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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임수호는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차를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박민정은 최대한 몸을 뒤로 옮겨 그와 거리를 두며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아직도 못 믿겠으면 지금 당장 이지원 씨에게 전화해서 내가 죽었다고 얘기해 보세요.”

임수호는 휴드폰을 꺼내 바로 이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의 번호를 차단한 건지 좀처럼 이지원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쪽과 엮이게 될까 봐 진작에 차단한 것 같네요. 지금이라도 나와 기사님을 구해주면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게요. 당신은 실수로 차를 들이받은 거고 우리는 목숨을 건졌으니 형사책임은 피할 수 있을 거예요.”

임수호는 박민정의 말에 상당히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박민정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 점점 몸을 가누지 못했고 의식도 점점 흐려져 갔다.

그때 주위가 갑자기 시끄러워지는가 싶더니 임수호는 뭔가를 보고는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쳤다.

박민정은 마지막 순간 몽롱한 시선 속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걸 보았다. 하지만 끝내 그 얼굴이 누군지는 확인하지 못한 채 천천히 눈이 감겨버렸다.

단지 자신을 업은 남자의 어깨가 엄청 넓고 따뜻했다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

병원 병실 안.

유남준은 베란다 쪽으로 다가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는 그의 손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가득 나 있었다.

하지만 한 모금 빨아들이려다가 문득 병상에 누워있는 박민정을 보고는 담배를 가차 없이 껐다.

그녀가 이곳으로 돌아온 후로 병원 신세를 진 건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이다.

그때 벨 소리가 울려 전화를 받아보니 서다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뺑소니범은 연지석 씨 쪽 사람이 확보한 것 같습니다.”

유남준의 눈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알았어. 박민정 경호원들은 지금 당장 해고해.”

그는 용건만 간단히 전달한 후 전화를 끊었다.

박민정이 사고 나기 전 유남준은 두원 별장으로 갔다가 박민정이 없는 걸 보고는 그녀를 지키던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뒤늦게서야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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