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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지아의 심장이 멈칫했고 도윤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에 그쪽이 아니었다면 난 진작 죽었을 겁니다. 당신은 내 생명의 은인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 나으면 꼭 제대로 보답하겠습니다.”

왠지 지아의 머릿속에는 영웅이 여자의 목숨을 구해주는 장면이 떠올랐고, 구해준 여자들은 보통 드릴 게 없으니 자신을 바쳐서 은혜를 갚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오래전에 이혼했고 더는 서로 상관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사이였다.

앞으로 다른 아내를 맞이할 도윤을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미련이 남은 거다.

학생 시절부터 한 남자만 사랑했고, 그와 함께 자식과 손주들을 거느릴 때까지 백년해로하는 미래를 수없이 상상했다.

처음 결혼했을 때만 해도 눈과 마음에 도윤이 가득했는데, 언젠가 결혼 생활이 깨지고 남편 옆에 다른 사람이 서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차가운 법이다.

지아는 도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며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보답하시려고요?”

“그건 당신한테 물어봐야 할 질문이겠군요, 원하는 게 뭐죠?”

도윤이 되물었다.

지아는 제일 먼저 지윤을 떠올렸다. 도윤이 아들의 양육원을 자신에게 넘겨줄까?

“원하는 게 있으면 나중에 이 선생님께 말씀드릴 겁니다.”

도윤도 모르는 척 말을 돌렸다.

“말하는 억양으로 봐서 A국에서 오신 것 같은데, 이름이 뭐예요?”

“바네사, 그냥 그렇게 불러요.”

“A국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그렇게 유창하게 말할 수 없었을 텐데, 그게 본명은 아니겠죠.”

지아는 왠지 불쾌했다.

“대체 왜 이렇게 자세히 물어보시는 거죠? 설마 드라마에서처럼 몸으로 은혜를 갚기라도 할 생각인가요?”

“내가 결혼하고 싶어도 당신이 허락해야죠.”

지아의 마음은 점점 더 불쾌해져만 갔다. 마음속에 한 사람만 있기는 무슨, 저 한심한 남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꼬드겼을지 누가 알겠나.

“걱정 마요, 돼지랑 결혼하더라도 당신이랑은 안 하니까.”

말을 마친 지아는 씩씩거리며 뒤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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