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68화

지아는 장민호의 소매를 끌어당겨 쿠페로 돌아와 가속페달을 밟고 거칠게 달렸다.

이러한 행동에 장민호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뭐 하는 거예요?”

지아는 어디선가 꺼낸 비녀로 머리를 틀어 올리더니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며 입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쉿, 일단 묻지 말고 가요.”

차가 달리는 동안 지아는 고상한 모습은 어디 가고 속도를 내서 해변로를 달렸다.

그 속도는 지아의 성격과는 정반대였다.

해변로는 차도 적고 교통 제한도 없어 속도를 내기 제격이었다.

반대편에서 추월하던 차가 정면으로 들이받으려는 것을 보고도 지아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결국 상대 차가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세 대의 차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반대편에 있던 사람은 식은땀을 흘렸지만 지아의 입가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번졌다.

장민호는 속으로 목숨도 버린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바닷바람이 눈보라를 휘날리는 바닷가에 차가 멈추자, 지아는 차에서 내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차 옆에 기대어 앉았다.

입에서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며 얼굴이 흐려졌다.

“죄송해요, 장민호 씨. 일이 좀 있었네요.”

장민호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지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과거에는 착한 소녀 같았던 지아가 지금은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참 후 그가 말을 꺼냈다.

“흡연은 건강에 안 좋아요.”

지아의 입꼬리를 올리며 얕은 미소를 지었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죽을 텐데 뭘.”

지아는 염세적인 표정이 가득했다.

“세상이 이렇게 더러운데 내가 왜 깨끗하게 살아야 하죠? 잠시 혼자 있고 싶어요, 이만 가 봐요.”

지아는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우울한 모습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과거를 아는 장민호는 그녀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알았다.

가족은 모두 죽고, 아이는 살리지 못했고, 친구마저 눈앞에서 죽고, 남편과 이혼해 가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었다는 생각에 장민호는 놀랍게도 연민을 느꼈다.

그는 자리를 뜨는 대신 지아에게 다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곁에 있었다.

그 자신도 비극적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