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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그의 눈빛에는 박민정이 읽을 수 없는 기분이 가득했다.

“5년도 안 됐는데,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이 나서 자선 사업을 펼치고 있어? 연지석이 준거야?”

박민정은 그녀가 떠난 후로 유남준이 한 번도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

요 며칠, 유남준은 더욱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박민정과 연지석이 함께 있는 그림들로 가득했다.

“지석이랑은 그냥 친구입니다. 제 돈은 전부 제가 직접 벌어들인 거고요...”

박민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은 큰 손바닥을 그녀의 어깨에 떨어뜨리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어떻게 벌었는데? 이걸로?”

박민정의 머릿속에는 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유남준을 쳐다보았다.

“뭐라고 하셨어요?”

그의 손은 매우 뜨거웠지만 내뱉은 말은 오히려 그렇게 냉혹했다.

박민정은 말문이 막혀 주먹을 꽉 쥐었다. 너무 세게 쥔 탓인지 손톱은 당장이라도 손바닥 안을 뚫고 들어갈 지경이었다.

유남준은 그녀의 귀가에 몸을 숙이고 말했다.

“연지석이 얼마를 줬는지 말해. 나는 두 배로 줄 테니까!”

유남준은 손가락으로 몇 번이나 그녀의 피부를 쓰다듬으며 박민정을 영원히 품속에 가두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했다.

“아직도 너희 가족이 나한테 얼마를 빚졌는지 기억해? 이제 더 원하지 않겠어. 그냥 액수만 말해. 나랑 이런 장난 치지 말고. 성실하게 말하면 내가 전부 다 줄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민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뺨을 호되게 갈겼다.

“이 개자식!”

유남준의 수려한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만 아프지도 않은 지 그는 오히려 박민정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고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해! 얼마를 원하냐고!”

박민정은 자신이 잘못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진작 알았지만 자신이 한 번도 그를 알아가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저 줄곧 유남준이 결벽증이고 꽃 도령이며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야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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