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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후계자 선정

Author: 우주멍
“동혁 씨, 설마 당신…… 정신이 돌아온 거야?”

동혁의 맑은 눈동자를 보던 세화가 믿기지 않는 듯 작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응, 나 회복했어, 여보.”

동혁이 세화를 바라보았다. 전쟁터에서 누구보다 용맹하고 대담하던 그가 지금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세화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자, 동혁이 그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요 몇 년 동안 정말 고생했어.’

“흥! 정신이 돌아오면 또 뭐해!”

화란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 봤자 폐급일 뿐이잖아!”

화란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구석의 접이식 의자를 가리키며 소리를 쳤다.

“헛소리 말고 앉기나 해. 2조 원을 기여하다니, 정말 웃겨 죽겠어!”

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는 순간, 세화가 그를 말리며 구석 자리로 데리고 가서 앉았다.

구석의 접이식 의자에는 달랑 세화 가족만 앉아 있었다. 그저 다른 테이블에 한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을 바라만 보면서. 그들 앞에 올려진 건 고작 국수 네 그릇.

상석에 자리한 진한영은 눈앞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보며 마음이 흡족한 듯 호탕한 음성으로 말했다.

“다들 조용, 내가 한 가지 발표하도록 하겠다!”

진한영의 음성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

진한영이 자못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젯밤 천룡투자그룹이 H시에 진출한다는 발표를 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

“천룡투자그룹은 세계 최정상의 기업으로 빅맥과 같은 존재야. 이번에 H시에 진출하면서 H시의 세력 판도가 재편될 게 분명하다. 이건 우리 진씨 집안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게야!”

“지금은 우리 진씨 집안이 H시에서 꽤 잘나간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또 언제든 다른 집안에게 쉽게 추월을 당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우리는 천룡투자그룹을 꼭 붙잡아야 한다!”

“천룡투자그룹에서 흘린 작은 부스러기 하나라도 주울 수 있다면 우리 집안이 한 단계 더 높이 오르는 건 문제도 아니야.”

진한영은 말할수록 점점 더 흥분되는지 얼굴이 불그스레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선포하겠다! 우리 진씨 자손 중에서 누구든 천룡투자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끌어낸다면, 그 사람에게 우리 그룹의 주식 10%와…….”

“그룹 회장 직을 주겠다!”

순간 장 내가 술렁였다.

너무나 엄청난 발표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룹의 주식 10%라니, 이건 정말 큰 거야! 그 정도면 앞으로 평생 마음대로 쓰며 살 수 있지 않겠어?”

“관건은 회장 직인데, 정말 그룹 내 최고의 위치 아니야?”

“하지만 쉽지 않겠지? 지금 시의 모든 가문들이 앞다투며 천룡투자그룹 앞에 줄을 서 있다고 들었는데…….”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할 때, 진화란이 일어나며 말했다.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이 투자는 제가 반드시 받을 것입니다! 제가 이미 세한 씨에게 사업 제안서를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곧 윤곽이 나올 거예요.”

화란의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역시 뒤에서 밀어주는 큰 세력이 있으니 벌써…….”

화란이 언급한 방세한은 그녀의 남자친구로서, H시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방씨 집안의 장손이었다.

“방세한의 도움을 받는다면,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지 않겠어?”

“잘했다, 잘했어! 역시 내 손녀가 최고구나. 3일 후에 네 생일잔치는 이 할애비가 네 체면이 서도록 제대로 차려 주마!”

진한영이 기뻐서 호언장담했다.

“만약 화란이 네가 천룡투자그룹의 투자를 받는다면, 네가 바로 우리 가문의 후계자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세화 일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같은 진씨 집안의 일원이지만, 첩의 자식인 세화 일가는 후계자의 위치에 특히 민감했다.

큰 집인 화란 가족은 원래부터 세화 가족에 대한 태도가 아주 나빴다. 만약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진화란이 후계자가 된다면, 자신들 가족은 아마 제대로 고개 들고 살 수 없을 것이다.

장인과 장모의 안색이 새하얘진 것을 본 동혁이 입을 열었다.

“할아버님, 세화가 투자를 받아도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장내가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다.

피식-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태휘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동혁, 너 또 병이 도졌어? 진세화가 뭘 가지고 투자를 받아? 설마 너 같은 바보 덕택에?”

“네 눈앞에 있는 국수나 먹어! 이 국수가 너네 식구 마지막 식사가 될 지도 모르잖아?”

화란도 고개를 들어 비웃었다.

“바보가 이제 막 정신이 돌아왔으니, 아무 것도 모르겠지. 진세화는 이미 빚도 많이 졌는데 말이야. 도처에서 웃음을 팔며 돈을 빌렸는데도 말이야. 이젠 몸을 팔아 돈을 빌리는 거 아냐?”

“참, 3일 후 진세화 생일 아냐? 돈도 없어 이런 꼬락서니라니, 바닥에 떨어진 케이크라도 주워 가서 3일 후 생일날 먹든지.”

장내에 폭소가 터지며 동혁과 세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굴욕적인 말에 결국 세화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진화란, 너 양심이란 게 있기나 해? 분명히 네가 우리 회사를 빼앗았잖아. 그리고 빚투성이인 네 회사를 나한테 떠 넘긴 거잖아? 지금 내가 지고 있는 빚은 완전히 너 때문이야…….”

화란이 즉시 세화의 말을 끊었다.

“진세화, 감히 허튼소리를 한 번만 더 하면 내가 그 입을 찢어버릴 거야! 네 자신을 탓 해야지 왜 내 탓을 해?”

두 사람이 서로 언쟁을 벌이자 연회장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집안의 어른, 진한영이 손을 가로젓고는 상황을 마무리한 후 동혁을 향해 말했다.

“동혁아, 만약 세화가 천룡투자그룹의 투자를 받는다면, 세화 회사의 부채를 다 갚아주마. 그리고 요 몇 년간의 그룹 배당금도 돌려주겠다.”

진한영의 말을 들은 세화 부모가 기쁜 내색을 숨기지 못했다.

동혁이 사라진 후, 자신들 가족의 그룹 배당금을 아버지 진한영이 다 막아버렸다. 몇 년 간의 것을 모두 합치면 수억 원에 달할 것이다.

이것을 손에 넣는다면, 자신들의 생활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얼굴의 희색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진한영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전에 전제가 하나 있다. 먼저 세화는 표범에게 가서 오래 전 빌려간 돈을 찾아와야 한다!”

류혜진과 남편은 그 순간 멍해졌다.

그 말을 같이 들었던 사람들 역시 가슴이 떨렸다.

표범이 누군가. 바로 H시 악질 중의 악질이 아닌가. 예전에 표범에게서 과거의 빚을 돌려받으려 하던 집안 사람 하나는 하마터면 불구가 될 뻔했다!

지금 할아버지가 제기한 요구는 일부러 세화를 괴롭히려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류혜진이 당황해서 말했다.

“안 됩니다. 아버님. 표범에게 가서 돈을 요구하다가는 죽습니다.”

“세화가 빚을 받으러 가면 어떻게 될지…….”

상황을 지켜보던 화란이 말했다.

“숙모, 안 가도 돼요. 그냥 앞으로도 평생 그 꼬락서니로 사시면 되겠네요.”

그 말을 들은 세화 일가족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세화가 잠시 망설이던 그때, 동혁이 그녀의 작은 손을 꾹 쥐며 귀에 대고 말했다.

“여보, 하겠다고 대답해.”

‘뭐?’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세화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동혁 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 사람, 표범이야, 그자에게서는 빚을 못 돌려받아요.”

그러나 동혁은 느긋한 모습으로 호언장담했다.

“여보. 나를 믿어, 약속해. 빚을 받아낼 수 있도록 내가 도와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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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돈을 돌려받았다고?!’‘그게 말이 돼! 표범이 버럭 화를 냈다면서?’화란과 사람들은 멍해졌다. 진한영도 표정이 굳어지며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의심했다.“두…… 두 사람, 정말이야?”세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표를 공손하게 보여주었다.“할아버지, 수표예요. 보세요.”진한영은 눈을 크게 뜨고 수표를 살펴보았다. 곧 크게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표범의 수표가 맞다.”진씨 가문 사람들의 긴장했던 안색이 이제야 풀렸다.빚을 돌려받았으니, 확실히 표범이 화를 낸 게 아니었다. 당연히 진씨 집안도 무사할 테고.“흥, 정말 너희들이 빚을 돌려받았다고 생각해? 꿈도 꾸지 마!” 바로 그때 화란이 앞으로 나가 냉담하게 흥얼거렸다.“내가 표범에게 뺨을 맞았는데, 어떻게 그가 너희들에게 빚을 갚는다는 거야?”“틀림없이 나에게 보상하기 위해 표범이 너희들에게 빚을 돌려준 거야.”진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이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화란이 차를 사러 갔다가 이유 없이 맞았다. 표범이 보상을 하기 위해서 진씨 집안에 진 빛을 돌려줬다는 말은 완전히 합리적으로 들렸다.지금 화란은 그야말로 흑백을 전도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진 세화는 그저 간절한 눈빛으로 진한영만 바라보았다.그러나 잠시 망설이던 진한영이 화란을 편을 들어 말했다.“화란이 말 맞다. 이 공로는 화란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화와는 무관해.”세화가 조급하게 물었다.“할아버지, 그럼 배당금은요?”그녀는 이미 누가 돈을 돌려받았는지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이전에 공제된 이익배당금을 자기 집에 돌려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었다.“화란이 덕에 빚을 돌려받았으니 너희 가족의 요 몇 년 간 배당금은 당연히 모두 화란이에게 돌아간다.”‘뭐?!’그 말을 들은 세화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 몸이 떨렸다.동혁의 안색이 완전히 가라앉았다.진씨 가족의 뻔뻔스러운 정도는 그의 상상을 완전히 초월했다.화란은 할아버지가 건네준 수표를 받고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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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풍을 치다니, 바보가 ‘여신의 마음’을 살 돈이 어디 있어.”화란은 세화를 향해 과시했다.“아, 3일 뒤에 이걸 하고서 생일 파티를 해야지. 또 이걸 하고 천룡투자그룹의 계약을 체결하러 가는 걸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해…….”뒤질세라 진태휘의 딸랑이가 마구 울려댔다.“화란아, 그때면 너는 H시에서 가장 빛나는 여자일 거야! 누구도 너 발 밑에 못 따라와.”모두들 부러워했다. ‘역시 방세한이야. 수십억 원의 ‘여신의 마음’을 선물하다니.’‘그야말로 호기롭기 그지없어!’인내심이 거의 바닥난 동혁이 주먹을 꽉 쥐고 한 걸음 나아가는 순간, 세화가 그를 부둥켜 안았다.“동혁 씨, 진정해요!”“어머, 저 바보 표정 좀 봐, 사람을 때리려고 해?”화란이 짐짓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치자, 진씨 집안 식구들이 나서서 진화란을 거들었다.“감히 사람을 때리면, 내일 할아버지께 너를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라고 하겠어!”“이 바보 멍청이가 간덩이가 부었나? 사람을 때리려고 해?”태휘가 휴대전화를 들고 위협했다.“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내 전화 한 통이면 세화 회사는 차압당해! 당장 보여줄까?”동혁은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아내 회사를 차압해? 죽고 싶으면 한번 해 봐.”“어유, 그러셔? 아주 무서워 죽겠네?”태휘가 빈정대며 곧 어디론가 전화했다.곧 세화의 핸드폰이 울렸다.“진 사장님, 큰일났습니다. 은행에서 갑자기 회사 기물들을 압수하고 있습니다!”……세화가 황급히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회사에 들어가니 아수라장이 된 회사 사무실 안, 컴퓨터들이 사라진 채 휑한 사무용 데스크 위에는 볼펜이나 종이쪼가리 같은 것들만 마구 널려있었다.“오 과장님, 이 낡은 컴퓨터도 등록해야 합니까?”작업복을 입은 낯선 사람들이 물자를 점검하고 있다.“모두 우리 은행의 재산인데, 왜 등록하지 않습니까? 모두 꼼꼼하게 체크하세요. 누락되면 절대 안 돼요!”빡빡한 인상의 중년 여자가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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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신이 깨어났다   제990화 당신들 죽고 싶나요?

    “진 회장님, 자고로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당신 남편이 나와 골스 재단을 무시하며 도발한 이상, 이 정도 내 요구는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대니얼은 경호원이 10명이나 있어서 믿는 구석이 있어 보였다. 그는 냉소를 머금고 무심한 듯 말했다. “물론, 요구를 거절해도 상관없어요.” “그렇다면 난 당신과 당신 남편이 내 요구를 거절한 결과를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니까.” 이 말을 하고 그는 손을 내저었다. “처벅!” 그의 뒤에 있던 10명의 경호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세화는 경호원들이 낀 선글라스에서 자신과 동혁을 향한 열 줄기 야수 같은 시선을 느꼈다. 미세한 살기가 그들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역시 전쟁터에 나가서 피를 본 노병들다웠다. 그들 특유의 살기로 인해 앞에 서있는 세화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창백해졌을 뿐만 아니라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여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모두들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연회장의 분위기는 극도로 무거워졌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느꼈다. ‘앞으로 대니얼 씨의 눈밖에 나면 아주 큰일이 나겠어.’ 연회장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의 같은 생각을 했다. “여보, 겁낼 거 없어.” 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일어나 자연스럽게 세화의 앞을 막아서자 살기가 차단되었다. 이상하게도 경호원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스러운 살기가 동혁을 거치면서 마치 먼지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10명의 경호원들이 동혁을 주시하자 더욱 강한 살기가 동혁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폭풍 같은 살기에도 동혁은 여전히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그 순간 경호원들 마치 거대한 블랙홀을 마주한 것 같았다. 그들의 모든 살기가 그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당신들 죽고 싶나요?” 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 “윽.

  • 전신이 깨어났다   제989화 세방그룹 요구

    “진 회장님, 당신의 저 쓸모없는 남편은 이제 끝이야.” 주다정의 목소리는 득의양양하며 독기가 가득했다. 대니얼은 동혁을 보고 비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동혁에게 두 번이나 뺨을 맞은 일로 복수를 고민하다가, 특별히 사람을 소개받아 이 열 사람을 자신의 경호원으로 고용했다. “헉.” 주다정의 말에 사람들은 놀라 한번에 숨을 들이마시는 듯한 소리를 냈다. ‘경호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대단해 보이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열 명이나 오다니.’ 사람들은 순간 동혁이 뼈가 부러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대니얼의 발밑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면서 모두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세화는 마음속에서 점점 두려움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녀는 동혁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설득했다. “동혁 씨, 저 대니얼이라는 사람하고 맞서지 말아. 괜히 화풀이를 당할 필요는 없잖아. 우리 방법을 생각해서 어떻게든 부드럽게 넘어가자.” “걱정 마. 내가 절대 동혁 씨를 무릎 꿇리지 않을 거니까. 기껏해야 돈으로 조금 보상해 주면 그만 일거야.” 세화는 동혁의 성격이 강하지만 때로는 마음 약한 구석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혁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일어나서 대신 사과했다. “대니얼 씨, 제 남편이 저 때문에 아까 괜한 실수를 한 거 같네요.” “어떻게 하면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 주시겠어요?”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건 좀 지나치니, 다른 방식으로 사과를 대신할게요.” 세화가 저자세로 나오자 대니얼은 웃었다. 그는 거리낌 없이 두 눈으로 세화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세화는 마음이 불안해지며 상대방이 무슨 부당한 요구를 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니얼은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냉랭하게 말했다. “만약 진 회장님이 제 요구를 들어준다면, 쓸모없는 남편에 대한 회장님의 헌신적인 노력을 생각해 지난 모든 무례한 일들을 묻지 않고 관대하게 용서하죠.” 세화는 마음속에서 더욱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요구가 뭔지 말

  • 전신이 깨어났다   제988화 참전했었던 경호원

    류성중은 자신의 말에도 동혁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세화를 노려보았다. “세화야, 쓸모없는 네 남편 놈이 아직도 뭘 모르는구나. 그리고 너는 또 왜 이렇게 생각이 없어? 빨리 네 남편이 대니얼 씨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해.” “대니얼 씨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혼내줄지 각오해.” 류성중의 말에 분노한 세화의 하얀 얼굴이 더 차갑게 변했다. ‘저 사람이 정말 내 친외삼촌 맞아? 어떻게 조카의 기분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지?’ ‘내 남편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니얼, 저 사람에게 무릎을 꿇게 하라니?’ ‘단지 저 외국인이 Y국의 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는 거야?’ 세화는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바로 그때 동혁이 그녀의 손을 힘껏 잡았다. “여보, 별것도 아닌 두 사람 때문에 이렇게 화낼 필요 없어. 그냥 동네의 개가 짖는다고 생각해.” “난 오히려 오늘 누가 날 사과하게 만들 수 있는지 한번 보고 싶은데?” 동혁은 세화를 끌어당겨 앉혀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주고, 자신도 한 잔을 따른 다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마치 공기처럼 그저 안 보이는 사람 취급하며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동혁의 모습을 본 류성중은 화가 나 표정이 구겨졌다. ‘지금 동혁이, 저놈은 상황이 어떤지 이해를 못 하는 건가?’ ‘여기서 가장 신분이 미천하고 지위도 가장 낮은 놈이 감히 대니얼 씨를 도발해?’ ‘정말로 죽고 싶어서 저러는 거야?’ “대니얼 씨, 저 부부가 정말 예의가 없네요. 대니얼 씨와 골스 재단을 완전 무시하고 있어요.” 대니얼 곁에 있던 주다정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녀의 관심은 동혁이 아니라 줄곧 세화에게 쏠려 있었다. 세화와 동혁이 대니얼을 이렇게 화나게 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도리어 기뻐했다. 그녀는 세화가 외모, 신분, 지위에서 자신보다 몇 단계나 높은 위치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많이 받

  • 전신이 깨어났다   제987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 자리

    “물론 잘 알다마다요.” 대니얼은 말을 하며 자신의 뺨을 만졌다. 동혁에게 두 번씩이나 뺨을 맞은 굴욕적인 일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뼈에 사무치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그가 동혁의 눈과 마주쳤을 때 그의 마음속 원한이 하마터면 분출될 뻔했다. 대니얼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난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 자리조차도 모두 아내의 친한 친구 덕분에 얻게 된 거죠.”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데릴사위 주제에 뜻밖에도 이렇게 제가 참석하는 연회에 나오다니, 기가 막히군요.” 대니얼은 류성중을 바라보며 화를 내며 말했다. “부이사장님, 정말 실망스럽군요. 이건 우리 골스 가문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이 화가 난 목소리에 류성중의 볼이 다 떨렸다. 류성중이 동혁을 다시 바라볼 때 그의 안색은 극도로 나빠져 있었다. “세화야, 이 쓸모없는 놈이 네 덕분에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된 거였어? 근데 왜 그 일은 내게 말하지 않은 거야?” 류성중의 마음은 후회가 가득했다. ‘세화가 동혁이를 데리고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괜히 대니얼 씨가 화만 났잖아.’ 류성중 외에 연회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동혁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이 다시 경외에서 경멸로 바뀌었다. “어쩐지 데릴사위 주제에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으로 2조의 자금을 관리하는지 했어. 모두 진 회장 때문에 그 자리에 앉은 거였군.” “정말 웃기지도 않아서, 그러고도 아까 전에 저 인간이 자기 신분을 성신제약의 양 사장과 비교하며 큰소리친 거야? 아주 가소롭구먼.” “진 회장님은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의 체면을 생각해서 앞에서는 이 사실을 숨겼겠네.” “역시 쓸모없는 인간은 어딜 가나 똑같아. 어떤 자리에 않아도 자신이 쓸모없는 데릴사위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니까.” 이런저런 조롱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모두 아까 전에 동혁에게 “꺼지세요.”라는

  • 전신이 깨어났다   제986화 지나친 인사

    모두가 대니얼을 둘러싸고 아부했지만 세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이것에 불만을 품었지만 동시에 첫눈에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미인인 세화에게서 강한 소유욕을 느끼게 되었다. 대니얼 곁에 있던 주다정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세화를 바라보는 눈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하하하, 이쪽은 제 친조카인 진세화라고 합니다.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의 회장으로 있지요. 마침 대니얼 씨에게 소개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류성중은 대니얼이 세화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기뻤다. 그는 고개를 돌려 명령조로 세화에게 말했다. “세화야 뭐 하고 있어? 대니얼 씨가 너와 인사를 하고 싶어 하시잖아. 빨리 이리 와서 인사해라.” 대니얼은 약간 놀라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세화를 다시 쳐다보았다. ‘저렇게 예쁘게 생긴 여자가 두 그룹의 회장일 줄이야.’ 그 순간 대니얼은 마음속에서 결심했다. ‘저 여자든, 저 여자의 회사든.’ ‘모두 내가 차지해야겠어.’ “진 회장님, 좋겠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대니얼 씨의 눈에 띄었잖아요. 저희는 대니얼 씨를 쫓아다니며 말을 걸었는데 모두 무시하더라고요.” “진 회장님, 뭐 하고 계세요? 빨리 가서 인사하세요. 다니엘 씨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이건 좋은 기회예요. Y국 귀족과 연결되는...” 세화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여자들이 입을 열어 부추겼다. 그녀들은 세화처럼 대니얼의 눈에 띄고 싶었다. 세화는 대니얼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내키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상대가 자신과 돈을 모두 챙기겠다는 흑심을 품은 지는 몰랐지만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인사 한 마디를 하지 않으면 대니얼의 눈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세화는 이유 없이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특히 배경에 힘이 있고 H국에서 특별한 신분을 가진 외국인이라면 더욱 그러했다.그래서 세화가 앞으로 나서려 하자, 줄곧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두 걸음 나와 그녀를

  • 전신이 깨어났다   제985화 대니얼의 인기

    사실 주다정은 H시에서 큰 스타라고도 할 수 없었다. 세화와 동혁은 주다정에 대해 전혀 몰랐고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를 알아본 H시 사람들 몇 명이 이렇게 까지 말한 건 대니얼 앞에서 그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남자들이 부러움의 표정을 지었다. 주다정은 미인이었는데 경제채널 사회자로 활약하는 만큼 고학력을 가진 지적인 이미지도 있었다. 이런 여자는 일반적으로 성공한 보통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 그래서 연회장에 있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주다정에게는 별로 관심 없는 존재였다. ‘지금 저 주다정이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기혼남인 대니얼을 따라 여길 왔다고?’ ‘남자로서 저 대니얼이라는 사람이 너무 부럽구먼.’ 쏟아지는 아부에도 주다정은 차분하면서 도도한 여신의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녀는 그저 사람들에게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약간의 거리감을 유지했다. 만약 그녀가 대니얼의 팔짱을 끼고 있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정말로 그녀를 시크한 여신으로 여겼을 것이다. “대니엘 씨, 여기 다른 분들 몇 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류성중은 옆에 있는 왕근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H시 의료공단의 왕근식 부장입니다. 오늘 연회도 바로 이분이 준비한 거지요.” “안녕하세요, 대니얼 씨.” 왕근식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대니얼 씨가 있는 골스재단의 프로젝트가 투자 유치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의약 쪽인가요?” “그렇다면 저희 H시를 제대로 찾아오신 겁니다. 이곳에서 정책상의 문제가 생겨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대니얼 씨께서 언제든지 저희들에게 연락하세요.” “저희 모두가 반드시 성심성의껏 대니얼 씨를 돕겠습니다. 연락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왕근식이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는 비록 대니얼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이후 그가 자신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 어쨌든 골스재단은 Y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큰 재단이었다.

  • 전신이 깨어났다   제984화 경제채널 주다정

    ‘류 부이사장님이 저렇게 나서서 이야기하시는 걸 보니 도착한 손님이 대단한 사람이나 보네.’ 연회장에 있던 손님들은 모두 협조적으로 류성중의 뒤를 따라 함께 연회장 입구로 향했다. 류성중은 의료공단의 부이사장이었지만 그 Y국에서 온 사람과 사실 그 어떤 관계도 없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세화를 끌어들여, 미모와 재력을 겸비한 세화가 상대방과 교류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을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분명 자신도 약간의 친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류성중은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살폈는데 여전히 가만히 서있는 세화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찡그렸다. “세화야,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고 있어? 넌 함께 가서 Y국 귀족 분과 인사하고 싶지 않아?” 세화는 원래 Y국 귀족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류성중의 모습을 보고 억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동혁 역시 어찌하든 상관없었다. 그는 단지 대니얼이 오늘 밤에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세화를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곧 연회장 입구 밖의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동혁, 세화 등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살피면서 오고 있는 귀족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노력했다. 류성중은 오늘 밤 연회의 주인공으로서 당연히 사람들 선두에 나서서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곧바로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체격이 큰 백인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동혁의 예상대로 이미 두 번이나 만났던 대니얼이었다. 대니얼은 언제나처럼 날씬하고 정장을 입고서 자신이 귀족임을 드러냈다. 그의 곁에는 명품 정장을 입은 젊은 H국 여자가 따라왔는데 세련된 화장에 기품이 있는 모습이었다. 대니얼의 팔짱을 낀 채 긴 목을 높이 치켜든 그녀는 연회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거만하게 쳐다보았다.곧 그녀의 시선이 세화에게 고정되었고, 아주 날카로운 눈빛으로 세화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세화는 그녀의 눈빛에 불쾌함을 느꼈지만 그저 공손한 미소

  • 전신이 깨어났다   제983화 아부

    “우와.” 류성중의 말에 사람들이 놀라며 감탄했다. ‘Y국의 전통 있는 귀족 출신에 10위권 내의 다국적 재단을 등에 업고 있다고?’ ‘이런 배경이라면 단연 거물급 손님이잖아.’ 많은 사람들이 류성중이 언급한 손님과 사귀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반대로 동혁의 얼굴에는 이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류성중의 말을 듣고 가장 먼저 그의 머릿속에 대니얼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류성중은 동혁의 이런 생각을 모른 채 과시하는 말투로 계속 말했다. “이 귀족분이 이번에 아주 대단한 프로젝트를 할 예정이야. 국내 많은 회사들이 이 프로젝트 투자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마침 내가 그와 사이가 좋아.” “동혁이, 네가 이제 막 원화투자회사에 사장으로 부임했으니 분명 좋은 프로젝트에 투자해서 뭔가 성과를 내고 싶을 거야.” “어때? 내가 이따가 그분을 소개해 줄까?” 류성중은 말을 마치고 가만히 서서 동혁의 대답을 기다렸다. 사실 류성중은 원화투자회사 사장이라는 동혁의 신분이 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해서 마음속에서 동혁에 대한 우월감을 유지하려 했다. “호의에 감사해요. 하지만 그러실 거 없어요. 전 괜찮아요.” 동혁은 웃으며 부드럽게 거절했다. 류성중은 동혁이 이렇게 단번에 거절할 줄은 몰랐고 순간 의아해하면서 짜증이 났다. 그는 고개를 돌려 세화에게 말했다. “세화야, 내가 아까 도형이 편을 들며 몇 마디 했다고, 동혁이가 아직도 이 외삼촌에게 좀 삐진 거 같구나. 난 그래도 결국 가족 편인데 말이야.” “그래, 동혁 씨, 외삼촌한테 너무 그러지 마.” 세화가 동혁을 잡아당기며 눈치를 주었다. 동혁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난 원래 뒤끝이 없어. 단지 그 대단한 프로젝트에 별로 관심이 없을 뿐이야.” 이 말을 듣고 류성중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동혁이 사리분간을 잘 못한다고 생각했다. “네가 그 사람을 잘 몰라서 그래. 일단 조금 있다가 한번 보면 생각이 바뀔 거야.” 말이 통하지 않자 류성중은 그렇

  • 전신이 깨어났다   제982화 어울리는 상대

    “이 개X식, 우리 회사 투자 유치를 망치다니. ” 현재 연회장에서 가장 괴로운 사람은 양도형이었다. 그는 휴대폰을 꽉 쥐고 분노와 증오에 찬 눈으로 동혁을 노려보며 달려들어 욕을 했다. “투자를 망친 건 내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에요.” “단지 서류상으로만 신청한 투자에다 아직 심사 시작도 안 했는데 마치 2000억 투자를 받은 것처럼 허풍을 떨었잖아요.” “게다가 더 우스운 건 이걸 여자에게 어필할 자신의 능력이라고 떠들어대면서, 내 아내와 자신이 어울린다고 착각하는 거죠.” 동혁은 몸을 숙여 아까 전 양도형이 자신에게 건넸던 카드를 집어 들었다. 주워서 묻은 먼지를 털고 다시 양도형의 얼굴에 던졌다. “자, 이거 도로 가져가요. 당신은 내 아내와 어울리지 않아요.” 짝! 은행 카드가 양도형의 뺨에 부딪혀 소리를 냈다. 비록 아프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굴욕감이 양도형을 폭발시켜 버렸다. “이 개X식, 내가 죽여버릴 거야.” 양도형은 미친 듯이 소리치며 주먹을 쥐고 동혁을 때리려고 했다. “그만해.” 그 순간 류성중이 갑자기 호통을 치자 양도형은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 “도형아, 바로 N도로 돌아가. 괜히 여기서 더 망신당하지 말고.” 류성중의 분노한 표정을 본 양도형은 마침내 오늘 밤 자신이 동혁에게 패배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동혁을 원망스럽게 쳐다보고는 아무 말없이 그대로 돌아섰다.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탄성을 내뱉었다. 특히 동혁에 대해 양도형과 같은 생각을 품었던 사람들은 더 두려움을 느꼈다. ‘저 이동혁이 그저 쓸모없는 데릴사위인 줄 알고 비아냥거렸으니, 큰일이야.’ 그들이 아까는 동혁을 비웃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그들 자신이 비웃음을 사게 생겼다. 하지만 동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자신을 조롱했던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류성중은 그런 동혁을 보고 머리가 아파왔다. ‘방금 전까지 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혁을 무시하고 도형이를 높이 치켜세웠는데.’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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