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을 하려던 부방경은 마침 멀지 않은 곳에서 걸어오는 지아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지아, 이리 와봐.” 순간 어리둥절해진 미셸이 투덜거렸다.“엄마, 오빠가 언제부터 저 여자와 이렇게까지 친해진 거야?” 부장경의 다정한 모습에 미셸은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평소 부장경은 줄곧 무뚝뚝한 성격이었고 특히 여자들과는 더욱 거리를 유지해왔다.때문에 미셸은 지금까지 부장경과 가장 친한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지아를 대하는 그의 다정한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설마 오빠는 소지아 저 여자가 결혼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계속 좋아하는 거야?’ 지아는 공손한 태도로 민연주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부인, 설아 아가씨.” 민연주는 요 며칠 감히 제멋대로 굴 수 없었기에 상냥한 태도로 지아와 담담히 인사를 나눴다. “소지아 씨, 오셨군요.” 이때 오직 미셸만이 콧방귀를 뀌었는데 비록 지아에게 시비를 걸진 않았지만 친절하게 대하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아는 아직 자신의 신분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사람들 앞에서 전과 같은 호칭으로 부장경을 불렀다. “부 선생님.” “이리 와서 페인트 색깔 좀 봐.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부 다시 해도 돼.” 그런데 아직 지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미셸이 끼어들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왜 저 여자한테 물어보는 거야? 설마 이 별채가 저 여자를 위해 준비한 건 아니지? 아니, 고작 저딴 외부인한테 이렇게 큰 집을 내줄 필요까지 있어?” 현재 새로 짓고 있는 이 별채는 마당의 면적을 제외하고도 거의 200여 평은 되어 보였는데 미셸의 별채는 고작 50몇 평 밖에 되지 않았다. 때문에 미셸은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여자가 우리 아빠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라고 쳐도 우리 집에 평생 눌러 살 건 아니잖아? 아빠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오빠는 아빠를 말리지 않고 뭐 했어? 내가 볼 땐 아빠 정말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 이때 민연주가 얼른 미셸을 말렸
‘설마 소지아와 도윤 저 녀석이 재혼이라고 하려는 건가?’ ‘재혼한다고 쳐도 오늘 같은 부씨 가문의 가족 식사 자리에 저 자식 같은 외부인이 낄 필요는 없을 텐데?’ 하용은 아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도윤이 부남진에게 상황 회보를 하러 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하용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두 사람은 동시에 차에서 내렸고 비슷한 검은색 코트를 입었으며 기럭지까지 매우 비슷했지만 유독 도윤이 풍기는 기운은 하용보다 더욱 싸늘했다. 다른 사람들이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표면적인 친분조차 유지하려 하지 않았고 냉랭한 얼굴로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동시에 부씨 가문에 발을 들여 놓았고 그들 뒤를 따르던 시종들은 두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마치 차가운 날씨보다 더욱 썰렁하게 느껴졌다. “오늘 같은 가족 식사 자리에 네가 얼굴을 비추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웃기지도 않네.” 하용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그러자 도윤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가족 식사 자리인 걸 알면서 넌 무슨 자격으로 여기 있는 건데? 지난번 일이 쪽팔리지도 않나 봐?” 비록 지아에게 물을 뿌린 건 미셸이었으나 그 뒤에서 모든 걸 조종한 사람은 하용이었다. 하지만 그가 직접적으로 나서진 않았기에 부남진은 단지 미셸만 집에서 내쫓고 처벌했을 뿐 하용에게 책임을 묻진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판을 짠 사람이 하용임을 뻔히 알고 있었고 부남진 또한 그 일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다. 이때 하용이 쌀쌀맞게 대답했다.“설아가 그런 일을 벌인 건 다 각하의 안전을 위한 거였어. 오히려 너와 소지아 그 여자가 뒤에서 농간을 부리고 각하를 속여왔지.” “그러니 분명 각하도 누가 옳고 그른 건지 잘 알고 계실 거야.” 그렇게 두 사람은 동시에 식사 자리로 향했고 하용이 나타난 순간 민연주는 미간을 찌푸렸는데 초대하지 않은 손님임이 분명했다. 그녀는 부장경이 다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속상했지만 한 가족의 어른으로서 절대 그 불쾌한 감정을 대놓고 티 낼 수
달그락- 민연주는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렸는데 미셸이 이런 말을 내뱉을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용과 결혼한다고? 미친 거 아니야?’ 민연주는 낯빛이 하얗게 질렸고 환각이 생겨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그런데 이때 미셸이 환한 미소를 띄며 말을 이어갔다. “엄마, 아빠, 저 드디어 누가 저에게 가장 진심인지 깨달았어요.” “전에는 제가 사랑할 만한 가치도 없는 사람을 위해 멍청한 짓을 하면서 진짜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보지 못했던 거예요.” “저도 이제 나이가 어리지 않으니 앞으로 하용과 잘 살아 보고 싶어요.” 이에 민연주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리고 깊게 심호흡을 한 뒤 물을 한 잔 마셨고 당장이라도 미셸을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으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미셸은 민연주의 낯빛이 보기 흉해진 건 발견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표정들은 모두 괴상할 정도로 덤덤했다. 도윤의 얼굴에는 전혀 미셸에게 배신당한 불쾌한 감정이 보이지 않았고 지아는 약간 어색한 듯 물을 한 잔 마셨다.이때 부장경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미간을 찌푸렸지만 오히려 부남진의 표정은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냉담했고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부남진은 담담하게 물컵을 내려놓더니 미셸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잘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니?”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고 이건 미셸이 예상했던 반응과는 전혀 달랐다. 부남진이 미셸을 바라보는 눈빛은 낯선 이를 바라보는 것 같았고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미셸은 약간 당황하고 말았다.“아빠, 하용은 저에게 아주 잘해줘요. 전 정말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니 아빠도 허락해줬으면 좋겠어요.”이때 하용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셸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은사님, 사모님, 다들 아시겠지만 전 줄곧 설아를 좋아해왔어요. 그러니 앞으로도 무슨 일이 생기든지 반드시 설아를 아끼겠다고 맹세할게요.” 민연주는 부남진의 절정으로 차오르는 분노를 느꼈는데 미셸에게 너무 실망한
부남진의 눈빛은 순간 싸늘해졌고 손으로 컵을 꽉 쥐었다. 지아는 당장이라도 부남진이 폭발했던 같다는 느낌에 그의 손등을 톡톡 치며 말했다. “각하, 일단 물부터 마시세요.” 방금 그 순간 부남진은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미셸의 얼굴에 던진 뻔했다. 그는 차오르는 분노를 겨우 억누르고 자신을 진정시키며 물었다.“그래서 혼전임신이 자랑스럽기라도 한 거야?” “은사님, 탓하시려면 저를...” 쨍그랑- 부남진은 손에 쥐고 있던 컵을 하용의 발 밀으로 뿌리며 말했다. “설아는 철이 없다고 쳐도 하용 너까지 생각이 없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내 기를 채우려고 이러는 거니?” “혼전임신이라는 게 외부에 소문이라도 나면 사람들이 우리 부씨 가문을 어떻게 생각 하겠어?” “아빠, 그 고지식한 생각 좀 버려요!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혼전임신으로 결혼하는데요! 게다가 저와 하용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요.” “심지어 아빠도 오빠한테 빨리 결혼하고 애를 낳으라고 재촉도 했잖아요. 마침 저에게 애가 생겼고 손자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거 좋은 일 아닌가요?” 그러자 부남진이 냉소하며 말했다. “한 달 전만 해도 도윤이 아니면 평생 결혼은 하지 않겠다더니 이젠 또 하용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네 진심이 너무 값 떨어진다는 생각 안 들어?” “전에는 제가 멍청해서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사랑했던 것뿐이예요.” “그럼 지금은 멍청하지 않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거니?” 부남진의 말에 미셸은 할 말을 잃었고 민연주에게 도움을 바랬다. “엄마, 빨리 나 대신 말 좀 해줘. 내가 임신한 게 나쁜 일도 아닌데 아빠는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내시는 거야?” 하지만 민연주도 이번엔 미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너 정말 미쳤구나? 네 아버지가 무슨 신분이고 넌 또 무슨 신분인지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거니?” “이게 만일 소문이라도 나면 네 아빠가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니겠어?” 그러자 미셸이 투덜댔다. “
하용은 순간 멍해졌고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렸는데 부남진이 이런 고약한 수를 쓸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하용은 부남진이 정말로 자기 딸을 버릴 리는 없다고 생각했고 단지 자신을 시험하려는 것이라고 여겼다. “당연하죠. 제가 사랑하는 건 설아라는 사람이지 신분이 아니니까요.” 미셸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빠, 무슨 뜻이예요? 그때는 홧김에 한 말 아니었어요? 제 친 아빠면서 어떻게 저를 버리려 할 수 있어요?” 이에 부남진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홧김에 한 말이라고? 내가 너처럼 유치한 줄 알아? 그런 말을 홧김에 내뱉게?” “몇 년 동안 너는 잘난 네 신분과 지위로 줄곧 제멋대로 굴고 다녔지만 만약 그 신분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미셸은 순간 표정이 굳어 버렸다. “아빠, 화 다 풀리신 거 아니었어요? 안 그럼 왜 저한테 집에 돌아와 식사하자고 한 건데요?” “너에게 돌아오라고 한 건 내가 모두에게 알릴 중요한 일이 있어서였어. 마침 네 이름도 호적에서 파버릴 겸 말이야.” 이에 미셸은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아빠,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내가 왜 굳이 이런 거로 농담하겠어?” 부남진의 얼굴은 극도로 싸늘했고 마치 남 보는 듯한 눈길로 미셸을 바라보았다. 이에 미셸은 갑자기 민연주의 팔을 잡고 흔들었는데 그제야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 빨리 얘기 좀 해줘.” 만약 임신만 아니었어도 민연주는 미셸의 편을 들었겠지만 이런 엄청난 사고를 친 그녀에 민연주도 철저히 실망해 버렸다. 민연주는 알뜰살뜰 키운 자기 딸이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친 건지 수치스러울 따름이었다. “난 할 말은 없어.” “오빠!” 미셸은 또 부장경에게로 다가가 그의 팔을 마구 흔들며 말했다. “빨리 아빠 좀 말려봐.” 그런데 미셸이 너무 심하게 밀었던 탓에 부장경은 옆에 있던 지아와 부딪쳤고 순간 미셸과 지아와 두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미셸은 모든 화를 지아에게
이미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예감하고 있었던 민연주는 부남진의 입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민연주는 떨리는 입술로 물었다. “여보,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그러자 부남진이 설명했다. “오래 전, 당신을 만나기 전에 다른 사람을 만난 적 있다고 내가 얘기 했었지?” “당신을 배신한 게 아니라 나와 헤어지고 난 뒤 그 사람에게 아이가 생겼던 것 같아. 지아는 바로 그 사람과 나의 손녀야.”“아빠, 저 여자가 어떻게 아빠의 손녀야? 저 여자는...” 미셸은 연거푸 고개를 저으며 인정하려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부남진은 냉랭하게 웃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이미 지아와 난 유전자 검사까지 마쳤어. 우린 확실히 혈연 관계가 있고 앞으로 지아 또한 우리 부씨 가문 사람이야. 그리고 넌...” 부남진은 한 층 더 엄숙해진 태도로 말했다.“전에도 말했지만 난 이제 너 같은 딸은 필요 없어. 그러니 알아서 잘 살도록 해.” 미셸은 그제야 부씨 가문에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고 그녀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녀에겐 단 한 장의 카드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건 바로 뱃속의 아이였다. “아빠, 저 임신했어요! 여기 초음파 사진 좀 보세요. 어떻게 임신한 저를 쫓아내실 수 있어요?” “하용은 자신이 한 일에 책임질 줄 아는 좋은 남자이니 너도 끝까지 책임져줄 거야.” “게다가 이 결혼도 네가 원하던 거 아니냐? 하용과 결혼하고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 이때 하용도 심장이 철렁했는데 그가 오늘을 위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는 오직 하용 자신만이 알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도윤을 한 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하용은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어떻게 지아가 부남진의 친손녀인 거지? 저 여자는 파산 당한 소씨 가문의 딸 아니었어?’ 비록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하용은 애써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미셸을 말렸다.“설아야, 뱃속 아기를 생
도윤은 공짜로 엄청난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았는데 지금쯤 하용은 또 계획 실패로 쓴 맛을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약간 깨고소한 느낌이었다. 때문에 도윤은 이 식사자리가 매우 즐거웠고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하지만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 부씨 가문의 몇 사람은 안색이 완전히 어두워졌고 부남진은 밥맛이 뚝 떨어졌다. 이때 지아가 부남진에게 음식을 짚어주며 말했다. “할아버지, 건강을 생각하셔야죠.” 이에 부남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설아처럼 바보 같은 딸을 나은 걸까?’ 부남진은 자신과 민연주 모두 똑똑한 사람인데 미셸은 도대체 누구를 닮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오늘 식사 자리는 파토 나진 않았지만 분위기는 미셸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었기에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부남진이 지아에게 말했다. “오늘 밤엔 발 마사지 안 해줘도 돼. 네 할머니와 할 얘기가 있어.” 할머니란 이 호칭에 지아는 약간 움찔했는데 아직 50여 세밖에 되지 않은 민연주가 얼렁뚱땅 할머니가 되어버린 것이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어쨌든 화는 내시지 말아요.” 미셸의 임신 소식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고 하용이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저지른 이번 일은 부남진의 마지노선을 완전히 침범해 버렸다. 부장경도 부남진의 방으로 들어갔고 도윤 혼자 싱글벙글이었다. “지아야, 방까지 데려다 줄게.” 바깥 복도의 불빛은 어두컴컴했고 가로등 아래에는 흰 눈이 깃털처럼 부드럽게 쏟아지고 있는 것이 경치는 매우 아름다웠다. 이때 도윤이 지아의 손을 잡으려 했고 그녀는 두 눈을 부릅 뜨고 말했다. “왜 또 그래?” 하지만 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아 자신의 옷주머니에 넣었고 다른 사람들 눈에 띌 까봐 걱정되었던 지아가 얼른 손을 빼려 했다. 그러나 도윤은 단단히 지아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지아, 문득 우리가 연애를 금방 시작했던 때가 떠올라.” 이 순간 지아의 머리속에 한 화면이 떠올랐다. 당시 마침 해외에서 금방 돌아온 도윤은 가장 먼저 지아의
방으로 돌아온 지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도윤, 오늘에 와서 결국 이럴 거면서 그때는 왜 그렇게 모질게 굴었던 거야?’ 지금의 지아는 다시 결혼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는데 그게 그녀의 전 남편이라 할 지라도 말이다. 도윤은 눈 속에서 한참 동안이나 서 있었고 온몸이 눈으로 뒤덮이고 나서야 긴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떴다.도윤은 지금 자기가 저지른 일의 대가를 뼛속 깊이 치르는 중이었다. 서재. 부남진은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민연주는 옆에서 계속 그를 위로하고 있었는데 일단은 먼저 미셸과 선을 그었다. “여보, 이번 일는 나도 정말 몰랐어. 그렇게 보지 마.” “설아가 계속 무슨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고 하길래 이젠 정말 잘못을 뉘우쳤나 했더니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이에 부장경도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이번엔 설아가 확실히 선 넘었어요. 우리 모두 설아가 전에 하용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있잖아요.” “하용 그 자식한테 당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임신을 하다니요! 게다가 하용의 아이라니!” “그러니까! 분명 지난 번에 설아가 피임약을 먹는 것까지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는데 절대 임신일 리 없어! 여보, 이제 어쩌면 좋아?” 그러자 부남진이 냉소하며 말했다.“뭘 어떻게 해? 난 이미 말했어.” “그래도 설아는 당신이 가장 아끼던 딸인데 정말 이렇게 버리려는 거야?” “설아가 직접 선택한 길이야. 누구도 억지로 밀어붙인 적 없고 말이야. 이제 와서 뭘 더 어떻게 해?” “사람이 아니라 돼지였어도 이만큼 했으면 말귀는 알아들었을 거야.” “고작 하용의 몇 마디 말에 또 속아 넘어가다니! 내가 봤을 때 설아는 너무 곱게 컸어. 그러니 이번 기회에 고생 좀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부남진은 단번에 결론을 내렸다. “이번 일은 이렇게 정했어. 앞으로 설아는 내 딸이 아니야. 그러니까 경고하는데 너희들도 더는 무의미한 일 벌이지 마.” “아버지, 알겠어요.” 민연주는 부장경을 잡으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