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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배이혁은 안색이 차갑다 못해 파래질 정도였다.

“아무튼 방심하지 마.”

“알았어.”

배이혁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덧붙였다.

“원수 요즘 기분 별로일 거야. 아프지 않게 네가 옆에서 잘 보살펴 드려.”

“알았어.”

담배 한 대도 채 피우지 못했는데 마지막 여자마저 쫓겨나왔다.

배이혁은 담배를 끄고 배신혁과 눈을 맞추었다.

“벌써 끝난 거야?”

두 사람은 부하에게 모든 여자를 데리고 나가게 했다.

이윽고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옷깃이 활짝 열려 있는 한대경의 가슴팍에는 립스틱 자국이 가득했다.

하지만 얼굴은 더없이 어두워 보였다.

“대체 어디서 데리고 온 여자들이야! 제대로 찾아온 거 맞아?”

아무런 느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징그러웠으니 말이다.

“보스, 도대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세요? 정확히 말씀해 주시면 저희도 쉽게 찾아드릴 수 있어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은 사람으로!”

순간 배신혁은 어이가 없었다.

“혹시 의술도 훌륭해야 하는 겁니까?”

“있으면 더 좋고.”

지아의 이름만 나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배신혁은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말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걔는 어디에 있어?”

“오늘 하루 국립 병원에 있었을 겁니다. 지금도 그곳에 있을 겁니다.”

“찾게 되면 나 불러.”

한대경은 그 말 한마디만 남겨두고 가버렸다.

배이혁은 어깨를 들썩이면서 말했다.

“내가 뭐라고 했어? 그냥 찾지 마. 전 세계를 뒤진다고 하더라도 너 절대 못 찾아. 원수가 원하는 여자는 그 의사거든.”

오랫동안 한대경의 곁을 지킨 배신혁과 배이혁은 지금껏 이런 한대경의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지아가 처음이었고 일단 한대경의 마음에 든 이상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근데 소수연 선생님 이미 결혼했잖아.”

“아직 이성을 붙잡고 있는 거지. 대체품이라도 찾아달라고 하는 거잖아. 이성을 잃게 되면 소수연 선생님 괜찮을 거 같아? 집안 파탄 내고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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