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새벽 다섯 시에 박민정은 조하랑을 문 앞까지 바래다줬다.나가기 전 조하랑은 몹시 긴장해 있었다.“민정아, 나 오늘 어때?”조하랑은 본바탕이 아주 좋았다. 둥글고 커다란 두 눈과 계란형 얼굴에 부드러우면서도 귀여움까지 겸비하고 있었다.“너무 예뻐.”“그럼 됐어. 너 그거 알아? 난 연우를 만난다는 생각에 너무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긴장돼. 연우가 혹시라도 나를 싫어할까 봐...”“아냐, 그럴 리가 없어.”“우리 하랑이가 이렇게 예쁜데, 누가 싫어한단 말이야.”박민정이 조하랑을 안심시키자, 조하랑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문을 나섰다. 박민정은 그녀를 바래다주고 방으로 돌아갔다.“엄마.”박예찬은 왠지 벌써 깨어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하랑은 새벽 3, 4시 때부터 깨나서 준비했다.“우리가 너무 떠들어서 깬 거야?”박민정이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이고 물어보자, 박예찬은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오히려 엉뚱한 질문을 해왔다.“엄마, 하랑이 이모가 만나려고 하는 아저씨 좋은 사람이야?”박민정은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했다.“그래, 하랑이 이모한테는 아주 좋은 사람이야.”그녀는 대학교 때 강연우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는 그들 동기 중 가장 잘생긴 남학생이었지만 아쉽게도 가정형편이 별로였다.조하랑과 강연우가 같이 있으면 외모는 진짜 잘 어울렸지만, 집안 조건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엄마에게는 연지석 삼촌이 좋은 사람이야?”박민정은 멈칫하더니 아무런 고민 없이 대답했다.“물론이지. 지석이 삼촌은 우리에게 엄청 잘해주잖아.”“그럼, 우리 돌아가면 지석이 삼촌 받아주면 안 돼? 주변에 예쁜 여자가 많긴 해도 다 엄마보다 별로야. 그리고 위험하기는 하지만 엄마를 지켜줄 거라고 믿어.”박민정은 또 한 번 놀랐다.유남준의 미니 버전 같은 아들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며 박민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윽고 그는 아들의 머리를 어루만졌다.“너 어제 엄마 보고 선보러 가라며?”“내가 확률 계산을 해봤는데 엄마가 성공적으로
“아까 그 뭐야 최씨 집안 따님인가 뚱뚱한 게 꼭 돼지 같지 않아? 그러고도 무슨 자신감으로 선보러 온 걸까?”“하하하, 그냥 공룡 같던데 걸을 때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잖아.”“그리고 전에 서씨 집안 따님은 새빨간 입술이 꼭 귀신같았지...”“이번에는 누구야?”“아마 조씨 가문 따님일걸, 듣기로 해외에서 연수하고 금방 돌아왔다고 하던데...” “해외에서 돌아왔으면 분명 개방적이고 방탕할 거야.”“조금 있다 우리 앞에서 춤을 추라고 하고 잘 추면 후보 자리에 올려준다고 할까. 하하하...”안에서 들려오는 저속한 말소리에 박민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녀는 이제야 왜 교양이 있고 품위가 있는 부잣집 따님들이 맞선을 마친 후 하나같이 화내고 욕설을 퍼부으며 떠났는지 알았다.이 사람은 애초에 맞선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친구들에게 유흥을 즐기게 하고 있었다.박민정은 조하랑이 이곳에 오지 않은 걸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조하랑의 성격상 오래도록 속상해할 게 뻔했다.안내원을 따라 들어선 그곳은 원래대로라면 점잖고 품위 있는 장소여야 했지만 지금은 더없이 더럽고 지저분했다.그들은 일부러 부잣집 딸들을 자극하기 위해 품에 몇 명의 예쁘장한 술집 아가씨를 껴안고 있었다.박민정이 나타나자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오우, 마스크를 쓰고 왔네.”“너무 못생겨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걸까요?”그들의 비웃음 소리가 귀를 찔렀지만 박민정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시선을 혼자서 술을 마시며 카드놀이를 하는 메인석에 앉아있는 김인우에게로 돌렸다.누가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졌기에 진주의 부잣집 딸들을 다 불러와 혼자서 고르고 있나 했더니 다름 아닌 진주의 황태자였다.만약 유남준이 진주의 폭군이라면 김인우는 진주의 황태자였다.한 사람은 진주 전체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진주 사람들의 생명줄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 두 사람의 관계는 우호적일 수밖에 없었다.김인우는 아예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기에 당연히 이번에 들어온 사람이 조
박민정의 맑은 눈과 마주친 순간, 김인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닮은 것이 아니라 분명히 박민정이었다.김인우는 그녀가 왜 맞선 자리에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박민정은 정민기에게 말했다.“갑시다.”정민기는 박민정을 데리고 떠났다.땅바닥에 엎어진 그 남자는 입으로는 욕을 하며 웅얼거렸다. “가지 마! 너희는 나한테 찍혔어. 딱 기다려!”다른 재벌 집 자제들이 비아냥거리며 그를 자극했다.“장 씨, 너무 약해빠졌어. 잘났으면 복수하던가!”“그래, 소리만 지르지 말고!”그 남자도 정민기에게 손을 대려고 했지만 방금 걷어차인 고통으로 일어서지도 못했다.어려서부터 받들어 자랐기에 이런 억울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그는 기어서 일어나더니 욕설을 퍼부었다.“당장 사람을 데리고 가서 혼쭐을 내주겠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인우가 그 남자의 앞에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눈동자는 차가웠다.“아까 무슨 짓을 한 거야?”“그년...”경호원 몇 명은 눈치가 없는 장 씨에게 주먹을 날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땅에 엎어져 피를 토했다.장 씨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아직도 몰랐다.주위의 다른 재벌 집 자제들도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김인우는 그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비서에게 물었다. “얘가 방금 무슨 짓을 했었어?”비서는 남자가 박민정을 모욕하려고 한 일을 사실대로 말했다.“이 놈의 손을 남겨둘 필요가 없어.”김인우는 더 이상 선을 볼 기분이 나지 않아 박민정을 찾으러 갔다.등 뒤로 재벌 집 자제들이 애원하며 용서를 빌었다.그들은 끊임없이 흐느낄 뿐, 조하랑이 어떤 인물이며, 김인우가 왜 그녀를 위해 화를 내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아마 장 씨는 오늘 여기에서 죽어나갈게 분명했다.김인우가 파라다이스에서 나올 때 박민정은 이미 사라졌다.그는 축 처진 손을 조이며 아까 현장에 온 사람들을 자세히 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원래 김 어르신께 선을 보는 모양새만 보여 드리고,
아침 일찍 유남준은 보디가드한테 박민정이 오늘 오전에 파라다이스에 갔다고 전해 들었다.“박민정이 파라다이스에는 왜 간 거야?”유남준이 아는 바에 따르면, 파라다이스는 재벌 집 자제들이 술을 마시는 장소이며, 내막은 더할 나위 없이 더러웠다.보디가드는 잠시 머뭇거렸다.“맞선 자리인 것 같습니다.”유남준이 눈매를 가늘게 뜨자 주위의 기압마저 가라앉았다.그녀가 볼일이 있다던 것이 맞선 보러 가는 것일 줄이야...유남준은 박민정을 다시 보게 되었다.그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보디가드는 유남준의 성격을 알기에 신경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사무실을 나왔다.오후 두 시,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유 대표님.”박민정이 들어오자마자 유남준 주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 챘다.그는 음험한 눈동자를 치켜들고 덤덤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차갑게 물었다.“왔어?”유남준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박민정은 무슨 뜻인지 몰랐다.“네, 저랑 같이 갈 곳이 있다고 어제 얘기 하셨잖아요.”유남준은 대답 없이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오늘 오전,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어?”그는 박민정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유남준은 이미 알고 있기에 이런 물음을 물어본 것이다.그의 심문하는 듯한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박민정은 한 치의 숨김이 없이 말했다. “소개팅 했어요.”유남준은 화가 나 헛웃음만 지었다.이런 말도 스스럼없이 할 줄 몰랐다.그는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 “왜? 그렇게 공허하고 쓸쓸했어? 남자 둘로는 부족해?”공허하고 외롭다니? 그리고 무슨 두 남자?박민정은 화가 났다.유남준은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아나 싶다.그녀는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또박또박 말했다.“유 대표님,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저는 싱글인데 왜 선을 못 보나요?”“싱글?”유남준은 더 이상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어두운 얼굴로 박민정의 팔을 휘어잡고 그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싱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을 밟아놓는 것은 참 무정한 짓이다.박민정은 입술을 꼭 오므렸고 손바닥은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바움 그룹이 박민호 손에 있을 때, 비록 적자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살아남았었다.하지만 이제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희망도 사라졌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황무지가 된 곳을 바라보았다. 목이 시큰거리며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죽는 법이죠. 유앤케이 그룹 대표인 당신의 결정에 따를게요.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쉬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어도 박민정은 여전히 기억을 잃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유남준은 그녀가 사태를 파악한 후, 자신에게 따지고, 울고, 소란을 피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무 반응도 없었다.예전에 그녀가 유남준을 보던 시선은 지금처럼 담담한 것이 아니라 빛이 났었다.유남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아팠다. 훤칠한 손이 그녀의 목을 잡았다.“너도 박씨 가문을 나한테 팔아버린 거잖아! 잊어버렸다고 하면 없던 일이 되는 거야?”“나 아직 죽지 않았어. 그러니 너도 평생 남에게 시집갈 생각 마!”그는 눈꼬리가 빨개지고 이성을 잃었다.박민정은 창백한 채 입을 열었다.“하지만 제 기억엔 당신이 없어요.”“당신이 원하는 아내는 이미 죽었어요!”그녀의 말은 유남준을 철저히 격노시켰다.“잊어버렸으면 기억해 내! 죽었더라도 내 앞에 살아 돌아와!”그는 박민정의 몸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뭐 하시는 거예요. 빨리 놔줘요, 안 그러면 고소할 거예요!”유남준이 박민정의 말을 상대하지 않고 그녀의 옷깃을 덥석 찢었다.“나를 잊었다며. 내가 기억나게 도와줄게!”그는 박민정의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우으으,유남준씨,으아아...”그때 전화 소리가 다급하게 울렸다.유남준의 어머니인 고영란이 전화한 것이다.그는 그제야 박민정을 놓아주고 전화를 받으러 갔다.“남준아, 왔어? 빨
김인우는 오늘따라 밥 먹는 것에 별로 흥미가 없다.김훈이 그가 아침에 한 일을 알고 특별히 레스토랑에 오라고 한 것은 그와 연회의 다른 재벌 집 딸과 사귀게 하기 위해서였다.김인우가 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르신은 그를 한쪽으로 불렀다.“유씨 가문의 연회도 망치려는 건 아니겠지?”김훈은 김인우을 꼼짝 못 하게 했다.그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구석에 앉았다.김인우는 온몸에 냉기가 돌았다. 지금 그의 옆으로 다가가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다.그는 한 꼬마가 자신을 몰래 쳐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유씨 가문이 마련한 연회에 주인은 당연히 모두 참석했다.이번에 온 사람 중에 이지원도 있었다.그녀도 김인우를 눈치챘지만, 감히 말을 걸지 못했다.김인우가 걱정되는 게 아니라 김 어르신이 걱정됐기 때문이었다.사실 김 어르신이 그녀를 따로 찾지 않았다면 이미 김인우의 부인이 되었을 것이다.이지원은 아직도 김 어르신이 자신에게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인우가 누굴 만나든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 김 씨네 며느리는 너 같은 신분의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염치도 모르고 인우를 꾀여서 시집온다면 인우가 아내를 잃게 해줄 거야.”아내를 잃게하다니...이지원은 악랄한 김훈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박예찬은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 쓰레기 같은 아빠의 가족과 아빠가 좋아하는 여자가 모두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오늘따라 엄마의 복수가 너무 시급해서 김인우가 여기에 있는지만 알아보았다.하지만 이번 연회가 유씨 가문에서 주최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기왕 왔으니 그렇게 쉽게 갈 순 없었다.유남준이 도착하기 전에, 박예찬은 까치발을 들고 테이블에서 와인 한 잔을 들고 김인우를 향해 걸어갔다.“아저씨, 기분이 좋지 않아 보여요. 술이나 한잔하세요.”김인우는 심기가 불편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키가 자신의 다리 길이도 안 되는 꼬맹이였다.누가 아이를 데려왔을까?박예찬이 마스크와 모자를 썼기 때
주위의 시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었다. 김인우는 이곳에 더 머물면 분명 주목의 대상이 될 것 같았다.상황을 모르는 사람은 그가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줄 안다.김인우는 화장실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박예찬은 가엾은 모습을 금세 거두고 자신의 전화 시계를 들고 적당한 각도를 찾아 당황한 김인우를 찍었다.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김인우의 방에 들어갔다.멀지 않아 고영란은 이 아이를 발견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술을 한 모금 마시며 옆에 있던 이지원에게 말했다.“너무 귀여운 아이야.”“우리 남준이의 아이도 마찬가지일 거야.”어린아이를 대할 때만 고영란의 한결같던 차가운 얼굴이 자애롭게 변했다.이지원은 고영란이 자신을 빨리 임신하라고 재촉하는 것을 알고는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다.임시로 설치된 방.김인우는 전화를 걸어 비서에게 새 옷을 한 벌 보내라고 했다.“대표님, 옷을 탁자 위에 놓았습니다.”“응, 가도 돼.”“네.”비서는 나가면서 소파 구석에 어린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필경 김인우의 방은 일반인이 감히 침입하지 못했다.김인우는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욕실 물소리를 들으며 살금살금 걸어 나온 박예찬은 김인우의 옷과 휴대전화를 3층에서 아래로 던졌다.“엄마를 괴롭힌 대가야.”이 모든 것을 끝내고, 호텔과 연결된 통신 장비를 파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박예찬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재빨리 나가 1층 로비에 도착해 문으로 나갔다. 너무 빨리 달린 나머지 한 남자의 곧고 긴 다리를 들이받았다.“죄송합니다...”박예찬은 고개를 들어 쓰레기 같은 아버지의 그윽한 눈빛과 마주쳤다.유남준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이상하게 친근감을 느꼈다.“괜찮아.”그는 냉담하게 대답했다.박예찬은 재빨리 달아났다.레스토랑을 나올 때까지도 그의 작은 심장은 계속 쿵쾅쿵쾅 뛰었는데, 뜻밖에도 유남준과 부딪친 것이다.마스크와 모자를 쓰길 잘한 것 같았다.한편, 방에서 샤워를 마친 김인우는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옷
“조씨 가문의 딸인 조하랑과 박민정은 대학 동창이에요. 조하랑은 졸업 후 바로 출국했고 박민정이 돌아온 후 곧 따라 귀국했어요.”“제가 조사한 바로는 조하랑은 같은 학년 남자인 강연우를 좋아해요.”“박민정을 선 자리에 보낸 이유가 강연우 때문인 것 같아요.”비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김인우에게 말했다.김인우는 눈앞이 캄캄했다.옷을 다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유남준과 이지원이 함께 서 있었다. 둘은 참 어울렸다.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오늘 일을 유남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9호 공관,박민정이 조하랑의 전화를 받자 슬픈 목소리가 들렸다.“민정아, 나 오늘 저녁에 돌아갈게.”“어떻게 됐어? 찾았어?”박민정의 물음에 조하랑은 목이 멨다.“응, 찾았어.”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고, 다시 털털하게 말했다.“하지만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것 같아. 우리 둘은 완전히 끝났어.”박민정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조하랑이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소개팅은 어땠어? 상대방이 너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지?”“말도 마.”박민정이 창밖을 내다보니 이미 해가 졌다.“저녁에 너와 예찬이 찾으러 갈게. 그때 다시 얘기하자.”“그래.”한여름 밤,조하랑은 돌아온 후 실망에 찬 표정을 감추고 강연우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박민정과 박예찬은 더 이상 자세하게 묻지 않고 오늘 소개팅에 대해 그녀에게 말했다.“김인우? 어떻게 그 사람일 수가 있어? 진작 알았으면 제대로 물어봤어야 했어.”조하랑은 한숨을 쉬었다.“너한테 복수할까 봐 걱정돼.”박민정은 솔직하게 말했다.그러나 조하랑은 개의치 않았다.“남자가 여자 둘을 괴롭히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아?”“예전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김인우는 이지원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잖아.”박민정은 김인우를 신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책을 읽으며 대화를 듣던 박예찬은 그동안 찍었던 김인우의 사진을 슬쩍 인터넷에 올렸다.박예찬의 조작으로 이튿날 아침 인터넷이 폭주했다.한 가지 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