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씻고 나니 온몸이 편안해졌고, 마음도 서서히 맑아져 이미 결심한 뒤였다.뒤돌아보니 도윤이 작은 노인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그는 물고기 덫을 짜느라 바빴다. 떠나기 전에 건빵과 물 두 병, 과일 몇 개를 가져왔는데 원래 의도는 샘물 좀 마시고 야생 과일을 따서 먹으며 가능한 한 빨리 여길 떠나는 것이었다.하지만 폭우와 갑작스러운 지아의 등장으로 모든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내일도 비가 올 것 같자 도윤은 서둘러 물고기 덫을 뜨고 낚시 준비를 했다.지아는 어느새 도윤이 만든 대나무 침대에 앉아 새하얀 두 다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피곤하지 않아?”지아가 물었다.어떻게 피곤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는 밤새 잠도 못 자고 오늘도 하루 종일 바빴으며, 불 옆이 엄청나게 더워서 이마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곧 끝나. 저기 강에 사는 물고기들은 살이 통통해. 비가 멈춘 뒤 물가에 내려가면 내일 생선을 먹을 수 있을 거야.”말하며 도윤은 지아의 다리에서 시선을 떼고 물고기 바구니를 챙겨 어둑어둑한 밤 속으로 들어갔다.돌아왔을 때 그의 머리와 몸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는데, 찬물로 샤워를 한 게 분명했다.지아가 돌아보자 남자의 모습은 갓 목욕을 마친 인어처럼 보였고, 잘 다듬어진 복근을 따라 물방울이 신비로운 곳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젖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늘어져 있었는데 전에 있던 매서움은 사라지고 부드러움이 보였다.남자 아이돌 리더처럼 허리 몇 번 흔들면 여자들이 미칠 것 같았다.지아는 문득 얼마 전 봤던 영상 속에서 마스크와 모자를 쓴 남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몸을 흔들자 그 밑에 여자들이 수만 개의 댓글을 달며 난리를 부리던 게 떠올랐다.도윤의 몸은 일부러 헬스클럽에서 단련한 근육과는 달리 온몸에 난 상처가 야성미를 더했다.어느새 도윤은 지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양옆에 손을 지탱했다.앉아 있는 지아 위로 도윤이 살짝 몸을 숙이자 그의 몸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그녀를 감쌌다.“뭘 보고 있는 거야?”지아는 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지아는 대나무 침대에 손을 올린 채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속검은 도윤이 일부러 침대를 1.2미터 정도로밖에 만들지 않았는데 어디로 도망가겠나.곧 지아의 손바닥이 대나무 침대 가장자리에 닿았다.어젯밤엔 욱하는 마음에 한 말이었다. 강욱의 신분으로 자신을 만졌을 때도 지아는 역겨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인간은 화가 나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입히는 경향이 있었고 지아는 다시 그 말을 할 리가 없었다.“홧김에 한 말이야.”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게 알게 된 지아는 어제와 같은 담대함이 없었다.도윤은 야생 표범처럼 침대에 무릎을 꿇고 조금씩 앞으로 기어갔다.곧 지아는 그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에 완전히 둘러싸였고 두 손으로 겨우 온몸을 지탱하고 있었다.도윤의 입술이 지아의 가늘고 하얀 목에 닿자 지아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며 불리한 상황에 부닥쳤다.얇은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지아는 부드러운 도윤의 말을 들었다.“이러면 어때, 역겨워? 역겹다면 그만할게.”남자는 그녀가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사람의 마음과 본성을 다스리는 데 있어 도윤은 확실히 달인이었다.지아는 섬세하게 피어난 꽃처럼 폭우 속에서 가볍게 흔들리며 몸을 떨었다.도윤의 입술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진득한 느낌에 지아의 호흡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가슴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급격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얇은 입술이 지아의 머리카락에 닿았고, 이로 비녀를 물어 부드럽게 빼내자 지아의 수천 가닥 검은 머리카락이 아래로 떨어졌다.도윤은 지아가 머리를 풀어 헤친 모습이 좋았다. 나른하면서 매혹적이었다.비녀를 만지작거리던 그가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댔다.“지아야, 넌 이런 모습일 때가 가장 아름다워.”이렇게 말하며 도윤은 비녀의 끝으로 지아의 피붓결을 따라 스쳐 지나갔는데 시원한 촉감이 쇄골을 지나 계속 내려가다가 단추 앞에서 멈췄다.마치 금기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도윤은 부드럽게 물었다
격렬한 폭풍이 모든 것을 휩쓸고 섬세하고 부드러운 꽃들이 강풍에 끊임없이 흔들리고 꽃잎 몇 장이 땅에 떨어졌다.얼마나 지났을까, 폭우는 서서히 그치고 지아는 도윤의 품에 안겼다.그녀는 도윤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닌지 의심했다. 2인용 침대를 만들 거면 조금 더 넓게 만들면 안 되는 건가?싱글 사이즈 침대에 두 사람이 눕고 키가 190 가까이 되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와 함께 있자 지아에게는 다소 비좁았다.지아는 도윤과 붙지 않으면 바닥에 붙어야 했다.침낭은 펼쳐져 두 사람을 덮는 이불이 되었고, 침낭 아래 두 사람은 몸에 걸친 것 없이 서로의 피부, 체온, 윤곽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솔직히 말해서 두 사람은 신혼 때도 이렇게 붙어있지 않았다.그때 도윤은 지나치게 억제하느라 아내가 침대에 누워있을 때도 본성을 억누르고 있어야 했다.몇 년 동안 혼자 지낸 도윤은 다시 태어나서 그때로 돌아가면 멍청한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그런 도윤이 이제 지아 앞에서 자제력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지난 몇 년의 공백을 메우려면 지아 위에서 그대로 죽고 싶었다.도윤이 등 뒤로 지아의 허리를 감싸며 만족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지아야, 나 정말 행복해.”“너무 행복해하지 마. 당신이랑 잔다고 해서 용서하고 재결합하려는 건 아니니까.”그들 사이에는 아직 이예린이 있었다.도윤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이렇게 덧붙였다.“지금 이것만으로 난 행복해. 네가 날 위해 딸을 하나 더 낳아줬잖아.”그는 지아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수고했어.”이 말에 지아는 뒤돌아서서 도윤을 노려보았다. 지금이라도 따지기엔 늦지 않았다.“이도윤, 대체 얼마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야? 내가 한때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줄 알고 낙태할 생각도 했다는 거 알아?”지아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벌리고 도윤의 가슴을 세게 깨물었다.“내가 무무 낳을 때 하혈로 죽을 뻔한 거 알아? 이 아기를 살리기 위해 내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 알아?”도
지아는 눈을 크게 떴다. 도윤이 자신을 자기라고 부른 것에 놀라야 할지, 정관수술이라는 말에 놀라야 할지 몰랐다.도윤과의 미래는 일단 뒤로 하고 지아 본인은 정관 수술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도윤은 지아의 손을 들어 손등에 입 맞췄지만 거즈의 촉감에 얇은 입술이 손등에서 손끝으로 옮겨갔다.마치 독실한 신자가 신에게 키스하는 것 같았다.“나 이도윤이 평생 지아 너만 사랑한다는 뜻이지. 과거에도, 앞으로도 늘 너였어.”지아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따르고 싶었고 그녀도 어른이라 정상적인 욕구도 있었다.도윤과 관계가 완화되었다고 해서 재혼을 하겠다는 뜻은 아닌데 남자가 이런 말을 한다.“난 재결합한단 말 안 했어.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도윤이 지아의 손끝을 입에 머금자 지아가 몸을 흠칫 떨었다.“당신, 뱉어, 더럽게.”남자는 거친 숨을 헐떡였다.“지아야,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재혼할 명분을 찾고 싶지만 네가 지금의 삶이 좋고 결혼이라는 족쇄로 속박당하고 싶지 않다면 나도 괜찮아.”착각인가, 이게 도윤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나?도윤은 몸을 뒤집어 다시 지아를 덮쳤다.“지아야, 내가 부탁하는 건 딱 한 가지야. 나를 욕구 해결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더라도 다시는 쫓아내지 마.”서서히 젖어 드는 지아의 눈동자에 도윤은 그녀의 입술을 몇 번이고 문지르며 말했다.“자기야, 나 좀 아껴줘, 응?”지아는 처음으로 이 세상에 요물은 여자만 있는 게 아니라 도윤도 해당한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는 소설 속 여우 같았고, 목소리가 쉴 정도로 지아를 계속 괴롭혔다.도윤이 허리에 손을 얹는 것을 본 지아는 그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뭐 하는 거야?” 도윤은 조용히 웃었다.“지아야, 난 그냥 허리 마사지 해주려는 거야.”“무슨 마사지야, 더하면 이제 날이 밝겠어. 얼른 자!”이 남자 철로 만들어졌나.도윤은 속상한 듯
푹 잔 도윤은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뒤척이다가 새벽에 잠들었고 점심이 지나서야 일어났다.일어날 때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고 있었다.지아는 멍한 상태에서 눈을 떴고, 몸은 부서지기 직전이었다. 나쁜 자식, 예전엔 3번을 안 넘기더니.당시 극도로 절제하던 도윤은 한 달에 몇 번을 할지조차 정하곤 했다.지아는 이제야 과거 도윤이의 의지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깨달았다. 그대로 내버려두니 자신은 침대에서 내려올 힘도 없었다.둘이서 하도 뒹군 탓에 온몸이 끈적끈적해서 무척 괴로웠다.“날이 밝... 읍...”지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목소리가 도윤에 의해 삼켜졌다.또 한 번의 격정적인 키스를 하고 나서야 도윤은 지아를 놓아주었다.“지아야, 좋은 아침이야.”하룻밤 사이에 몇 살은 더 젊어진 것 같은 남자의 모습에 정말 요물이 아닌지 의심되었다.“날도 밝았고 씻고 싶어.”땀만 흘렸다면 참을 수 있었겠지만 몸 안팎에서 온통 도윤의 체향이 느껴졌다.“내가 길을 알아, 데려다줄게.”말하며 도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입었고 지아에게 자신의 큰 셔츠를 입혀주었다.근처에는 사람이 없고 동물들만 있었기 때문에 훨씬 더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나 혼자 걸을 수 있어, 내려줘.”“하지만 안아주고 싶어.”비바람이 몰아친 밤이 지나고 나니 풀과 나무가 모두 새것처럼 보였다.울창한 숲 사이로 비치는 찬란한 햇빛이 두 사람에게 얼룩덜룩한 빛을 드리웠고, 지아는 그의 목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며 현실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녀는 결혼 후 매일 집에 머물며 새색시처럼 도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도윤은 자신의 신분을 알리지 않았고 어떠한 행사에 지아를 데려간 적도 없었으며, 가끔 지아를 데리고 외출할 때도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갔다.영화 관람도 미리 대관하고 한 번도 사람들 앞에서 지아와 함께 나타나지 않았으며 다정한 모습은 더더욱 보이지 않았다.도윤이 지아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 사랑을 드러낼 수 없는 사슬에 묶여 있었는데 이제 도윤은 마음껏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던 물결이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다.나뭇가지에 달린 꽃 한 송이가 바람에 날려 물 위에 가볍게 떨어지자 도윤은 무심코 꽃을 떠서 지아의 머리에 꽂았다.지아는 화가 난 표정을 짓더니 능숙하게 머리를 위로 끌어올려 비녀로 고정했다.“다 쉬었으면 나가. 오늘 날씨도 좋으니까 많이 걸어야지. 이 숲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7일은 걸릴 거야.”지아가 상기시켰다.“그래.”도윤은 어젯밤에 손질한 물고기를 다음 목적지에서 식량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갔다.둘은 짐을 챙기고 도윤은 커다란 등산 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동굴 입구에 서서 왠지 모를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았다.지아는 그 앞에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안 가?”도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가자.”그는 평생 이곳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다음 날 밤, 쉼터를 찾지 못한 도윤은 덩굴로 해먹을 즉석에서 만들 수밖에 없었고, 두 사람은 침낭에 몸을 웅크린 채 머리 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잠을 청했다.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지아야, 문득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칼날 같은 삶에 지쳐 있던 도윤은 가족들과 단란한 삶을 원했다.하지만 이것은 지아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대답하지 않았고 도윤은 여전히 그녀를 안고 있는 것으로 만족했다.도윤은 지아의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오늘 밤은 괴롭히지 않을게, 자자, 자기야.”지아는 그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되찾은 보물 같은 존재였고, 이제부터는 다시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남은 여정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도윤은 많이 나아진 지아의 체력에 신기해했다.정글에서 하루에 1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어도 지아는 오랜 시간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 듯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지아는 지난 몇 년 동안 정말 멋진 삶을 살아온 것 같았다.두 사람은 때마침 산기슭의 작은 어촌에 도착했고, 다행히 그곳은 전기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었다.도윤은 진환에게 연락했고, 길이 멀어 다음날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두
빤히 쳐다보던 지아는 도윤이 충격을 받을 거라 예상하고 그의 분노에 마음의 준비까지 했는데 놀랍게도 도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지아는 몸은 주지만 마음은 안 주는 나쁜 여자가 되고 싶은 거네.” 과거 얽매이는 데 익숙해져 있던 지아는 어떤 관계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애인이면 책임질 일도 없었고 굳이 전부 다 알려줄 것도 없는 데다 중요한 것은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었다.과거나 미래에 대해 상대와 얽히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책임만 없다면 어떤 관계도 조화롭게 유지될 수 있었다.역시 모든 건 다 되돌아온다. 도윤은 백채원이 자신에게 결혼을 강요했던 때를 떠올렸다. 지아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지아에게 애인의 신분으로 곁에 남아 있어 주길 바란 적도 있었다.그런데 몇 년 후엔 자신이 지아에게 명분을 바랄 줄이야.애인이라는 자리라도 감지덕지할 상황이다.지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만 언젠가 그녀의 마음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지아는 손가락으로 도윤의 턱을 문지르며 건방진 표정을 지었다. “그 자리 원해, 아님 싫어?”이 자세, 원해요, 싫어요?” 두 사람의 관계 자체는 이미 불평등했다.도윤은 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잡고 지아의 손등에 키스를 했다.“자기야, 이제부터 나도, 내 목숨도 네 거야. 뭐든 해도 돼, 다만 날 버리지만 마.”지아는 약간 손을 찌르는 도윤의 수염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하지만 도윤 씨, 난 당신에게 명분을 줄 수가 없어. 내 일상도 알려줄 수 없고 오늘 누구를 만났고 내일 누구에게 전화했는지 알려주지도 않을 거야. 우리는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 텐데, 그렇게 할 수 있겠어?”소유욕이 극도로 강한 도윤이 그런 조건에 동의할 수 있을까?“지아야, 네 인생에 간섭하지 않겠지만 나도 조건이 있어.”“말해봐.”“다른 남자 만나지 마.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해.”이것이 도윤의 유일한 조건이자 최후의 타협이었다.지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내가 무척 밝히는
조용한 작은 어촌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고, 진환이 데리러 왔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다만 마당에는 활주로로 사용할 만한 넓은 공간이 없었고, 헬기는 여전히 착륙할 최적의 장소를 찾아 공중에 떠 있었다.지아는 도윤의 어깨를 깨물었다.“개자식, 끝이 없네.”“지아야, 내 시간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지아는 진봉의 방정맞은 입을 떠올리며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돌아서서 도윤의 목을 두 팔로 감싸며 귓불을 깨물었다.“도윤 씨, 빨리...”...헬기가 작은 광장에 멈춰서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진봉은 재빨리 작은 농가로 향했다.“보스는 왜 여기로 온 거야. 형, 여기 맞아? 잘못 온 거 아니지?”진환은 선글라스를 벗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아니야.”“누굴 찾으러 오셨나?”두 사람은 도윤의 특징을 설명했고, 주인은 그들을 이끌었다.“여기, 그쪽이 찾는 사람이 안에 있어.”진환은 감사의 뜻으로 지갑에서 돈다발을 꺼냈고, 진봉은 서둘러 문을 열었다.“보스, 오랜만인데 저 안 보고 싶었... 엇, 사모님?”진봉은 잘못 본 건가 싶어 서둘러 안경을 벗었다.이게 어떻게 된 건지 누가 설명 좀 해줬으면, 지아가 어떻게 여기에?지아는 진봉을 흘깃 쳐다보았다.“오랜만인데 여전히 멍청하네요.”“...”진환은 평소와 다름없는 반응이었다.“사모님.”“형, 아니, 벌써 알고 있었어? 우린 그래도 같은 엄마 배에서 나왔는데, 왜 이런 충격적인 소식을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도윤도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걸어 나갔다.지아도 이런 장난을 칠 줄이야.“보스, 보스랑 사모님, 두 사람...”진봉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자신만 모르는 바보가 되어 버렸다.지아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도윤에게 물었다.“귀국할 거야?”“응, 넌 어떡할 거야?”도윤은 당연히 같이 가고 싶었지만, 방금 지아와 이야기를 나눈 터라 지금 감히 선을 넘을 수 없었다.“마침 나도 귀국하는데 좀 태워다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