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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5화

미셸도 제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는데 도대체 일이 왜 이렇게 된 걸까?

도윤은 이번 일로 미셸을 더욱 미워하게 됐을 것이다.

부남진은 현장에서 미셸을 대놓고 꾸짖지는 않았다.

그러나 떠나는 순간 자신을 쳐다보던 싸늘한 눈빛에 미셸은 심장이 철렁했다.

미셸 기억 속의 부남진은 매일 아주 바쁜 아버지였는데 일 년에 한 두 번 얼굴 보기도 바쁠 정도였다.

비록 부남진은 미셸과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좋은 물건이 있을 때면 항상 첫번째로 그녀에게 보내주곤 했고 이에 미셸도 아버지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미셸의 유년시절은 매우 행복했고 부남진의 지위가 높아진 뒤 그녀는 더욱 공주님 같은 존재였는데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그녀를 떠받들어 주곤 했다.

그런데 미셸은 오늘 또 사고를 쳤고 아버지인 부남진은 이미 그녀를 혐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연주는 곧장 부남진을 따라가며 그를 위로했다.

“여보, 주방에 아직 남은 음식들이 있을 텐데 내가 사람 시켜 가져오라고 할까? 몸이 채 낫지도 않았는데 잘 챙겨 먹어야지.”

부남진은 손에 염주를 들고 그 염주알을 하나씩 넘기고 있었는데 표면은 이미 아주 매끌매끌하게 변해 있었다.

매번 분노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부남진은 바로 이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곤 했다.

이때 부남진의 상태는 당장 폭발할 것 같은 화산이었고 마지막 조금 남은 인내심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배 안 고프니 당신도 저리 가.”

부남진은 가족에게 분노를 쏟아낼 까봐 억지로 참으며 혼자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런데 하필 민연주가 눈치도 없이 부남진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도윤 그 애도 참! 전처가 병을 봐주는 게 무슨 부끄러울 일이라고 숨겨서 이 사단을 만드는지, 안 그래?”

“설아도 혹시 누군가 신분을 속이고 당신을 해치려 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겠어? 결과가 어찌 됐든 시작은 좋은 마음이었으니 말이야.”

순간 부남진은 더 이상 억누르던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미셸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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