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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9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4 19:00:00
박윤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조용히 물었다.

“약속하신 거예요?”

박민정이 마침 주방에서 나오며 물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박윤우가 거짓말을 했다.

“아빠가 이모들 부르라고 하셨어요.”

박민정도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유남준이 있는 식사 자리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약간 어색해 보였다.

그 와중에 박윤우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열심히 유남준에게 말을 걸며 그가 최근에 어디를 다녀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묻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민정은 그런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에서 죄책감을 느꼈다.

아이에게는 여전히 아빠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자신을 자책하며 앞으로는 아이가 아빠와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드디어 저녁 식사가 끝나고 민수아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게 하려고 하나둘씩 핑계를 대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거실에는 유남준, 박민정, 박윤우 세 사람만 남았다.

유남준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민정아, 이건 내가 모두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나중에 대신 전해줘. 난 먼저 가볼게.”

유남준이 말하며 박윤우를 바라보았다.

박윤우도 유남준의 시선을 바로 눈치챘다.

유남준이 떠나려 하자 박윤우는 달려가 그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

“아빠, 왜 가요? 저랑 엄마가 화나게 했어요? 아니면 이제 우리를 버리려는 거예요?”

박윤우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완벽한 연기가 아닐 수 없었다.

유남준은 난처한 척하며 답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왜 가요? 왜 우리를 두고 가야 하는데요? 가족끼리는 함께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박민정이 급히 다가와 말했다.

“박윤우, 전에 얘기했잖아. 지금 우리 집에는 이모들이 함께 살고 있어서 불편하다고.”

“뭐가 불편하다는 거예요? 집이 이렇게 큰데! 아빠랑 엄마는 한방 쓰면 되잖아요.”

박윤우는 이제 더 이상 그런 핑계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 집은 평범한 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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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이 단호하게 말을 덧붙였다.“윤우가 아니었다면 남준 씨를 머물게 하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 알아서 잘 행동하세요. 소파에서 주무세요.”유남준은 그녀가 지난번 일로 여전히 화가 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알았어. 소파에서 잘게.”그는 단번에 답했다.박민정은 그제야 안심하고 방으로 돌아가 씻은 뒤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었다.그러나 유남준은 잠이 오지 않았다.그는 거실 소파에 앉아 박민정의 방에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이 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낮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던 탓인지 박민정은 평소보다 깊이 잠들지 못했다.한밤중, 그녀는 악몽에 시달리며 잠꼬대했다.“꺼져. 꺼지라고...”잠에 들지 못했던 유남준은 박민정의 소리를 듣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다행히 방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유남준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박민정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민정아, 왜 그래?”박민정은 희미한 의식 속에서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살려줘, 살려줘...”악몽 속에서 박민정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하나같이 그녀를 괴롭히고 질책하는 사람들이었다.그런 사람들 속에서 박민정은 자신을 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유남준의 손은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의 손길 같았고, 그녀는 간신히 잡은 유일한 구원의 손길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으며 말했다.“나 여기 있어.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박민정은 자신의 잠꼬대 소리에 깨어났다.눈을 뜨자마자 자신 곁에 서서 손을 잡은 유남준을 발견한 그녀는 놀라 급히 손을 빼내면서 이전과 같은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나가요.”그러나 유남준은 그녀의 말대로 하지 않았다.“여기서 잘게.”박민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밖에서 자기로 얘기 마쳤잖아요.”“바닥에 이불을 깔고 네 옆에서 잘게. 네가 다시 악몽이라도 꾸면 가까이에서 도와줄 수 있으니까.”유남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박민정은 처음엔 거절하려 했지만 조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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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으로 가보니 서다희가 손에 커다란 가방 몇 개를 들고 와 있었다.박민정은 어딘가 의아하긴 했지만 경비에게 안으로 들여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안으로 들어선 서다희는 이곳을 유남준의 개인 숙소로만 여기는 건지 유남준의 옷가지들이 담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 이 정도면 괜찮으시겠습니까? 부족하시다면 제가 조금 이따가 더 가져오겠습니다.”“비서님, 뭔가 착각하신 것 같은데 남준 씨는 여기서 하룻밤만 묵기로 했는데요.”유남준이 이곳에 오랫동안 머물리라 생각하는 듯한 서다희에게 박민정이 얘기했다.하지만 자신에게 눈짓하는 유남준을 발견한 서다희가 곧장 대답했다.“하지만 제가 옷을 이렇게 갖고 왔는데, 그냥 여기 두는 건 어떨까요? 쓸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습니까.”박민정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유남준이 서다희에게 물었다.“가져오라고 한 건?”“다 가져왔습니다.”서다희는 다른 가방에서 파일들을 꺼냈다.“사모님, 이건 대표님께서 갖고 오라고 하셨던 호산 그룹의 예전 경영 자료입니다.“그 자료란 무려 몇 킬로그램은 족히 되어 보이는 두꺼운 문서들이었다.“이건 다 실물 서류고요, 다른 건 다 전자 문서들이라 사모님께 메일로 전송해 드렸습니다.”그 말에 박민정이 놀란 기색을 보이며 물었다.“제가 이걸 찾는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유남준은 그녀가 창업 준비로 퇴사했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괜히 부담을 느낄 박민정을 위해 대답했다.“전에 내가 너한테 YN 그룹 맡겼었잖아. 네가 힘들어할까 봐 자료들 다 찾아서 보낸 거야. 필요하면 보고 필요 없으면 버려도 돼.”사실 이 자료들은 모두 유남준이 오랜 시간 동안 노력으로 쌓아온 것들이었고 이때까지 아무에게도 주지 않았던 자료였다.그리고 박민정은 그런 자료를 거절할 수 없었다.“받아야죠, 고마워요.”전에 받았던 자료들로 큰 도움을 받았던 박민정은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자료를 받는 박민정을 보며 유남준은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건 아니라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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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준 씨가 따라왔다면 정민기 씨가 알아채고 나한테 얘기했을 거야.’유남준은 그녀에게 먼저 차에 타라고 했다.차에 타고 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어제 너한테 메시지 보냈었잖아? 사람 시켜서 위치 추적했어. 이러면 널 따라다니는 게 아니지?”그는 박민정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이렇게 한 것이다.박민정은 말문이 막혔다.‘이러는 게 쫓아오는 거랑 뭐가 다르지?’“앞으로 나한테 올 때 먼저 위치 확인해도 되는지 물어보세요.”“알았어.”유남준은 바로 대답했다.흔쾌히 대답하는 유남준의 모습에 마음이 풀린 그녀는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저 좀 회사에 데려다주세요. 전 좀 자야겠어요.”늦잠을 자지 못한 그녀는 차 안에서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었다.많이 피곤했는지 박민정은 금방 잠들었고 차가 움직임에 따라 비틀거리기도 했다.유남준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기사에게 조용히 말했다.“천천히 운전해 줘.”“네.”...함미현이 집에 돌아왔을 때 윤소현과 정수미는 거실에 앉아 있었다.정수미는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미현아, 괜찮은 거야?”함미현이 정씨 가문에 와서 살기 시작한 이후 밤새 집을 비운 적은 없었다.처음 있는 외박이었다 보니 정수미는 걱정이 많았다.함미현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엄마,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정수미가 말을 이었다.“어제는 왜 안 들어왔어? 전화 한 통도 없어서 나랑 네 언니가 걱정했잖니.”정수미는 윤소현의 협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함미현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해요. 핸드폰이 꺼져 있어서 몰랐어요.”“몰랐으면 됐어. 다음에는 꼭 엄마한테 미리 얘기해줘. 안 그러면 걱정되니까.”정수미는 겨우 되찾은 딸을 잃을까 봐 걱정했다.“네!”함미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질투 어린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 윤소현은 속으로 조소했다.‘언젠가 정수미는 친딸도 아닌 년을 아낀 걸 후회하게 될 거야.’“엄마, 밤새 안 주무셨는데 이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9화

    얼마 자지 않고 일어난 함미현은 꺼져 있는 핸드폰을 보고 충전기를 연결했다.핸드폰을 열자 그녀는 윤소현에게서 온 수많은 연락을 확인하고는 이내 윤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소현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함미현, 한밤중에 집에 안 들어오고 어디 간 거야? 지금 누구랑 있어?”함미현이 박민정을 쳐다보자 박민정도 그녀를 바라보았다.함미현은 망설이다 답했다.“어제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가 잠들었어요. 핸드폰은 꺼져 있어서 이제 깼어요. 죄송해요.”윤소현은 함미현이 박민정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녀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그래? 나랑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얼른 집으로 와.”“하지만...”함미현은 망설였다.염혜라닝 병상에 누워있는 상황에 집으로 돌아가는 게 마음에 걸린 탓이다.“아직 일이 조금 남아서 며칠만 더 있어도 될까요?”함미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안 돌아온다고?”윤소현의 목소리가 커졌다.‘박민정에게 무슨 얘기라도 한 거 아니야?’윤소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잘 생각해 봐. 나랑 엄마가 동하 돌보는 사람까지 보내줬는데 너는 밖에서 돌아다닌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아닐까? 계속 안 오면 우리도 동하한테 신경 끌 거야.”윤소현은 이제 함미현을 협박하는 방법밖에 없었다.윤소현의 협박에 함미현은 다급하게 말했다.“화내지 마세요. 지금 바로 갈게요.”함미현은 전화를 끊고 미안한 표정으로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민정 씨, 죄송하지만 먼저 가봐야겠어요. 제 아이도 병원에 있는데 돌볼 사람이 없어요.”박민정은 함미현의 말을 듣고 직설적으로 답했다.“저도 매일 출근해야 해서 여기서 아주머니를 돌볼 수는 없어요.”함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이해해요. 그런데 지금 제가 상황이 정말 안 좋거든요.”함미현은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박민정에게 건넸다.“이 카드에는 100억이 들어있어요. 이 돈으로 엄마를 살려준 은혜에 보답하는데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제가 줄 수 있는 전부예요. 민정 씨, 병원비는 이 카드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8화

    박민정은 유남준의 메시지를 확인했다.[오늘 밤엔 안 들어오는 거야?]그가 문자를 보낸 시간은 11시쯤이었다.박민정은 그제야 답장을 보냈다.[네. 안 들어가요. 너무 늦어서 근처에서 묵으려고요.]그녀는 늦은 시간이니 유남준이 이미 잠들었을 거로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바로 답장이 왔다.[시간도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자?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지?]유남준은 박민정의 답장을 기다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평소 잠이 얕은 그는 박민정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그녀만의 특별 알림음을 설정해 두었고 알림음이 울리자마자 잠에서 깼다.박민정은 관심 어린 그의 질문에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지금 중환자실에 있는 친구 보고 있어요. 여기까지 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도착하자마자 의사들이 응급 처치를 하느라 늦어졌어요.]유남준은 그녀의 설명을 듣고 안심했다.[얼른 쉬어.][네.]박민정은 핸드폰을 끄고 옆에 두고 눕자마자 곧 잠에 들었다.반면 유남준은 다음 날 그녀를 만나러 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다른 한 편, 정씨 가문에서 윤소현은 자신이 보낸 사람들이 함미현을 놓쳤다는 소식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겨우 여자 하나 따라가는 것도 제대로 못 해?”평범한 운전기사였다면 그녀의 부하들이 놓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운전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정민기였다.그녀의 부하들은 난처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아가씨, 정말 저희 잘못이 아니에요. 함미현을 태운 차량에 전문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뒤쫓는 걸 바로 눈치채고 따돌려 버렸습니다.”“그래?”윤소현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누가 함미현을 태우러 왔는데?”부하들은 차량 사진을 윤소현에게 보냈다.사진은 흐릿했지만 뒷좌석에 앉은 여자의 윤곽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박민정?’단번에 박민정임을 알아본 윤소현은 순간적으로 긴장했다.“박민정? 이 시간에 박민정이 왜 함미현을 만나?”윤소현은 박민정이 무언가 알게 된 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7화

    정민기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함미현에게 전했다.충격에 휩싸인 함미현이 물었다.“누군가가 저희 엄마를 해친 거라고요?”그녀는 여전히 이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그녀와 염혜란은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돈도 권력도 없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한 적도 없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은...“혹시 정수미예요?”함미현이 박민정의 손을 잡고 물었다.그녀는 정수미야말로 제일 유력한 용의자 같았다.정수미 같은 대기업 대표가 자신의 딸에게 두 명의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용납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박민정도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아직 정수미가 그랬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어요.”함미현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분명 그 여자예요. 전에 정수미가 윤소현에게 엄마가 두 명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윤소현과 친엄마 사이를 단절시켰다고 얘기한 적 있어요.”이 일은 염혜란이 그녀에게 말해준 이야기였다.당시 함미현은 그런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억만금을 준다 해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안 되겠어요. 당장 정수미에게 연락해서 확인해야겠어요. 정말 정수미가 그런 건지 확실하게 물어봐야겠어요.”함미현이 전화를 걸려 하자 박민정이 막아섰다.“함미현,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만약 정말 정수미가 그런 짓을 한 거라면 지금 전화를 거는 건 아주머니가 살아있다는 걸 알리는 꼴밖에 안 돼요. 정씨 가문의 수단을 생각해 보세요. 정수미는 틀림없이 아주머니의 목숨을 한 번 더 노릴 거예요.”함미현이 손을 멈추며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지금으로는 아주머니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아주머니가 깨어나면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함미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알겠어요.”그녀는 다시 병상으로 돌아가 어머니 옆에 앉았다.그녀의 마음은 죄책감과 고통으로 물들었다.‘다 나랑 동하 때문이야. 뭐든 건 대가가 따르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6화

    “함미현한테 사람 붙여서 누구랑 어디 가서 뭐 하는지 알아봐.”함미현은 윤소현 수중에 있는 중요한 카드였기에 어떤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전화를 끊은 윤소현은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한편 함미현이 밖으로 나오자 박민정의 차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차 문을 열고 올라탄 그녀는 자신이 이미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민정 씨, 어머니는 어디 계세요?”함미현의 눈은 초조함으로 가득했다.“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죠?”며칠 동안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자 그녀는 점점 나쁜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을 본 박민정은 그녀가 현재 상황을 모른다고 판단했다.“직접 보면 알게 될 겁니다.”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민기는 뒤에서 따라오는 차를 발견했다.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두 분은 안절벨트 꽉 매세요. 따라오는 차가 있네요.”“네?”함미현은 얼떨떨하게 되물었다.“누가 우리를 따라와요?”정민기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속도를 높였다.그는 혼잡한 도로 속에서 민첩하게 차들을 피해 가며 빠르게 움직였고 10분도 되지 않아 뒤따라오던 차량을 따돌렸다.미리 대비했던 박민정이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차량으로 인해 울렁거리는 속까지 어찌할 수는 없었다.함미현 역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말했다.“너무 빨리 달린 거 아니에요?”“이미 따돌렸습니다.”정민기의 대답에 함미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박민정은 자세를 바로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더 이상 의심스러운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정민기에게 물었다.“그 차는 언제부터 따라온 거예요?”“함미현 씨가 차에 탄 직후부터요.”함미현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그럼 저를 따라온 거란 말인가요?”정민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함미현은 불안해하며 백미러를 통해 뒤를 계속 확인했다.“누가 저를 따라온 거죠? 설마 정수미일까요?”박민정은 그녀가 정수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고 그녀 스스로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5화

    정민기가 말을 이었다.“박민정 씨에 대한 제 감정은 유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사랑 같은 게 아닙니다. 단지 친구로 생각할 뿐이에요.”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유 대표님께서는 제 뒷조사를 하셨겠죠. 저는 너무 많은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박민정은 친구로만 대할 거예요.”“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유남준은 정민기의 표정을 보며 거짓말을 할 사람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다.남자끼리만 있는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 여겼다.“제가 오해했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유남준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정민기는 유남준의 손을 맞잡았고 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적대감은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이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자 밖으로 나와 그를 찾았다.그가 정민기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그쪽으로 다가가자 유남준도 마침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정민기 씨와 무슨 얘기 한 거예요?”박민정이 물었다.“별거 아니야. 그저 당신과 아이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했을 뿐이야.”박민정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 캐묻는다고 해서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아 말을 아꼈다.“그래요. 오늘 밤 볼일 있어서 잠시 나가야 해요.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집에서 윤우 좀 봐줘요.”“그래.”유남준은 흔쾌히 승낙했다.이미 윤우를 통해 어느 정도 알게 된 유남준은 박민정이 어디로 가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박민정은 민수아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간단히 말한 뒤 집을 나섰다.차에 앉은 그녀는 함미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금세 연결되었다.“여보세요? 민정 씨가 어쩐 일이에요?”두 사람은 이전 윤소현의 결혼 준비 문제로 연락처를 교환한 적이 있었다.“미현 씨, 양어머니를 찾았어요. 시간 괜찮으시다면 함께 만나러 가볼래요?”박민정이 물었다.정씨 가문에서 쉬고 있던 함미현은 그 얘기를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찾았다고요? 지금 어디 계세요?”“전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4화

    “식사하세요.”기분이 훨씬 나아진 진서연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모두 함께 식사를 시작했지만 민수아는 어쩐지 혼자 낙오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박민정은 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었고 정민기는 진서연과 함께 앉아 있는데 자신은 혼자였으니 말이다.박윤우는 민수아의 불편함을 눈치챘는지 의자에서 내려와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수아 이모, 저기 앉으니까 너무 좁아서 그런데 이모랑 같이 앉아도 될까요?”“물론이지.”민수아는 박윤우가 정말 눈치도 빠르고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나중에 이런 이쁜 아이 낳아야지.’모두 함께 식사했지만 민수아와 박윤우가 있는 쪽을 제외한 다른 두 자리는 어딘가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민정아, 많이 먹어.”유남준은 정민기 앞에서 일부러 박민정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눈이 보이지 않을 때 그가 가장 걱정했던 사람은 정민기였다.두 사람은 매일 붙어 있었고 나름 괜찮은 남자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유남준이 모르고 있는 사실은 정민기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박민정은 이상한 그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타버린 요리를 보고는 일부러 한 젓가락 집어주었다.“야채 많이 먹어야 건강해져요.”유남준은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타버린 요리를 먹었다.“그래.”한 입 먹은 유남준은 단순히 탄 것만 아니라 지나치게 달다는 사실도 알아챘다.설탕을 소금으로 착각한 것이 분명했다.눈살을 살짝 찌푸린 유남준은 묵묵히 야채를 삼키며 미소 지었다.소금과 설탕을 구분 못 할 사람이 아니었지만 박민정과 정민기가 함께 나갔다는 사실에 정신을 놓은 탓에 둘을 헷갈린 것이다.“맛있어요?”조금 전 한입 먼저 먹어본 박민정은 요리의 맛을 알고 있었다.‘거의 다 완성된 요리를 데우기만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유남준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맛있네.”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긴장했다.‘저게 맛있다고?’다들 한입씩 맛본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맛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맛있으면 많이 먹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3화

    “제 부하가 발견했습니다. 염혜란을 찾은 곳은 여기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산속이었어요.”정민기가 답했다.“발견 당시 염혜란은 온몸에 상처투성이였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어요.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이었죠. 그래서 믿을 수 있는 병원에 먼저 입원시켰습니다. 의사가 얘기하길 조금만 늦었으면 숨졌을 거라고 하더군요.”그 이야기를 들은 박민정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의사가 언제 깨어날 수 있다고는 얘기해주던가요?”정민기가 고개를 저었다.“한 달 안에 깨어나지 못하면 평생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지난달에 생긴 상처겠죠?”“네.”“그런데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걸까요?”정민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부하가 발견했을 때 염헤란 씨는 산속에서 야생 풀을 먹으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의사는 그녀가 생존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밤 보러 가고 싶어요.”“알겠습니다. 준비해 두겠습니다.”정민기가 답하자 박민정이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이 일을 함미현 씨에게 얘기하는 건 어떨까요?”“함미현 씨는 염혜란 씨의 친딸이니 예상대로라면 해를 끼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권력과 돈을 위해 어머니를 해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박민정도 그 가능성에 대해 염두에 둔 적 있었다.‘하지만 함미현이 염혜란을 해친 게 아니라면?’“염혜란을 확실히 보호할 수 있나요?”“물론이죠.”정민기는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그러면 됐어요. 나중에 돌아가서 함미현이랑 얘기해 볼게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 나가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오늘은 여기서 같이 밥 먹어요. 많이 준비했어요. 매번 밖에서 먹는 것도 질리기도 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잖아요.”원래 거절하려던 정민기는 뭔가 생각이라도 난 듯 답했다.“알겠습니다.”박민정은 그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박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2화

    정민기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민수아와 진서연 쪽으로 걸어갔다.진서연은 고개를 숙인 채 과일을 자르고 있었는데 쑥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반면 민수아는 대범하게 인사를 건넸다.“민기 씨, 오늘 저희랑 같이 밥 먹고 갈 거죠?”정민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오늘은 민정 씨 만나러 잠깐 온 거예요.”그는 진서연을 한 번 힐끗 보았다.진서연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민수아는 주방을 가리켰다.“민정이는 주방에 있으니 그쪽으로 가보세요.”“네. 감사합니다.”정민기는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요리에 집중하고 있던 박민정은 안 그래도 청력이 약한 편이라 정민기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박윤우는 정민기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말했다.“아저씨 오셨어요! 저번에 가르쳐 주신 거 저 벌써 다 배웠어요. 언제 새로운 기술 가르쳐 주실 거예요?”유남준은 박윤우의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남자는 당당한 자세에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정민기는 유남준을 보지 않고 박윤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그때 새로운 기술 가르쳐 줄게.”“네! 좋아요!”박윤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제야 유남준은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정민기는 손을 맞잡으며 악수했다.“민정 씨 찾으러 왔어요.”“여보!”유남준은 뒤돌아 요리하던 박민정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다른 사람이 못 들을까 봐 일부러 크게 부르는 듯했다.잠시 멈칫한 박민정이 정신을 차리고 의아한 시선으로 유남준을 바라보았다.“지금 뭐라고 불렀어요?”유남준은 그녀에게 혼날까 봐 얼버무리며 말했다.“정민기 씨가 당신 찾는데?”“아, 알았어요. 이거 좀 대신 볶아줘요. 야채는 나중에 넣고 소금 조금 넣고 불을 끄면 돼요.”“알았어.”유남준은 흔쾌히 답했고 박민정은 손을 닦고 정민기를 따라 밖으로 향했다.박민정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유남준은 뒤에서 계속 그녀를 힐끔거리느라 팬에 있는 요리가 타고 있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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