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호는 지아를 바깥의 거리까지 데려다 주었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두 사람의 몸을 스치고 있었다. 이때 지아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연고는 제가 내일 아침 퀵으로 보내 드릴게요. 민호 씨...” 지아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무언가 주저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앞으로 더 이상 만나지 말아요.” “왜요?” 장민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지아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렸다. “저 두려워서요.” 장민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뭐가 두려운 거죠?” “그러니까 저는...” 지아는 얼굴이 새빨개졌고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이때 차량 한 대대가 지아 앞에 멈췄고 그제야 그녀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제가 민호 씨를 좋아하게 될까 봐서요. 그러니까 여기까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가볼게요.” 지아는 부랴부랴 차에 탔고 엄청난 속도로 떠나 버렸다. 장민호는 그대로 멍하니 눈밭에 서서 지아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머릿속은 온통 새하얘졌다. ‘방금 뭐라고 한 거지? 날 좋아한다고?’ ‘그녀의 집안을 부숴버린 나 같은 쓰레기가 뭐가 좋다고?’ 하지만 장민호는 가슴이 미친 듯이 뛰어왔다. 장민호는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그의 몸에 우수수 떨어지고 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자신이 집으로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모른다. 지아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뜨거운 품에 안겼고 도윤은 그녀의 귀를 깨물며 물었다.“또 사람 꼬시러 간 거야?” 그녀는 귀걸이를 뺐고 두 손으로 도윤의 목을 감싸 안아 입을 맞추었다. “화 났어?” “어떨 것 같은데?” “그냥 장민호 어머니의 병을 봐주러 그의 집에 간 것뿐이야. 이제 한 단계만 있으면 그는 날 완전히 사랑하게 될 거야.” 지아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묻어났다.“도윤, 이제 장민호가 모든 진실을 알았을 때 무슨 표정을 지을까? 난 그가 강미연의 무덤 앞에서 무릎 끓고 후회할 모습이 벌써 너무 기대돼.” “죄악을 저지른 자는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
도윤은 지아가 이틀 동안 휴가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특별히 자신도 하루 휴가를 냈다. 두 사람은 꼭 안은 채 단잠에 빠졌고 지아가 눈을 떴을 때는 도윤이 곁에서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 안 바빠?” “네가 오늘 휴가인 걸 알고 미리 오늘 우리의 일정을 안배해 두었지. 다 잤어?” “응, 무슨 일정?” “서프라이즈야.” 지아는 도윤이 도대체 뭘 준비한 건지는 몰랐지만 일단 준비를 마친 뒤 함께 헬기에 탔다. 헬기는 약 2시간에 거쳐 한 섬에 도착했다. “여기서 휴가를 보내자는 거야?” “아니.” 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숲 속에서는 총소리가 들려왔고 도윤은 그녀를 데리고 한 전망대에 도착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아는 곧바로 도윤의 뜻을 알아챌 수 있었는데 한 아이가 숲속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그건 바로 지윤이었다. 지윤을 발견한 지아는 순간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윤이야.” “오늘 훈련이 끝나는 날이야. 네가 계속 지윤이 어떻게 지내는 지 물어보길래 어떻게 지내는 지 보여주려고 널 여기 데려온 거야.” “지윤은 아주 훌륭해. 이번 야외 훈련에서 또 1등을 했어. 조금 있다가 네가 가서 그 애에게 시상을 해줘.” 거리가 너무 멀었기에 지아는 지윤의 실루엣만 보일 뿐이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지윤은 키가 훌쩍 커버렸는데 분명 아직 9살도 안 되는 아이가 170m가 거의 되어 보였다. 지아는 꿈 속에서 지윤을 자주 보곤 했는데 매번 볼 때마다 그는 눈밭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반나절이 지난 후 모든 사람들이 숲속에서 나왔고 지아는 지윤 곁에 있는 아이들이 바로 전에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의외인 것은 몇 년 사이에 그 아이들이 전부 지윤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지윤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굴복한 모양이다. 도윤은 지아에게 가면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가자, 아들에게 시상할 차례야.”지아는 한 손에는 훈장을,
지윤은 지아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흘렸고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엄마야? 엄마!” 지아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고 아이를 안은 채 말했다. “엄마가 미안해. 이제야 보러 왔어.” “엄마, 엄마가 나 버린 줄 알았잖아요. 이 섬에서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고요.” 매년 벚꽃이 필 때마다 지윤은 섬에 가곤 했고 벚꽃이 만개할 때부터 질 때까지 한없이 기다려도 지아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윤은 줄곧 도윤에게서 엄마를 찾지 못했단 소식만 들었고 한 해 또 한 해가 반복될 록 지윤은 설마 엄마가 자신을 버렸기에 보러 오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미안해. 이렇게 오랫동안 보러 오지 않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어떻게 내 새끼를 버렸을 리 있겠어?” 만약 지윤이 맏아들만 아니었다면 지아도 자신이 이 아이를 키우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는 지윤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울지 마, 엄마는 영원히 널 사랑해.” 분명 훌쩍 커버린 지윤이었지만 울 때는 여전히 아이 같았다. “우리 지윤이 키가 이제 엄마와 비슷해졌네. 시간 참 빨라.” “아빠가 말하길 엄마가 아프셔서 멀리 치료하러 가야 한다고 했는데 다 나았어요?”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위험한 고비는 이제 다 넘겼어. 엄마가 네 몸 좀 봐도 될까?” 지윤은 여전히 망설였지만 지아는 순식간에 그의 옷을 벗겼고 지윤이 몸에는 여러 군데의 상처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 전부 치명상은 아니었다. “엄마, 걱정 마세요. 아빠가 절 위험한 곳으로 보내진 않아요. 단지 훈련을 열심히 하라고 할 뿐이죠. 그래야 커서 엄마를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지윤은 자신의 근육을 보여주며 말했다. “보세요, 저도 이제 남자라고요.” “우리 아들 제일 멋져.” 지아는 이렇게 건강하게 큰 아들을 보면서 아주 기뻤다. “엄마, 아빠가 말하길 여동생 한 명 더 나았다면서요? 눈은 초록색이고요.” 지아는 핸드폰 안의 무무의 사진을 지윤에게 보여주
다음날, 지아는 퀵으로 고심옥에게 연고를 보냈고 자신은 부씨 가문으로 돌아왔다. 이틀 동안 부씨 가문은 꽤 조용했다. 미셸은 하용에게 이끌려 다녔는데 비록 그녀는 하용이 죽도록 싫었지만 부모님과 한 약속이 있었기에 억지로 하용과 협조할 수밖에 없었고 이틀 동안 줄곧 밖에서 그와 데이트를 했다. 미셸이 없는 부씨 가문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왔느냐? 여기 내가 쓴 글을 좀 보거라.” 부남진이 지아를 향해 손짓했다. 지아는 웃으며 다가갔고 주동적으로 먹을 갈며 입을 열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것이 각하께서 글을 이렇게 잘 쓰시는 보니 분명 그림도 잘 그리시겠죠?’ 부남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좀 그릴 줄 안단다.” “각하, 정신 상태도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다 네 덕분이지.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을 하련다. 안전을 위해 네가 내 곁에 있어줄 수 있겠지?” “전에 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적 있는데 전 상관없습니다. 각하의 부상이 다 낫기 전까지 전 떠나지 않을 겁니다.” “다행이야. 얘야, 네가 이틀 동안 없으니 꽤 그립더구나.” 지아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각하께서는 제가 옆에서 말동무를 해드리는 게 익숙해진 게 아닐까요?” “그런 것 같구나. 내 지위가 높다 보니 나를 쫓아다니며 아부하는 사람은 적지 않아.”“하지만 난 내 베갯머리에 함께인 자와도 할 말이 없어진 지 오랜데 네가 내 곁에 있기만 하면 내가 몇 마디 할 수 있으니 말이야.” 지아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그러다 제가 정 들어 떠나지 못할 것 같아요.” “얘야, 너 정말 꼭 가야 하는 거냐? 네가 남을 수만 있다면 난 어떤 조건이든 다 만족시켜줄 수 있어.” “할아버지의 부상이 다 나으면 저에겐 남아야 할 이유가 없어요. 이해 부탁드릴게요.” 지아가 장난스레 말했다. “전 아직 젊은데 벌써 한 곳에만 평생 머무르고 싶진 않아요. 넓고 큰 세상을 구경하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도움이 필요
들어온 사람은 민연주였다. 그녀는 대체 지아가 무슨 매력으로 부남진의 환심을 산 건지 알아내려는 듯 매번 지아가 약을 다리거나 할 때면 들어와 보곤 했다. 그런데 민연주는 오늘 들어오자마자 이런 장면을 보게 된 것이고 방금 부장경의 속도는 너무 빨랐기에 지아도 미처 막을 수 없었다. 원래도 이틀 전 미셸의 일로 예민해져 있던 민연주가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이 장면을 보고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민연주는 곧바로 지아를 향해 손을 휘둘렀는데 이를 본 부장경은 재빨리 그녀를 뒤로 감쌌고 결국 민연주는 자기 아들의 뺨을 때리고 말했다. “어머니, 지금 이게 뭐하는 겁니까?” “내가 처음부터 이상하다 했어. 너희 부자 둘 다 저 바깥 사람을 이렇게 챙기고 도는 게 말이 돼? 며칠 전에 선을 보라 해도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게 없다고 하더니 저 여자는 어떻게 된 거야?” “네 동생이 한 바보짓도 모자라 이제 너도 날 기 채워 죽이려는 거야?” “어머니, 오해예요. 저와 바네사 씨는 억울하다고요.” “억울해? 내 눈이 잘못되기라도 했다는 거야?” 민연주는 부장경을 옆으로 밀치고 눈을 부릅뜬 채 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감히 내 아들을 꼬시려 해? 처음부터 이런 꿍꿍이를 품고 있을 줄 알았어. 지금 네 발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쫓아낼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민연주는 분명 그날 밤 지아가 약을 탄 그 술을 마시는 걸 보았다. 하지만 필경 그 약을 탄 사람은 자신이니 먼저 그 일을 입밖으로 꺼낼 순 없었다. ‘그날 밤 누가 지아의 증상을 완화시켜 준 거지? 설마 내 아들인 건가?’ ‘이 두 사람 내가 모로는 사이에 벌써 그 정도로 발전했던 거야?’ 민연주는 자신의 아들을 마치 늑대에게 빼앗긴 것처럼 지아의 손을 끌며 말했다. “가, 지금 당장 내 남편 앞에 가서 이실직고해.” 이에 지아는 어이가 없었고 왜 미셸이 부씨 가문 사람들을 닮지 않은 건지 이해가 갔다. 이제 보니 부장경은 부남진의 성격을 닮았고 미셸은 바로 어머니인 민연주의 성격을
부장경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고 지아와 아무런 원수도 없긴 했지만 계속 이렇게 가면 상황이 점점 더 커져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지아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부인, 오해하지 마세요. 전 부 선생님께 아무런 감정도 없어요. 게다가 전 이미 아이도 낳았고 남편도 있어요.” 이 말을 들은 부장경은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 말했다.“하지만 이미 기억을 잃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셨잖아요? 만일 평생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면요?” “딸도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전 바네사 씨의 딸을 제 친딸처럼 잘 보살필 자신도 있어요. 바네사 씨, 저 진심이예요.”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민연주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장경의 뺨을 내리쳤다. “이 망할 놈아, 그게 지금 무슨 헛소리야? 너 정말 날 기 채워 죽일 생각이야? 네 신부감을 찾으라고 했더니 이런 헌신짝보다도 못한 여자를, 그것도 애까지 딸린! 미쳤어?” “어머니, 저도 이제 성인이예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라고요.” 이때 머뭇거리더니 지아가 손을 들며 말했다. “저기, 제가 한 말씀드려도 될 까요? 각하, 그리고 부인, 전 정말 하늘에 맹세코 부선생님을 유혹할 생각은 없었어요. 만일 부인께서 그렇게 불안하시다면 제가 지금 바로 부씨 가문을 떠날게요.” 이 말을 들은 부남진이 갑자기 테이블을 치며 말했다. “새해가 되면 떠나기로 나와 약속 했잖아! 내 허락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어.” 민연주는 부남진의 화 내는 모습에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두 사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 여우 같은 년이 무슨 약이라고 먹인 거야?” 부남진은 싸늘한 눈길로 민연주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겨우 이따위 일로 난리를 친 거야? 저 두 사람이 무슨 못할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당신 아들도 이제 서른이 넘는 어른이니 여자에게 마음이 움직이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니야?” “설마 당신 아들이 남자를 보고 설레야 만족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만!” “바네사가 뭐? 젊은 나이에 엄청난 의
이틀 후 최연은 싱글벙글하여 부장경과 만날 약속을 잡았다. “장경 오빠, 부탁했던 향수들 다 찾았어요.” “줘봐.” 최연은 향수 한 보따리를 마치 보물처럼 부장경에게 건넸다. “봐봐요. 그런데 이것들은 전부 다 특이한 약재향의 향수들이나 아마 냄새가 썩 좋진 않을 걸요. 맡아보세요.” “얼마나 별로길래?” 부장경은 지아의 몸에서 나던 냄새가 아주 신기했는데 그 냄새는 비록 약재의 냄새이긴 했지만 크게 역하거나 농후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눈 앞의 한 향수에 코를 가져다 대는 순간 역한 연고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하마터면 구역질이 날 뻔했다. 확실히 아주 별로였다. 부장경은 다른 향수들도 하나 또 하나 일일이 뜯어서 맡아보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100여 종이 넘은 향수를 맡았다. “마음에 드는 향이 있어요?” “뭔가 이상해.” “뭐가요?” “그 냄새는 꼭 한가지 냄새가 아니라 여러 식물들이 섞인 듯한 냄새였는데 어떤 냄새인지 정확히 표현하진 못 하겠어. 아무튼 한데 섞였지만 역하진 않고 아주 은은하고 좋은 냄새였어.” 최연은 몸을 앞으로 기웃하더니 말했다. “그런 향이 어디 있어요? 혹시 사람의 체취가 아니라면요. 하지만 이 세상에 몸에 약재의 체취를 가진 자가 어디 있겠어요?” “체취라?” 부남진은 입으로 이 두 글자를 다시 곱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라도 난 듯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사람 하나만 찾아줘. 음악회 때 내 앞자리에 앉았던 여자야.” 이에 최연은 약간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장경 오빠, 좋아하는 사람 생긴 거예요?” “응, 고마웠어. 이 향수들 값은 내가 따로 보낼게.” 부장경은 오늘 오후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자리에서 급히 일어났다. 부남진은 오늘 여러 국가의 고위층 간부들을 만날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시간이 얼추 되었기에 부장경도 얼른 가봐야 했던 것이다. 지아도 이런 성대한 연회에는 처음 참석했다. 도윤은 가면을 쓴 채 인파들 속에 있었고 지아도 의사로서
해상 박물관에는 역대 각국의 진귀한 소장품들이 아주 많았고 평소에는 대외로 전혀 개방하지 않았기에 지아도 처음 보는 여러 가지 물건들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느덧 지아는 사람들 무리에서 가장 뒤쪽으로 떨어졌고 매 하나의 골동품들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녀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옥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이었는데 뽀얀 것이 불빛 아래에서 아주 빛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조각상의 얼굴이 지아 자신과 약간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 이 옥 조각상은 분명 몇 백 년도 더 된 골동품일 텐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이때 고개를 돌린 지아는 그제야 사람들이 다 앞으로 이동했음을 발견했다. 그녀는 얼른 하이힐을 신고 앞으로 달려갔다. 필경 돈 받고 일 하는 사람이니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아가 몇 걸음 움직였을 때 갑자기 한 외국 기자 한 명이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으 발견했다. ‘아직 질문을 받는 순서도 아닌데 왜 저렇게 급하지?’ 지아는 약간 경계심이 들기 시작했고 그 사람의 눈빛은 부남진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 눈빛은 살기였다. ‘설마 멍청하게 이런 연회에서 소동을 피운다고?’ 만약 정말 이곳에서 소동이 발생한다면 국제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지아는 얼른 도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도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 메시지를 확인하려는 찰나 그 외국 기자는 거의 부남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도윤이 그 자를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 지아는 전속력으로 앞으로 달려 나갔고 펑- 하는 총소리와 함께 그녀가 부남진을 덮쳤는데 총알이 바로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그리고 지아는 부남진을 성공적으로 바다로 밀어냈다. 그런데 갑자기 물보라가 일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 남자가 총을 또 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도윤에게 바로 제압당하고 말았다. 일시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보안 요원들이 급히 앞으로 향했다. 지아는 냉정하기 그지없었고 끝까지 부남진 앞에 막아선 채 모든 위험 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