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하는 완전히 진심을 드러냈다.마음이 너무 아파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임건우가 말했다.“괜찮아요, 좀 지나면 나아질 거예요! 근데 요즘 몇 날 며칠을 못 잔 거 아니에요? 지난번에 봤을 때 이미 너무 지쳐 보였는데, 결국 이번엔 일주일이나 못 잤겠죠?”“괜찮아요. 상황이 급해서 그런 거예요.”“그래도 자기 몸은 챙겨야죠!”이때, 임건우는 탁무범을 바라보며 말했다.“선배님, 옆에서 청하를 좀 잘 봐주세요. 이렇게 무리하게 놔두면 안 돼요. 잘 때는 자야 하고 머리가 쉬지 못하면 연구를 해봤자 소용이 없어요.”탁무범은 옆에서 말했다.“나도 안 말린 건 아닌데 사모님이 너무나도 불쌍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환자의 안전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요. 내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어요.”임건우는 감동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왔다.임건우는 이청하를 껴안으며 말했다.“눈 좀 감아요.”그리고 임건우의 두 손이 이청하의 허리 양쪽에 내려앉았다.임건우의 금단 내공이 이청하의 몸속으로 끊임없이 흘러들어 갔다.더불어 혼돈 나무에서 생성된 혼돈의 원기도 한 움큼 끌어내 이청하의 피로한 신경을 빠르게 회복시켰다.황정은은 이 모습을 보며 그들 사이의 친밀함에 마음이 쓰였다.한편, 백옥은 작은 소년을 안고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20년이나 지났다.이미 백민우가 죽은 줄로만 알았고, 심지어 동해에서 백옥은 직접 아들을 위해 무덤까지 세웠다.그곳엔 하얗게 타버린 한쪽 다리만 묻혔었다.이제 백민우를 다시 찾았다.실로 기쁨에 벅차서 눈물을 흘렸다.이때, 임건우는 이청하를 놓아주고 방으로 들어갔다.백옥은 임건우를 끌어당기며 말했다.“건우야, 어서! 내 아들의 상태를 봐줘. 숨소리가 너무 미약한데 위험한 거 아니야? 건우야, 꼭 살려줘야 해. 네가 필요한 게 있다면 내가 다 줄게.”임건우가 말했다.“선생님, 가족끼리 그런 말은 필요 없어요. 제가 온 힘을 다할게요.”임건우는 먼저 백민우의 기를 살펴보았다.그리고 맥을
백옥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건우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임건우가 말했다.“백민우 몸에는 규칙의 부적이 보호하고 있고 선천적으로 신장이 반쯤 열려 있으며 맥박은 삼분 천하예요. 백민우는 선천적인 신체를 지니고 있어요. 만약 초강자가 정성을 다해 잉태한 후손이 아니면 대단한 능력이 있는 존재가 환생한 거일 수도 있어요. 정말 대단한 존재예요! 선생님, 전에 민우가 다리가 하나 없다고 하셨죠? 근데 지금은 사지가 멀쩡하잖아요. 신체에는 재생 능력이 있기 때문이에요.”백옥은 이 말을 듣고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내 아들이 신이라고?”이청하가 말했다.“설마 신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겠죠?”이때, 탁무범이 말했다.“맞아, 맞아요! 생각났어요. 우리 사조가 전에 신체를 가진 자의 맥박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총 세 가지 맥이 있다고 말했어요. 인간의 맥, 선인의 맥, 그리고 신의 맥이에요! 세 가지가 전부 필수라 했죠. 세상에, 난 신선이란 존재가 단순히 신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진짜 신이 존재하다니!”임건우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난 당연히 신이 있다고 믿어요. 지장왕도 일종의 신이죠. 우리 집 조상님도 신이고. 어떻게 신이 없겠어요? 다만, 태어날 때부터 신체를 가진 신은 처음 본 거죠.”임건우는 말을 이었다.“선천적인 신체는 규칙의 보호를 받아야 하기에 이렇게까지 쇠약해지지 않아야 해요. 원래는 몸이 강력한 회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동안 백민우가 뭔가 강력한 외부 힘으로 손상을 입은 거예요. 내 생각이 맞다면 누군가가 백민우의 몸을 연구하고 있었을 거고 지속적으로 몸에 독소를 주입해 회복 능력을 억제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예요.”백옥은 이 말을 듣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임건우는 다시 물었다.“청하 씨, 백민우가 어떻게 병원에 오게 된 거예요?”이청하는 즉시 그 일을 담당한 사람을 불러왔다.물어보니, 백민우는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쓰러졌고 친 사
유가연은 이청하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청하 씨, 내가 보기엔 당신은 아직 순결을 지키고 있는 전통적인 여자인 것 같은데 확실하게 말해줄게요. 당신 남자친구는 평생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돌아서면 아직 늦지 않았어요.”이청하의 얼굴은 창백해졌다가 붉어졌다가 반복되었지만 여전히 임건우의 손을 놓지 않았다.임건우는 유가연이 처음부터 이청하에게 도전할 줄은 몰랐다.이제 막 집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유가연이 이청하에 대해 여전히 깊은 집착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유화나 반하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겠지.임건우는 이청하를 데리고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그 당시엔 단순히 이청하가 실험실에서 홀로 밤낮으로 해독제를 연구하며 대보름을 외롭게 보내는 것이 안쓰러워서 초대했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보니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임건우는 서둘러 말했다.“대보름날에 무슨 얘기야? 그저 다 같이 모여서 식사나 하자는 거잖아.”유가연은 말했다.“어쨌든 난 그저 친절하게 충고한 것뿐이야.”이청하는 갑자기 말했다.“가연 씨, 당신이 건우한테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왜 이혼하고도 떠나지 않는 거죠?”유가연은 그 말에 당황해 대답하지 못했다.마지막으로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맘대로 해요. 그렇게 고집부린다면 우리 대가족에 들어오는 걸 환영할게요.”그러고는 임건우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나 요즘 자꾸 속이 메스껍고 신맛이 당기는데, 가서 매실 좀 사와.”“그래... 알겠어!”이청하는 한의사이기에 유가연의 메스꺼움과 신음식을 먹는 걸 듣자마자 깜짝 놀라며 배를 살펴봤다.그러더니 곧바로 알아차렸다.“임신한 거예요?”유가연은 턱을 치켜들며 당당하게 말했다.“맞아요! 그것도 네 쌍둥이예요. 당신도 빨리 노력해요. 나중에 낳으면 7번째, 8번째나 될걸요?”이청하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때 유가연이 큰 소리로 외쳤다.“언니들, 빨리 와봐요! 건우가 어린아이 하나 데려왔는데 혹시 사생
마지영, 당설미, 팔황절살의 그 여덟 명.그리고 양홍미, 전소은 등등...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들이 잔뜩 모여, 그 수가 20명이 넘는다.정말 황제라도 된 기분인가?이 상황에 이청하는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유가연은 이청하의 충격을 느꼈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때요? 우리 대가족에 합류하니까 정말 따뜻하죠?”이청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이청하는 임건우를 한번 바라본 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요, 나... 나 좀 불편해서 먼저 갈게요.”이건 이청하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이게 바로 진정한 쓰레기 남자란 말인가?이청하의 아버지도 어머니를 배신해 어머니가 분노로 죽게 했고 그 일로 지금까지 아버지를 미워해 왔던 이청하였다.그런데 임건우는?20명이 넘는 여자가 있었다니, 자신이 그동안 쏟은 모든 노력이 한낱 웃음거리로 느껴졌다.20명이 넘는 여자 중에서 자신은 몇 번째일까?열 몇 번째? 아니면 스무 몇 번째?이청하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이청하는 눈물이 떨어지기 전 서둘러 몸을 돌려 저택 밖으로 뛰쳐나갔다.임건우는 이청하가 떠나는 것을 보고 급히 뒤쫓아갔다.“청하 씨, 어디 가는 거예요?”이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따라오지 마세요. 혼자 있고 싶어요.”임건우가 가까이 가자 이청하는 힘껏 밀어냈다.“만지지 마세요!”“청하 씨...”“따라오지 마세요!”이청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건우를 한 번 쏘아보고는 돌아서서 사라졌다.탁무범이 급히 따라가면서 임건우에게 말했다.“도련님, 제가 사모님을 따라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사고 나지 않게 할 거예요.”임건우는 고개를 퍽퍽 치며 머리가 복잡해졌다.자신을 바보라고 욕하고 싶었다.이청하가 과거의 상처로 심리적 트라우마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자리에 데리고 오다니.이젠 어쩌면 좋단 말인가?그때 유가연이 다가와 말했다.“아까워?”임건우는 유가연을 쳐다봤지만 말이 없었다.“흥, 화났어? 네 여자친구를 내가 쫓아낸
임건우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생각지도 못하게 들려온 목소리는 백이설이 아닌 마정희의 목소리였다.마정희는 다급하게 말했다. [건우야, 시간이 없어. 잘 들어. 독수리 학원으로 가서 수문장인 용 아저씨를 찾아. 용 아저씨가 복마령을 가지고 동도의 황천신사로 와야 해. 위치는 가하...]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반대편에서 쿵 하고 큰 폭발음이 들려왔다.임건우는 뭔가 으스스한 소리를 들은 듯했다.그리고 그 순간, 전화는 끊어졌다.뚜뚜.전화기에서 들려오는 통화 종료음에 임건우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마정희 일행이 동도에서 큰 문제에 휘말렸다는 것을 직감했다.임건우는 재빨리 뛰어가 백옥을 찾았다. “선생님, 할 말이 있어요.”임건우의 표정을 보자마자 백옥은 중요한 일이 생겼음을 알아챘다.사람들은 백옥과 임건우가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무슨 일인지 궁금해했고 방금까지 울려 퍼지던 연말 웃음소리도 점차 조용해졌다.임건우는 백옥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물었다. “선생님, 동도의 황천신사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백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 근데 독수리 학원의 용 아저씨는 은거한 고수야. 용 아저씨는 사실 구마용족의 수호자야. 마정희가 그렇게 말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이렇게 하자. 정은과 용 아저씨는 친분이 있어. 너랑 정은이가 바로 독수리 학원으로 가봐. 오늘은 섣달그믐이니 고생 좀 해줘야겠어.”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구하는 게 급선무예요. 명절은 매년 찾아오니까요.”곧바로 임건우는 황정은을 찾아 상황을 설명한 후, 우나영 등에게 짧게 인사만 남기고 바로 임씨 저택을 떠났다.마지영은 함께 가고 싶었지만 수위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저택에서 애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독수리 학원으로 갈 때는 황정은의 비행 보물인 조롱박을 타고 이동했다.황정은의 신분에 걸맞은 보물이기도 했다.두 사람은 번개같이 빠르게 이동했다.조롱박을 조종하는 황정은은 임건우의 무릎 위에 앉더니 목을 감
지금 상황은 정말로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뭐, 그냥 대세에 따르는 수밖에 없지.’본래 임건우는 감정적으로 사냥감에 가까웠다.임건우는 여자들이 서로 쟁탈하려는 목표였고 자신이 사냥꾼이었던 적은 학교에서 유가연을 쫓아다닐 때뿐이었다.이 모든 것은 임건우가 원한 게 아니었다.‘보리수나무가 본래 없고 맑은 거울도 대가 아니야. 원래 아무것도 없었으니 어찌 먼지가 묻겠는가.’쓴웃음을 지으며 독수리 학원에 도착했다.임건우와 황정은이 막 대문을 들어서자 몇몇 학생이 모여 귓속말을 나누고 있었고 그중 일부는 장사까지 하고 있었다.임건우는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이들 대부분은 스캔들 동아리 소속이었다.그들은 학교의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문 앞에 모였고 함께 교류하며 때로는 개인 간 물품 거래도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시장이기도 했다.학생들은 황정은을 보자마자 인사를 올렸다.“정은 선생님, 안녕하세요!”그리고 곧바로 임건우에게도 인사를 건넸다.“임 선배님, 안녕하세요!”그들의 태도는 황정은을 대할 때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었다.임건우는 궁금해서 한 뚱뚱한 학생에게 말했다.“난 선배가 아니야.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뚱뚱한 학생은 영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선배님, 겸손하실 필요 없어요. 선배님은 우리 독수리 학원에서 가장 빠르게 졸업한 학생이시고 백옥 선생님의 제자이시잖아요. 진법에 능통하시고 마법은 신의 단계에 이르셨으니 우리 같은 사람들의 본보기예요! 전 스캔들 동아리의 정흥부인데, 오늘 선배님을 뵙게 되어 정말 큰 영광이에요. 제 허벅지에 사인 한 번만 부탁해도 될까요?”임건우는 자신이 가나절에서의 전투로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몰랐다.이후 그곳에서 나온 사람들이 임건우의 모든 정보를 누설했고 지금은 학원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어 있었다.심지어 전투력 랭킹에서도 임건우를 최고 강자라고 주장하는 미확인 소문까지 돌고 있었는데 이 주장은 항상 괄호가 붙어 있었다.정흥부는 당장에라도 바지를 내려 허벅지를 드러내려 했다.황정은이
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복마령인 거 틀림없어요.”용승철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용승철은 이미 아주 나이 들어 보였다.수염은 하얗게 변했고 몸은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마치 언제라도 한 발짝 더 걸으면 관에 들어갈 것만 같은 늙은 노인 같았다.용승철은 깊게 미간을 찌푸리며 본래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 더욱 말라비틀어진 귤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마치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용주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어쩔 수 없네.”황정은이 물었다.“용 아저씨,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예요?”용승철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나를 따라와.”그렇게 말하고 가장 먼저 문지기 방을 나섰다.용승철은 학원 안쪽으로 향해 걸었다.임건우와 황정은도 용승철의 뒤를 바짝 따랐다.용승철은 걸음이 느려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주 빨랐다.한 발짝, 한 발짝이 느린 듯 보였으나 임건우와 황정은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였다. 임건우는 용승철의 발밑을 흘끗 보았다가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용승철의 발밑에선 연꽃이 피어나고 있었다.“이건... 고대 도문?”임건우는 거의 소리칠 뻔하며 놀랐다.고대 도문은 고대 문자보다 더 높은 단계의 존재였다.도문은 문자로 이루어져 있었으니, 비유하자면 문자가 영어의 알파벳이라면 도문은 그 알파벳들이 모여 이룬 단어, 구문이었다.“정말 대단하네!”“독수리 학원에는 역시 강자들이 숨어 있었어!”임건우는 용승철의 수위 단계를 다시 한번 평가하게 되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학원의 무인산 기슭에 도착했다.용승철은 멈춰 서서 눈을 감고 입속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황정은은 용승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임건우에게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때, 임건우의 몸에 있는 여민지가 말했다.“건우 씨, 저건 고대 용어예요.”임건우는 손뼉을 쳤다.여민지가 쌍둥이에게 사용했던 바로 그 언어임이 떠올랐다.임건우는 물었다.“그럼 용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겠어?”여민지는 대답했다.“이건 어
“야한 자식!”둘은 말을 마치고 통로로 들어섰다.이곳은 마치 전송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하지만 들어가자마자 임건우와 황정은은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안에는 엄청나게 짙은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그 안에는 슬픔, 고통, 외로움, 눈물, 깊은 혼란 등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섞여 있었고 이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와 둘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다.황정은은 뭔가를 떠올린 듯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임건우 또한 멈출 수 없었다.아버지가 떠올랐고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정신이 그 안에 빠져버렸다.딸랑, 딸랑.맑은 종소리가 어디선가 울려 퍼졌다.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둘의 마음속에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용승철이 옆에 서서 설명했다.“여기가 바로 용묘야. 구마용족의 역대 용주들이 모두 여기에 묻혔어! 이곳은 부정적인 기운이 아주 강력해서 복마령이 있어야 해. 방금 들은 종소리가 바로 그 복마령의 소리야.”용승철은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복마령은 이 용묘의 봉인된 성물이야. 이 종이 없으면 용기의 힘을 억제할 수 없게 돼. 에휴!”황정은이 물었다.“억제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용승철이 답했다.“이 용묘는 용기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게 될 거야.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되겠지.”“아니, 그럼 우리가 복마령을 가져가면 다음엔 다시 들어오지 못하는 건가요? 그럼 역대 용주들의 묘도 사라지는 건가요?”용승철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근데 용주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용주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이 용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거겠지. 시간이 없으니 빨리 복마령을 찾고 용주를 구하러 가야 해.”용승철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이 공간은 원래 성용들이 싸웠던 곳이야. 성용이 전사한 뒤 묘지로 쓰였기 때문에 부정적인 에너지가 아주 강해. 여기는 아직 외곽이야! 안쪽으로 갈수록 더 강력한 에너지가 몰려올 거야. 만약 버티지 못할 것 같으면 우리 셋이 번갈아 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