는 다시 그의 품에 안겼다.“오랜만에 만났는데 보고 싶지 않았어?”“말 돌리지 마, 지아야.”도윤은 그녀의 영혼 깊은 곳까지 보려는듯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알려줘.”“이미 약속했잖아. 이건 내 일이야. ”“위험한 일이잖아! 내가 어떻게 걱정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윤은 그녀를 안고 덧붙였다.“지아야, 너한테 잘못했던 거, 너한테 상처 줬던 거 반성하고 있어. 네가 떠난 이후로 내가 요즘 어떻게 지내왔는지 알아? 매일 조마조마하고 잠들어도 악몽을 꿔. 오늘 네가 나타나지 않을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데?”지아도 그를 안았다.“알고 있어. 나도 그동안 밤낮으로 그렇게 살아왔어. 너와 연락이 끊긴 날들 나는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도윤의 얼굴은 어느새 굳어져버렸다“지아야, 난...”좀 이해할 것 같았다.도윤 역시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지아는 그의 허리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 목을 껴안고 키스를 했다. “그래서 결혼하기 싫어. 속박당하기 싫어. 지금 이런 관계가 제일 좋아. 도윤아, 나 좀 안아주고
도윤은 자신과 지아의 감정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갑작스럽게 깨달았다. 예전에는 지아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 감정은 마치 집에서 키우는 애완 고양이나 강아지에 대한 애정에 가까웠다.그녀는 자신에게 동반자와 감정적인 위안을 제공해 주었고, 그는 지아에게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 역할이었다. 그러나 도윤은 한 번도 지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이제 지아가 자신을 떠난 후, 그녀는 더 자신감 있고 자유로워졌다.또한 그런 모습의 지아는 더 훌륭했으며 그를 더욱 설레게도, 동시에 두렵게도 했다.둘의 관계에서 도윤은 이제 을의 위치에 서 있는 비천한 자가 되었다.도윤은 한쪽 무릎을 소파에 꿇고, 지아의 목을 따라 손을 천천히 내리며 속삭였다.“지아야, 나를 조금 더 사랑해 줄 수 없을까.”지아는 마치 구원자처럼 손을 들어 도윤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얌전하게 굴어.”며칠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조금 편해졌고, 서로의 그리움을 몸으로 표현했다.그때 문이 두드려졌고, 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스, 한대경이 곧 도착해요.”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아의 신발을 신겨주면서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에 왜 오는 거야? 지아야, 그 남자가...”지아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도윤아,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지아야.”도윤이 화를 내는 틈을 타 지아는 몸을 숙여 그의 입술을 단단히 붙잡았다.“도윤아, 내 마음에는 너밖에 없어. 너도 알고 있잖아.”두 사람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고, 도윤의 눈동자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지아야, 넌 나의 숨통을 틀어막고 싶은 거야?”“도윤아, 나를 데려가 줘.”지아는 그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이에 도윤은 지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그래.”한대경은 문밖에서 진봉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고, 진봉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 보스께서 치료 중이셔서 외부인을 만날 수 없으세요.”“외부인?”한대경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
도윤은 한대경의 반응을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 그들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고, 한대경의 성격은 매우 거칠고 충동적이었다.지금의 그의 위치가 어떻든 상관없이,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도 이런 대우를 참아내지 않았을 것이다.한때 한대경을 헐뜯었던 사람들의 무덤에는 이미 잡초가 무성했다.하지만 지아가 한대경을 욕한 후에도,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분노도 보이지 않았다.한대경의 뒤에 있던 두 사람 역시 태연하게 서 있었으니, 이는 지아가 처음으로 언성을 높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그렇다는 건 한대경은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 틀림없었다.남자는 남자를 잘 안다.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이상 어찌 한 여자가 자기 머리 위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참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자, 도윤은 바지에 얹은 손가락을 꼭 움켜쥐었다.도윤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고 하루빨리 지아를 데리고 나가야 했다.진봉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 미친 한대경이 지아의 말을 이렇게까지 듣다니?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진봉의 눈에 비친 한대경은 마치 고등학교 시절의 문제아 같았고, 선생님 말은 절대 듣지 않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얌전해진 이유가 대체 뭘까?진환의 시선은 지아와 한대경을 오가며 무언가 짐작하는 눈치였고, 상황은 최악의 결과를 향해 가고 있었다.지아의 고함에 모두가 침묵했고,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한대경은 지아가 침을 놓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응시했다. 그 손목은 가늘고 하얗고, 침을 놓는 동작은 간결하고 깔끔한 것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멋진 모습이었다.그저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대체 왜 이렇게 그를 끌어당기는 걸까?한대경은 지아가 겁을 먹고 도망칠까 봐 자신의 성격을 억누르고 있었다.“콜록, 나중에 저 사람 다 치료하고 나면 나도 침 좀 놔줘.”한대경은 이틀 동안이나 지아에게 말을 건네지 못했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약간 냉랭해졌다.그가 이 말을 꺼내자마자, 도윤의 기운이
두 사람의 팽팽한 긴장감은 지아를 숨 막히게 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그만하고 나가. 내 진료를 방해하지 말고.”한대경은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내가?”“그러면 누군데? 내가 신경 쓸 건 그 사람이 귀한 손님이든 아니든, 여기서는 내 환자일 뿐이야. 당신들이 무슨 원한이 있든 치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그러니까 당장 나가!”지아는 문 쪽을 가리켰고, 한대경은 그녀를 몇 번 노려보더니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진봉과 다른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저기 의사 선생님, 당신 직업이 의사가 아니라 조련사 아닙니까? 그 미친 개가 당신 말을 그렇게 잘 듣다니, 대단하시네요!”지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봉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도 나가.”“알겠어요.”진봉은 풀이 죽은 채 대답했고, 진환은 이도윤을 보며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문을 지키고 있을 테니, 하지만 한대경이 계속 기다릴 것 같으니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 게 좋겠어요. 의심을 살 수 있으니까요.”사람들이 떠난 후, 지아는 도윤의 치료에 집중했다. 지아는 도윤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두통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오랜만에 마사지를 해줄게.”“그 사람한테도 해준 적 있어?”도윤은 지아의 손을 꽉 잡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응.”지아는 숨기지 않았다.“그 남자가 너한테 뭐 했어?”“아무것도 안 했어. 도윤아, 나 다른 사람이 나를 건드리게 두지 않을 거야.”지아는 그의 품에 안기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이제 화 풀어줄래?”도윤은 그녀의 애교에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강하게 지아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지아야, 널 어쩌면 좋겠어.”지아는 두 시간 넘게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의 머리를 마사지해 주고, 안정 효과가 있는 향을 피워 주었다. 그리고 도윤이 잠들자 지아는 천천히 방을 나섰다.문 옆에 기대어 있던 진환은 지아가 나오자 몸을 곧추세웠다.“잠들었으
만약 한대경이 평소처럼 거만하게 굴었다면 지아는 그렇게까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원래의 임무 때문에 그에게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그래서 지아는 그게 의문스러웠다.“왜 갑자기 사람이 달라졌지?”“며칠 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 네 의술은 정말 대단해. 국립병원의 의사들도 너를 칭찬해 마지않더군. 만약 관심이 있다면 국립병원에 취직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어.”“그리고 네 남편과 아이들도 여기로 데려와서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할 수 있어. 남편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줄 수 있지.”한대경은 한 걸음 물러서며 지아와 거리를 두었다.“내가 너에게 약간의 호감이 있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지만, 이제 확실히 알겠어. 너는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야. 나는 너를 이곳에 남기고 싶어. 조건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도 좋아.”“고민해 볼게. 늦었으니 이제 돌아가 쉬어.”지아는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왜 한대경이 갑자기 이렇게 변한 걸까?’그날 밤, 지아는 불안한 잠을 잤다. 악몽이 반복되었고, 꿈속에서 늘 한대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날 속였어? 왜!”동이 트자, 지아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었다. 지아는 여전히 약속된 장소에 꽃을 두었고, 임무는 계속 진행되었다.오늘은 한대경이 매우 바빴는데, 도윤이 일찍 도착함에 따라 몇 개국 회담이 앞당겨졌기 때문이다.한대경은 물론, 도윤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의사 선생님, 당귀를 왜 강황에 넣었어요? 무슨 생각 중이었어요?”며칠 사이 지아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린 오혁이 다가왔다.그 말에 지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약재를 분리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집이 좀 그리워서요.”“보스가 당신을 직접 여기로 끌고 왔다고 들었어요. 집이 그리운 건 당연하죠. 우리 보스는 겉보기엔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사람들한텐 참 잘해요.”오혁은 지아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며, 함께 화단 옆에 앉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지아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찾아왔다. 역시나 플로럴 온천이라 그런지 공기 중에는 부드러운 꽃향기가 퍼져 있었고, 지아에게는 따로 작은 온천이 배정되었다.‘혹시 한대경이 정말 양심에 찔려 변한 걸까?’비록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져 있었지만, 지아는 온천에 몸을 담글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멀리서 삼엄하게 지켜보는 경비들을 보고, 한대경이 지금 손님을 맞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오늘 밤 지아는 성공할 수 있을까?한 시간이 넘게 지나자, 지아는 정원에 앉아 하늘의 수많은 별을 바라보며, 귓가에는 벌레 우는 소리와 함께 벚꽃이 살랑살랑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꽃잎이 온천물 위에 떨어져 더욱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이떄, 문밖에서 누군가가 노크했다.“의사 선생님, 다 끝내셨나요?”이에 지아는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어젖히고는 물었다.“네. 무슨 일이죠?”“저를 따라오시죠.”그는 지아를 다른 길로 안내했다. 청석판으로 포장된 길 양옆에는 나무들이 심겨 있었고, 은은한 조명 아래서 몹시도 아름다워 보였다.몇 분 걸어가자, 지아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 앞에는 커다란 달풀꽃밭이 펼쳐져 있었다.달풀꽃은 꽃잎이 닫혀 있을 때는 백합 모양의 종 모양을 하고 있으며, 달이 뜨는 밤이면 노란 꽃잎이 소녀의 드레스처럼 펼쳐지며 피어나는 꽃이었다.이렇게 넓은 달풀꽃밭이라니!조명과 달빛 아래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그 황홀한 광경을 본 지아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이건...”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네가 찾던 달풀꽃이야.”지아가 돌아서자, 한대경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평소와 달리 C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고, 넉넉한 로브가 허리끈으로만 묶여 있었다. 그 덕분에 그의 탄탄한 허리와 어깨가 강조되었다.날카로운 한대경의 이목구비가 나무 사이에서 어둠에 살짝 가려져 있어,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이 정도면 충분히 너에게 갚을 수 있겠지?”“충분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