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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영상을 처음 본 순간부터 박민정은 무대 위에 여자가 꼭 제 어머니 한수민 같다고 여겼다. 어릴 때 한수민을 무척이나 따르던 박민정이 그 무대 영상을 몰래 몇 번이나 돌려봤었다. 한수민도 윤소현이라는 여자처럼 발레리나 출신이었다.

"보스님, 보셨어요? 어때요?"

박민정은 진서연의 목소리에 그저 닮은 사람이겠지 하며 대답을 했다.

"무대는 좋네. 근데 난 좀 더 기다려보고 싶어."

"알겠어요, 그럼 일단 연락처만 남겨둘게요."

"응."

전화를 끊은 박민정은 다시 그 영상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영상만 보면 어릴 때 한수민을 따라 춤을 배우고 싶다 했을 때 한수민의 조롱 섞인 표정이 떠올랐다.

"너 같은 귀머거리가 무슨 춤을 배워? 박자는 들을 수 있어? 맞출 수나 있겠니? 나 쪽팔리게 하지 말고 저리 가."

박민정에 그에 굴하지 않고 무대에 몇 번이나 올랐고 상도 많이 받았었지만 한수민은 한 번도 칭찬이란 걸 해주지 않았었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 뭐해? 세상일이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야. 알긴 하니?"

한수민은 경멸 어린 눈길로 박민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같은 장애인은 장애인 다운 일을 하란 말이야. 헛된 꿈 꾸지 말고. 너는 춤을 출 자격이 없어."

한수민의 반복된 조롱에도 박민정은 춤을 포기하지 않았었는데 어느 한번 국제 콩쿠르에서 누가 박민정의 보청기를 가져가 버리는 탓에 무대에 오른 박민정의 귀에는 소음밖에 들리지 않았고 박자를 하나도 맞추지 못해 결국 예선 탈락으로 떨어졌다.

그날 집으로 돌아간 한수민은 박민정이 보는 앞에서 발레복이며 신발이며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던지며 말했다.

"다시는 춤 같은 거 추지 마. 네가 또 춤을 추는 게 내 눈에 보이면 다리를 분질러 버릴 거야."

옛날 일들이 떠오른 박민정은 몸을 웅크리고 눈물을 흘렸다.

어린 나이에 받았던 수많은 상처들은 아마 평생동안 치유받지 못할 것 같았다.

작업실에서 한수민의 한번 또 한 번의 조롱을 견뎌냈던 지난날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훔치던 박민정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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