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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지아의 다리는 마네킹처럼 비현실적으로 곧게 뻗은 데다 약탕에 자주 몸을 담그는 습관까지 더해져 발바닥마저 백옥처럼 하얗고 투명한 핑크빛이 감돌았다.

지금 이 자세는 그녀의 장점을 그대로 드러내 치명적으로 섹시했다.

도윤은 어젯밤 옥수수밭에서 둘이 했던 일을 생각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흥분되는 것이었다.

“지아야...”

도윤의 입이 말랐고 지아는 고개를 돌려 먹잇감을 바라보는 늑대 같은 그의 눈빛을 보았다.

아이를 넷이나 가진 부모였지만 몇 년 동안 만나고 헤어진 탓에 지아는 여전히 소녀처럼 부끄러워했다.

심지어 가끔은 무의식적으로 피했다가 너무 내숭 떠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지아의 몸속에는 완전히 무의식적으로 새겨져 있었다.

마치 지금처럼 지아는 물도 챙기지 않고 서둘러 침낭으로 들어갔다.

지아가 놀란 것을 본 도윤은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 물을 꺼내 건네주었다.

무심코 도윤의 손에 닿자 아직 마르지 않은 물기가 뜨거운 체온을 타고 느껴지며 자신의 손가락까지 젖는 것 같았다.

흠칫한 지아는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말했다.

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부부도, 친구도, 낯선 사람도 아닌 묘한 관계였다.

한 사람은 또 잘못해서 역겹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두려웠고, 다른 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운 상태였다.

학창 시절 같은 반 친구를 짝사랑하다가 지우개가 어쩌다 넘어갔고, 지우개를 건네주다가 서로의 손가락이 닿았을 때 주체할 수 없이 마음이 설레었던 것처럼 두 사람의 마음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도윤은 갈아입을 바지를 찾지 못하고 목욕 타월을 꺼내 둘렀다.

밖에서는 빗소리를 제외하고는 가끔 장작이 타는 소리만 들렸다.

젖은 옷은 불에 마르면서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지아는 건빵을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고 침낭 속에서 잠이 들었다.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공기를 가득 채우는 향기에 지아는 군침이 들었고 제대로 눈을 뜨기도 전에 귓가에 부드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났어?”

지아는 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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