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찬의 작은 얼굴이 잘 익은 사과같이 더 빨개졌다.그는 기침을 두어 번 하고 목소리를 낮추었다."엄마, 난 어린아이가 아니야. 게다가 이모도 있는데.”이 말 때문에 방금 유남준때문에 파괴되었던 분위기가 정상으로 돌아와 떠들썩해졌다.조하랑은 처음으로 박예찬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고 놀리기 시작했다."엉덩이를 맞은 적이 있었구나!""아니거든!”이런 박예찬이야말로 어린아이 같았다. 박민정은 다급하게 해명하는 아들을 보며 화가 사그라들었다. 박예찬과 박윤우는 하늘이 준 보배라서 그녀가 전혀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여기로 오는 길에 그녀는 생각했다.‘나는 계속 유남준을 피할 수 있지만 두 아들도 계속 숨어 있어야 해? 분명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없고 집이 있어도 돌아갈 수 없는 거지?'그리고 오늘 이 갑작스러운 상황은 그녀로 하여금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게 했다.밥을 먹을 때, 조하랑이 사람을 찾아서 박예찬을 돌려보내려고 건의했다가 박민정에게 거절당했다."생각해 봤는데 계속 숨어 있는 게 최선의 해결 방법은 아닌 것 같아.”"예찬이를 여기에 남아 있게 하도록 결정했어.”"남준 씨도 이미 예찬이를 보았고 예찬이가 네 아들이라고 생각하니까 걱정할 것 없어.”"조금 있다가 할머니께 거기서 윤우를 돌보라고 말씀드릴게. 예찬이는 나와 함께 진주시 있다가 진전이 있으면 다시 돌아가자.”조하랑도 이에 동의했다."할머니 쪽에는 간병인이 있지만 어르신 한 명이 두 아이를 돌보기엔 벅차. 예찬이가 남아 있으면 너랑 같이 있을 수도 있고.”"남준 씨가 알아도 겁낼 것 없어 나랑 연지석이 있잖아.”"나도 있어, 엄마. 내가 꼭 엄마랑 윤우를 지켜줄게.”박예찬이 말했다.박민정과 조하랑이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그래.""그럼 내가 먼저 예찬이를 데리고 갈게. 네가 임신하기 전에 예찬이는 먼저 나랑 같이 있고. 네가 그를 만나고 싶을 때 내 쪽으로 와."조하랑이 말했다. 지금은 이럴 수밖에 없었다. 박민정은
박예찬은 그녀의 말을 듣고 순결을 지키지 못한다는 생각만 들었다.얼마 후 그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바로 자기 방으로 가서 쉬었다....한편, 고씨 저택.경호원은 유남준에게 박민정이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공관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했다.그리고 그의 심드렁한 모습은 이지원과 고영란의 눈에 그대로 비쳤다.“지원아, 너 오늘 어렵게 온 건데 그냥 여기서 자고 가. 내일 우리 남편도 돌아올 거야. 널 만나고 싶어 하셔.”유명준은 사랑꾼 탕아로 쉰 살이 넘었건만 정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며 좀처럼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이지원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유남준은 그녀들 사이의 대화에 무관심했고 아무렇게나 음식을 먹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식탁을 떠났다.“어디 가니, 남준아?”고영란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집 갑니다.”그녀는 더욱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거긴 남준이가 예전에 결혼한 뒤 박민정과 함께 살던 곳인데 무슨 집 이긴 집이야?’“오늘은 여기 머물러 있어라. 내일 네 아버지가 돌아올 테니, 너와 지원이의 혼사도 상의해보자꾸나.”‘혼사?’유남준의 깊은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저 아직 이혼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혼사에요?”그러자 고영란은 갑자기 마음 한쪽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한쪽에 있는 이지원은 안색이 변하지 않았지만, 젓가락을 쥔 손이 저절로 조여졌다.‘박민정이 죽은 지가 언젠데, 이혼하고 말고가 그렇게 중요한가?’이윽고 유남준이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걸어갔고 이지원이 그의 뒤를 따랐다.“오빠!”유남준은 발걸음을 멈추었고 이지원은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오빠, 내가 뭐 잘못했어요? 왜 지금까지도 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거예요? 오빠가 박민정이랑 결혼한 후로 지금까지 나 8년 동안 오빠 기다렸어요.”이지원은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말을 이어갔다.“내가 오빠한테 어울리지 않을까 봐 줄곧 노력해 왔고, 어렵게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건데... 이제야 감히 오빠한테 다가갈 수
「호산 그룹 CEO, 고씨 가문의 가장 젊고 유능한 후계자...」박예찬은 곧 호산 그룹, 즉 유앤케이 그룹 본사 건물을 찾아 묵묵히 위치를 적었다.곧 또 하나의 새로운 소식이 보였다.「이지원이 호산 그룹 대표와 함께 집으로 가 부모님을 뵀다. 아마도 그녀는 재벌가에 발을 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박예찬의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윽고 그는 즉시 이지원의 자료를 뒤지러 갔다.다크웹에서 그는 이지원에 대한 많은 폭로를 발견했는데, 하나하나가 매우 경이로웠다.그것들을 보는 박예찬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나쁜 아빠! 어떻게 이런 쓰레기 같은 여자랑 눈이 맞을 수 있어?! 정말 창피해!’박예찬은 원래 이것들을 전부 공개해보려고 했지만 생각을 해보니 이건 ‘쓰레기 같은 아빠’를 너무 쉽게 곤란하게 하는 거라 생각되었다.‘이런 여자는 끝까지 남아서 아빠로 하여금 스스로 애초의 잘못을 뉘우치게 해야 해.’...다음 날.조하랑은 이번에 돌아와 일을 찾았다.조씨 가문의 세상 둘도 없는 보배딸로서 그녀의 아버지는 조하랑에게 돌아와 지사를 관리하고 자신을 단련하라고 하셨다.그래서 그녀는 자주 별장에 와 살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그곳에는 가정부가 있었다.또 박예찬은 어른 같은 아이라 거두기도 매우 쉬웠다.“민정아, 예찬이 말 잘 들어. 지금도 자기 방에서 쿨쿨 자고 있는걸?”조하랑은 씻으면서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럼 다행이네. 에스토니아에 있을 때 내가 예찬이를 학교에 보내려고 했는데 윤우 일 때문에 늦어졌어. 그래서 나도 유치원을 찾을 생각이야.”“응?! 유치원?!”조하랑은 손을 멈칫했다.‘이런 똑똑한 애가 유치원에 가면 그곳에 있는 어린애들한테 엄청난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예찬이는 사람들을 좋아해서 다른 애들을 괴롭히지는 않을 거야. 또 아주 잘생겼으니까 유치원 다른 남자애들 체면도 서지 않을 것이고.’“왜 그래?”박민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니야, 나한테 맡기면 돼. 내가 아는 국제 유치원
그때 김훈의 전화가 걸려왔다.“이 자식! 너는 외롭게 늙어 죽을 작정이야?! 누가 너더러 맞선 상대를 그냥 날려버리라고 했어?! 간땡이가 부었어?!”노인은 잔뜩 화나 보였다.“할아버지, 저는 지금 바빠요.”“바빠? 내가 모르는 줄 알아? 밖에 나가서 날마다 그 나쁜 친구들하고 어울려 다니면서 전혀 진취적이지 않다는 거?”김훈은 끝내 인내심을 잃었다.“지금 당장 나한테 와라. 그렇지 않으면 네 모든 길을 끊어버릴 테니까!” 그렇게 김인우는 어쩔 수 없이 우선 돌아갈 수밖에 없다.호산 그룹.박민정은 회사에 온 후 곧장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유남준의 전담비서인 서다희는 세련된 차림새와 요염함을 잃지 않은 박민정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게 되었다.서다희는 아직도 옛날 박민정이 치장하기 싫어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그녀는 매일 어두운 색조의 옷을 입으며 볼품없이 보여 전혀 고귀한 사람 같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눈앞의 여인은 아름답고 눈에 띌 뿐만 아니라 온몸에 고귀한 기품과 매력이 배어 마치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민정 씨, 무슨 일 있어요?”박민정이 냉담하게 말했다.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온 얼굴에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은 오늘 매우 바쁘셔서 아마 민정 씨를 만날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서다희는 그대로였다.그는 원래 그녀에게 별로 호감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박민정을 데리고 유남준을 만나려 하지 않았다.그러나 박민정은 하도 서다희에게 문전박대를 많이 당해서 이미 습관이 되어 있었다.그녀는 올라오기 직전, 이미 유남준의 일정에 대해 알아보았고 오늘은 중요한 회의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아, 그래요? 그럼 대표님께 말씀하세요. 저희의 협력도 여기서 끝내자고요.”이윽고 말을 마친 박민정이 떠나려 하자 과연 서다희가 태도를 바꿨다.“민정 씨, 잠시만요. 그럼 대표님께 한 번 여쭤볼게요.”그러다 그들은 비서 사무실을 지나게 되었다.이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일해 온 몇 명의 비서들은 하나같이
그의 눈빛에는 박민정이 읽을 수 없는 기분이 가득했다.“5년도 안 됐는데,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이 나서 자선 사업을 펼치고 있어? 연지석이 준거야?”박민정은 그녀가 떠난 후로 유남준이 한 번도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요 며칠, 유남준은 더욱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박민정과 연지석이 함께 있는 그림들로 가득했다.“지석이랑은 그냥 친구입니다. 제 돈은 전부 제가 직접 벌어들인 거고요...”박민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은 큰 손바닥을 그녀의 어깨에 떨어뜨리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어떻게 벌었는데? 이걸로?”박민정의 머릿속에는 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유남준을 쳐다보았다.“뭐라고 하셨어요?”그의 손은 매우 뜨거웠지만 내뱉은 말은 오히려 그렇게 냉혹했다.박민정은 말문이 막혀 주먹을 꽉 쥐었다. 너무 세게 쥔 탓인지 손톱은 당장이라도 손바닥 안을 뚫고 들어갈 지경이었다.유남준은 그녀의 귀가에 몸을 숙이고 말했다.“연지석이 얼마를 줬는지 말해. 나는 두 배로 줄 테니까!”유남준은 손가락으로 몇 번이나 그녀의 피부를 쓰다듬으며 박민정을 영원히 품속에 가두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했다.“아직도 너희 가족이 나한테 얼마를 빚졌는지 기억해? 이제 더 원하지 않겠어. 그냥 액수만 말해. 나랑 이런 장난 치지 말고. 성실하게 말하면 내가 전부 다 줄게!”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민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뺨을 호되게 갈겼다.“이 개자식!”유남준의 수려한 얼굴이 화끈거렸다.다만 아프지도 않은 지 그는 오히려 박민정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이고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말해! 얼마를 원하냐고!”박민정은 자신이 잘못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진작 알았지만 자신이 한 번도 그를 알아가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그저 줄곧 유남준이 결벽증이고 꽃 도령이며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여겼다.그러나 이제야 그녀는
갑작스러운 이지원의 방문에 조금 전의 뜨거웠던 분위기가 금세 사그라들었다.그래서 유남준은 다시 박민정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러자 박민정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이러한 행동은 유남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예전엔 박민정이 먼저 다가왔지만 지금은 모든 게 변했다.“대표님, 저랑 나눌 일 얘기라는 게 뭐죠?알 수 없는 표정의 유남준, 그리고 지난번의 실패에 직면하여 박민정은 그 일을 서서히 그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은 침울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어쩐지 그녀가 자신에게 무슨 일을 숨기고 있다고 느껴졌다.“자선활동 좋아한다며? 내일 와. 데리고 갈 데가 있으니까.”박민정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는지라 그 제안을 승낙한 후 몸을 돌려 떠났다.문을 밀어 열자 그녀는 밖에서 기다리는 이지원을 발견했다. 이지원은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그녀를 가로막았는데, 눈 밑에는 온통 박민정에 대한 관심뿐이었다.“민정 씨, 정말 살아있었네요. 잘됐어요. 우리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이지원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그쪽은...”이지원은 어리둥절해 했다.“저 몰라요?”박민정은 그녀에게 딱히 더 설명하지 않았다.“저희 친한가요? 저는 별로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서요.”말을 끝낸 박민정은 바로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그렇게 자리에 남겨진 이지원은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윽고 그녀는 몸을 돌려 유남준의 사무실로 갔고 그는 이지원이 온 것을 보고 물었다.“무슨 일이야?”“오늘 뉴스에 대해 설명드리러 왔어요. 몰카에 찍힐 줄은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기자가 또 인터넷에까지...”오늘 아침, 비서는 유남준에게 인터넷 뉴스에 대해 알려주었다.그가 이지원을 집으로 데려가 부모님을 뵈었는데, 이는 두 사람이 결혼하기 위해서라는 뉴스를 말이다.그럼에도 유남준은 홍보팀에 처리를 맡기지 않았다. 주로는 박민정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보기 위해서였는데 오늘 보니 그녀는 딱히 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민정 씨, 내가 충고하는데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끝까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못 본 척을 하든 못 들은 척을 하든 기억상실을 했다 해도 남준 오빠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박민정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차분하게 듣고 있었다.“다 말했나요?”이지원의 어안이 벙벙해하는 모습에 박민정은 일어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그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확신하면서 이민정 대스타님께서는 왜 원한이 가득한 얼굴로 저를 찾아왔을까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냉소를 흘리고는 자리를 떠났다.눈앞에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이지원은 예전의 도도하던 박씨 가문 아가씨일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자신이 박씨 가문의 후원을 받기 위해 박민정에게 잘 보이려 애쓰던 일을 생각하니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지금 박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는데도 박민정은 뭘 믿고 아직도 이렇게 도도한 척한단 말인가? 이지원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이때 매니저 윤재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지원 씨, 전에 가지고 싶다던 곡 말인데요, 희망이 보여요.”“정말?”“다만...”매니저가 조금 머뭇거리자, 이지원이 말했다.“뭐가 문제야? 말해 봐.”“민 선생이 해외의 마이너 플랫폼에 올린 곡이 하나 있는데 아직 저작권을 신청하지 않았어요. 제가 이 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분명 히트할 거예요. 우리가 조금만 편곡하면 돼요...” 매니저의 말은 그냥 표절하자는 뜻이었고 이지원은 물론 알아들었다. 그녀는 주저 없이 말했다.“저작권이 없다면 그 사람의 작품이라 할 수 없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이지원의 동의를 구한 매니저는 그제야 마음 놓고 작업에 들어갔다.한편 전화를 끊은 이지원은 어떻게 박민정을 상대할지 고민했다....박민정은 집으로 가지 않고 예전에 살던 하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박민정의 어머니 한수민과 동생 박민호는 하씨 가문을 말아먹은 뒤 저택까지 저당 잡혔고 그곳에는 지금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박민정은 죽음으로 위
“난 왜 본 적이 없지?”그러자 박예찬이 입을 열었다.“민기 아저씨의 신분은 아주 비밀스러워 엄마가 위험에 처하지 않은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아.”“그래서 해외에 있었을 때도 주변에 보디가드가 있단 말만 들었지, 본 적이 없었구나.”조하랑은 찹쌀떡을 먹으며 말했다. 그녀의 곁에도 전문 경호원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몸을 숨기지 않고 항상 그녀와 십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대기하고 있어 한눈에 찾아볼 수 있었다.연지석은 해외에서의 신분이 특수해 그의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경호원을 보내 박민정의 가족을 지키게 했다. 십분 후, 정민기가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꼿꼿한 정장 차림으로 다른 사람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조하랑은 그를 보자마자 두 눈이 반짝거렸다.“미남이시네...”박예찬은 센스 있게 그녀에게 티슈를 건네줬다.“입 좀 닦아, 이모.”조하랑은 침을 꿀꺽 삼켰다.박민정은 자기 절친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얼빠였지만 마음속 깊이 숨겨둔 사람이 있었다. 그 남자를 위해 조하랑은 27살이 될 때까지 결혼은 물론 연애도 해보지 못했다.“들어와요. 이분은 제 친구 조하랑이예요. 다른 사람은 없어요.”박민정의 말에 정민기는 방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이때 박예찬이 다가와 예의 바르게 말했다.“아저씨, 내일이면 단오잖아요. 들어와서 찹쌀떡 드세요.”정민기의 차갑고 딱딱한 얼굴선이 한결 부드러워졌다.“괜찮아, 고마워.”박민정은 그가 혼자 있기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찹쌀떡을 조금 담아서 그에게 건네줬다.“미리 명절 축하드려요.”“네, 고마워요.”정민기는 찹쌀떡을 받고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그가 떠나간 후 조하랑은 궁금해서 물었다.“이 자식 왠지 느낌상 보디가드 같지 않은데?”“무슨 뜻이야?”“뭐랄까... 딱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느낌이 그래...”정민기가 박민정에게 주는 느낌도 보통 경호원이랑은 차이가 있었다.비록 정민기가 박민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