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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Author: 윤지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3-08 19:00:00
김인우는 오늘따라 밥 먹는 것에 별로 흥미가 없다.

김훈이 그가 아침에 한 일을 알고 특별히 레스토랑에 오라고 한 것은 그와 연회의 다른 재벌 집 딸과 사귀게 하기 위해서였다.

김인우가 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르신은 그를 한쪽으로 불렀다.

“유씨 가문의 연회도 망치려는 건 아니겠지?”

김훈은 김인우을 꼼짝 못 하게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구석에 앉았다.

김인우는 온몸에 냉기가 돌았다. 지금 그의 옆으로 다가가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다.

그는 한 꼬마가 자신을 몰래 쳐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유씨 가문이 마련한 연회에 주인은 당연히 모두 참석했다.

이번에 온 사람 중에 이지원도 있었다.

그녀도 김인우를 눈치챘지만, 감히 말을 걸지 못했다.

김인우가 걱정되는 게 아니라 김 어르신이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사실 김 어르신이 그녀를 따로 찾지 않았다면 이미 김인우의 부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지원은 아직도 김 어르신이 자신에게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인우가 누굴 만나든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 김 씨네 며느리는 너 같은 신분의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염치도 모르고 인우를 꾀여서 시집온다면 인우가 아내를 잃게 해줄 거야.”

아내를 잃게하다니...

이지원은 악랄한 김훈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예찬은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 쓰레기 같은 아빠의 가족과 아빠가 좋아하는 여자가 모두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따라 엄마의 복수가 너무 시급해서 김인우가 여기에 있는지만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번 연회가 유씨 가문에서 주최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기왕 왔으니 그렇게 쉽게 갈 순 없었다.

유남준이 도착하기 전에, 박예찬은 까치발을 들고 테이블에서 와인 한 잔을 들고 김인우를 향해 걸어갔다.

“아저씨, 기분이 좋지 않아 보여요. 술이나 한잔하세요.”

김인우는 심기가 불편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키가 자신의 다리 길이도 안 되는 꼬맹이였다.

누가 아이를 데려왔을까?

박예찬이 마스크와 모자를 썼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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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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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예찬은 의외로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유지훈이 말했다.“난 네가 싫어. 오늘 돌아가면 엄마 아빠한테 자퇴시켜 달라고 해.”말을 들은 박예찬은 담담한 표정으로 세면대 앞으로 다가가 손을 꼼꼼히 씻었다.“왜?”“내가 호산 그룹의 미래 후계자니까!”유지훈은 도도하게 말했다.진주 시에서는 호산 그룹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내 미움을 산다면 너와 네 부모님도 책임질 수 없을 거야. 이 학교는 모두 호산 그룹이 지원하는 거야.”“내가 나가라고 하면 넌 나가야 해.”박예찬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는 자신의 쓰레기 같은 아버지가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주려 한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었다.“그래.”유지훈은 박예찬이 동의한 줄 알고 득의양양해하고 있었다.이어 박예찬이 말했다.“안 갈 건데.”유지훈는 화가 났다.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발을 들어 박예찬을 걷어차려 했다.박예찬이 눈치가 빨라 그를 막았다.외국에 있을 때 엄마와 동생을 지키기 위해 킥복싱을 배웠었다.몇 분 후, 유지훈은 화장실에서 싹싹 용서를 빌었다...“그래도 나를 자퇴시킬거니?”“아니...”“고자질 할 거야?”“그럴 일 없어...”유지훈의 작은 얼굴은 둥글고 보기 좋게 맞았다.박예찬은 다시 손을 씻었다.“기억해. 고자질하면 너가 보일 때마다 때릴 거야.”“...”이렇게 창피한 일을 당했는데 고자질 할 수가 없었다.유지훈은 사나이였다.조하랑은 전화를 받고 먼저 가버렸고, 박민정는 오랜만에 혼자 진주 시에서 산책했다.한여름, 날씨 변화가 매우 빨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 흐려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박민정이 처마 밑에 서 있는데 벤틀리 한 대가 천천히 그녀 앞에 멈춰 섰다.차창이 내려지며 남자의 환한 얼굴이 나타났다.“타.”유남준은 운전석에 주저앉아 입을 열었다.박민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뒷좌석 문을 열었다.“나는 운전기사가 아니야. 앞에 앉아.”뒷문이 도무지 열리지 않으니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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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유남준이 아직도 이곳을 기억하고 있고, 기억을 상실하지 않았다고 승인하도록 자신을 강요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니었다.유남준은 뼈가 굵은 손으로 핸들을 꽉 쥔 채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민정아, 그 아이는 어떻게 되였어?”그는 김인우가 박민정에 관한 의료 파일을 자신에게 줬을 때, 그 위에 임신 2주라고 적힌 것을 기억하고 있다.유남준은 줄곧 묻지 않았고 그녀가 먼저 말하게 하려고 했다.박민정이 아이라는 두 글자를 들었을 때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아이라니요?”차를 세우고 박민정을 바라보는 유남준의 마음은 유난히 무거웠다.“그때 임신한 거 알아.”그의 깊은 눈동자는 박민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녀는 유남준이 이미 박예찬을 발견했을까 봐 매우 두려웠다.비록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유남준이 박예찬과 박윤우를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저는 제가 유산했다고 주치의가 말한 것밖에 기억나지 않아요.”유남준의 심정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그는 진작에 그 아이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었다. 만약 아이가 존재한다면 박민정은 혼자 돌아올 수 없었다.조사하라고 보낸 사람이 그녀를 그토록 따라다녔지만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리고 그때 박민정의 몸이 허약했기에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였다.유남준은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박민정은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매우 조마조마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연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전화기가 연결되었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정아, 왜?”연지석은 박민정이 일이 없는 한 먼저 자신에게 전화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오늘 유남준이 나를 찾아와 아이에 관해 물었어. 그는 내가 전에 임신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박민정이 사실대로 말했다.잠시 후 연지석이 위로해 주었다.“걱정하지 마, 예찬이와 윤우의 생년월일은 내가 이미 다 바꿨어.”“그럼 다행이야.”박민정은 잠시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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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소현 팀의 학부모들은 죽기 살기로 뛰었지만 김인우가 속한 팀은 마치 누가 이기든 딱히 상관없다는 듯 일부러 느릿느릿 뛰고 있었다.“이 사람들, 다 뭐 하는 거야?”박예찬이 하품하며 말했다.“역시 어렵겠어요. 서로 눈치 보고 그러는 거죠, 뭐.”“그럼 나한테는 볼 눈치가 없다는 거야?”김인우가 혀를 찼다.“유남우랑 정씨 가문에 비하면 아저씨는 좀 꿇리지 않아요?”박예찬이 대꾸했다.그리고 김인우는 아이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그는 이미 박예찬에게 그 자동차를 얻어준다고 약속까지 했으니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만 했다.김인우는 그대로 윤소현의 쪽으로 걸어갔다.“지훈아, 이 자동차 아저씨한테 팔래? 나중에 아저씨가 네가 원하는 거 사줄게. 어때?”처음으로 박예찬을 완벽하게 이긴 유지훈은 한껏 들떠 있었다.“안돼요! 이건 제가 이겨서 받은 거란 말이에요. 예찬이도 갖고 싶으면 노력해서 얻으라고 하세요.”오늘은 유지훈이 드디어 박예찬을 이긴 날이었다. 아이는 어린 마음에 승리의 기쁨에 도취해 있었다.김인우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뒤를 돌아 유남준을 바라보며 아프리카로 보낸다는 말은 진심이 아니길 바랐다.유지훈처럼 유치한 아이가 아니었던 박예찬은 김인우에게 다가가 말했다.“아저씨, 그냥 두세요. 장난감 하나 갖고 뭘 그래요. 별거 아니에요.”그 말을 들은 윤소현이 비웃으며 말했다.“장난감 하나도 못 얻는 주제에 그렇게 큰소리를 쳐?”박예찬의 화를 돋우기는 겁났던 유지훈도 눈치를 봐가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이건 예찬이가 가질 수 없는 거야.”박예찬은 그런 두 사람을 무시하며 김인우의 팔을 잡았다.“아저씨, 우린 다른 거 하러 가요.”“그래.”김인우는 아이의 말에 흔쾌히 대답했다.그 역시 윤소현이 미리 다른 부모들과 짜고 치는 고스톱 중이라는 것을 이미 눈치챘다.윤소현은 박예찬이 다른 상품을 원하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다시 다른 학부모들에게 시선을 돌렸다.먼발치에서 지켜만 보던 세 사람 중 조하랑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36화

    “잘 되고 있어요. 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에요.”“그럼 다행이네요.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민정 씨.”이윽고 손연서는 박민정의 손을 끌어 잡으며 말했다.“제가 인맥이 넓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이 몇 있으니까, 필요하면 소개해 줄게요.”“네, 그럼 굳이 사양하진 않을게요.”박민정이 웃으며 대답했다.도훈 엄마도 다가와 말을 걸었다.“예찬 엄마, 우리 집이랑도 협력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요.”“그래요.”박민정은 흔쾌히 수락했다.지원의 엄마도 민망한 기색을 보이며 가까이 다가오더니 다른 학부모들 몇몇을 데리고 도움을 제안했다.박민정은 예상치도 못한 장소에서 여러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역시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는 건 나쁠 게 없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났다.한편, 윤소현과 유남우는 먼 곳에서부터 박민정의 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저딴 사람들, 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지.”윤소현이 작게 중얼거렸다.오늘 온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미 최현아에게서 문자를 받은 상태였고 윤소현의 친정이 그 유명한 정씨 가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여기저기서 그녀에게 다가와 아부를 떨어대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윤소현의 눈빛에는 자부심만 가득 들어찼다.“소현 씨, 듣기로는 조금 이따가 계주 경기가 있을 거래요. 그런데 소현 씨는 지금 임신 중이시니까 뛰면 안 되잖아요. 저희가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경기를 취소해달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한 엄마가 아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엄마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맞아요, 맞아요. 취소합시다. 임신한 상태에서 뛰면 안 되죠. 아이부터 지켜야 하는데.”하지만 그 말에 유지훈은 대놓고 싫다는 기색을 내비쳤다.“안돼요, 절대 취소하면 안 돼요! 계주 경기 상품이 한정판으로 새로 나온 차인데, 저랑 예찬이 둘 다 그걸 갖고 싶어 하거든요. 제가 무조건 갖고 말 거예요!”사실 유지훈에게 그 차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박예찬이 유치원에 온 이후로 자신이 항상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35화

    잠시 생각하던 유남준이 말했다.“앞으로 내가 너 만나러 올 때마다 먼저 네 왼손을 잡을게. 어때?”박민정은 처음에는 조금 번거로운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떠올려보니 그 정도 번거로움은 어느 정도 감수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좋아요.”유남준은 말없이 박민정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이제 가끔 어린애처럼 굴 때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모만 빼면 유남준과 유남우는 정말 다른 사람이었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그들의 뒤에 서 있던 유남우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고, 윤소현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비록 조금 전의 일이 단순한 오해라는 걸 알긴 하지만 윤소현은 여전히 속이 상했다. 왜 유남우도, 유남준도 모두 박민정의 편만 드는 걸까?“남우 씨, 만약에 나랑 박민정 둘 중 한 명만 선택해야 한다면 남우 씨는 누굴 선택할 거예요?”윤소현이 물었다.유남우는 그런 윤소현을 슬쩍 바라보더니 이내 부드러운 눈빛을 장착한 채 대답했다.“그런 질문은 아무 의미 없어.”윤소현은 그 대답에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유남우의 팔을 더욱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난 남우 씨가 정확히 대답해줬으면 좋겠어요. 남우 씨는 정말 날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면 박민정을 더 좋아하는 거예요?”그녀는 자신이 박민정에게 밀리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유남우는 왜 박민정을 좋아했던 걸까?박민정은 유남우를 자신보다 먼저 만난 것뿐 아닌가? 만약 유남우를 먼저 만난 사람이 자신이었다면 그가 지금 좋아할 사람은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넌 내 와이프야. 그게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야.”유남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그 미소에는 따스함이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소현은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말했다.“정말이죠? 그럼 오늘 밤엔 꼭 나랑 같이 있어 줘야 해요.”잠시 머뭇거리던 유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 말에 금세 눈물을 그친 윤소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34화

    박민정은 미소를 띤 채 유남우에게 걸어갔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별과 바다를 품고 있는 듯했다.유남우는 넋을 잃은 채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눈 부신 햇살에 유남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모습은 유남준과 똑같았다.하지만 박민정은 끝까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봤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유남우를 보며 말했다.“가요.”유남우는 박민정이 자신을 유남준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그녀를 따라 앞쪽으로 걸어갔다.임신 중인 박민정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아무 말 없는 유남우에 혼잣말을 시작했다.“이따가 예찬이한테 말 좀 잘 해줘요. 화가 좀 난 것 같은데, 남준 씨를 안 부른 제 탓이에요.”유남우는 짧은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혹시라도 자신의 실수로 이 평온한 순간을 깨뜨릴까 봐 말을 최대한 아꼈다.그들 뒤에서는 전화 통화를 마친 윤소현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눈에 멀리서 걸어가고 있는 유남우와 박민정의 뒷모습이 들어왔다.윤소현의 동공이 순식간에 좁아지며 두 눈빛에 분노가 가득 찼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그때, 타이밍 좋게 유남준의 차도 도착했다.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걸어간 윤소현은 이내 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박민정을 향해 소리쳤다.“박민정, 염치도 없어?”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박민정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는 윤소현을 발견했다.그리고 유남우는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그만해, 윤소현.”그제야 박민정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남우 씨였어요?”박민정은 확신할 수 없다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두 걸음 더 다가와 유남우의 팔을 단단히 잡은 윤소현이 말했다.“그럼 누구겠어? 유남준인 줄 알았어?”박민정은 자신이 이렇게 큰 실수를 저지를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유남우 역시 자신의 실수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33화

    박민정은 퇴근 후, 유치원으로 향했다.김인우와 조하랑 역시 박예찬의 가족을 대표해 참여하기로 했다.두 사람을 발견한 박예찬이 불만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두 사람, 방해만 안 되면 다행이네요.”그 말에 김인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야, 이 녀석아. 내가 널 방해할 사람처럼 보이냐?”마음의 상처를 입은 조하랑 역시 입을 열었다.“예찬아, 아줌마 상처받았어.”참다못한 박민정이 박예찬을 보며 말했다.“예찬아, 예의를 갖춰야지. 아저씨랑 아줌마는 널 위해서 쉬는 시간까지 포기해가며 여기까지 와 주신 거야.”박민정의 말에 박예찬은 금세 불만 섞여 있던 표정을 감추었다.“그럼 부탁드릴게요.”“그래야지.”김인우가 대답했다.할아버지가 육아에 미리 적응하라는 명목으로 그와 조하랑을 유치원으로 보내지만 않았어도 김인우는 이런 따분하고 지루한 활동에 참여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가장 성가신 점은 지금 날씨가 너무 더웠다는 것이다.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기 전, 박예찬은 박민정에게 다가와 물었다.“엄마, 그 사람은 안 왔어요?”유남준에게 가까스로 호감을 갖게 된 아이였지만 자신의 유치원 활동에 와 주지 않았다는 조금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박민정이 말했다.“아저씨랑 아줌마가 와 준다고 해서, 굳이 아빠한테까지 얘기하진 않았어.”아빠?박예찬은 그 호칭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엄마, 예전에 했던 말 벌써 까먹은 거예요?”어딘가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인 박민정이 물었다.“무슨 말?”“아무것도 아니에요.”박예찬은 어딘가 화가 난 듯했다.그는 비록 김씨 가문의 집에서 잘 지내고 있었지만 여전히 박민정과 유남준의 관계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이는 지금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보다 어느 정도 나아졌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박예찬은 조하랑과 김인우에게 다가갔다.박민정은 화난 모습으로 떠나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순히 유남준이 와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그녀는 뒤늦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32화

    함미현은 앞으로 정씨 가문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고 윤소현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그리고 윤소현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함미현이 이런 속셈을 품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최근 들어 정수미에게 대놓고 미움받고 있던 윤소현은 어쩔 수 없이 유씨 가문으로 돌아가야 했다.유남준은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회사에서 지내다시피 했던 탓에 집에는 항상 그녀와 고영란만 있었다.고영란은 별다른 일만 없으면 두 손자들을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하거나 다른 부잣집 사모님들과 함께 미용실로 가 관리를 받으며 윤소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그렇게 윤소현은 집에 혼자 남아 속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불만을 삭여야 했다.집으로 돌아온 최현아가 말을 걸어왔다.“동서, 이제 배도 많이 나왔네. 도련님이 집에서 안 챙겨줘?”그 말을 듣는 윤소현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없어요. 매번 들어오라고만 하면 항상 야근 핑계를 대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최현아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말을 이었다.“최근에 민정이가 회사 차렸다는 건 알고 있지?”“모를 리가 있겠어요? 언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윤씨 가문 사업을 인수했더라고요.”윤소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어디서 그렇게 큰돈이 났을까?”최현아는 일부러 윤소현을 자극하기라도 하듯 의문을 제기했다.사실 그녀 역시 어느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어디서 났겠어요? 아주버님이랑 어머님께서 주신 거겠죠.”윤소현은 죽었다 깨어나도 박민정에게 대단한 능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예전에는 항상 박민정과 윤소현의 사이에 불화가 이는 것을 두려워했던 최현아였지만 계속해서 패배의 쓴맛만 보는 윤소현의 모습이 점점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신의 두 올케가 서로 영원히 지치지 않고 싸우는 것을 구경만 하면 됐으니 말이다.“동서도 엄연한 유씨 가문의 며느리이자 어머님의 며느리잖아. 게다가 뱃속에는 유씨 가문의 아이까지 품고 있고. 그런데 어머님께선 왜 아직도 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31화

    사무실 밖으로 나서는 에리의 모습을 보던 연지석의 눈빛이 차가웠다.이때, 하민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형, 박민정은 또 왜 건드린 거야? 피도 안 섞인 애들 아빠 되는 걸로도 모자라서 이젠 배 속에 있는 쌍둥이 애들까지 형이 다 떠안으려고?”하민재가 답답한 듯 쏘아붙였다.연지석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헛소리하지 마. 이번에 돌아온 건 정말 일하러 온 거야. 그러면서 민정이도 한 번 보살펴주고.”“정말이야?”하민재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당연히 정말이지.”연지석은 일부러 태연하게 말했다.“민정이는 이미 유남준이랑 새 출발 하기로 한 것 같아. 나도 그거 다 알면서 민정이한테 매달릴 정도로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야.”하민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형, 세상에 여자는 많아. 제발 천천히 좀 찾아.”“응, 알겠어.”그때, 누군가가 연지석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연지석이 고개를 들어 문 쪽을 확인해보니 설인하가 커피를 든 채 문 앞에 서 있었다.설인하가 뭐든 빨리 배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는 박민정이 그녀를 연지석의 비서로 배치해준 것이다.연지석은 설인하를 발견하자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설인하는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얘기하고 끊어.”연지석이 수화기 너머로 말했다.설인하는 커피를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부사장님, 여기 커피 가져왔습니다.”“네.”연지석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설인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어색하게 서 있던 설인하가 입을 열었다.“그, 연 대표님. 저한테 아무 일이라도 맡겨주실 수 있을까요?”설인하는 연지석을 따라다니며 중요한 일을 맡고 해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정작 이렇게 잡일만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연지석은 설인하의 말에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한 그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지석은 단순히 그녀의 얼굴만 감상하다가 입을 열었다.“어떤 일을 하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30화

    유남준의 대답에 박민정은 기가 막혔다.“내가 뭘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요? 뭐, 연지석이랑 계약 취소하고 에리도 해고할까요?”유남준은 깊은 눈동자로 박민정을 바라보며 말했다.“할 수만 있다면...”“절대 안 돼요!”박민정이 그의 말을 끊었다.“제 친구인 것도 있긴 하지만, 능력을 봐서라도 절대 남준 씨 말대로 해줄 수는 없어요.”유남준은 박민정의 말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예전이었으면 무슨 일이 있든 박민정은 항상 유남준의 말대로 했을 텐데, 이제는 모든 것이 다 변해버렸다.유남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그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요?”“내가 하려던 말은, 가능하다면 그 두 사람이랑 조금 거리를 뒀으면 좋겠다는 거야. 내가 질투 나니까.”유남준은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마음을 담아 해명했다.그 말은 들은 후에야 박민정은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았다.“미안해요. 아까는 내가 너무 성급했네요. 말도 끝까지 못 듣고.”잠시 망설이던 박민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걱정 마요. 난 그 두 사람을 단순한 친구로만 생각할 뿐, 다른 감정은 전혀 없으니까요.”비로소 안심한 유남준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박민정은 그대로 유남준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댄 채 물었다.“오늘 이렇게 온 거, 쉬는 날이어서 온 게 아니죠?”“내 회사야. 내가 쉬는 날이라고 하면 쉬는 날이지.”박민정은 아직도 유남준의 회사가 IM 그룹이라는 것을 모른 채 그 역시 자신과 같은 일반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우린 사업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해선 안 돼요. 얼른 회사로 돌아가서 다시 일 봐요.”그녀 역시 회사 운영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리더인 회사 대표부터 게으른 태도로 일한다면 밑에 있는 직원들도 열심히 일할 리 없었다.“알겠어.”유남준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지금의 기분은 조금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오늘에서야 힘들게 민수아와의 데이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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