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부의 두 명의 요원도 표정이 굳어졌다. 양씨 가문의 위세는 상경에서 너무나 강력했다.만약 이들을 진짜로 화나게 하면 그 후폭풍은 단순히 그들 몇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고 신호부 고위층조차도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었다.진남아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일자 양승우가 진남아의 뺨을 세게 갈겼다.“이제 겁이 나? 이 망할 것들, 내 아들에게 손을 대다니! 너 끝났어. 각오해! 곧 잘려나갈 테니까. 그리고 황제국에선 네가 발붙이기 힘들 거야.”진남아는 생각에 빠져있다가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맞아 얼굴이 창백해졌다. 병실 안에서 들린 뺨 때리는 소리에 임건우가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무슨 일이야? 남아야, 누가 널 때렸어?”한 요원이 손가락으로 양승우를 가리켰다. “나야, 어쩔 건데?”양승우가 목에 힘을 주며 비웃었다.“이 버러지 같은 것들아, 너희 모두 끝장났어.”철썩! 철썩! 철썩! 철썩! 임건우가 다가가 양승우의 뺨을 네 번 연속으로 갈겼다.양승우는 돼지처럼 얼굴이 퉁퉁 부었고 코뼈는 부러지고 입안의 이빨이 부러졌다.양씨 가문의 사람들은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고 연달아 욕설이 터져 나왔다.진남아가 임건우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스승님, 양씨 가문은 건드리기 어려운 상대예요.” “그래? 그래서 맞고도 가만히 있었던 거야?” “스승님, 잘 모르시겠지만 양씨 가문은 상경에서도 진짜 실세예요. 흔히 말하는 10대 가문이나 8대 왕족 같은 곳과는 달라요. 그건 이름뿐이고 실질적인 힘은 별로 없죠. 그런데 양씨 가문은 달라요. 그들의 가주는 현직 삼대 통솔자 중 한 명이고... 최근엔 독수리 부대까지 장악했다고 들었어요.”임건우는 눈을 좁혔다.“독수리 부대까지?” 그렇다면 임건우의 스승인 백옥이 밀려나면서 양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가.그 순간 병원 밖에서 네 명의 인물이 안으로 급히 들어섰다. 그중 한 명은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고 외모는 평범해 보였지만 임건우는 그가 고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의 단계
“뭐라고?”“막아냈다고? 말도 안 돼!”박철호는 놀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한번 임건우를 살폈다.하지만 방금은 고작 30%의 힘을 사용했을 뿐이었다.임건우가 그 정도를 받아냈다는 건 이제 50%의 힘으로 시험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윙.박철호의 팔뚝 위로 기가 몰아쳤다.막대한 기운이 임건우의 손바닥을 향해 쏟아졌지만, 예상과 달리 그것은 마치 깊은 바다에 돌을 던진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이 사라졌다.그제야 박철호의 얼굴에 진짜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임건우의 여유 있는 눈빛이 자신을 모욕하는 듯 느껴져 불쾌감이 치솟았다.박철호는 망설임 없이 전력을 다해 다시 기를 모았다.“죽어라, 꼬맹이!”윙.전신의 진원이 폭발하면서 팔을 감싸고 있던 옷이 산산이 찢어졌다.하지만 임건우의 팔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고 모든 기운은 그에게 무력화된 듯이 흡수되었다.“이, 이게 어떻게...”“이 자식이 대체 뭐지?”박철호는 내심 크게 흔들렸다.자신의 전력을 받아내고도 흔들림 없는 상대를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이 젊은이가 이렇게 강하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한편 양승우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외쳤다.“철호 아저씨, 뭐 하세요? 당장 저놈을 죽여버리세요!”임건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죽이겠다고? 그러면 너도 내 한 방을 견뎌봐라.”임건우는 팔을 되돌려 내려놓은 후, 허리를 활처럼 굽히고 주먹을 움켜쥐었다.임건우의 진원에서 모인 기운이 파도처럼 주먹 끝에 집중되었고 피부밑으로는 용과 거북의 기운이 소용돌이쳤다.용의 기운은 조용의 기운, 거북의 기운은 현무방갑술이었다.임건우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박철호는 그제야 자신이 상대를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임건우의 주먹에는 일순간 두려움마저 일었다.그러나 박철호는 양씨 가문의 신임을 받는 인물로 이런 상황에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으아!”박철호는 포효하며 임건우의 공격에 맞섰다.쾅!캭!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면서 주변의 충격을 최대한 제어했다.임건우
박철호가 어떤 인물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이게 바로 양승우가 이렇게까지 거만할 수 있는 이유였다.양승우는 임건우를 흘겨보며 콧방귀를 뀌었다.“좋아, 오늘은 네 목숨을 살려주마. 하지만 네가 우리 양씨 가문을 건드린 이상, 반드시 복수할 거야.”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내가 가도 된다고 했던가?”양승우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버럭 소리쳤다.“이 자식이... 적당히 해!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난 상경 양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라고! 감히 날 죽이겠다고?”“왜 안 되겠어?”“너, 너...!”그때, 박철호가 나섰다.“네가 강한 건 인정할게. 하지만 양씨 가문은 만만한 집안이 아니야.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임건우는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이 자를 살려주면 날 가만두겠어? 더구나 내 여자를 모욕한 죄는 반드시 죽어야 해!”퍽!임건우는 허공에서 손가락 하나를 들어 양승우의 이마를 향해 뻗었다.다음 순간 양승우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죽은 것이다!“아!”“자기야, 자기야...!”양승우의 와이프가 크게 울부짖었다.신호부에서 온 진남아와 몇몇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임건우가 진짜로 사람을 죽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그것도 상경 양씨 가문의 아들, 양 통령의 아들을 말이다.이건 분명 큰일 날 일이었다.박철호도 온몸을 떨며 믿기지 않는 듯 바라보았다.둘째 도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마치 닭이라도 잡는 것처럼 죽임을 당하다니!박철호의 마음속에는 강력한 회오리가 휘몰아치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양씨 가문의 수호자인 자신에게조차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도대체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박철호는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넌 끝났어! 양씨 가문의 둘째 아들을 죽이다니. 이젠 누구도 널 구해줄 수 없을 거야. 양 통령께서 널 가만두지 않을 테니 네 가족이 죽을 준비나 해!”“그래?”임건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박철호를 쏘아보았다.“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내 가족을 협박하
양씨 가문의 사당에는 늘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다.혼석이 깨지는 소리가 나자마자 이를 감지한 관리자가 급히 확인하러 다가왔다.혼석이란 사람의 영혼과 연결된 특별한 돌로 그 안에 한 조각의 영혼 인장을 심어두는 것이다.만약 그 영혼의 주인이 죽게 되면 그 인장이 발동하여 혼석이 산산이 부서진다.“뭐라고?”“이건... 이건 바로 박철호의 혼석이잖아!”“박철호는 강남에서 도련님을 보호하고 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도련님한테 큰일이 생긴 게 분명해!”사당을 지키던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곧바로 양씨 가문의 고위층에게 이 사실을 전하러 달려갔다.그는 양씨 가문의 도련님, 양승우가 이미 박철호보다 먼저 죽었다는 것을 몰랐다. 양승우는 평범한 인간으로 혼석을 쓸 수 있는 영혼조차 없었다.양승우에게는 아무런 수련 능력도, 무공도 없었으니 말이다.설사 혼석을 억지로 삼켜 넣는다 해도 영혼을 담을 수는 없었다.그때였다.양씨 가문 저택에서는 떠들썩한 생일잔치가 한창이었다.오늘은 양씨 가문 4대손 중 한 남자아이의 두 번째 생일이었다.양씨 가문의 가주 양용진은 현재 독수리 부대의 최고사령관으로서 권세와 명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양용진의 위치는 명실상부한 권력의 정점에 서 있으며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가 부지기수였다.동시에 수많은 인맥이 양용진의 발밑에 붙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요즘 전 세계의 이목은 불타버린 후지산에 쏠려 있었고 여러 나라에서 연호에게 임건우를 넘기라고 압박하고 있었다.연호 고위층이 다소 골머리를 앓고 있긴 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그래서 이 시기에 열린 양씨 가문의 연회에는 각계각층의 손님이 몰려와 있었다.손님들이 가져온 선물은 산더미처럼 쌓여 방 하나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백 년 된 오래된 대추나무 아래까지 차곡차곡 쌓여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양 어르신, 축하합니다! 이 어린 손주가 이제 두 살밖에 안 됐는데 벌써 기세가 대단하군요. 틀림없이 훗날에는 인중지룡이 될 겁니다!”“양 통령의
고대에 황제 중에 절세 고수였던 이가 있긴 했던가? 심지어 옛날에는 장군 중에도 무공을 모르는 자가 있었고 문관이 군을 이끌어도 충분히 적을 무찌를 수 있었다.통령에게 중요한 건 무력이 아니라 지혜였다.한 부하가 상황을 파악하고 물었다. “통령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양용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일 아니야. 제물 하나 죽었을 뿐이니 계속 즐기도록 하게. 이런 일로 흥을 깰 순 없지... 자, 자!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열길 기원하며 건배하세!”양용진이 잔을 반쯤 비운 그때였다. 양용진의 두 번째 부인이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와 말했다. “여보, 큰일 났어요! 우리 아들 양승우가 살해당했어요!”“뭐라고?” 양용진은 순간 얼어붙더니 이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양승우는 비록 무공을 익히지는 않았지만, 사업 능력이 탁월해 양씨 가문에 많은 재산을 안겨준 인물이었다.게다가 양승우는 둘째 부인이 애지중지 키운 외아들이었다.머리가 희끗해지도록 손수 키운 자식이 죽다니 양용진의 마음은 갈갈이 찢겼다.현장에 있던 손님들도 이 소식을 듣자 일제히 분노했다. 양씨 가문에 아첨하고 싶은 자들이 이때를 놓칠 리 없었다.곧바로 몇몇 사람이 앞다투어 외쳤다.“양 통령의 아들을 죽이다니 이건 대역죄입니다! 당장 처형해 구족을 멸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누가 감히 이런 일을 벌였는지 당장 잡아다 능지처참해야 마땅합니다! 안 그러면 독수리 부대의 수많은 장병들이 실망할 겁니다. 통령님, 제가 직접 가서 그 죄인을 잡아오겠습니다!” “저도 출전하겠습니다!” “저 또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순식간에 사람들의 의지가 불타오르며 여기저기서 지원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양용진은 부인에게 물었다. “예진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해봐.”이예진은 눈물범벅이 된 채 말했다. “방금 며느리가 전화 왔어요. 우리 손자가 독에 중독되어 천애 병원이라는 곳에 입원 중이었는데 신호부에서 사람이 와서 우리 손자를 죽
상경 신호부 본부.한 무리의 독수리 부대가 신호부 본부로 들이닥쳤다.하지만 신호부는 연호에서 아무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국가 기밀 부서인 만큼 외부인을 들이는 걸 거부했다.사실 신호부의 일부 하급 요원들은 독수리 부대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을 정도였다.입구를 지키던 경비병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을 막아섰다.“꺼져!”“우린 독수리 부대야. 신호부 부주를 체포하라는 명을 받았다. 우리를 막는 자는 죽음을 각오해라!”쾅!그 결과, 신호부의 입구에는 두 구의 시체가 남겨졌고 대문은 파괴되었으며 앞 건물의 벽 한쪽도 무너졌다.이 충격적인 광경에 신호부 요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무도계의 명수인 그들조차 이렇게 강력한 수신자들은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안으로 진입한 독수리 부대는 신호부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든 뒤결국 신호부의 부주인 맹진수가 집안일 때문에 귀가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곧장 맹진수의 집으로 빠르게 향했다.이때 맹진수는 때마침 부하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내용은 독수리 부대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흉악한 기세로 신호부를 습격해 그를 찾고 있으며 이미 맹진수의 집으로 이동 중이니 주의하라는 것이었다.맹진수는 독수리 부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독수리 부대가 왜 자신을 찾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맹진수는 강력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현재 맹진수는 임건우의 도움으로 준 무성 단계에 이르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무성으로의 돌파가 가능할 수준이었다.맹진수는 그 기운에 담긴 강렬한 살기를 감지하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맹진수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맹진수의 눈앞에는 오랜 세월 동안 맹씨 가문을 위해 충성스럽게 일해온 김서진이 피 웅덩이에 쓰러져 숨을 거두고 있었다.맹진수는 순간 분노가 치솟았다.“대체 너희는 누구냐?”“대낮에 무고한 이를 살해하다니 너희
아이를 데리고 바로 병실을 나갔다.이청하는 찡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이 해독제는 이청하가 목숨을 걸고 시험해서 간신히 얻은 거였다.효과가 없다면 당연히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임건우가 이청하의 손을 잡고 위로하며 말했다.“청하야, 넌 할 만큼 했어. 너무 신경 쓰지 마. 실험도 했고 이 해독제가 독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잖아. 아마 개인별로 반응이 다를 수도 있어. 일단 기다려 보자.”여자는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고 점점 더 검고 탁한 핏덩이를 쏟아내더니 거의 죽을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임건우가 기운을 살펴보니 그렇게 많은 피를 토해낸 후 그녀의 기운이 오히려 강해졌고 혈맥이 완전히 활성화되면서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체력을 얻게 된 것이 보였다.원래 그녀 몸을 감싸고 있던 강한 피비린내와 사악한 기운도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성공했어!”이청하가 기뻐서 뛰며 외쳤다.눈가가 붉어질 정도였다.며칠 동안 고생 끝에 드디어 진짜 해독제를 찾은 것이다.여자는 잠잠해지더니 임건우와 이청하를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여긴 어디죠?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 그리고... 내 남편은 어디 있어요?”“바로 밖에 있어요. 여기는 병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임건우는 그녀의 맥을 짚으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완전히 나았고,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혈맥이 무척 흥미로운데 물고기의 혈맥을 가지고 있었다.이제 이 혈맥이 완전히 깨어났으니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됐다.물속에서 살게 되려나?임건우는 손가락을 튕겼다.문밖에서 기다리던 남자와 어린아이가 바로 병실로 달려 들어왔다.“자기야!”“엄마!”가족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임건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여자가 언젠가 인어로 변한다고 해도 이 가족은 여전히 사랑이 넘칠 것 같아.’한 사례가 성공했다고 해서 모든 사례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임건우와 이청하는 해독제를 바로 다른 환자들에게 쓰지 않고 한 명씩 차
차 한 잔 마실 시간.임건우와 이청하는 강주의 임씨 저택으로 돌아왔다.임건우는 곧바로 백옥을 찾았는데 뜻밖에도 백옥이 다른 여인과 함께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닌가.그 여자는 상당히 아름다웠고 나이도 많아 봐야 스물일곱, 여덟쯤으로 보였다.그런데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마기의 기운이 풍겨 나왔다.‘마수인가?’임건우는 잠시 멍해졌으나 지금은 이 여자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그는 즉시 다가가서 말했다.“스승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아직 백옥이 입도 떼기 전이었다.그 옆에 있던 여자가 먼저 냉랭한 시선으로 임건우를 노려보며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네가 바로 임건우야?”임건우는 그녀의 살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그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넌 누구야?”임건우는 백옥을 뒤로 끌어당겼다.지금의 백옥은 힘이 없는 상태였고 반면에 눈앞의 이 여자는 압도적인 기세를 뿜어내며 은근한 살기를 발산하고 있어 아주 불쾌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여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가 누구냐고? 너 따위가 알 자격은 없어. 네가 장명훈을 죽였어?”“장명훈?”임건우는 잠시 멈칫했다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 그래서 어쩌라고?”여자가 말했다.“인정하는 거네. 그럼 스스로 목숨을 끊어라!”임건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뒤의 백옥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너도 배혈교 사람이구나? 장씨 가문을 위해 나서겠다는 거지? 결국 그 악마 같은 수라족의 앞잡이가 되어 개가 될 작정이야? 하, 한심하네!”뒤에 있던 백옥은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웃음을 참는 듯했다.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으락푸르락 해졌다.“감히 나를 모욕하다니?”임건우는 의연하게 말했다.“모욕했다고? 어쩌라고? 멀쩡한 인간으로 살지 않고 배신자가 되다니 그것도 장명훈 같은 쓰레기 앞잡이를 위해 정의를 세우겠다고? 참 어이가 없네. 사람 모습은 멀쩡한데 양심은 이미 개한테나 줬나 보네.”여자는 화가 나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얼굴에는
임건우는 그 문서를 살펴보며 월야파의 수련법인 청련귀수결을 발견했다.이 법문은 분명히 여성들이 수련하는 법문처럼 보였다.그 뒤에는 전송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문서에는 오직 청련귀수결을 수련한 사람만이 그 전송문을 찾고 열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이와 더불어, 하나의 열쇠도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마지막으로 임건우는 황파의 문양을 봤다.불사조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불사조의 절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그 문양을 본 순간,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이 문양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월야파의 오장로의 반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옥패에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임건우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맞아, 내가 그 오장로의 반지와 소유한 본명법보인 조롱박도 가져왔었지.”그 조롱박을 빼앗았기 때문에 월야파 사람들은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걸 보세요!”임건우는 그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백의설도 그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게 바로 그 열쇠가 아닐까?”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있어요.”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자, 누나가 청련귀수결을 빨리 수련해야 해요. 그 후에 전송문을 찾아보죠. 고대 황파에 들어가면 반드시 큰 성과가 있을 거예요.”“알았어!”백의설은 대답하며 바로 수련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몇 분이 지나자,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백의설의 뒤에서 혈통의 이상한 모습이 떠오르더니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상이 떠올랐다.백의설이 수련할 때마다 그 형상도 함께 떠오르며 점점 강해져 갔다.“이 혈통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이상하네, 청련귀수결이 아홉 꼬리 혈통에 맞춰져 있는 건가?”임건우는 놀라워하며 생각했다.그가 몰랐던 사실은 바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월야파의 첫 종주인 송초한은 신수인 아홉 꼬리 여우 혈통을 가진 왕족이었다.그녀
“황파는 고대의 문파야. 나도 옛날에 어떤 노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문파의 창설 배경은 한 절세의 여인 때문이라고 하더군. 그 여인의 이름은 바로 황이야.”“사실 이건 하나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전설에 따르면 황은 고대 신황족 출신으로 신황의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어. 하지만 원수의 계략 때문에 육체는 소멸하고, 신혼은 일곱 빛깔의 여와석에 봉인되어 인간 세상에 떠돌게 되었지. 그러던 중 한 소년에게 발견되었어. 그때부터 소년과 황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였다고 해.”“황의 도움을 받은 소년은 점차 성장하여 마침내 대제의 자리에 올랐고 황을 위해 문파를 창설했지. 그 문파가 바로 황파야...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그 대제는 이후 삼천세계의 공주이자 연호의 왕이 되었다고 해.”임건우는 백의설이 말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가 있었다.그는 뚱냥이를 떠올렸다.그리고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만났던 그 신녀, 정미현.또 지장왕에 대한 기억도 스쳤다.그들이 남긴 역사 속에는 지울 수 없고, 동시에 아주 중요한 한 인물이 항상 등장했다.바로 연호의 주재자이자 인간 연맹의 맹주였다.여러 증거를 종합해 보면 백의설이 들었던 이야기 속의 대제는 바로 정미현이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 맹주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니!”“고대 시절로 돌아가서 그 대제와 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는 알았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그들은 이제 아마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불사족의 침략으로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성산과 성지 또한 파괴되었다.심지어 불문의 마지막 정토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백의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건우야, 월야파 종주가 석벽에 남긴 유서에 따르면 월야파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황파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뭐라고요?”임건우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이건 너무도
각각의 혈구 안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했다.금빛 대호수, 금술 부문, 혼돈 원기가 마치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듯이 펼쳐졌다.그러나 일곱 번째 혈구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가 고갈되며 문자의 연쇄적 촉진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졌고 자연히 과정이 멈추었다.임건우는 눈을 뜨며 마주한 백의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았다.“건우야...”“건우야, 깨어났네. 어때? 단계는 안정됐어?”눈이 마주치자마자 백의설은 다급히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안정된 것 같아요.”“건우야, 지금 단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네. 수련법도 너무 기묘해 보이고.”“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금단 같아요.”“금단...”백의설은 그를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그를 안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그날의 도전 자체가 기이했잖아. 실패했는데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야. 너무 낙담하지 마. 다음번엔 좀 더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더 클 거야.”임건우는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그녀가 자신을 안는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오랜만에 여성과의 신체 접촉이 주는 묘한 감각에 마음이 요동쳤지만, 그는 태연한 척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변을 살폈다.그는 한쪽에 깔린 모포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임하나를 보며 물었다.“내가 얼마나 수련했어요?”“별로 길지 않았어. 이틀 정도?”“이틀이라니!”임건우는 백리 가문의 사람들이 떠올랐다.“어르신이랑 가족들은 괜찮겠죠?”“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는 노련한 분이라 잘 대처하실 거야. 이 안개 늪지 같은 곳에서 깊이 들어가진 않으실 거야. 조금만 버티면 월야파 사람들이 떠날 거고 우린 늪지를 빠져나가 다른 길을 찾으면 돼.”백의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천성성은 월야파의 땅이라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른 문파의 보호 아래 있는 도시로 가면 돼.”“그나저나 대박인 걸 발견했어!”백의설은 그를 이끌고 동굴의 반대편으로 데려갔다.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글자들
월야파의 종주와 윤보라, 대장로 등이 황금 비행차 타고 거대한 비행 요수와 함께 안개 늪지를 향해 임건우를 찾으러 가는 동안, 임건우는 한 언덕에 있는 돌동굴에서 전념해 수련에 몰두하며 자신의 단계를 안정시키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몸속에서 도도히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줄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이 빛줄기들은 금단이 깨진 후 내부에서 흘러나온 진원들이었다.그 안에는 지장왕에게서 이어받은 대위신력이 있었고 천의도법으로 생성된 뇌지의 에너지,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로부터 흘러나온 원기의 이상현상, 그리고 고대의 12문자 금술의 조화까지 존재했다.이 모든 것들이 지금 그의 몸속을 돌며 피부와 뼈 사이를 넘나들며 흐르고 있었고, 이 때문에 그의 몸은 내부에서 빛나는 듯 환하게 빛났다.심지어 백의설조차 그의 몸에서 흐르는 무수한 빛줄기의 이상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건우는 도대체 어떤 수련법을 익힌 거야? 어떻게 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마치 몸 안에 등이 켜진 것 같아.”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녀는 감히 손을 뻗어 임건우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때였고, 그녀가 부주의하게 손을 댔다가 그가 주화입마에 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후우... 후우...에너지가 들끓으며 진원이 변모하고 있었다.도도히 흐르는 황금빛 아래, 고대의 수많은 문자가 빼곡히 나타났다.이것이 바로 고대 12문자 금술의 변화였다.원래 금단 내부에 12개의 문자만이 새겨져 있었고, 금단을 둘러싸고 있던 문자들이 지금은 금단이 깨지면서 복제되듯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문자들은 경락을 흐르며 새로운 혈구를 열어갔다.혈구 안에서 문자들이 생성되고 금술이 생성되며 그 안에서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듯한 변화가 일어나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즉, 지금 임건우의 몸속은 혈구를 금단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그리고 몸속의 모든 혈구가 각각 하나의 금단이 된 것이었다.‘몸 안에 혈구가 몇 개나 있다고?’그는 이 숫자를 생각
“오장로라고?”소주민은 눈앞의 시신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형체가 망가져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네, 맞습니다.”윤보라는 오장로의 제자로서 스승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금방 시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스승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도 별다른 슬픔을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집안, 즉 윤씨 가문의 사람들이 뇌겁에 휩쓸려 사망한 모습을 봤다.그들 중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부모님, 여동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하지만 윤보라는 단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마치 그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실제로도 그랬다.윤보라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고, 보잘것없는 한 권의 초라한 무공서로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그 때문에 월야파의 눈에 들어 문파에 입문하게 되었고, 그 후 그녀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자신을 고귀하다고 느끼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생겼고 가문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윤씨 가문의 낮은 출신과 보잘것없는 배경은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다른 명문가 출신 제자들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번에 신녀의 전승을 얻게 된 이후, 그녀의 성격은 더욱 변화했다.이제 그녀에게 월야파 종주조차 비위를 맞추려 했으니 월야파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었다.윤씨 가문의 가족들은 더더욱 그녀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죽었으면 죽은 거지.”“하지만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멸문하다니 이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이때, 월야파 종주 소주민은 체면도 없이 오장로의 시신을 뒤지기 시작했다.그가 찾는 것은 장검박과 저장 반지였다.특히 저장 반지였다.방금 윤보라에게 들은 바로는 신녀가 그녀에게 전승을 줄 때 하나의 옥패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했다.그 옥패는 오래된 문파의 거대한 비밀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윤보라는 페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임시로 스승에게 그 옥패를 맡겼다고 했다.하지만 이제 오장로가 갑
임건우는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그는 자신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몸속의 진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전신에 퍼져있었고 하나로 모아지 않았다.금단은 아주 커다란 호수처럼 변해 있었다.사실, 뇌겁을 넘을 때 이미 그의 금단은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천의도법에 기록된 내용을 떠올렸다.금단을 깬 뒤에는 원영이여야 하며 뇌겁을 넘는 과정이 바로 금단이 깨지고 원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그는 금단이 깨졌을 때 원영이 형성되지 않았고, 정말로 금단이 깨진 달걀처럼 내부 내용물이 흘러나와 호수처럼 퍼져버린 것이다.그래서 진원을 모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누나, 이걸 드릴게요.”임건우는 당장이라도 페관 수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반드시 페관 수련에 들어가야만 했다.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백의설에게 임하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백의설은 젖이 나지 않았기에 임건우는 생명 원천을 꺼내 임하나의 일상적인 젖으로 사용하게 했다.그리고 그를 끝까지 따라와 준 백의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그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임건우가 페관 수련을 오래 해야 할 경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어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하고 맡긴 뒤, 임건우는 곧바로 다리를 교차시키고 앉아 진원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천성성 안에서 황금 비행차가 백리 가문의 옛 저택에 착륙했다.월야파 제자들은 안에서 마구잡이로 재산을 약탈하고 있었다.천성성 최고 명문가로 손꼽히는 백리 가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내부에서 대형 상자째로 옮겨지는 영석과 희귀 약재들은 대장로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그는 태사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온 보람이 있군!”“천성성의 작은 세가문 정도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을 줄이야.”“그런데...”“잠깐!”대장로는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눈빛을 번뜩였다.백리 가문 집안에 이렇게 많은 보물이
백의설은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나서는 가문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용서하기 어려웠다.앞으로 나아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백의설은 수련 경지가 임건우보다 높았지만, 길을 찾는 데는 아주 무작정 헤매는 수준이었다.그녀는 늪지의 지형을 따라 아무렇게나 걷다가 곧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독에 중독된 것이다.반면 임건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심지어 그의 딸 임하나도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중독의 흔적조차 없었다.이는 임건우가 본래 천의도법의 계승자로서 몸에 고대 금술인 12 부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혼돈 나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기 때문이었다.일반적인 독소는 그를 전혀 해칠 수 없었다.게다가 임하나는 자연 신격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더욱 안전했다.“건우야, 나 독에 중독된 것 같아!”“누나는 아기만 데리고 뒤로 물러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요.”백의설은 진원을 돌리며 독소에 맞섰지만, 진원을 돌릴수록 중독 증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곧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흐릿해져 걸음조차 제대로 뗄 수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대해장단 한 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백의설은 대해장단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이게 대해장단이야? 건우야, 네가 이런 고급 단약을 어디서 구했어? 이거 하나 얻으려고 우리 백리 가문이 한때 재산 절반을 쏟아부었었는데.”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이 단약은 그렇게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약신궁에서 바가지를 씌운 거겠죠. 제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너, 설마 연단사야?”백의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건우는 단약을 그녀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들어가자고?”“지선도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온 곳인데 네가 들어간다고?”대장로는 그 제자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 안에선 기본 실력도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죽으러 가는 거야. 어차피 백리 가문 사람들은 죽든 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돌아가서 윤씨 가문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라. 그리고 백리 가문의 재산은 몰수하도록 해라.”월야파 제자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대장로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얼굴로 떠나갔다.다만 대장로는 몇몇 제자들을 길목에 남겨 일주일간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했다.“월야파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았어.”백의설은 뒤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황금 비행차가 멀리 날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월야파가 데리고 온 사람들의 실력은 너무 강대했다.백리 가문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짧은 충돌에도 백리 가문은 이미 10여 명의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훨씬 많았다.“여보, 여보, 제발 버텨요. 당신 없으면 나랑 아이는 어떡하라고요...”“엄마, 정신 차려요. 가주님, 제발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뭐든 다 바치겠습니다!”“아기 아빠, 다리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이대로는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몰라요!”주변에서 울부짖고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리 가문은 이번 전투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직계 가족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특히 암위는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원래 3000명이 넘었던 암위는 이제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잃어버린 백리 가문의 재산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임건우는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는 자신의 공간 반지에서 몇 병의 치유 성약을 꺼내 백의설에게 건넸다.“누나, 이건 대회춘단입니다. 상처 입은 가족들에게 이걸 먹이세요.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모두 살릴 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곧 불협화음이 들려왔다.한 사람이 대회춘단을 받자마자 그것을 늪지대에
월야파의 대장로는 단연 선봉에서 백리 가문의 사람들을 학살했다.그들은 백리 가문에게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엄청난 힘이야!”“이 자, 천성성의 대공양보다 더 강하군!”임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나설 수 없었다.방금 뇌겁을 넘긴 그는 혼돈 나무가 천기를 차단한 덕분에 뇌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그 결과, 그는 뇌겁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뇌겁 금광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현재 그의 수련 상태는 원래의 원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주 기묘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지금 당장 그는 자신의 수련 상태를 안정시키는 시간이 절실했다.그렇지 않으면 단계가 오르기는커녕 다시 금단 단계로 퇴보할 위험이 있었다.그는 임하나를 안고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백리 가문의 사람들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쌓여 있던 원망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 임 도련님! 당신 그렇게 강하다고 하지 않았어? 천성성의 대공양까지 죽일 정도의 절세 고수라면서! 그런데 지금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움직이지 않고!”임건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백의설마저도 조급해졌다.“건우야! 무슨 일이지?”임건우는 무력하게 대답했다.“방금 뇌겁을 치르며 약간의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 진원이 흩어져 움직일 수 없어요.”“아...”백의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임건우가 뇌겁을 치른 후 뇌겁 금광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리고 뇌겁 금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뇌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더 이상한 점은 뇌겁이 실패하면 보통 즉시 재가 되어 사라져야 하는데 임건우는 어떻게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백의설은 더욱 초조해졌다.그녀는 이전에 임건우가 대공양을 쉽게 죽인 모습을 보고 월야파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안개 늪지로 들어가요! 빨리!”임건우가 크게 외쳤다.“안개 늪지로 들어가라고? 거기 들어가 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