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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26 19:00:01
"...... "

‘이 녀석은 꼬맹이가 아니야.'

박예찬은 조하랑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이미 왔는데 걱정하지 마, 이모. 내가 엄마에게 가서 사과할게.”

조하랑은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어린아이한테 당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녀석이 혼자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도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너 말 잘 듣고 여기 있어. 민정이한테 전화하고 올게. 그렇지 않으면 민정이랑 할머니가 널 걱정하겠어.”

"걱정 마, 내가 할머니랑 같이 가자고 메모 남겨놨어."

"..."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박민정은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베란다에 앉아 전화를 받았다.

"하랑아.”

조하랑은 뭔가 찔리는 듯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박예찬를 바라보았다.

"민정아, 그, 그게…. 서프라이즈 해 주고 싶었는데 그만...”

"왜 그래?"

"나 진주시로 돌아왔어. 지금 공항인데... 예찬이가 날 따라왔…네? 아하하…”

박민정의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조하랑이 박예찬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입모양으로 "스스로 해명해"를 외쳤다.

"엄마, 이모 탓하지 마. 내가 몰래 항공권을 끊고 따라온 거야.”

"엄마 혼자 진주시에 있으니까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혼자 몰래 비행기 티켓을 샀다고?'

박예찬이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린아이가 혼자서 공항에 갈 줄은 몰랐다.

"박예찬! 엄마가 너한테 했던 말 잊었어?”

"엄마가 보고 싶은 걸 어떡해. 걱정도 되고.”

박예찬은 대답 대신 이렇게 말했다.

박민정은 갑자기 목이 메어 대답하지 못했다. 조하랑도 박예찬이 한 말에 놀라 몸을 웅크리고 앉아 휴대전화를

가져와서 말했다.

"민정아, 걱정하지 마. 내가 예찬이를 데리고 있을게. 유남준이 예찬이를 발견하지 못하게.”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기 전에 그들은 한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조하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박예찬을 바라보았다. 두 그림자가 함께 공항 밖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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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하랑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녀 역시 자신의 결혼식에 강연우가 등장할 줄은 미처 몰랐다.그녀의 머릿속에는 또다시 황예지의 말이 떠올랐지만 이내 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이미 김인우와 결혼하기로 한 이상,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김인우 역시 조하랑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강연우를 발견하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만나고 싶어요?”그는 애써 관대한 척 물었다.조하랑이 고개를 저었다.“됐어요.”“그럼 차에 타요.”김인우는 그 대답에 마음이 어느 정도 편해졌다.솔직히 말해 그는 조하랑이 어젯밤 겪은 일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녀가 자신과 함께 있으면서도 강연우를 생각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한쪽은 강제적으로 어쩔 수 없이 당한 것이지만 다른 한쪽은 자발적인 행동이었으니 두 문제의 본질은 완전히 달랐다.차에 올라탄 후, 조하랑은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신부 측 하객으로 온 사람들은 조하랑이 탄 차의 뒤차에 타 함께 김인우의 집으로 향했다.김인우의 집에 도착한 후,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김훈과 조석천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결혼식이 끝난 후, 조하랑은 여전히 우울한 표정으로 방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그런 그녀의 곁을 박민정이 지켜주었다.어떤 말로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몰랐던 박민정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뿐이었다.그 순간,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누구세요?”박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강연우였다.“저예요.“박민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강연우 씨? 연우 씨가 여린 왜 온 거예요? 오늘 하랑이 결혼식인 거 알죠? 굳이 민폐 끼치지 말고 얼른 돌아가세요.”조하랑도 밖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정의 뒤로 다가갔다.“연우야, 우리 더 할 얘기 없잖아. 다 끝난 사이에. 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다 알았고, 네가 원하는 게 뭐든 다 보상해줄게.”보상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7화

    이지원의 마음속은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 김인우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만약 네가 유남준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 사이는 절대 이어질 수 없어. 급이 안 맞거든.”그 탓에 이지원은 유남준에게만 모든 마음을 쏟았다.하지만 지금, 이지원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 때문에 자신의 모든 한계치를 다 넘고 있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지원은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윤소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앞으로 확실하지 않은 일은 제발 단언하지 말아 줄래요? 너무 창피하니까.”이지원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네.”이지원은 그제야 자리를 떴다.화장실로 들어온 이지원은 곧장 휴대폰을 꺼내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일 처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시킨 대로 한 거 맞아?”전화를 받은 부하는 두려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저희는 말씀하신 대로 했습니다, 아가씨. 아침 일찍 조하랑을 시즌 호텔에 던져놓기도 했고요.”“그럼 영상은 어떻게 했어? 옆에 있는 티비에 다 틀어놓은 거 맞아?”“당연하죠.”상대의 말투에서 거짓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저희가 조하랑 옮겨둔 다음에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드렸잖아요. 저희를 못 믿으시겠다면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이런 일 자주 하니까 저희도 무섭네요.”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이지원의 마음은 더욱 답답했다.분명 영상까지 틀어놨다고 했는데, 김인우가 이걸 어떻게 용납할 수 있다는 걸까?여자가 자신에게 수치심을 주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남자인데 말이다.“설마, 김인우가 정말 그 졸부 딸을 사랑한다는 거야? 이건 말도 안 돼!”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었던 이지원은 다른 핑계를 하나 더 만들어냈다.김인우가 조하랑을 용서해준 이유는 그녀가 바로 박민정의 친구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정이었다.그렇게 생각하니 이지원의 기분이 조금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하지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6화

    김인우는 누군가가 자신과 맞서면서까지 아내에게 감히 손을 댈 줄은 미처 예상도 못 하고 있었다.만약 범인을 찾게 된다면 반드시 죽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고통을 선사해줄 생각이었다.방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여전히 결혼식을 위해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조하랑을 발견했다.놀란 듯한 박민정의 모습에 조하랑은 김인우가 그대로 진행하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얘기해주었다.그 순간, 박민정 역시 김인우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이렇게 보면 김인우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맞았다.하지만 지금, 시즌 호텔 앞은 기자들로 가득했다.기자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조하랑을 이상하게 여겼다.“1시간이나 지났는데, 신부는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야?”“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기자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았다.생방송 뉴스를 보고 있던 윤소현도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해 질문을 던졌다.“왜 아직도 안 나와?”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있던 이지원은 가볍게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웃는 얼굴로 말해주었다.“아마 감히 얼굴을 들고 나오기가 창피해서 그런 거겠죠.”그 말에 호기심이 발동한 윤소현이 물었다.“뭐 아는 거 있죠? 뭔데 그래요? 얼른 얘기해 봐요.”이지원이 사실대로 말해줄 리 없었다.혹시라도 윤소현이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알렸다가는 큰일이었다.“별거 아니에요. 조하랑 주제에 김씨 가문을 건드렸으니 오늘 결혼은 이대로 엎어지겠네요.”그 말을 하는 이지원의 표정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 말에 윤소현 역시 이번 김씨 가문의 결혼식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김인우가 그토록 자랑해대던 여자가 어떤 창피를 당할지 너무 보고 싶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이 기대하던 그 장면을 볼 수 없었다.방송은 계속되었고 조하랑은 다이아몬드로 화려하게 장식된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왔다.온몸으로 화려함을 뽐내는 그녀의 자태는 보는 이들의 눈을 황홀하게 했다.김훈은 손자의 결혼식을 위해 자신의 아내인, 그러니까 김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5화

    조하랑의 두 눈은 텅 비어 공허해 보였다.“난 정말 김씨 가문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할아버님도 그렇게 잘 해주셨는데...”그 말에 박민정은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 마치 목에 큰 가시라도 걸려 버린 듯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지금 그녀는 조하랑과 같이 있어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책 중이었다.“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널 그렇게 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조사하는 게 급선무야.”조하랑은 이제 아무런 기대도 하지 못했다.“알겠어.”그리고 문밖에서는 김인우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예정됐던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나있는 상태였다.김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인우야, 어떻게 된 일이냐? 하랑이는 만났어? 하랑이는 도대체 어디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너 또 무슨 짓을 한 거야?”김인우는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로 돌려버리는 할아버지의 화법에 짜증이 났지만 더는 할아버지는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일이 좀 생겨서요, 결혼식을 미뤄야 할 것 같아요.”말을 마친 김인우는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그는 진작 사람들을 보내 조하랑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에 대해 조사하도록 했다.드디어 방 문이 열렸고 김인우는 곧장 안으로 들어섰다.하지만 박민정이 방 문 앞에 서서 김인우에게 말했다.“인우 씨, 하랑이한테 일이 좀 생겼는데, 단둘이 얘기 좀 하고 싶대요.”“알겠어.”김인우는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고 박민정은 밖으로 나왔다.유남준이 박민정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무슨 일이야?”“아직은 말해줄 수 없어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화장실 안으로 들어온 박민정은 급히 정민기에게 전화를 걸었다.“민기 씨, 어제 오후에 그랜드 호텔까지 찾아가서 조하랑을 데려간 사람들이 누구인지 조사해주세요.”“알겠습니다.”대답을 마친 정민기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박민정의 마음이 불안해졌다. 대체 누가 조하랑을 노리고 있는 걸까?방 안으로 들어간 김인우는 모든 상황을 알게 되었다.처음에는 조하랑이 결혼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4화

    방 안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급히 안으로 들어선 김인우는 침대 위에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조하랑을 발견했다.심장이 철렁한 김인우는 빠른 걸음으로 조하랑에게 다가갔다.“하랑아!”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깨어난 조하랑이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김인우의 얼굴이 가까이서 보였다.그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입술을 달싹이며 중얼거렸다.“내가 왜 여기 있지?”말을 마친 조하랑의 머릿속에는 불쾌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더니 이내 온몸을 감싸며 방 한구석으로 자신의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다 꺼져, 꺼져! 아무도 오지 마, 오지 말라고!”그 모습을 보며 김인우는 조하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하랑아,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김인우는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조하랑은 대답하기 싫다는 듯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나가! 나가라고!”박민정은 놀란 듯한 얼굴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조석천이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하랑아, 아빠 여기 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빠한테 얼른 얘기해 보렴. 설마 강연우 그 짐승 새끼가 그런 거니?”그는 조하랑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사람이 강연우라고 생각했다.조하랑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고 마음은 더욱 답답했다.그녀는 아무것도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나가! 다 나가라고!”김인우는 조하랑의 상태를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일단 우리 다 나갑시다. 혼자 진정할 시간을 줘야 할 것 같아요.”그 말에 주위 사람들도 모두 방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리를 뜨면서도 조하랑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함부로 추측하고 있었다.조하랑의 상태를 확인한 박민정 역시 걱정되어 미칠 지경이었다.“민정아, 넌 남아줘.”조하랑이 박민정을 불러세웠다.“알겠어.”박민정은 곧바로 대답했다.그렇게 방 안에는 박민정과 조하랑 두 사람만 남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3화

    조석천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럼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하랑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요. 하랑이 여기 있나요? 얘기 좀 하고 싶은데요.”강연우가 대답했다.오자마자 자신의 딸을 찾는 강연우의 모습에 조석천은 또다시 화가 나기 시작했다.“감히 내 딸을 찾아와? 아까까지는 잊고 있었는데, 설마 네가 우리 딸 납치한 거 아니니? 그런 게 아니고서야 왜 아직도 안 나타나는 건데? 너 김씨 가문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 거야?”그 말을 들은 강연우는 조하랑이 이곳에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오늘은 조하랑의 결혼식 날인데, 대체 그녀는 어디로 간 걸까?강연우는 더 조석천과 말을 섞어 봤자 아무 소용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곧장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 순간, 조석천이 강연우를 붙잡았다.“잠깐, 여기서 나갈 거면 당장 우리 하랑이 내놓고 나가!”“하랑이가 저한테 있었다면, 제가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하랑이를 찾아왔겠어요?”강연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뒤늦게 강연우의 말을 이해한 조석천이 그를 놓아주었다.강연우가 떠나는 모습을 보던 조석천은 그가 예전의 힘없고 겁 많던 소년에 비해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조석천은 어딘가 모르게 후회되었다.만약 처음부터 그를 조하랑과 사귈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면 두 사람의 아이는 지금의 박예찬보다 더 나이가 많을 것이었다.게다가 지금의 강연우도 예전의 그 촌놈이 아니라 능력 있는 남자 같아 보였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조석천은 다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강연우가 아무리 노력해도 김인우는 평생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그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결혼식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김인우의 집에서도 계속 준비 중일 테니 말이다....아침 일찍 조하랑의 집을 찾아갔던 박민정도 조하랑을 만나지 못했다.그녀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가 이상한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만날 수 없었다 해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2화

    그 말에 강연우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저를 찾아온 적은 없어요. 저는 지금 집에 있고요. 혹시 무슨 일 있나요?”김인우는 그 말에 뒤늦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무것도 아닙니다.”말을 마친 김인우는 또 전화를 끊어버렸다.강연우는 그렇게 끊겨버린 전화에 휴대폰만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느새 자신의 뒤로 다가와 서 있는 황예지도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그는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황예지의 안색은 오늘따라 창백해 보였다.“연우야, 아직 안 늦었어. 난 다 알아. 하랑 씨도 널 잊지 않았다는 걸. 네가 먼저 찾아가서 모든 일을 설명한다면, 하랑 씨는 분명 네 곁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그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강연우가 몸을 돌려 황예지를 바라보았다.“왜 또 그 얘기야?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나? 난 이미 너랑 결혼했고, 다른 여자는 쳐다도 보고 싶지 않다고.”그 말을 들은 황예지는 기뻐해야 할 것 같았지만 마음은 어딘가 묘하게 서운하면서도 아팠다.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나도 알아. 하지만 네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 나한테 먼저 얘기해 줘야 해.”그녀는 강연우가 자신에게 맞춰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여자라면 어떠한 의리나 은혜 때문에 해주는 결혼이 아닌 진심 어린 사랑 때문에 하는 결혼을 원하기 마련이다.황예지 역시 그날 밤, 침대 위에 누워 여기저기 뒤척이다가 한숨도 자지 못했다.오늘따라 이상한 황예지를 알아차리지 못한 강연우는 혼자 발코니로 나가 담배를 한 대씩 꺼내 피우며 김인우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조하랑이 사라진 건가?설마 정말 김인우와 결혼하는 걸 후회하는 걸까?강연우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 한참이나 고민하던 끝에 강연우는 결국 외투를 챙겼다.문을 나서기 전, 그는 황예지를 보며 말했다.“잠깐 나갔다 올게, 금방 돌아올 거야.”황예지는 그런 강연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어 대답하기도 전에 현관문이 닫혀 버렸다.“연우야, 나 집에 가고 싶어.”황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1화

    하지만 이지원이 예상 못 했던 것은 그 노인네가 자신보다 못한 소녀를 며느리로 맞는다는 사실이었다.다가 더 충격적인 것은 김인우도 그 결혼을 받았다는 것이다.조하랑을 보는 이지원의 눈빛은 질투로 가득 찼다.침대 위의 조하랑은 그제야 천천히 의식을 되찾는 듯했다.눈을 뜬 그녀는 극심한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낯선 주위를 둘러보았다.“여기가 어디지?”조하랑이 눈을 뜨자 이지원은 곧장 방에서 걸어 나왔다.적어도 이지원은 지금 자신에게 도주할 여지를 남겨두어야 했다. 조하랑에게 그녀를 납치한 사람이 이지원이라는 사실을 절대 들켜서는 안 됐다. 만약 조하랑이 김인우에게 얘기라도 한다면 절대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오늘 밤, 저 여자는 당신들 거야. 그러니까 잘 즐기도록 해. 내 호의 무시하지 말고.”이지원은 건장한 남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남자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지원 씨.”“앞으로 나 지원이라고 부르지 마. 차라리 아가씨라고만 불러.”이지원이 말했다.“알겠습니다, 아가씨.”이지원은 그제야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한편, 병원에서는 박민정이 치료 중인 박윤우의 옆에 있어 주었다.아직 조하랑이 실종됐다는 사실을 모르던 박민정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박민정은 김인우에게서 조하랑이 혼자 있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다.그렇게 박민정 역시 더는 조하랑에게 연락을 하진 않고 그녀의 생각이 다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 주기로 했다.“엄마, 나 물 마시고 싶어요.”박윤우가 입을 열었다.“알겠어, 엄마가 따라줄게.”박민정은 몸을 일으켜 물을 받으러 걸음을 옮겼다.빅윤우는 곧 있을 수술을 받기 위해 머리를 깔끔하게 민 상태였다.아이는 온몸이 아파왔지만 박민정을 굳이 걱정시키기는 싫었던 탓에 묵묵히 참고만 있었다.박민정이 물을 받아왔지만 박윤우는 한 모금만 마신 후 또다시 재촉하기 시작했다.“엄마, 얼른 가서 쉬어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0화

    조하랑은 종일 그저 멍하니 호텔에만 있으며 결혼 준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다음날 오후가 되자 그녀는 김인우에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해주려 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방 문을 두드렸다.조하랑은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슬리퍼를 끌며 문을 열어주러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문이 열린 그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나타나 그녀의 코와 입을 손수건으로 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하랑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김인우의 집.김인우는 오늘 종일 마음이 복잡했다. 그는 초조한 심경으로 조하랑의 결정을 기다렸지만, 오후 5시가 돼도, 6시가 돼도 울리지 않는 휴대폰에 마음은 점점 불안해져만 갔다.결국, 참지 못한 김인우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생각 정리 끝났어요?”하지만 1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김인우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원하면 원한다, 싫으면 싫다는 의사 표현조차 똑바로 하지 않는 조하랑을 원망했다.마음 같아서는 조하랑의 앞으로 순간이동을 해서라도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초조하게 자신의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김인우를 바라보던 박예찬은 덩달아 함께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기분이었다.“아저씨, 가만히 좀 앉아계시면 안 돼요?”그 말에 김인우는 곧장 걸음을 멈춘 채 박예찬을 바라보며 말했다.“하랑 이모한테 전화 좀 해줄래?”박예찬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조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아이의 스마트워치에서도 들려온 건 그저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이었다.“왜 아직도 전화기가 꺼져 있는 거지?”김인우가 미간을 찡그린 채 말했다.그때, 김훈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솔직히 말해 봐. 너 하랑이한테 뭐 잘못한 거 있지?”김인우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반박했다.“제가 감히 어떻게 그래요.”“그럼 하랑이가 왜 갑자기 네 연락을 안 받겠어? 휴대폰도 꺼져 있고 말이야. 내일이 당장 결혼식인데.”김훈은 김인우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을 이어갔다.“솔직하게 말해. 너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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