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었다.유지연은 깎아놓은 사과 하나를 임건우에게 건네며 말했다.“형부, 아직도 연락하는 선생님이 있어요? 들으니 여자분 같던데, 관계가 꽤 좋으신가 봐요!”유지연이 말을 할 때, 임건우는 유가연이 자신을 힐끗 바라보는 걸 느꼈다.하지만 특별한 표정은 없었다.오히려 유가연은 유지연이 남편을 신경 쓰는 것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예전에 그 일로 크게 화를 내며 유지연을 때리기까지 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유지연은 마음 깊숙이 임건우에 대한 뼛속 깊이 각인된 의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유가연은 유지연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고 그제야 임건우와 유지연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게다가 유가연 전생에 대한 위협도 가지고 있었다.전생의 기억이 깨어날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유가연 자신도 느낄 수 있었다.유가연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만약 유지연이 정말로 임건우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성취하게 해주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적어도 자신의 영혼이 사라져 더는 원래의 유가연이 아니게 되었을 때, 자신의 동생이 임건우를 대신 사랑해주고, 자신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봐 줄 수 있으니까.다른 여자보다 자신의 동생에게 맡기는 것이 더 안심될 테니까...그래서 그날 무인도에 다녀온 이후로 유가연은 자신이 얻은 전승을 아낌없이 유지연에게 전수했고, 심지어 자신의 공력을 소모하면서까지 유지연에게 탄탄한 기초를 닦아주었다.그 결과, 지금 유지연은 고수의 반열에 올랐다.신동급 고수가 되었고, 임건우와는 경지 차이가 한 단계밖에 나지 않았다.이 때문에 유화는 몹시 질투했다.왜냐하면 이전에는 유화가 유지연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운명이 뒤바뀌어 이제는 자신이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던 유씨 자매가 완전히 반전의 삶을 살고 있었다.유가연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임건우의 선생님이자 고모님이었고 유지연의 단계도 자신을 넘어섰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고
임씨 저택은 아주 북적거렸다.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레드 홀릭에서는 이미 휴식을 했다.우나영과 여러 여성이 모두 집에 있었고 오후가 되자 여윤아도 달려왔다.그 후에 당문의 당설미, 양홍미 등도 도착해 모두가 임씨 가문에서 설을 보내기로 했다.임씨 저택 입구에는 붉은 등이 걸려 있었다.많은 여성이 모여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그러나 임건우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전소은과 마정희는 팀을 이끌고 동도에 간 지 이미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심지어 어젯밤에는 매일 이어지던 연락마저 끊겨버렸다.임건우는 백이설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분명 뭔가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근데 동도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전력이 있었는데, 설마 전멸했을 리가 있겠어?”임건우는 바로 백옥에게 이 일을 알렸다.백옥은 벌떡 일어났다.“사고가 난 게 틀림없어! 내가 동도에 가봐야겠어.”임건우는 백옥을 붙잡으며 말했다.“선생님, 지금 동도에 가셔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선생님의 몸은 지금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가도 아무 소용없을 거예요!”백옥은 그제야 자신이 지금 무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독소가 몸을 망가뜨려 백옥은 전력을 다해 독소를 억제해야만 수명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할 수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백옥의 공력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쾅!백옥은 화가 나서 의자를 세게 내리쳤다.그러나 손바닥은 붉게 부어올랐지만 의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백옥은 그런 결과에 잠시 당황한 듯 멍하니 서 있었다가, 결국 눈을 감고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바로 그때 이청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이청하는 전화로 말했다.[건우 씨, 우리 쪽에서 0번 환자를 찾았어요. 환자의 몸에서 몇 가지 독소를 추출했는데 전에 봤던 것과는 조금 달라요. 그리고 이 환자는 다른 사람들과도 조금 다른데, 와서 직접 보지 않을래요? 환자의 몸에서 항체를 발견할지도 몰라요.]“네? 0번 환자라고요?”임건우는 잠시 멍해졌다.“이건 배혈교
백옥의 목소리는 크고 날카로웠다.백옥은 완전히 정신이 이상해진 상태였다.눈은 휴대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고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백옥이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냉철한 여전사, 여자 강자인 백옥이 이제는 어린 소년을 보고 이렇게까지 격정적으로 슬퍼하고 있다니,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민우야?”“선생님, 이 소년을 아세요?”임건우는 놀라서 백옥을 바라보았다.백옥은 갑자기 휴대폰을 낚아채며 큰 소리로 말했다.“얼굴을 비춰줘, 민우의 얼굴을 봐야겠어... 이마도, 이마를 보여줘!”반대편에 있던 이청하는 무슨 상황인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곧바로 휴대폰 카메라를 소년의 얼굴, 특히 이마에 맞췄다.이청하는 소년의 이마에 무언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건 불꽃 모양의 문양이었다.다음 순간, 백옥은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민우야... 정말 민우야, 민우가 아직 살아 있어! 정말 살아 있어!”백옥은 갑자기 임건우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임건우는 놀라며 물었다.“선생님, 그 애는 누구인가요?”백옥이 말했다.“내 아들이야, 이름은 백민우.”“뭐라고요?”임건우는 멍하니 말했다.“선생님, 전에 자녀가 없다고 하시지 않았어요?”백옥이 말했다.“있어, 그 애가 내 아이야... 비록 내가 낳은 친자식은 아니지만, 난 그 애의 엄마야...”무언가 아픈 기억을 떠올린 듯, 백옥은 말을 잇지 못했다.몇 초 후, 백옥은 곧바로 말했다.“건우야, 빨리, 민우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줘. 당장 민우를 만나러 가야 해, 당장!”“이건... 알겠어요!”임건우는 집안사람들에게 급히 이 소식을 전했다.모두 백옥이 잃어버렸던 아들을 찾은 것에 대해 기뻐하며 당연히 말리지 않았다.반하나는 다정하게 물었다.“내가 데려다 줄까?”두 사람 모두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임건우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뚱냥이를 데리고 가면 돼요. 당신들은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계세요. 금방 돌아
‘이거 정말 신화보다 더 특별한데. 설마 외계인은 아니겠지?’이때, 백옥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난 민우가 20년 전에 이미 떠난 줄로만 알았어. 근데 민우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날 줄이야. 이건 하늘이 날 돌봐준 거야, 민우를 다시 보게 해주다니... 이번엔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야.”임건우는 감동하며 물었다.“선생님, 2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백옥은 눈물을 닦으며 콧물을 훌쩍이고 나서 말했다.“20년 전, 삼고 결계가 혼란에 빠졌고 요수들이 대대적인 전쟁을 일으켰어. 난 그 안에서 군대를 이끌고 요수를 진압하고 있었지. 근데 그때, 우리 엄마가 갑자기 병이 위독해졌어! 민우가 나한테 연락했는데, 그때 난 몸을 뺄 수 없어서 민우한테 우리 엄마를 데리고 사월을 찾아가라고 했어... 사월은 내 전남편이야.”여기서 백옥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내 전남편도 너처럼 뛰어난 한의사였어. 근데 민우는 사월을 찾지 못했어. 사월이가 다른 여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거든!”“그때 민우는 겨우 일곱 살이었어. 그 작은 몸으로 우리 엄마를 업고 삼고 결계로 들어와 나를 찾았지.”“왜냐하면 우리 엄마가 오래 버티지 못할 걸 알고, 내가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보길 바랐으니까.”“결국 그들은 적의 진영에 갇혀버렸어...”여기까지 말한 백옥은 다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임건우는 이게 백옥이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가장 큰 상처임을 알 수 있었다.아들과 어머니가 그런 상황에서 모두 죽고, 남편은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그것이 그들의 이혼 이유였을 것이고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백옥은 손을 뒤집어 수납가방에서 어두운 금빛의 팔찌 하나를 꺼냈다.“이건 민우의 발찌야!”“내가 도착했을 때, 민우의 한쪽 잘린 다리만 찾을 수 있었어... 현장은 온통 불에 타버린 전투의 흔적과 시체들이 널려 있었어! 우리 엄마는 마지막 숨을 붙이고 있었지.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한 가지 부탁했어. 이 요수들을 모
이청하는 완전히 진심을 드러냈다.마음이 너무 아파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임건우가 말했다.“괜찮아요, 좀 지나면 나아질 거예요! 근데 요즘 몇 날 며칠을 못 잔 거 아니에요? 지난번에 봤을 때 이미 너무 지쳐 보였는데, 결국 이번엔 일주일이나 못 잤겠죠?”“괜찮아요. 상황이 급해서 그런 거예요.”“그래도 자기 몸은 챙겨야죠!”이때, 임건우는 탁무범을 바라보며 말했다.“선배님, 옆에서 청하를 좀 잘 봐주세요. 이렇게 무리하게 놔두면 안 돼요. 잘 때는 자야 하고 머리가 쉬지 못하면 연구를 해봤자 소용이 없어요.”탁무범은 옆에서 말했다.“나도 안 말린 건 아닌데 사모님이 너무나도 불쌍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환자의 안전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요. 내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어요.”임건우는 감동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왔다.임건우는 이청하를 껴안으며 말했다.“눈 좀 감아요.”그리고 임건우의 두 손이 이청하의 허리 양쪽에 내려앉았다.임건우의 금단 내공이 이청하의 몸속으로 끊임없이 흘러들어 갔다.더불어 혼돈 나무에서 생성된 혼돈의 원기도 한 움큼 끌어내 이청하의 피로한 신경을 빠르게 회복시켰다.황정은은 이 모습을 보며 그들 사이의 친밀함에 마음이 쓰였다.한편, 백옥은 작은 소년을 안고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20년이나 지났다.이미 백민우가 죽은 줄로만 알았고, 심지어 동해에서 백옥은 직접 아들을 위해 무덤까지 세웠다.그곳엔 하얗게 타버린 한쪽 다리만 묻혔었다.이제 백민우를 다시 찾았다.실로 기쁨에 벅차서 눈물을 흘렸다.이때, 임건우는 이청하를 놓아주고 방으로 들어갔다.백옥은 임건우를 끌어당기며 말했다.“건우야, 어서! 내 아들의 상태를 봐줘. 숨소리가 너무 미약한데 위험한 거 아니야? 건우야, 꼭 살려줘야 해. 네가 필요한 게 있다면 내가 다 줄게.”임건우가 말했다.“선생님, 가족끼리 그런 말은 필요 없어요. 제가 온 힘을 다할게요.”임건우는 먼저 백민우의 기를 살펴보았다.그리고 맥을
백옥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건우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임건우가 말했다.“백민우 몸에는 규칙의 부적이 보호하고 있고 선천적으로 신장이 반쯤 열려 있으며 맥박은 삼분 천하예요. 백민우는 선천적인 신체를 지니고 있어요. 만약 초강자가 정성을 다해 잉태한 후손이 아니면 대단한 능력이 있는 존재가 환생한 거일 수도 있어요. 정말 대단한 존재예요! 선생님, 전에 민우가 다리가 하나 없다고 하셨죠? 근데 지금은 사지가 멀쩡하잖아요. 신체에는 재생 능력이 있기 때문이에요.”백옥은 이 말을 듣고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내 아들이 신이라고?”이청하가 말했다.“설마 신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겠죠?”이때, 탁무범이 말했다.“맞아, 맞아요! 생각났어요. 우리 사조가 전에 신체를 가진 자의 맥박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총 세 가지 맥이 있다고 말했어요. 인간의 맥, 선인의 맥, 그리고 신의 맥이에요! 세 가지가 전부 필수라 했죠. 세상에, 난 신선이란 존재가 단순히 신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진짜 신이 존재하다니!”임건우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난 당연히 신이 있다고 믿어요. 지장왕도 일종의 신이죠. 우리 집 조상님도 신이고. 어떻게 신이 없겠어요? 다만, 태어날 때부터 신체를 가진 신은 처음 본 거죠.”임건우는 말을 이었다.“선천적인 신체는 규칙의 보호를 받아야 하기에 이렇게까지 쇠약해지지 않아야 해요. 원래는 몸이 강력한 회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동안 백민우가 뭔가 강력한 외부 힘으로 손상을 입은 거예요. 내 생각이 맞다면 누군가가 백민우의 몸을 연구하고 있었을 거고 지속적으로 몸에 독소를 주입해 회복 능력을 억제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예요.”백옥은 이 말을 듣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임건우는 다시 물었다.“청하 씨, 백민우가 어떻게 병원에 오게 된 거예요?”이청하는 즉시 그 일을 담당한 사람을 불러왔다.물어보니, 백민우는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쓰러졌고 친 사
유가연은 이청하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청하 씨, 내가 보기엔 당신은 아직 순결을 지키고 있는 전통적인 여자인 것 같은데 확실하게 말해줄게요. 당신 남자친구는 평생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돌아서면 아직 늦지 않았어요.”이청하의 얼굴은 창백해졌다가 붉어졌다가 반복되었지만 여전히 임건우의 손을 놓지 않았다.임건우는 유가연이 처음부터 이청하에게 도전할 줄은 몰랐다.이제 막 집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유가연이 이청하에 대해 여전히 깊은 집착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유화나 반하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겠지.임건우는 이청하를 데리고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그 당시엔 단순히 이청하가 실험실에서 홀로 밤낮으로 해독제를 연구하며 대보름을 외롭게 보내는 것이 안쓰러워서 초대했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보니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임건우는 서둘러 말했다.“대보름날에 무슨 얘기야? 그저 다 같이 모여서 식사나 하자는 거잖아.”유가연은 말했다.“어쨌든 난 그저 친절하게 충고한 것뿐이야.”이청하는 갑자기 말했다.“가연 씨, 당신이 건우한테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왜 이혼하고도 떠나지 않는 거죠?”유가연은 그 말에 당황해 대답하지 못했다.마지막으로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맘대로 해요. 그렇게 고집부린다면 우리 대가족에 들어오는 걸 환영할게요.”그러고는 임건우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나 요즘 자꾸 속이 메스껍고 신맛이 당기는데, 가서 매실 좀 사와.”“그래... 알겠어!”이청하는 한의사이기에 유가연의 메스꺼움과 신음식을 먹는 걸 듣자마자 깜짝 놀라며 배를 살펴봤다.그러더니 곧바로 알아차렸다.“임신한 거예요?”유가연은 턱을 치켜들며 당당하게 말했다.“맞아요! 그것도 네 쌍둥이예요. 당신도 빨리 노력해요. 나중에 낳으면 7번째, 8번째나 될걸요?”이청하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때 유가연이 큰 소리로 외쳤다.“언니들, 빨리 와봐요! 건우가 어린아이 하나 데려왔는데 혹시 사생
마지영, 당설미, 팔황절살의 그 여덟 명.그리고 양홍미, 전소은 등등...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들이 잔뜩 모여, 그 수가 20명이 넘는다.정말 황제라도 된 기분인가?이 상황에 이청하는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유가연은 이청하의 충격을 느꼈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때요? 우리 대가족에 합류하니까 정말 따뜻하죠?”이청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이청하는 임건우를 한번 바라본 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요, 나... 나 좀 불편해서 먼저 갈게요.”이건 이청하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이게 바로 진정한 쓰레기 남자란 말인가?이청하의 아버지도 어머니를 배신해 어머니가 분노로 죽게 했고 그 일로 지금까지 아버지를 미워해 왔던 이청하였다.그런데 임건우는?20명이 넘는 여자가 있었다니, 자신이 그동안 쏟은 모든 노력이 한낱 웃음거리로 느껴졌다.20명이 넘는 여자 중에서 자신은 몇 번째일까?열 몇 번째? 아니면 스무 몇 번째?이청하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이청하는 눈물이 떨어지기 전 서둘러 몸을 돌려 저택 밖으로 뛰쳐나갔다.임건우는 이청하가 떠나는 것을 보고 급히 뒤쫓아갔다.“청하 씨, 어디 가는 거예요?”이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따라오지 마세요. 혼자 있고 싶어요.”임건우가 가까이 가자 이청하는 힘껏 밀어냈다.“만지지 마세요!”“청하 씨...”“따라오지 마세요!”이청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건우를 한 번 쏘아보고는 돌아서서 사라졌다.탁무범이 급히 따라가면서 임건우에게 말했다.“도련님, 제가 사모님을 따라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사고 나지 않게 할 거예요.”임건우는 고개를 퍽퍽 치며 머리가 복잡해졌다.자신을 바보라고 욕하고 싶었다.이청하가 과거의 상처로 심리적 트라우마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자리에 데리고 오다니.이젠 어쩌면 좋단 말인가?그때 유가연이 다가와 말했다.“아까워?”임건우는 유가연을 쳐다봤지만 말이 없었다.“흥, 화났어? 네 여자친구를 내가 쫓아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