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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한동안 집안에 정적이 흘렀고 고영란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맞아, 걔야.”

윤소현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제 새어머니의 딸이에요. 언니인 저도 돌아온 후로 한 번도 못 봤네요.”

천 년 묵은 여우에게 가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고영란은 윤소현을 집에 들이는 데 동의하기 전 당연히 그녀에 대해 조사했었다. 한수민이 그녀를 어쩌지 못한다는 것과 생모인 정수미의 힘을 알고 나서야 허락한 것이었다.

박민정처럼 쓸모없는 며느리는 더 이상 원치 않았다.

“앞으로 만날 기회가 많을 거야. 밥 많이 먹어.”

고영란은 박민정 얘기는 하고 싶지 않은 듯 가식적인 웃음을 지었다.

윤소현은 미래의 시어머니가 맏며느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시험해 본 것이었다. 이제 보니 유씨 가문에 들어오면 경제권은 확실히 장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친 윤소현은 유남우를 따라 산책을 나갔다.

그녀는 이곳에서 지내라는 고영란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유남준이 어떤 여자와 결혼했는지도 알고 싶었다.

“남우 씨, 형님 말이에요, 제가 다 안타까워요. 박민정 같은 여자는 형님과 전혀 어울리지 않잖아요.”

유남우의 걸음이 느려지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덤덤하게 그녀를 응시했다.

“형수님에 대해 잘 아나 봐?”

형수님이라는 말에도 윤소현은 오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쉴 틈 없이 떠들었다.

“새어머니로부터 박씨 가문의 딸로 태어나 태어날 때부터 청력이 약하고 잘하는 게 없다고 들었어요. 회사 운영할 줄도 모르고 배운 기술도 없어서 쓸모가 없다네요.”

유남준은 약혼녀의 입에서 박민정의 이러한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회사를 운영할 줄 모른다고? 잘하는 것도 없고?

자신이 그토록 힘들게 구한 곡이 사실은 박민정이 쉽게 쓴 곡이라는 걸 윤소현은 알까.

적어도 박민정은 스스로 회사를 차려 아버지에게 의지해 먹고사는 그녀보다 훨씬 나았다.

유남우가 얇은 입술을 달싹였고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따뜻했지만 어딘가 서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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