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이렇게 일단락되었고 민연주가 미셸을 조용한 곳으로 불러내 말했다. “네 아빠가 겨우 시간을 벌어줬으니 너 더 이상 제멋대로 굴면 안 돼. 이 3개월 간 하용과 정상적으로 지내고 그 후엔 이성적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헤어지면 돼.” “기억해. 절대 하씨 가문에 트집 잡힐 일은 벌이면 안 돼!” 미셸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알았어.” “내가 제일 걱정인 건 너의 그 욱하는 성격이야. 기억해, 3개월만 잘 참고 버텨. 부씨 가문과 네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끝까지 연기해야 해.” 민연주는 속상한 듯 미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딸, 아직 인생은 길어. 이제 도윤은 확실히 가능성이 없으니 너도 한 나무에만 너무 목매지 말고 마음 열고 다른 사람도 받아들이는 연습 좀 해.” “그렇다고 하용을 받아들이란 말은 아니야. 그 아이는 교활하고 꾀가 많은 것이 너와 어울리지 않아. 절대 그와 사랑에 빠지면 안 돼.” 민연주가 사람을 보는 눈은 항상 아주 정확했다. 만일 오늘 정말 다른 수가 없었던 것만 아니라면 절대 자신의 딸을 하용과 접촉하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도윤과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미셸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 눈밭을 적셨다. “정말, 이제 정말 불가능한 거야?”“딸, 이제 현실 좀 인정해. 전에 네가 이런 일이 없었을 때도 도윤은 널 받아주지 않았으니 지금은 더욱 말할 것 없지 않겠어? 너와 그의 인연은 여기까지 인거야.” “전엔 도윤이 다시 장가를 가지 않았으니 너에게 기회가 있겠지 하여 네가 하자는 대로 해줬던 거야. 그런데 이제 너도 나이가 있으니 포기하고 다른 사람도 좀 봐.” “하지만, 엄마 난 도윤 오빠만 좋단 말이야.” 민연주는 미셸을 안으며 말했다. “이 세상에 원래 원해도 얻지 못하는 것도 많아. 특히 사랑은 더더욱 그래. 돈이나 권력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더군다나 이씨 가문은 그런 게 부족한 집안도 아니니까 말이지.” 미셸은 마치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그칠 줄
도윤은 여기가 부씨 가문이라는 것도 잊은 채 지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친 듯이 물고 빨았다. 이에 지아는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은커녕 손 하나 까딱하는 것조차 뼈가 부서질 듯했다. “오늘 각하는 온종일 하씨 가문과 시간을 보낼 테니 넌 나와 함께 있어주면 돼.” 지아는 도윤의 품에 기댄 채 방금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숨을 헐떡였다. “전에 내가 기억하는 넌 뭘 하든 자제했던 것 같은데 지금 왜 이렇게 변한 거야?” 그때의 도윤은 금욕의 기질이 넘쳐 흘렀고 집에서 지아를 보는 눈빛조차 차가웠다. 하지만 지금은 지아가 그를 한눈이라도 더 보기만 해도 마치 주인을 며칠 만에 본 강아지처럼 달려들곤 했고 이 열정에 지아는 벅찰 지경이었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이게 이렇게 고플 줄 몰랐었던 거지.” 도윤은 지아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지아, 이렇게 많은 일을 겪고도 다시 너를 품에 안을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알아?” 사람은 꼭 틀린 길을 돌고 돌아서야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하나 보다. 도윤은 젊었을 때 항상 많은 것들의 속박을 받았고 그 속에서 진정으로 소중했던 지아를 잃고 나서야 매일 밤을 후회 속에서 지새웠다. 그리고 무수한 밤을 지새운 끝에 도윤은 겨우 다시 그녀라는 한 줄기의 빛을 손에 잡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도윤은 절대 그 암흑 속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도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떠났다. 이 한바탕 난리가 지난 뒤 지아는 하룻밤을 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오늘 지아는 백채원에게 시침하러 가는 날이었다. 그녀는 특별히 일찍부터 부남진에게 대접할 아침 준비를 마쳤다. 부남진은 아마 어젯밤 제대로 잠에 들지 못한 듯 정신이 많이 초췌해 보였고 손으로 자신의 태양혈을 짚고 있었다. “할아버지, 어젯밤 또 밤 새신 거예요?” “나이를 먹으니 잠이 잘 안 오는구나.” 원래 준비한 아침을 놓고 가려던 지아는 부남진의 이 모습을 보고 한숨을
지아는 담담히 대답했다. “네, 저도 마셨습니다.” 그러자 부장경이 지아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해결하신 거죠?” “부장경 씨, 잊으셨나 본데 전 의사예요. 그게 뭐 죽을 병도 아니었고요.” 지아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해명했고 그녀의 대답에는 아무런 빈틈도 없었다. 잠시 후 지아는 바깥의 하늘을 내다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늘을 봐선 아마 요 며칠 큰 눈이 올 것 같네요. 부 선생님이 각하에게 몸을 반드시 따뜻하게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세요. 각하는 지금 절대 감기에 걸리면 안되니까요.” “전 이틀 동안은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니 식단표는 이미 사모님께 드렸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각하에게 자극은 주지 마세요. 심장 수술을 끝낸 지 오래 되지 않으니 절대 몸이 피곤하거나 정서의 기복이 커서도 안 돼요. 최대한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는 게 좋아요.” 지아가 당부했다. “네, 알겠어요.” 이때 차는 백씨 가문 앞에서 멈췄고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날이 춥고 길이 미끄러우니 부 선생님도 조심해서 가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부장경이 무의식적으로 지아를 잡았고 이에 지아는 당황스러운 듯 그의 손목을 쳐다보며 물었다. “부 선생님, 더 할 얘기가 남으셨나요?” 그러자 부장경은 곧장 손을 놓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틀 후 다시 오실 때 모시러 갈 필요가 있을 지 물어보려던 것뿐이었습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제가 알아서 올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친 자이는 차문을 열었고 순간 한기가 휩쓸었다. “들어보니 지아 씨의 딸도 이제 3살이 다 되어간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기억을 잃은 지 여러 해가 되는 동안 줄곧 혼자였는데 그 옆자리에 다른 사람 둘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부장경은 연애와 여자를 접촉한 경험이 완전히 전무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아는 전까지 모두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부장경의 이 말과 불안한 듯 흔들리는 그의 눈빛으로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건
지아는 동작을 멈추지 않은 채 여전히 깔끔하게 시침을 이어 나갔다. 지아는 도대체 도윤의 매력이 얼마나 크길래 그에게 미친 듯이 목매는 미셸 하나로 부족해 백채원까지 그에게 시집을 가려 하는지 감개무량할 따름이었다.이에 백중권은 백채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백씨 가문은 아직 이씨 가문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야. 채원아, 그러니 더 이상 도윤이 그 녀석을 화 나게 해선 안 돼. 지금의 상황은 전과는 많이 달라.” 순간 백채원은 풀이 죽었고 얼굴에는 여전히 이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하마터면 도윤과 결혼할 뻔했던 그녀가 어떻게 이렇게 큰 반전을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시침을 다 한 지아는 옆에 앉아 무심코 책 한 권 잡고 곁에 앉았고 한 시종이 디저트와 간식거리들을 가져왔다. 이때 백호는 표정이 잔뜩 굳은 채로 백채원의 곁에 서 있었는데 아마 방금 백채원의 말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이렇게 많은 일을 겪었지만 백채원은 여전히 얌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당시 바로 백채원의 이런 제멋대로인 성격이 그녀의 부모님을 죽음으로 이끌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백채원은 여전히 교훈을 섭취하지 못했고 오늘날 백씨 가문이 백호의 손에 넘어갔음에도 그에게 잘 보이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그의 심기만 건드리고 있었다. 이로써 백채원이 얼마나 멍청한 지 알 수 있었다. 시침이 끝난 뒤 지아는 전과 똑같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자리를 떠났고 백씨 가문은 그녀를 위한 차량을 이미 준비해 두었다. 그런데 마침 떠나려는 찰나 지아는 백호도 급히 다른 차에 오로는 모습을 발견했고 그렇게 두 차는 거의 동시에 출발했다. 잠시 후 앞의 거리에서 지아는 유턴을 했고 백호의 차량은 다른 길로 빠져갔다. 여기까진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지아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뒤에 검은색 벤틀리 뮬산이 백호의 차량을 따라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지아는 그 차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바로 하용의 차량이었던 것이다. ‘이
지아는 장민호와 한 음악회를 함께 보기로 했는데 장민호가 이 음악회의 음악가를 좋아한다는 정보를 어렵게 알아내고 도윤을 통해 티켓을 구했던 것이다. 지아는 집으로 돌아가 예쁘게 단장을 했고 장민호가 지아를 만났을 때 그녀는 한 나무 밑에 서 있었다. 아마 서 있은 지 꽤 된 듯 보였는데 지아의 머리에는 눈이 쌓여 있었고 머리를 들고 청초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자신이 언제 그녀의 곁에 왔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뭘 보는 겁니까?” 순간 지아는 토끼처럼 깜짝 놀랐다. “민호 씨, 저 방금 다람쥐 한 마리 봤어요.” 지아의 눈빛은 아주 티 없이 맑았고 장민호는 지금까지 이런 여인은 본 적이 없었다. 때로는 순진하고 또 때로는 끝없이 매혹적이었으니 말이다. “설마 그래서 이 눈밭에 그렇게 오래 서 있은 거예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도시에서 저런 동물을 볼 수 있다는 게 엄청 희귀하지 않아요?” “희귀하긴 하죠. 갑시다, 음악회가 곧 시작할 겁니다.” “좋아요.” 지아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고 장민호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했다. 장민호는 친구가 거의 없었고 평소 혼자 다니는 것이 익숙했다. 심지어 매번 외출할 때마다 위험이 따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지아의 요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마치 무슨 마법에 걸린 듯 장민호는 평소 두 사람의 메시지 대화 기록을 보며 멍을 때리곤 했다. 전에는 단지 허상의 인물이었지만 그 상대가 지아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장민호는 경계하던 데로부터 점차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이제 스스로도 자신이 도대체 무슨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매번 지아가 말을 할 때마다 그녀의 모습이 상상이 갔고 그 말을 할 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 지까지도 눈이 훤히 보이는 듯했다. 알게 모르게 장민호의 감정은 점점 더 깊어져 갔고 그가 스스로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였다. “요 며칠 많이 바빴나 봅니다?” 심지어 장민호가 먼저 지아에게
지아의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부장경과 두 사람은 이미 착석했다. 돌아보지 않아도 지아는 뒷사람이 자신을 향한 뜨거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고 마치 누군가 그녀의 뒤통수에 총구를 대고 있는 듯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다행히 장민호는 말수가 적었지만 지아는 마치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장경 오빠, 이번에는 여기에 얼마나 있어요?” 여자의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는 남자들의 보호욕을 자극하는 그런 목소리였다. 부장경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음악 감상할 때는 조용히 해.” 지아는 속으로 할 말을 잃었다. 철벽남, 완전히 철벽남이었다. ‘그러니 30이 넘도록 아직도 혼자지.’ 지아는 비록 차가운 면도 있었지만 자신에게만은 다정했고 절대 부장경 같은 그런 말은 입에 담지 않았던 그때의 도윤을 떠올리며 새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뒤의 부장경과 선을 본 그 여자가 상처를 받지 않았 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마 그와 함께 선을 보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그 뒤로 부장경과 함께 온 그 여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무대 위의 연주 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부장경은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앞은 앉은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시선을 느꼈지만 그가 돌아보았을 때 그 여인은 이미 고개를 돌린 상태였다. 부장경은 자신을 쳐다본 그 여인의 뒤에 자리 잡았지만 단지 그녀의 뒤통수와 귀의 진주로 된 리본 귀걸이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되지 않아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가 풍겨왔다. 순간 부장경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건 바로 약재의 냄새였고 바네사의 몸에서 나던 냄새였다.‘그녀도 여기에 있는 걸까?’ 부장경은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그의 앞뒤 양옆 모두 여자가 있었지만 바네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여인에 대해 잘 몰랐는데 설마 바네사 몸에서 나던 냄새는 아주 희귀한 향수 냄새였던 건가? 줄곧 남자들 무리에서만 지내왔던 부장경은 그 독특한 냄새
지아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고개를 돌려 애써 당황하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부장경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고 지아는 긴장되기 시작했다. 만일 그녀의 신분이 발각된다면 혹시 도윤도 같이 피해를 보진 않을까? 그들은 무조건 자신을 도윤이 심어놓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때 의외로 부장경은 스카프를 건넸다. “여기 물건이 떨어졌습니다.” 지아는 그의 손에 들린 스카프를 보았는데 원래 가방에 묶어 놓았던 게 떨어졌던 것이다. 순간 긴장되었던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감사합니다.” 지아는 급히 밖으로 나갔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장민호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지아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옛 지인을 만났어요. 얼른 가요.” 지아가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모습에 장민호도 더 이상 묻지 않았고 화제를 돌렸다.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지아는 손으로 턱을 괸 채 정신이 딴 데 팔린 듯 말했다. “다 좋아요.” “그럼 제가 알아서 고를게요.” 장민호는 지아를 데리고 고급 커플 레스토랑으로 향했는데 사실 전이었다면 그는 이런 곳에는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아를 몇 번 만난 뒤로 그는 무슨 일인지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보기도 하고 특별히 기억해 두기도 했다. 오늘 온 이 레스토랑은 그 중에서도 평가가 가장 높고 환경이 제일 좋은 곳이었다. A의 야경은 아주 예뻤고 온통 눈으로 뒤덮인 도시 전체는 마치 동화에 나올 법한 한 장면 같았다. 지아가 마침 메뉴를 다 골랐을 때 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설마 혹시? 또 부장경과 그의 맞선 상대였던 것이다. 다행히 부장경은 지아를 발견하지 못한 듯했고 지아는 장민호와 몇 마디 나누었는데 갑자기 전화 한 통을 받던 장민호가 안색이 급변하고 말았다. 지아는 핸드폰의 시간을 확인하더니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민호는 바로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죄송합니다. 집에 급한 일이 생겨 지금 당장 가
첫 해 지아는 장민호의 출신을 조사했고 그가 사생아라는 것을 발견했다. 때문에 그가 평생 가장 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그의 어머니인 고심옥이었다. 당시 젊고 예뻤던 그녀는 임신한 몸으로 정실 부인을 쫓아내려다 되려 그에 의해 얼굴이 망가졌고 심지어 장민호까지 가문에서 버려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장민호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에게 여우 같은 첩의 자식이라고 놀림을 당하곤 했다. 고심옥은 줄곧 장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으려 했고 그로 인해 정신 상태까지 좋지 않아졌다. 장민호는 도우미 아주머니를 청해 그녀를 보살피도록 했고 적어도 그녀가 먹고 지내는 면의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는 매번 집으로 올 때마다 멀리서 어머니를 지켜보기만 할 뿐 가까이 다가가진 않았다. 장민호는 마음에 이 어머니란 존재를 품고 있는 동시에 그녀의 과거를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아는 그의 어머니가 매일 저녁 비가 오던 눈이 오던 늘 같은 카페에서 두 잔의 커피를 사러 간다는 걸 알고 미리 준비를 해두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녀를 넘어지게 하는 것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당시 장민호가 강미연을 이용하여 지아를 해치려 했을 때는 분명 자신도 똑같은 방식으로 지아에게 당하게 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 집은 300평이 넘고 온통 고급스럽게 장식되어 있었는데 장민호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꽤 잘해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때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말했다. “도련님, 제가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사모님께서는 전처럼 커피를 사러 나가셨는데 돌아오시는 길에 넘어지신 것 같아요. 일단 친구 분의 방법대로 임시 처치를 마친 상태이고 지금 안정을 많이 되찾으셨어요.” “제가 가보겠습니다.” 고심옥은 안방의 침대에 누워있었고 오른쪽 얼굴에는 큰 흉터가 하나 있었는데 아마 당시 정실 부인이 남긴 것으로 보였다. “좀 어때요?” 고심옥은 이미 여러 해 동안 장민호를 보지 못했기에 그녀는 장민호가 원래 이렇게 생긴 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