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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3-22 19:00:01
그리고 그의 손은 천천히 그녀에게로 향했다.

“밥만 먹은 건 아닌가 보지?”

그의 말에 박민정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했다.

‘밥만 먹은 건 아닌 것 같다고?’

그녀는 그의 손길을 피하며 말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당신의 그 더러운 상상에 날 끼워 넣지는 말아 줄래요?”

유남준의 손은 허공에서 멈춰버렸다.

“더러운 상상? 지금 더러운 꼴을 하고 있는 건 너야!”

박민정이 왜 이런 꼴이 됐는지 그가 왜 모르겠는가. 유남준은 단지 그녀에게서 왜 이런 꼴이 됐는지에 대한 해명이 듣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해명을 채 듣기도 전에 그녀가 비아냥거리는 바람에 유남준도 그만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럼 눈 더럽히지 말고 이만 나가는 게 어때요?”

박민정의 말에 그는 그녀를 거칠게 품에 끌어안더니 한껏 비꼬았다.

“이렇게 입으면 그 남자가 네 목에 새겨진 흔적들을 못 볼 줄 알았나 보지?”

박민정은 그제야 자신의 옷을 내려다봤다. 아까는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이라 몰랐는데 지금 보니 꼭꼭 잠가뒀던 단추가 다 풀어져 있었다.

화장실로 달려오기 전 연지석의 눈빛이 조금 이상했던 이유가 이거였다.

“그건 또 어떻게... 설마 나 또 감시한 거예요?”

박민정의 눈이 금세 눈물로 가득 찼다.

그녀의 상처받은 듯한 눈빛은 비수가 되어 유남준의 심장을 아프게 찔러왔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왜 이렇게 따끔거리며 아픈지 알 길이 없었다.

“감시 따위 안 해도 알 수 있어.”

굳이 거짓말할 이유는 없었지만, 곧 울 것 같은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그녀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갔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에도 박민정은 수치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상대가 연지석이 아닌 조하랑이었어도 아마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키스 마크를 달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보기 좋지 않음을 떠나 불결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런 행위는 사랑하는 남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줄곧 생각해왔던 그녀라서 더 이런듯싶다.

물론 그녀도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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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하랑은 종일 그저 멍하니 호텔에만 있으며 결혼 준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다음날 오후가 되자 그녀는 김인우에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해주려 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방 문을 두드렸다.조하랑은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슬리퍼를 끌며 문을 열어주러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문이 열린 그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나타나 그녀의 코와 입을 손수건으로 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하랑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김인우의 집.김인우는 오늘 종일 마음이 복잡했다. 그는 초조한 심경으로 조하랑의 결정을 기다렸지만, 오후 5시가 돼도, 6시가 돼도 울리지 않는 휴대폰에 마음은 점점 불안해져만 갔다.결국, 참지 못한 김인우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생각 정리 끝났어요?”하지만 1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김인우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원하면 원한다, 싫으면 싫다는 의사 표현조차 똑바로 하지 않는 조하랑을 원망했다.마음 같아서는 조하랑의 앞으로 순간이동을 해서라도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초조하게 자신의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김인우를 바라보던 박예찬은 덩달아 함께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기분이었다.“아저씨, 가만히 좀 앉아계시면 안 돼요?”그 말에 김인우는 곧장 걸음을 멈춘 채 박예찬을 바라보며 말했다.“하랑 이모한테 전화 좀 해줄래?”박예찬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조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아이의 스마트워치에서도 들려온 건 그저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이었다.“왜 아직도 전화기가 꺼져 있는 거지?”김인우가 미간을 찡그린 채 말했다.그때, 김훈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솔직히 말해 봐. 너 하랑이한테 뭐 잘못한 거 있지?”김인우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반박했다.“제가 감히 어떻게 그래요.”“그럼 하랑이가 왜 갑자기 네 연락을 안 받겠어? 휴대폰도 꺼져 있고 말이야. 내일이 당장 결혼식인데.”김훈은 김인우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을 이어갔다.“솔직하게 말해. 너 밖에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89화

    조하랑은 김인우를 그저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인우 씨...”김인우는 조하랑이 입을 열기도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내일까지 고민할 시간 더 줄게요. 하지만 그다음 날에 갑자기 결혼 취소해서 나한테 망신을 준다면, 나도 하랑 씨 용서 안 해줄 거예요.”김인우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김인우가 진주시에서 그 어떤 여자를 못 만나봤을까. 적어도 진주시 90%의 여자들은 그와 결혼하고 싶어 할 것이다.만약 조하랑이 결혼식 당일 갑자기 결혼을 취소해 버린다면 그는 조하랑을 절대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김인우의 말에 조하랑은 한동안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자신이 사랑하던 강연우는 이미 유부남이었고, 황예지도 아주 좋은 여자였다.“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조하랑이 말했다.핸들을 잡고 있던 김인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이미 결혼을 확정 지은 조하랑이 이제 와서 결혼식을 취소할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그런데도 아직까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그녀는 김인우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단순한 예비 후보 취급을 받은 김인우의 마음이 불쾌했다.“집으로 데려다줄까요?”이틀 뒤면 결혼식이었던 탓에 조하랑은 김인우의 집으로 갈 수 없었다. 결혼 절차라는 것은 지켜야 하는 법이었으니까.“싫어요.”조하랑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거절했다.“근처에 있는 아무 호텔로 데려다주세요.”“그래요.”김인우가 대답했다.그는 시설이 좋은 호텔 하나를 찾아 조하랑을 내려주었다.원래였다면 조하랑을 직접 방까지 데려다줬을 테지만 이미 빈정이 상해버린 탓에 김인우는 그녀를 혼자 호텔로 들어가게 두었다.그녀를 호텔까지 데려다준 김인우는 곧장 조석천에게 안부를 전했다.호텔 방 안으로 들어온 조하랑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지만 따로 하소연할 사람도 없었다.결국,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박민정에게 연락했다.마침 휴식을 취하려던 박민정은 조하랑에게서 결려온 전화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88화

    “하랑아, 왜 아무 말도 안 해? 제발 아빠 좀 놀라게 하지 마. 난 정말 널 위해서 그랬던 거라고. 지금 아빠는 먹고사는 데 아무 문제 없고, 딱히 바라는 것도 없어. 굳이 너를 재벌 집에 시집 보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하지만 네 미래도 생각해야지. 아무 걱정 없이, 특히 돈 걱정 없이 살기 위해서는 재벌 집으로 들어가는 게 최고야.”“너도 알잖아. 우리 집은 그냥 졸부일 뿐이야. 돈 없을 때를 생각해 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릴 무시했는지. 엄마랑 아빠는 네가 그렇게 살길 원하지 않아.”조석천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그의 아내가 세상을 뜨게 된 것도 치료비가 부족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은 탓에 조석천은 가난할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갖고 있었다. 자신의 딸이 혹시라도 가난한 남자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을까 무서웠다.그 남자가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단순한 도박에 불과했으니 말이다.조하랑 역시 아버지가 이런 짓을 한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아버지의 행동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알겠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돌발행동 같은 건 할 생각 없으니까요. 지금은 조금 혼자 있고 싶네요.”말을 마친 조하랑은 전화를 끊었다.갑자기 끊긴 전화에 조석천은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조하랑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방법이 없었던 그는 결국 김인우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혼자 거리를 배회하던 조하랑은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그녀는 밀려오는 죄책감에 파묻혀 있었다. 눈앞에 강연우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따져 묻고 싶었다. 왜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는지, 왜 본인을 정말 쓰레기로 여기게 했는지.얼마나 걸었을까. 돌아가기 싫었던 조하랑은 아무 곳에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혹시라도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올까 봐 휴대폰 전원을 꺼두었고, 아직도 다시 켤 용기가 나지 않았고, 연락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87화

    그 말에 강연우는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며 가까스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그런 말은 왜 한 거야?”고개를 잠시 떨어뜨린 황예지는 대답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우리 내일 이혼하자.”또 이혼 그 소리.강연우의 목울대가 일렁였다.“예지야, 내가 얘기했을 텐데. 죽음은 있어도 이혼은 절대 없을 거라고.”황예지가 불안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강연우는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었다.“걱정하지 마. 난 정말 하랑이랑 다시 시작할 생각이 없어. 우리 둘이 잘살아가면 돼. 내가 너 잘 챙겨줄게.”말을 마친 강연우는 황예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어떤 사람이나 일은 한 번 놓친 순간,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게 된다.황예지는 공허하고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강연우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어쩌면 강연우가 정말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계속 자신을 챙겨주며 살겠다는 말을 할까?...조하랑은 넋 나간 사람처럼 정처 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빠.”딸이 재벌 집에 시집간다는 생각에 하루하루를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던 조석천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 우리 딸?”“그때, 아빠는 정말 강연우를 죽일 생각이셨어요?”그 말에 조석천의 심장이 철렁했다.이미 결혼까지 한 강연우가 그 일을 딸에게 얘기해줄 리 없다고 굳게 믿어왔건만, 결국...조하랑이 재벌 집에 시집간다는 것을 안 강연우가 중간에서 뭐라도 뜯어먹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했다.“하랑아, 아빠 말 좀 들어 봐. 강연우 그 쓰레기 자식은 신경 안 써도 돼, 그럴 가치가 없는 놈이야. 지금은 김인우랑 할 결혼식에만 집중해. 그게 제일 중요한 일이니까.”그는 애써 말을 돌렸다.조석천의 말에 조하랑의 눈빛은 한층 더 공허해졌다.“아빠, 일단 대답부터 해주실래요? 왜 강연우가 갑자기 실종됐었는지, 그리고 다시 나타난 강연우가 왜 갑자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86화

    휴대폰을 쥐고 있던 조하랑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강연우의 결혼식에 참석하긴 했어도 그와 결혼하는 신부가 누구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볼 생각은 없었다.저도 모르게 본인과 신부를 픽하면 시도 때도 없이 그 기억이 불쑥 나타나 자신을 괴롭힐까 봐 두려웠다.자신을 강연우의 아내라고 소개하는 황예지를 보며 조하랑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왜 저를 만나고 싶으셨던 건데요?”조하랑이 겨우 입을 뗐다.“하랑 씨와 연우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연우 대신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래요.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만나주시면 안 될까요?”황예지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내일모레가 당장 결혼식인 상황에 조하랑은 그녀의 부탁을 거절해야만 했다. 하지만 너무 간절하면서도 진지한 황예지의 목소리에 조하랑은 홀린 듯 대답했다.“알겠어요.”두 사람의 약속 장소는 한 평범한 식당이었다.조하랑은 여리여리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의 황예지를 바라보며 자신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안녕하세요.”조하랑은 먼저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황예지도 그런 조하랑의 인사에 함께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고, 두 사람은 마주 본 상태로 한 테이블 앞에 착석했다.“저한테 하실 말씀이 뭐죠?”조하랑은 자리에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황예지는 대답 대신, 가방에서 병원 진단서를 꺼내 조하랑의 앞에 내밀었다. 그녀가 내민 진단서에는 황예지의 남은 수명이 3년밖에 안 된다는 검사 결과가 적혀있었다.조하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단서를 바라보았다.젊은 나이에 이렇게나 큰 병에 걸렸다는 것이 안쓰러웠다.조하랑이 곧장 입을 열었다.“걱정 마요, 저는 연우랑 아무 사이 아니니까. 저도 곧 결혼할 예정이에요.”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황예지 괜한 오해를 하는 일이 없길 바라서였다.황예지는 그런 조하랑을 보며 그녀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85화

    강연우는 듣고 나서 무력감을 느꼈다. 담배를 세게 몇 모금 빨다가 끄고 쓰레기통에 버렸다.“제가 하랑이한테 말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세요? 만약 비서님이 하랑이라면,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 어떻게 하겠어요? 설마 몇 년을 더 기다리다가, 제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 결혼하자고 할 겁니까?” 강연우가 물었다.서다희는 이 말을 듣고 뭐라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나중에 하랑 씨가 진실을 알게 되면 분명 변호사님을 미워할 거예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분이 정말로 김인우 씨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서다희는 자주 조하랑과 김인우가 다투는 걸 봤고, 그녀가 김인우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아마도 김인우와 결혼하는 건 강연우에 대한 보복일지도 모른다.강연우는 다시 담배를 한 개비 물었다. “전 바로 그런 상황이 생길까 봐 두려워요. 그래서 김인우 씨와의 결혼을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해요.”“모레면 두 분 결혼하세요. 그때가 되면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어요. 변호사님이 진실을 말하면 그분이 김인우 씨와 결혼할지, 변호사님을 기다릴지, 아니면 둘 다 선택하지 않을지 직접 판단하게 하세요.” 서다희가 말했다.남자로서 그는 강연우가 조하랑의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이해했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진실을 알 권리도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이유도 없이 관계를 끝내는 것이 진실보다 더 상대방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서다희가 보기에 조하랑은 겉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더 생각해 볼게요.” 강연우가 고개를 숙였다.“그러세요.” 서다희는 그제야 자리를 떴다.강연우는 그가 간 후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고 확인해 보니 아내였다.“여보, 무슨 일이야?”“연우 씨, 아직도 안 왔어? 야근해?”강연우가 시간을 보니 벌써 저녁 7시 30분이었다. 그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응, 지금 바로 갈게.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밥 먹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84화

    IM 그룹. 유남준은 강연우를 불러 정씨 가문을 조사하라고 했다. 하지만 강연우는 멍한 듯했고, 정신이 산만해 보였다.유남준이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아니에요, 지금 가보겠습니다.” 강연우는 정신을 차리고 나갔다.그가 나가자마자 서다희가 와서 유남준에게 말했다. “모레가 조하랑 양과 김인우 군의 결혼식입니다.”유남준은 이 말을 듣고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강 변호사가 조하랑 씨를 포기한 거 아니었어? 이제 와서 결혼한다고 하니까 이러는 건가?”솔직히 말해서, 남자로서 유남준은 이런 강연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것도 저것도 다 욕심내는 꼴이란 생각이 들었다.서다희는 그의 말에 서둘러 자신이 아는 걸 설명했다. “대표님, 모르시는 게 있으세요. 강 변호사님께서 조하랑 씨를 포기한 데는 이유가 있었어요.”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그를 깊이 바라보며 계속 말하라는 눈짓을 했다. 유남준이 이런 가십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조하랑이 박민정의 친한 친구인 만큼 박민정과 관련된 사람과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알아둬야 했다.“그때 두 사람이 헤어진 건 사실 조하랑 씨 아버지가 쫓아냈기 때문이에요. 당시 강 변호사님은 다리가 거의 부러질 뻔했고 목숨도 위험했다고 해요.”서다희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강 변호사님은 살기 위해 서울로 도망쳤고, 거기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죠.”“그분이 강 변호사님을 구해주고 불편한 몸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줬어요.”유남준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서 은혜를 갚으려고 결혼한 건가?”“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서다희가 계속 말을 이었다. “강 변호사님이 건강을 회복한 후, 지금 아내의 아버지를 통해 유명한 변호사가 되었고 많은 사람을 알게 됐어요. 그래도 여전히 조하랑 씨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고, 그분의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다음 진주시로 돌아왔죠.”“그래서?” 유남준은 흥미가 생겼다. 이렇게 들어보니 강연우는 박민정과 그녀의 친구들이 말하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83화

    조하랑은 모레면 결혼이다. 그동안 계속 결혼식 준비를 해왔음에도 아직도 정신없이 바빴다. 박민정은 박윤우의 상태가 크게 나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조하랑을 도와 준비를 함께했다.“이 웨딩드레스 정말 무거워.” 조하랑은 맞춤 제작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채 천천히 걸어 나왔다.김인우는 옆에서 휴대폰을 보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눈빛에 감탄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늘 조하랑이 평범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왜인지 꽤 예뻤다.김인우가 한참을 반응이 없자, 조하랑은 그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박민정에게만 물었다. “민정아, 어때? 나한테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너무 무거워.”박민정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예뻐.”조하랑은 그다지 자신이 없었다. “정말?”“당연하지, 완전 예뻐.” 말을 마친 박민정은 김인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인우 씨, 어때요?”김인우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시선을 돌려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 “그럭저럭.”“그럭저럭이 뭐예요?” 조하랑은 둘이 정말 천생연분이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 “예쁘면 예쁘다고 하고 안 예쁘면 안 예쁘다고 하면 되죠.”“...예뻐요.” 김인우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이 한마디를 겨우 뱉어냈다.조하랑은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좋아요. 그럼 이걸로 해요.”결혼식에 한 벌로 끝날 리 없었다. 조하랑은 잇따라 여러 벌의 옷을 입어보았고, 축배 드레스도 있었다. 모든 걸 다 마치고 나니 그녀는 이미 기진맥진했다.“아, 너무 피곤해. 결혼 정말 귀찮네.”김훈이 다가와 말했다. “인생에 결혼식이 딱 한 번뿐인데 귀찮다고 하지 마. 절대로 후회 남기지 말아야 해, 알겠니?”박민정은 김인우 할아버지가 정말로 조하랑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시댁 식구라기보다는 친정 식구 같았다.“알겠어요, 할아버지. 그런데 오늘 너무 피곤해서요, 민정이도 이렇게 오래 같이 있었는데 저희 좀 나가서 돌아다녀도 될까요?” 조하랑은 무언가가 생각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82화

    “엄마, 제가 직접 끓인 죽이에요.” 아침 일찍, 이지원은 정수미의 환심을 사려 했다. 만약 정수미가 그녀가 사기꾼이라는 걸 이미 알지 못했다면 아마도 진심으로 감동했을지도 모른다.정수미는 죽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거기 놓아.”“네.” 이지원은 죽을 내려놓고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녀는 정수미의 뒤로 가서 말했다. “엄마, 매일 일 하시느라 힘드실 텐데 제가 등 좀 마사지해 드릴까요?”“괜찮아. 집에서 심심하면 밖에 나가서 견문이나 넓히는 게 어떻겠니.”정수미가 말했다.또다시 차가운 대우를 받은 이지원은 정수미의 성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할 수 없이 나왔다. “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거지? 왜 나한테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거야?”이지원이 이해할 수 없는 가운데, 윤소현이 제멋대로인 모습으로 정수미를 찾아가는 걸 보았다.문득 뭔가를 깨달은 듯, 그녀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떠올랐다.“자업자득이네. 당신은 이렇게 제멋대로이고 불효한 자식이 좋은가 보지!”오늘은 정수미의 환심을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더 이상 괜한 수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지금 이지원의 손에는 쓰고도 남을 돈과, 많은 이들이 꿈꾸는 권력이 있었다.그녀가 제호에 가면 늘 최상층의 고급 룸을 썼다.예전에 그녀를 무시하던 그 귀족 아가씨들과 도련님들이 이제는 앞다투어 아첨을 했다.“지원아, 난 네가 예전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어. 알고 보니 정씨 가문의 공주였다니.”“그래, 넌 그렇게 예쁜걸. 한눈에 봐도 가난한 집 딸은 아니었지.”“난 예전부터 네가 나중에 크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이지원은 그들의 아부를 들으며 더 이상 얼굴의 득의양양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와인 잔을 들며 말했다. “하지만 너희들 예전엔 날 무시하지 않았나? 내가 고아라고 했지? 근데 그거 알아? 민정 씨가 진짜 고아야.”사람들은 잠시 멍해졌다. 박민정이 한수민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지원은 거리낌 없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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