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부의 두 명의 요원도 표정이 굳어졌다. 양씨 가문의 위세는 상경에서 너무나 강력했다.만약 이들을 진짜로 화나게 하면 그 후폭풍은 단순히 그들 몇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고 신호부 고위층조차도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었다.진남아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일자 양승우가 진남아의 뺨을 세게 갈겼다.“이제 겁이 나? 이 망할 것들, 내 아들에게 손을 대다니! 너 끝났어. 각오해! 곧 잘려나갈 테니까. 그리고 황제국에선 네가 발붙이기 힘들 거야.”진남아는 생각에 빠져있다가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맞아 얼굴이 창백해졌다. 병실 안에서 들린 뺨 때리는 소리에 임건우가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무슨 일이야? 남아야, 누가 널 때렸어?”한 요원이 손가락으로 양승우를 가리켰다. “나야, 어쩔 건데?”양승우가 목에 힘을 주며 비웃었다.“이 버러지 같은 것들아, 너희 모두 끝장났어.”철썩! 철썩! 철썩! 철썩! 임건우가 다가가 양승우의 뺨을 네 번 연속으로 갈겼다.양승우는 돼지처럼 얼굴이 퉁퉁 부었고 코뼈는 부러지고 입안의 이빨이 부러졌다.양씨 가문의 사람들은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고 연달아 욕설이 터져 나왔다.진남아가 임건우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스승님, 양씨 가문은 건드리기 어려운 상대예요.” “그래? 그래서 맞고도 가만히 있었던 거야?” “스승님, 잘 모르시겠지만 양씨 가문은 상경에서도 진짜 실세예요. 흔히 말하는 10대 가문이나 8대 왕족 같은 곳과는 달라요. 그건 이름뿐이고 실질적인 힘은 별로 없죠. 그런데 양씨 가문은 달라요. 그들의 가주는 현직 삼대 통솔자 중 한 명이고... 최근엔 독수리 부대까지 장악했다고 들었어요.”임건우는 눈을 좁혔다.“독수리 부대까지?” 그렇다면 임건우의 스승인 백옥이 밀려나면서 양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가.그 순간 병원 밖에서 네 명의 인물이 안으로 급히 들어섰다. 그중 한 명은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고 외모는 평범해 보였지만 임건우는 그가 고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의 단계
“뭐라고?”“막아냈다고? 말도 안 돼!”박철호는 놀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한번 임건우를 살폈다.하지만 방금은 고작 30%의 힘을 사용했을 뿐이었다.임건우가 그 정도를 받아냈다는 건 이제 50%의 힘으로 시험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윙.박철호의 팔뚝 위로 기가 몰아쳤다.막대한 기운이 임건우의 손바닥을 향해 쏟아졌지만, 예상과 달리 그것은 마치 깊은 바다에 돌을 던진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이 사라졌다.그제야 박철호의 얼굴에 진짜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임건우의 여유 있는 눈빛이 자신을 모욕하는 듯 느껴져 불쾌감이 치솟았다.박철호는 망설임 없이 전력을 다해 다시 기를 모았다.“죽어라, 꼬맹이!”윙.전신의 진원이 폭발하면서 팔을 감싸고 있던 옷이 산산이 찢어졌다.하지만 임건우의 팔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고 모든 기운은 그에게 무력화된 듯이 흡수되었다.“이, 이게 어떻게...”“이 자식이 대체 뭐지?”박철호는 내심 크게 흔들렸다.자신의 전력을 받아내고도 흔들림 없는 상대를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이 젊은이가 이렇게 강하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한편 양승우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외쳤다.“철호 아저씨, 뭐 하세요? 당장 저놈을 죽여버리세요!”임건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죽이겠다고? 그러면 너도 내 한 방을 견뎌봐라.”임건우는 팔을 되돌려 내려놓은 후, 허리를 활처럼 굽히고 주먹을 움켜쥐었다.임건우의 진원에서 모인 기운이 파도처럼 주먹 끝에 집중되었고 피부밑으로는 용과 거북의 기운이 소용돌이쳤다.용의 기운은 조용의 기운, 거북의 기운은 현무방갑술이었다.임건우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박철호는 그제야 자신이 상대를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임건우의 주먹에는 일순간 두려움마저 일었다.그러나 박철호는 양씨 가문의 신임을 받는 인물로 이런 상황에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으아!”박철호는 포효하며 임건우의 공격에 맞섰다.쾅!캭!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면서 주변의 충격을 최대한 제어했다.임건우
어둠이 내린 강주 어느 한 곳에서....등불이 휘황찬란한 유씨 가문의 별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오늘은 유씨 가문의 부인 심수옥의 46번째 생일이다.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미모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색이 뛰어난 딸 둘을 두고 있는데 하나는 강주 제일의 미녀이고, 또 하나는 강주 대학의 얼짱이다. 두 딸을 탐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번 축하의 기회를 빌어 찾아온 것이다. "유 사모님, 이것은 동해에서만 나는 진귀한 진주인데 피부를 맑고 희게 한다고 합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이모님, 이 옥여의를 받으시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시길…."유씨 부인은 손님들의 선물들을 받으며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바로 이때,별장 밖에서 한 청년이 너무 씻어 하얗게 색이 바랜 청바지를 입고 뛰여 들어오더니 다급한 어조로 유씨 부인에게 말한다.“어머님, 저의 어머니 병이 심해져서 당장 수술해야 할 것 같은데 일억 원만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이 말을 들은 손님들은 모두 놀라 멍해졌다. 그들은 이상한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본다.오늘 유씨 부인 생신인데 선물을 드리기는커녕 일억 원을 달라고 손을 내밀다니, 혹시 머리가 돈 건 아닐까?"이분은?""누구겠어요? 바로 유씨 가문의 데릴사위인 임건우, 유가연 아가씨의 쓰레기 같은 남편이죠! 그저 명의상의 남편일 뿐, 아가씨는 아직 결백한 몸이래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우리가 여기 무슨 볼일 있겠어요?"양복 입은 한 청년의 비꼬는 말에 별장 곳곳에서 폭소가 터졌다. 그 소리에 소파에 앉아 있던 절세의 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임건우를 바라보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임건우의 아내, 유가연이다.두 사람은 결혼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임건우는 유씨 가문에서 가정부보다도 못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고, 아내의 방 앞에는 얼씬하지도 못한다.결혼 당일,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아버지 임우진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어머
"임 도련님!"수옥은 들어오는 사람을 보며 열정적으로 마중 나갔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존경의 기색을 나타냈다. 그는 임호진이라고 하는데 강주 임 씨 그룹의 작은 회장이다. 임 씨 그룹의 시가는 백만 억에 달하는데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그런데 그를 본 건우는 눈에 불이 달아오르더니 달려가 호진의 목덜미를 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이 짐승보다 못한 자식. 감히 너 형수를 넘봐?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야?"임호진은 임건우의 사촌 동생, 즉 셋째 삼촌 임봉의 아들이다. 건우는 이들 부자를 뼈에 사무치게 증오하고 있다.작년 시월,부모님이 차 사고를 당한 후 삼촌 임봉은 형님을 횡령죄로 모함하고 임우진 부부가 일으켜 세운 임 씨 그룹을 빼앗고는 우진의 가족들을 모두 임씨 가문에서 쫓아냈다. 그렇지 않으면 건우도 오늘날, 이 비참할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할아버지한테서 가문으로부터 쫓겨난 주제에.... 뭐, 형수? 가연 아가씨가 어떻게 형수가 돼? 하물며 유명무실한 사이인데, 형이 가연 아가씨한테 어울리기나 한다고 생각해?""임 도련님, 오늘 바쁘실 텐데 어떻게 오셨어요?"수옥이 건우을 옆으로 밀어내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늘 아줌마 생신인데, 당연히 생신 축하드리려 왔죠! 이것은 백 년 묵은 인삼이에요, 제가 육억을 주고 다른 사람한테 특별히 부탁하여 사 온 거예요. "수옥은 육억짜리 백 년 인삼이라는 말에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편 연모하는 눈길로 절세의 미녀 가연을 바라보는 호진의 눈에는 남자로서의 갈망의 욕망이 비치고 있었다.호진은 예전부터 가연을 탐내고 있었다. 그는 가연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연 씨 얘기는 들었어, 마침 우리 아버지와 만리상맹 고위층 사이에 친분이 있으니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 일이 해결되면 다시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도록 하고. 가연 씨, 난 진심이야, 가연 씨를 처음 본 순간부터 깊이 사랑하고 있었어, 혼
건우는 그 말에 놀라 또다시 멍해졌다.‘일조라.... 그게 얼마나 되는 거지?’임 씨 그룹은 전성기에 매우 번성했는데, 시가총액은 백 조에 달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정 자산이고, 아버지 손에도 일조도 없었던 것 같다.‘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건....’"당신이 내 아버지의 부하라고요? 그 만리상맹의…."동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 만리상맹의 전체가 모두 도련님 것입니다."퍽!건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들어 자기 뺨을 때렸다."아니, 도련님! 이게 무슨....?""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랬어요.""허허,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사실입니다. 도련님의 아버지인 임 어르신은 소인에게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만약 어르신이 아니셨다면 전 전 이미 온 집안이 망하고 저세상 사람이 됐을 겁니다. 당시 어르신은 만리상맹을 창립하여 소인에게 맡기셨습니다""네?"건우는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굳어있었다. 아무래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만리상맹은 임 씨 그룹보다 얼마나 더 큰지 모른다. 소문에 의하면 자산이 천 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하 세계에서는 더욱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이렇게 거대한 그룹을 아버지께서 손수 만드셨다고? 왜 난 들어본 적도 없는 거지’"어르신께서는 장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임 씨 그룹을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만리상맹을 창설하여 두 그룹이 상부상조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 또 이걸 도련님께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그는 고풍스러운 작은 상자를 꺼내 건우에게 건네주었다. 건우는 이상한 기색으로 되물었다."혹시 아빠가 언제 주신건데.... 이제야 저한테 갖다주시는 건가요?""오늘은 도련님의 스물네번째 음력 생신이십니다. 이것은 1년 전에 어르신께서 미리 준비해 놓으신 생신 선물입니다. 도련님, 생신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사모님께서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알고 있지만 제가 여러 가지 이유
"가연아, 너…어떻게 왔어?"가연은 지은을 한번 쳐다보더니 살짝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병원 장부에 일억 원 입금했어. 건우야, 난 여기까지 밖에 도울수 없을 것 같아."’뭐라고?’"가연아, 어디서 일억 원이나 구해왔어? 설마 호진이 그 자식한테 달라고 한 거야? 안돼, 가연아, 나 이 돈 받을 수 없어, 그 사람 돈 가지면 내가 뭐가 돼? 게다가, 나 지금 돈이 많아, 정말 아주 많거든, 일 조나 있으니 네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야!”짝!가연은 건우의 뺨을 한 대 때렸다."부탁인데, 너 제발 좀 정신 차리고 꿈 좀 그만 꿔! 열 달 동안이나 꿈을 꾸었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이제 그만하자, 내일부터 우리 각자 잘 지내는 거야!"말을 마치자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병원을 뛰쳐나갔다. 뒤쫓아 나가려던 건우를 붙잡은 지은은 가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어머머머, 이게 웬일이야? 어떻게 네 사촌 동생인 임호진과 관계가 있지? 설마, 유가연이 너 엄마 수술비를 빌리려고 사촌 동생과 같이 잔 건 아니겠지? 아이고, 감동스러워라...."퍽!건우가 손을 들어 지은의 얼굴을 한 대 후려쳤다."네 이런 헛소리 따위나 지껄이다니, 죽고 싶어?""네가…네가 감히 날 때려?"지은은 건우에게 달려들어 그의 머리끄덩이라도 잡아 뜯으려 했다. 마침 지나가던 수간호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양지은,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그만 좀 해, 병원에서 싸움질이라니, 일 그만두고 싶어?"수간호사가 호통을 치자 지은은 곧 건우 몸에서 떨어지더니 건우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개자식아, 감히 내 뺨을 때려? 설마 내가 가만있을 줄 알았어?"수간호사도 건우를 알고 있었다."왜 양지은 씨의 뺨을 때린 거죠?"이때 건우는 엄마 쪽을 가리키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우리 엄마를 여기 이렇게 버려놓았는데, 맞을 짓 한 거 아닌가요? 병원 장부에 잠시 돈이 없다고 하여 내가 돈을 안 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여
건우는 누구한테 홀리기라도 한 듯 저도 모르게 유 씨네 별장으로 향했다. 유 씨네 별장은 별장이라지만 사실은 낡은 양옥집이다. 낡은 집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지은 3층짜리 아파트로서 실제 빌라 단지와는 거리가 멀다. 고개를 든 그는 문득 가연의 방에 불빛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어? 가연이 집에 있네? 호진한테 간 거 아니었어?"그의 눈빛에는 마치 죽어가던 사람이 강심제 주사를 맞고 살아난 것처럼 다시 희망이 보였다. 그는 속으로 수옥의 말을 다 믿어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년은 자기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저절로 이 집을 떠나게 하려고 어떤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그는 황급히 문으로 달려들어 갔다.소파에 앉아 사람들과 화상 채팅을 하며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수옥의 모습이 보였다. 콧노래도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이를 본 건우는 마음이 답답해졌다.‘이 여편네가 딸이 다시 재혼할 거로 생각하고 아주 마음을 놓고 있네? 만리상맹의 위협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건우를 본 수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집에 돌아올 낯짝이나 있는 거야? 내일이면 내 딸과 이혼하겠는데, 어서 썩 꺼지지 못해?"건우는 그녀를 무시한 채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가연이가 방에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안 그러면 절대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찰칵!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건우은 문을 쾅쾅 두드렸다."가연아, 문 좀 열어봐. 안에 있는 거 알아. 할 말이 있어."수옥은 그 뒤를 맨발로 따라 올라와 건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이 병신새끼야, 어서 꺼지지 못해? 누가 널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허락했어? 올라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내가 가연을 꼭 만나봐야겠어요.""무슨 헛소리야, 너한테 말하지 않았어? 가연인 임호진한테 갔다고, 지금쯤이면 아마 아이 를 가졌을지도 몰라. 그러니 너, 치근덕거리지 마. 내 딸이 임 씨 그룹 사모님이 되는 걸 막으면, 내가 널 아주
건우은 그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웃었다. "양지은 넌 나의 발가락을 아직 핥을 자격이 없어. 그냥 돌아가서 이 뚱보의 발가락이나 핥아, 혹시 모르지.... 기쁘서 너에게 사십만짜리 싸구려를 사줄 수도 있잖아.""너!!!"지은은 화가 나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겨우 지은의 남자친구 자격을 얻은 뚱보는 오늘 밤 어떻게든 그녀를 자기 침대에 끌어가려 하고 있었는데, 지금 건우의 이 비웃음을 받고 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돈도 없는 놈이 허풍은? 오줌이나 싸서 네 상판이나 비춰봐봐. 이 육십억짜리 목걸이를 네가 산다고? 육십만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너?""내가 사면? 너도 같이 하나 살 거야?”건우는 정말 사려고 마음먹었다. 지난 십 개월 동안 가연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이 목걸이를 사서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자신이 그녀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게 하고 싶었다."어디서 굴러온 미친놈이야? 지은씨가 이런 허풍만 떠는 자식을 어떻게 알고 있어? 격이 떨어지게도!""이 뚱보가 돈 없으면 없다고 그냥 말할 것이지, 다른 말만 찾고 그래? 어쨌든 이 목걸이는 하나밖에 없으니 딱 내 아내한테만 어울린다고 봐. 네 여친한테는 돼지 목에 목걸이 건 격이야. 뭐, 나도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넌 옆에 있는 육억짜리만 하나 사면 돼. 어때? 내기 할래?""하! 이 자식, 누굴 겁주는 거야? 내기하려면 어디 한번 해 봐! 근데 네가 사지 못하면?"건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지은이 앞질러 말했다."사지 못하면 무릎 꿇고 엄마라고 부르던가?""좋아! 그렇게 해!"건우는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며 대답했다.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세 사람은 곧 그 목걸이를 파는 삼 층으로 올라갔다. 카운터를 찾아갔는데 의외로 이 목걸이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가연의 절친인 송가희였다."뭐? 네가 만인의 연인을 사겠다고?"만인의 연인을 사겠다는 건우의 말을 들은 송가희는 경멸의 눈빛으로 건우를 바라봤다."건우
“뭐라고?”“막아냈다고? 말도 안 돼!”박철호는 놀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한번 임건우를 살폈다.하지만 방금은 고작 30%의 힘을 사용했을 뿐이었다.임건우가 그 정도를 받아냈다는 건 이제 50%의 힘으로 시험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윙.박철호의 팔뚝 위로 기가 몰아쳤다.막대한 기운이 임건우의 손바닥을 향해 쏟아졌지만, 예상과 달리 그것은 마치 깊은 바다에 돌을 던진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이 사라졌다.그제야 박철호의 얼굴에 진짜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임건우의 여유 있는 눈빛이 자신을 모욕하는 듯 느껴져 불쾌감이 치솟았다.박철호는 망설임 없이 전력을 다해 다시 기를 모았다.“죽어라, 꼬맹이!”윙.전신의 진원이 폭발하면서 팔을 감싸고 있던 옷이 산산이 찢어졌다.하지만 임건우의 팔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고 모든 기운은 그에게 무력화된 듯이 흡수되었다.“이, 이게 어떻게...”“이 자식이 대체 뭐지?”박철호는 내심 크게 흔들렸다.자신의 전력을 받아내고도 흔들림 없는 상대를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이 젊은이가 이렇게 강하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한편 양승우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외쳤다.“철호 아저씨, 뭐 하세요? 당장 저놈을 죽여버리세요!”임건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죽이겠다고? 그러면 너도 내 한 방을 견뎌봐라.”임건우는 팔을 되돌려 내려놓은 후, 허리를 활처럼 굽히고 주먹을 움켜쥐었다.임건우의 진원에서 모인 기운이 파도처럼 주먹 끝에 집중되었고 피부밑으로는 용과 거북의 기운이 소용돌이쳤다.용의 기운은 조용의 기운, 거북의 기운은 현무방갑술이었다.임건우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박철호는 그제야 자신이 상대를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임건우의 주먹에는 일순간 두려움마저 일었다.그러나 박철호는 양씨 가문의 신임을 받는 인물로 이런 상황에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으아!”박철호는 포효하며 임건우의 공격에 맞섰다.쾅!캭!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면서 주변의 충격을 최대한 제어했다.임건우
신호부의 두 명의 요원도 표정이 굳어졌다. 양씨 가문의 위세는 상경에서 너무나 강력했다.만약 이들을 진짜로 화나게 하면 그 후폭풍은 단순히 그들 몇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고 신호부 고위층조차도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었다.진남아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일자 양승우가 진남아의 뺨을 세게 갈겼다.“이제 겁이 나? 이 망할 것들, 내 아들에게 손을 대다니! 너 끝났어. 각오해! 곧 잘려나갈 테니까. 그리고 황제국에선 네가 발붙이기 힘들 거야.”진남아는 생각에 빠져있다가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맞아 얼굴이 창백해졌다. 병실 안에서 들린 뺨 때리는 소리에 임건우가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무슨 일이야? 남아야, 누가 널 때렸어?”한 요원이 손가락으로 양승우를 가리켰다. “나야, 어쩔 건데?”양승우가 목에 힘을 주며 비웃었다.“이 버러지 같은 것들아, 너희 모두 끝장났어.”철썩! 철썩! 철썩! 철썩! 임건우가 다가가 양승우의 뺨을 네 번 연속으로 갈겼다.양승우는 돼지처럼 얼굴이 퉁퉁 부었고 코뼈는 부러지고 입안의 이빨이 부러졌다.양씨 가문의 사람들은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고 연달아 욕설이 터져 나왔다.진남아가 임건우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스승님, 양씨 가문은 건드리기 어려운 상대예요.” “그래? 그래서 맞고도 가만히 있었던 거야?” “스승님, 잘 모르시겠지만 양씨 가문은 상경에서도 진짜 실세예요. 흔히 말하는 10대 가문이나 8대 왕족 같은 곳과는 달라요. 그건 이름뿐이고 실질적인 힘은 별로 없죠. 그런데 양씨 가문은 달라요. 그들의 가주는 현직 삼대 통솔자 중 한 명이고... 최근엔 독수리 부대까지 장악했다고 들었어요.”임건우는 눈을 좁혔다.“독수리 부대까지?” 그렇다면 임건우의 스승인 백옥이 밀려나면서 양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가.그 순간 병원 밖에서 네 명의 인물이 안으로 급히 들어섰다. 그중 한 명은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고 외모는 평범해 보였지만 임건우는 그가 고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의 단계
이청하의 발길질은 남자를 정신없이 날려버렸고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 가족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병원의 원장인 이 의사에게 이런 폭력적인 면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큰 소란이 병원의 직원들과 보안요원을 불러 모았다.물론 그들은 전부 이청하 편에 섰다.하지만 그 남자는 꽤 배경이 있는 듯했다.뒤에 강력한 세력이 있는지 상황이 불리해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그는 이청하와 임건우를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정말 대단하네. 내가 이렇게 당한 건 처음이야. 하찮은 병원 원장 따위가 감히 날 무시해? 두고 봐. 널 당장 원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무릎 꿇고 내 발바닥을 핥게 하겠어.”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나야. 여기 천애 병원에서 사람들이 날 공격했어...”그때 다른 환자 가족 중 한 명이 이청하에게 다가와 말했다.“이 원장님, 저 사람 꽤 유명한 양승우라는 인물이에요. 한승 그룹의 회장인데 보안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공공기관과도 연이 많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양씨 가문은 상경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이고 정재계에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요. 그냥 사과하고 무마하는 게 어떨까요?”이청하는 눈썹을 찌푸렸다.그러자 임건우가 단호하게 말했다.“사과? 절대 안 해. 이런 사람은 무릎 꿇고 사과해도 받아주지 않아.”곧 누군가가 병원으로 들어왔다.그러나 들어온 사람들은 양승우의 일당이 아닌 신호부의 사람들이었다.그들을 이끈 것은 바로 임건우의 제자 진남아였다.현재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감염자들은 모두 특별한 혈통을 지닌 사람들이었다.이 현상은 단지 경주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변 도시들, 예를 들어 강주와 중해에서도 발생했다.이러한 감염자들은 발견되자마자 전부 천애 병원으로 이송됐다.이 때문에 이청하는 병원 내 건물 하나를 비워 특별 격리 구역으로 지정했다.이 병에 걸린 사람들의 독소는 공기나 침 등으로 전파되지 않고 반드시
시간이 이 순간에 영원히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마침내 이청하는 부끄러운 듯이 임건우를 밀어내며 살짝 그를 바라봤다.“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응? 왜?”이청하는 임건우를 흘겨보고 가방을 챙겨 나가버렸다.임건우는 코끝을 만지며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한 시간 후 실험실 안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성공이다!”“하하,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분명 성공할 줄 알았다니까!”임건우와 이청하는 기쁨에 겨워 서로 껴안고 뜨겁게 입을 맞췄다.무려 삼일 밤낮을 꼬박 새우며 이청하는 몸을 던져 독을 시험하다가 목숨을 잃을 뻔하기까지 하면서 드디어 해독제를 분리해낸 것이다.이 해독제는 아주 기묘한 성분으로 보통 방법으로는 절대 합성할 수 없는 물질이었다. 현대 과학으로도 도저히 생산할 수 없다고 봐야 했다.하지만 해독제의 특성 중 하나가 무한히 복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최근 독성 감염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이 독이 복제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마치 영화에서 보던 좀비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독이었다.다만 수라족의 원혈 바이러스는 훨씬 고급이었다.이 독은 아무에게나 퍼지는 게 아니라 혈통이 강한 사람에게만 작용했다.그리고 이 해독제도 그 독과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진 셈이었다.사실 운이 좋았다.이청하의 몸속에 고대의 강력한 혈통이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원혈의 독에 감염되자마자 심장에 항체가 생긴 것이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했을 테고 이청하 또한 큰 위험에 처했을 것이다.더 지체할 수 없었다.임건우와 이청하는 곧바로 격리병동으로 향했다.이곳의 격리병동은 일반 격리 병동과는 달랐다.가족들이 방문할 수는 있지만 병실 문 밖에서만 볼 수 있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또한 병상에 묶여 있는 환자들의 장비가 업그레이드되어 이제는 밧줄이나 가죽띠가 아닌 강철로 된 족쇄가 사용되고 있었다.이 장비라면 혈통이 깨어난 사람조차도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두 사람이 병
“꿈이었나?”임건우는 대수롭지 않게 물으며 이청하의 기운을 살피고 맥을 짚었다.참으로 이상했다.조금 전의 그 강렬한 기세와 엄청난 에너지가 지금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마치 꿈이라도 꾼 듯한 기분이었다.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임건우와 탁무범은 서로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눈에서는 똑같은 충격이 엿보였다.그때 이청하가 입을 열었다.“꿈이 아니야. 아마도 그 원혈의 주인을 본 것 같아.”“뭐라고?”“원혈의 주인?”임건우는 놀라며 이청하를 바라보았다.그러다 조금 전 그 순간이 떠올랐다.이청하가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한 그 눈빛,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그 차가운 시선은 누구든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그 순간의 이청하는 분명 그녀 자신이 아니었다.임건우는 확신했다.이청하의 영혼이 심각한 영향을 받았고 그 의지는 이청하의 것이 아니었다.그렇다면 이청하는 정말로 원혈의 주인을 본 것이었다.그 원혈에는 주인의 의지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임건우가 말했다.“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괜찮을 거야. 이건 아마도 아수라족의 고귀한 혈통에서 남겨진 의지일 거야. 네가 본 것도 그 의지였을 거야.”이청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사람은 지위가 정말 높은 것 같았어. 마치 여왕처럼 보였어. 그 사람의 말은 우리와 다르지만 이상하게도 알아들을 수 있었지. 아마 이렇게 말한 것 같아... 삼천 년의 준비, 이제 내 것을 되찾을 때가 왔다. 7일 후, 공격이다.”“음... 그건 그녀의 기억이었을 수도 있어.”이청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나서 재빨리 말했다.“자기야, 그 혈액은 잘 보관됐어?”임건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잘 보관됐어. 우선 네 몸 상태부터 검사해 보자. 특히 이번 혈액은 심장에서 채취한 거니까 더욱 신중해야 해.”“알겠어!”이청하는 탁무범을 힐끗 보며 말했다.“탁 선배님, 잠시 나가 계셔줄 수 있어요?”탁무범은 어색하게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곧이어 이청하는 외투를 벗으며 임건우의 검사를
탁무범이 임건우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 이... 이거 무슨 상황인가요?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는데요. 아무리 작은 사모님께서 원혈의 영향을 받았다 해도 이 원혈은 특정 혈통에만 작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도무지 말이 안 되는데요?”임건우 역시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임건우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혹시...”임건우가 말을 시작하려 하자 탁무범이 그를 받아쳤다. “작은 사모님께서도 어떤 특별한 혈통을 지녔고 아주 깊이 감춰진 고대 혈맥이라 이런 큰 반응을 일으킨 건 아닐까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로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이청하는 만인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기꺼이 몸을 던져 독을 시험했다.모든 것이 해독제를 얻기 위해서였다. 임건우는 이청하를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임건우가 속으로 아무리 마음 아파도 이청하의 부탁을 완수해줘야 했다.임건우는 서둘러 이청하에게 달려가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이청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에 의해 손이 튕겨 나가고 말았다.“수라의 마기!”“엄청난 마기야!”그때 갑자기 이청하가 눈을 뜨며 정신을 차렸다. 눈동자는 온통 검게 물들었던 것이 살짝 돌아와 이번엔 붉은색으로 빛났다.이청하가 빠르게 말했다. “건우야, 어서! 내 심장이 원혈을 분리하고 있어. 빨리 피를 뽑아!”임건우는 지체할 수 없었다.임건우는 즉시 이청하의 손목을 잡고 피를 뽑으려 했지만, 이청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가 아니야, 여기를!”이청하가 자신의 심장을 가리켰다.“뭐? 그건 너무 위험해.”“넌 날 살릴 수 있잖아. 얼른! 지금 아니면 늦어!”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심장에 바늘을 찔러 넣었다.이청하는 몸을 격렬하게 떨었지만, 한 마디 비명도 내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임건우가 한 관의 심혈을 모두 뽑아낼 때까지 이청하는 그제야 이를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쾅!실험실의 창문이 모두 산산조각
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심령혈맹까지 했는데 성혼 의식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을까?임건우는 탁무범까지 불러들였다.성혼식에 증인이 빠질 수 없으니 탁무범이 그 역할을 맡았다.탁무범은 이 소식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축하합니다, 도련님! 축하합니다, 작은 사모님!”그렇게 해서 탁무범의 증인 아래 임건우와 이청하의 혼례가 시작되었다.“하늘에 큰 절을!”“부모님께 큰 절을!”부모님의 자리에는 임건우의 휴대폰 사진첩에 있는 우나영과 이청하의 휴대폰 사진첩에 있는 이흥방 부부의 사진이 있었다.“부부가 서로 절하시오!”“신부를 신방으로 모시시오...”탁무범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작은 사모님, 축하합니다! 여기 시설이 열악하지만 병원에 작은 사모님의 침실이 하나 있어요. 그 방에서 둘이... 하하하.”이청하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신방은 다음으로 미루죠. 지금은 시간이 급해요. 빨리 독소의 해독제를 찾아내지 않으면 중독 환자들이 더 늘어날 거예요. 지금 병원의 격리 병실도 이미 꽉 찼잖아요.”이청하는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자기야!”“응?”“나한테 키스해줘요.”임건우는 이청하의 말대로 입술에 키스했다.탁무범은 당황하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바로 그때 이청하는 미리 준비해 둔 독소 혈액을 일회용 주사기로 자신의 허벅지에 찔러 넣었다.순간 독소가 이청하의 몸속에서 퍼지기 시작했다.쉭.온몸의 경맥이 붉은 기운으로 들끓었고 이청하의 눈 흰자에는 핏줄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붉어졌다.이청하의 기세 또한 몹시 이질적으로 변해갔다.임건우는 즉시 그 변화를 느꼈다.“청하야, 너...!”딱!이청하의 손에서 주사기가 떨어졌다.이청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발이 경련을 일으키며 참을 수 없는 고통에 휩싸였다.“아! 작은 사모님!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탁무범은 소리를 듣고 돌아보다가 그만 놀라 얼어붙었다.임건우는 이청하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청하야, 어쩌자고 이렇게 어리석
임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이런 건 위험한 문제예요. 누군가 눈을 바라보면서 사랑해라는 세 글자를 말한다고 해서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그 사람에게 전부를 맡기겠어요? 여자가 그렇게 쉽게 마음을 주다간 언젠가 다치게 될 거예요.”이청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렇게 둘러대고 안 말할 거라니.”“그게 도움이 돼요?”“도움이 되냐고요?”“그게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데요?”이청하의 눈가가 붉어지고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못 할 거라면 난 건우 씨 마음속에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요.”“그럼 내가 거짓말하면요?”“그것도 듣고 싶어요. 난 건우 씨가 그냥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돼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요. 나도 자신을 속일 핑계 하나쯤 갖고 싶은데 안 될까요?”이청하는 거의 소리치듯 말했다. 그러곤 땅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임건우는 이청하를 바라보며 가슴이 아려왔다. 임건우는 한숨을 쉬고 허리를 숙여 이청하를 품에 안았다. “사랑해라는 말은 아주 가벼워요. 어떤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여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죠. 하지만 또 이 말은 태산처럼 무거울 수도 있어요. 생명보다도 더 무겁죠... 청하 씨, 그 말을 해줄 순 있지만 그 대가를 감당해야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에요. 청하 씨도 마찬가지예요.”이청하는 임건우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임건우는 말했다. “청하 씨가 어떤 상처를 겪었는지 알아요. 얼마나 아버지를 원망하는지도 알고 그 일로 인해 어릴 적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왔다는 것도 알아요. 난 청하 씨가 다시 그런 고통을 겪는 걸 바라지 않아요. 내가 건넨 세 글자가 청하 씨한테 파멸될까 두려워요. 내 눈엔 청하 씨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말 완벽한 여자로 보여요.”“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니? 그럼 와이프는요?”임건우는 말했다. “내가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 알잖아요. 한때 이혼 직전까지 갔었고 결국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었어요.
그 남자는 바로 전에 후지산에서 임건우에게 구조된 가족 중 아버지였다.그는 심사숙고 끝에 후지산에서 일어난 일을 당국에 보고하기로 했다.비록 임건우가 그들을 구해주긴 했지만, 후지산을 무너뜨린 것은 악마의 짓이었다.목격자가 직접 나서자, 동도의 여론은 일방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국주는 하달된 명령을 통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임건우가 직접 동도 황궁으로 와서 상황을 설명하고 대중과 세계에 진실을 밝히도록 독려하라고 지시했다.후지산은 인류 전체의 유산이기 때문이었다.그렇게 여론은 점점 더 커져갔다. 전 세계가 임건우를 찾기 시작했다. 임건우는 단번에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물론 연호에 임건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수없이 많았다.하지만 여론의 중심에 선 임건우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리고 그중 가장 큰 압박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임건우가 아니라 연호였다.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동도뿐만 아니라 어떤 국가든 후지산을 무너뜨릴 정도의 힘에 경악과 공포를 느꼈다. 이런 힘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고 이번에는 후지산이었지만 다음에는 어떤 도시가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만약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서 이 힘이 사용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참혹함이 될 터였다.특히 연호를 늘 잠재적 적으로 여겨온 양지국은 더욱 초조했다. 그들은 혹시 연호가 어떤 초강력 무기를 손에 넣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그러므로 임건우가 진짜 범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반드시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만약 임건우가 나오지 않는다면 연호가 나서서 해명해야 했다.순식간에 연호의 고위 관료들은 이 일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하지만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소동에 임건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임건우는 지금 이청하와 함께 실험실에 갇혀 임청의 저장 반지에서 꺼낸 특별한 혈액을 연구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었다.연구가 진행될수록 그 혈액이 가진 힘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었다.그 안에 담긴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