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그럼 난 이만 바빠서 회사에 들어가 봐야겠어.” 진세화는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녀가 방 문 앞에 이르자 주태진이 팔을 잡아당겼다. “이렇게 술냄새 가득해서 어떻게 일하게? 샤워하고 가.” 진세화은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진세화는 지금 주태진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다. 샤워하고 가야겠어.” 주태진은 그제야 웃으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진세화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억지로 냉정을 유지하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실은 거친 무늬의 유리로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밖에서는 안이 희미하게 보였다. 진세화는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녀는 경찰에 신고하려고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옷과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 “뭐 찾아? 혹시 이거?” 샤워실 밖에서 갑자기 주태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진세화의 휴대폰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내 휴대폰이 왜 네게 있어?” 진세화의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방금 네 남편이 전화를 하도 많이 해서, 걱정할까 봐 받았거든.” 주태진은 계속 말했다. “내가 잘 돌봐주겠다고 했더니 고맙다고 하더라.” 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을까? 진세화는 현재 머리가 어지러워 무언가를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주태진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휴대폰을 주태진이 가져가서, 그녀는 외부와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 시간을 끌고 기회를 봐서 떠나는 것뿐이다. “태진아, 밖에 나가서 기다려. 나 샤워해야 하니.” 그녀는 화난 척 말했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우리 나중에 다 볼 건데, 뭐가 부끄러워?” 주태진은 진세화가 시간을 끌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동혁이 졸부 여자와 만나는 건 나도 알고 있어. 너를 배신하고 그런 역겨운 일을 저지르다니, 너도 더 이상 그놈 때문에 마음고생 할
“꺼져!” 이동혁은 서경하에게 쓸데없는 말을 할 겨를이 없어서 벽으로 그녀를 밀치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펑! 주태진이 몇 번 발로 차자 샤워실의 유리문이 바로 박살 났다. 진세화의 몸이 뒷벽에 부딪혀 얼굴에 고통이 가득했다. “씻기 싫으면 씻지 말고, 그냥 바로 침대로 가.” 주태진이 들어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밖으로 끌어냈다. “이거 놔, 이러는 거 다 불법이야!” 진세화는 힘껏 몸부림쳤지만,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그녀는 금방 끌려 나왔다. “무슨 법? 내가 법이야.” 주태진은 그녀를 침대에 매섭게 던지고 바지 주머니에서 파란 알약을 꺼내 한 알을 삼켰다. 그는 요 몇 년 동안 술을 절제하지 않고 마셔서, 일찍부터 몸이 엉망이었다. 하지만 오늘, 꿈에 그리던 진세화를 어렵게 얻어서 오랜 숙원을 이루게 됐으니 당연히 미리 철저히 준비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이 뜨겁고 탐욕스럽게 진세화를 보고 있었다. 지금 진세화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었고, 예쁜 얼굴에 당황한 표정, 그녀의 무력감을 느끼는 절망적인 모습은 주태진의 정복욕을 완전히 불러일으켰다. “이동혁과 결혼해서 아직 같이 방을 쓴 적이 없다고 하던데, 혹시 나를 위해 그런 거 아니야? 헤헤…….” 왜 인지 몰랐다. 주태진이 이동혁을 언급하는 것을 듣자, 절망하던 진세화가 뜻밖에도 한 가닥 희망을 느꼈다. 진세화는 화가 나서 말했다. “주태진, 동혁 씨가 알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허허, 그 미물이? 그건 먼저 나를 찾을 수 있을 때 다시 하라고 해!” 주태진은 달려들어 진세화의 새하얀 턱을 움켜쥐고 알약을 입에 넣으려고 했다. 그는 진세화도 자신과 같이 성욕을 발산하게 하려 했다. “읍읍, 이거 놔, 이거 놔…….” 진세화는 끊임없이 몸부림쳤다. 쾅! 갑자기 방문이 어떤 사람에 의해 걷어차여 열렸다. 주태진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뜻밖에도 이동혁이 서
“그렇게 하시면…….” 조동래는 갑자기 허리를 굽히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동혁은 이어서 고개를 돌려 서경하를 보았다. “너도 이리 와.” 서경하는 조동래마저 이동혁에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온몸을 떨며 덜컥 겁이 났다. “동혁 씨, 제가 잘못했어요. 모두 주태진이 저더러 동혁씨와 세화를 이간질해서 호텔로 보내라고 지시한 거예요.” 선우설리가 차갑게 말했다. “오라 하면 가!” 서경하는 전전긍긍하며 걸어갔다. 이동혁은 손바닥으로 그녀를 침대로 밀어놓고 주태진에게서 떨어진 알약을 주워 그녀의 입에 반쯤 쑤셔 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주태진의 입에 넣었다. “그건….” 조동래와 사람들은 모두 놀라 숨을 들이쉬었다. 그들은 이동혁의 계획이 뭔지 이해했다. 이렇게 많은 약을 먹이면, 이 남녀는 죽지 않더라도 폐인이 될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나서, 이 여자의 남편에게 오라고 알리고, 끝나면 주태진을 주씨 집안으로 돌려보내.” 이동혁은 진세화를 안고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 “서장님, 이러면 곤란한 일은 피하겠죠?” 조동래는 순간 몸서리를 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동혁의 의도를 이해했다. 잠시 후, 방 안에서는 짐승 같은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소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 모른다. 그리고 한 남자가 칼을 들고 분노하며 호텔로 뛰어들어 왔다. 그는 서경하의 남편이었다. 그는 방으로 뛰어들어 안의 광경을 보고는 갑자기 분노하여 칼을 들고 주태진을 찔러 죽이려 했다. 다행히 그때 경찰서 사람들이 나타나 그를 붙잡아 주태진의 목숨을 구했다.주태진은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손발이 다쳤다. 그리고 고자가 되었다! 이동혁은 이미 진세화를 데리고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 “세화에게 일이 생겼는데, 동혁이 넌 그동안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의식을 잃은 딸의 손목에 상처가 있는 것을 보고는 류혜진은 발을 동동 구르며 엉엉 울었다. 진창하가 말했다. “아직 무슨 일인지 모르니 동혁을 탓하지 마. 동혁이도
진세화은 이동혁을 오해한 것을 알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미심쩍었다. 이동혁이 가구를 사는데, 꼭 그녀를 데리고 가야 했나? 왜 거기에 다른 여자를 데려왔을까?“여보, 어젯밤에 집에 온 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야?” “선우설리라고, 성세그룹의 회장 비서인데 황 사장이 나에게 가구를 보여주라고 시킨 거야.” 이동혁이 해명했다. 그는 진세화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사실 매우 기뻐했다. 이것은 진세화가 그만큼 자신을 아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니까. 선우설리라는 말에 진세화 가족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우설리는 이전에 모두 만난 적이 있는 황 사장의 비서였다. 진세화는 이동혁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 동혁 씨. 내가 당신을 의심했어. 당신을 믿어야 했는데…….” 그녀는 지금 죄책감과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자신이 이동혁을 믿지 않아서, 서경하에게 기회를 주었고, 결국 주태진, 그 짐승 같은 놈에게 자신을 더럽힐 뻔했다. 이동혁은 말했다. “다 지난 일이야. 앞으로는 확실히 나를 믿어. 우리는 부부야. 누가 당신을 배신하더라도, 난 절대 당신을 배신하지 않아.” 이동혁은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다. 진세화는 모처럼 엄한 말투지만, 자신을 위하는 그를 보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후 이동혁은 진세화에게 먹을 것을 만들어 주러 갔다. 그녀는 서경하와 레스토랑에서 별로 먹지 않고 술만 마셨다. “주태진, 그 짐승 같은 놈이 벌을 받았어. 하하, 역시 하늘도 보는 눈이 있구먼!” 진세화가 국수를 먹고 있을 때 진창하는 갑자기 휠체어 손잡이를 두드리며 깔깔 웃었다. 류혜진은 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헤드라인에 실린 현지 뉴스를 보니, 어떤 주씨 성을 가진 남자가 어떤 서씨 성을 가진 여자와 호텔에 들어갔는데 간통을 잡으러 온 남편에게 칼을 맞고 고자가 되었다고 하네.” 주태진과 서경하의 이번 결말은 정말 처참했다. 주태진은 고자가 되었고,
하늘 거울 저택. 이때 류혜진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세화에게 오전에 강금강이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자신들을 나가라고 협박한 이야기를 했다. “세화야, 그 사람들이 오후에 다시 오겠다고 했어. 아무래도 우리 이사 가는 게 좋겠어.”김 어르신의 흉명은 그녀 같은 가정주부도 들어봤다. “엄마, 그들이 다시 오면 경찰에 신고해서 잡으면 돼요. 아무리 세상이 무법천지여도, 걱정 마세요.” 여긴 자신들의 집인데, 무슨 근거로 이사를 하라 마라 하는 거지? “그러게, 경찰에 신고해서 해결되면 좋겠다.” 류혜진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염라대왕은 그런 악마에 비하면 양반인데, 뉴스에 나오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못 봤어?”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고, 불을 지르지 않나, 일이 없으면 와서 귀찮게 하질 않나, 사람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한다고. 경찰서에서 사람을 보내도 그들을 어떻게 못해.” 진세화도 이 말을 듣자 조금 초조해졌다. 그녀는 이동혁을 찾았다. “동혁 씨, 폭력을 쓰지 않고 그 깡패 놈들을 쫓아낼 방법이 있어? 여긴 우리 집이야. 나는 이사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이동혁은 그녀가 스스로 자신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방법은 있지. 그러니 여보, 걱정 마, 우리가 이사하는 일은 없어.” “정말?” 이동혁이 이렇게 쉽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진세화은 조금 불안했다. 말하는 동안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화야, 빨리 숨어. 저 깡패들이 또 왔다. 이번에는 사람이 더 많이 왔구나!” 류혜진의 당황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밖에는 칼과 몽둥이를 들고 있는 수백 명의 깡패들이 흉악하게 쳐들어오고 있었다. 오전에는 강진강이 부하 십여 명만 데리고 왔었다. 류혜진은 놀라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그녀는 순간 오전에 이동혁을 찾아온 그 전룡이라는 젊은이가 생각났다. 그는 아주 가뿐히 한 발로 깡패 하나를 차서 호수에 넣었었다. 오전에 그 사람 덕분에 이 사람들을 쫓아
호아병단. 그것은 H시병력부에서 유명한 작전병단이었다. 병단 지휘관의 이름은 심홍성, 시 고위 간부 하세량과 같은 급이다. 이동혁이 전화 한 통으로 호아병단을 부를 수 있다고? 그러자 강금강은 말했다. “어르신, 이놈이 우리를 겁주는 척하는 겁니다. 오전에 저놈을 봤는데, 당시 혼자였고, 곁에 경호원조차 없어서, 딱 봐도 군단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김대이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김대이가 말했다. “얘야, 네가 허세를 부리나 본데? 그래, 네가 호아병단을 부를 시간을 줄게. 10분, 딱 10분이야, 시간이 다 되면 이 저택에서 나가든지 아니면 내가 너희 다리를 부러뜨리고 내보내든지 하지!” “10분도 필요 없어, 이미 도착했으니까.” 이동혁이 말했다. 크! 김대이는 이미 이동혁이 허세를 부린다고 확신하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도착했다고? 뭐 날아오기라도 하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갑자기 프로펠러의 굉음이 들려왔다. 여러 사람이 고개를 들고 보니 무장 헬기 몇 대가 선회하며 돌아왔다. 갑자기 한 깡패가 창백한 얼굴로 김대이 앞으로 달려갔다. “어르신, 우리 대저택 밖에 있던 형제가 호아병단의 장갑전차를 봤다고 합니다!” 김대이는 일을 매우 신중히 하는 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그는 사람을 밖에 남겨두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만약 어떤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보고하도록 했다. “정말 호아병단을 부를 수 있었어?” 김대이는 놀라며 이동혁을 쳐다보았지만, 이동혁은 여전히 냉담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다. 김대이는 이를 악물었다. “돌아가자!”말을 마치자, 그는 수백 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그냥 간다고? 여기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그냥 가는 곳인가? 이동혁은 뒷짐을 지고 중얼거렸다. 갑자기 무장 헬기에서 밧줄을 던지고 무장한 병사들이 쏜살같이 내려왔다. 김대이와 수하들은 급히 뛰기 시작했지만, 곧 전방 도로에 장갑차의 모습이 나타났
이동혁은 덤덤히 명령했다. “그 패거리들을 데려와.” 심홍성이 손을 흔들었다. 곧 김대이와 그의 부하 백여 명이 곧 쫓겨왔다. 풀썩! 김대이는 놀라며 이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백여 명의 깡패들은 이 장면에 놀라 이미 저항을 포기했다. 김대이가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그의 수하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들썩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심홍성은 이 깡패들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며 냉담하게 외쳤다. “설대도독의 집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거기에 이 많은 흉기까지. 네 놈들은 왜 설대도독을 암살하려 한 거지?” 일전에 설전룡이 이전신의 신분을 드러내면, 앞으로 H시 전체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심홍성은 대도독의 당부를 명심하고 이전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깡패들은 여전히 놀라며 어리둥절해했다. “심 장군님, 설 대도독의 집이 어디인지 몰라도, 여기는 아닙니다!” “이동혁 가족의 집이 설 대도독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김대이는 용기를 내어 이치에 근거해 설명하려 했다. 그렇지 않으면 죄인으로 몰려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터였다. 심홍성은 손가락을 치켜들며 차갑게 말했다. “네 놈들 뒤에 있는 저 저택은 바로 설 대도독의 집이다. 하늘 거울 저택 전체가 오늘 공식적으로 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었어. 우리 호아병단이 앞으로 이곳의 방어를 책임질 거야.” “네놈들이 하늘 거울 저택으로 달려와 소란을 피운 것은 이미 제한 구역의 법을 어긴 거야!” 턱! 김대이는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뒤에 있던 그의 수하들도 완전히 놀라서 엎드려 땅의 진흙과 함께 얽혀 벌벌 떨었다. 젠장, 자신들이 이런 재수 없는 일을 당하다니!이동혁의 집을 차지하러 왔는데, 마침 설 대도독이 이곳을 제한 구역으로 지정했다. “심 장군님, 오해입니다. 저 김대이가 아무리 날뛰어도 어찌 설 대도독 앞에 나가 소란을 피우겠습니까!” 김대이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래서
“어르신, 농담이시죠? 농담이시잖아요.” 김대이는 놀라서 혈압이 껑충 뛰었다. 이동혁은 쓸데없는 말을 두 번 하기 귀찮아하며 차갑게 말했다. “남의 집을 허물려면 너도 그 정도 각오는 했어야지. 나중에 네 전 재산을 정리해서 호아병단에 넘겨줘.” 심홍성은 어리둥절해져서 얼른 이동혁에게 말했다. “이…… 이 선생님, 그건 좀 과한 것 같은데…….” “과할 것 없어. 어쨌든 정당한 재산은 아니니, 국가로 환수해. 만약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하면, 그 사람보고 나를 찾아오라고 해!” 이동혁은 손을 내저으며 타협의 여지없이 말했다. 심홍성은 두 번 그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는 이전신이 국외에서 돌아온 것을 알고 있었다. 그곳은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곳이었고, 이곳과는 정말 달랐다. 김대이는 갑자기 놀라며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20년을 버텨서 겨우 재산을 모았는데, 지금 이동혁의 이 한마디 말 때문에 전부 국가 헌납해야 하다니! 그러나 그는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 호아병단의 총구에서 목숨을 건진 것은 이미 이동혁이 그에게 자비를 베풀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자산을 청산해서, 전부 국가에 헌납하겠습니다!” 김대이는 순순히 대답했다. 이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담담히 물었다. “내 집을 치라고 누가 시켰어?” “네. 이 어르신, 진씨 가문의 진태휘입니다. 그가 제게 10억 원을 주겠다며, 오늘 중으로 저택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강금강은 얼른 대답했다. 김대이도 감히 숨기지 못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 어르신, 주원풍이 저를 오라고 했습니다. 그는 아들의 복수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럼 이제 돌아가서도 계속 그의 말을 들을 건가?” 이동혁이 담담하게 물었다.김대이는 놀라서 벌벌 떨었다. “두 번 다시 그럴 일은 없습니다!” 김대이는 이동혁의 정확한 신원도 모르고, 그가 호아병단을 전화 한 통으로 불러올 수 있었던 것도 오늘 하늘 거울 저택이 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심홍성은 이동혁
동혁은 현수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자신을 보자 현수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하하, 그러다 정말로 죽을 수 도 있어요.” 현수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먹거렸다. “우리 스승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요? 그분은 그냥 깡패가 아니에요. H시 전체에서도 적수를 몇 명 찾을 수 없다고요.” “내가 장담하는데 가면 얻어맞을 수 도 있어요. 그런데도 정말 갈 거예요?” 현수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동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더더욱 그 고수님의 실력을 보고 싶네.” “좋아요. 그럼 같이 가요.” 현수는 이를 갈며 독기 가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스승님께 수업을 받게 해 드리죠. 그러면 어른을 공경하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게 될 거예요.” 동혁은 여러 차례 현수의 아버지인 장영도를 벌주게 했고, 며칠 전 태백산장에 갈 때에는 운전기사로 삼았다. 그 일로 현수는 마음속에서 동혁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고 줄곧 그를 혼내주고 싶어 했다. 현소는 현수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현수, 너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감히 형부를 함부로 대하면, 그때 가서도 내가 너를 가만히 두는지 잘 봐.” 현수가 자기 스승을 고수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현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동혁의 실력을 믿었고 동생인 현수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느꼈다. ‘아직 어린 녀석이니 다 고수처럼 보이겠지.’ “난 그저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거야. 그리고 내가 아빠 대신 화풀이를 하려는 게 뭐가 잘못됐어?” 현수가 중얼거렸다. “내가 며칠 열심히 수련해서 직접 천화를 흠씬 두들겨 팰 거야. 그리고서 그놈이 내게 용서를 구하게 만들 거야.” 천화가 설전룡을 따라 무술을 익힌 후로 현수는 매번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천화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스승을 모
천미는 이미 서진만이 직원을 시켜 수십억을 빼돌리도록 지시한 일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런 큰 일을 강오그룹이 있는 직원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화투자회사는 지금껏 천미에게 아무것도 보고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사장이고 이런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다면 일찌감치 해고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장은 천미가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해고할 수 도 없는 동혁이었다. ‘처음부터 일을 잘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숨기고 내게 보고조차 하지 않다니.’ 천미는 너무나 화가 났다. “심 사장님 오셨어요? 이 사장님께서는 나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송소빈이 말했다.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갔나요?” 천미의 말투가 좋지 않아 송소빈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차분히 대답했다. “사장님께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러 간다고 하셨어요.” “이런!” 예쁜 천미의 얼굴이 분노로 순식간에 검붉게 변했다. “이런 놈에게 어떻게 회사를 맡겨서 경영을 해? 첫 출근 날부터 큰일이 생겼는데 개인일을 보러 나갔다고? 그러고도 회사 사장을 맡을 면목이 있어?” ... 동혁은 이미 회사를 떠나서 회사 내의 일은 모르고 있었다. 그는 회사를 떠나 바로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 “형부, 빨리 오셨네요.” 현소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혁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뛰어왔다. 동혁은 현소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동혁이 물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저도 몰라요. 현수가 저하고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현소가 앙증맞은 작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그 녀석이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천화를 이기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지 모예요.” “밖에서 대단한 스승을 만나 하루 종일 무술을 수련한다나?”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괜히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서 이상한 걸 잘못 배웠을까 봐요. 마침 현수의 그 스승이 저를 보고
“알겠어요. 아빠. 좋은 소식 들려드릴게요.” 오반석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사무실에서 나가려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참, 아빠, 그 천용훈도 제 친한 형이에요. 일전에 이동혁과 부딪혔을 때 잘만됐어도 그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하 선생이라는 인간이 튀어나오지만 않았어도 성공했을 거예요.” “나중에 형 소속사가 혜성그룹과 화해하려고 형을 쫓아냈는데 아빠가 절 봐서 형 좀 도와주세요.” 오한민은 이번 실패가 여간 달갑지 않았다. 아까부터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그 2조 자금을 자기 소유로 삼을지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오반석의 말을 들은 그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최근 한 연예기획사에 투자했는데 연예인이 부족하니 그 사람 보고 계약하라고 해.” ... 서진만을 감옥에 보내 동혁은 단번에 원화투자회사에서 자신의 최고 입지를 굳혔다. “송 이사, 직원들과 잘 살펴보고 투자할 만한 좋은 프로젝트를 알아봐요.” 사장실에서 동혁이 송소빈을 불러 분부했다. ‘투자회사에 이렇게 많은 자금이 있는데 그냥 썩게 둘 수 없지.’ 동혁은 좋은 프로젝트를 골라 투자해 성과를 내서 나름 세화의 기대에 부응할 계획이었다. 이어서 일부 회사 임원들이 와서 업무 보고를 했다. 동혁은 회사 업무의 방향성만 신경 쓰고 임원들이 보고하는 사소한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동혁이 임원에게 요구하는 건 간단했다. “제 밑에서 일하면서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전 당신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결과만 볼 겁니다.” “둘째, 절대 서진만처럼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임원들을 가볍게 격려한 후 동혁은 그들을 돌려보냈다. 바로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그는 휴대폰 화면에서 뜻밖에도 현소의 이름을 보고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현소야, 무슨 일이야?” [형부, 저하고 함께 어디 좀 같이 가주시겠어요?]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현소의 부드럽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동혁의 마음에
전에 다른 H국 사람들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날뛰던 대니얼이 오한민에게 꾸중을 듣더니 뜻밖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정말로 가만히 입을 닫았다. 그가 골스 가문의 구성원이기는 했지만 가문의 핵심 구성원은 아니었다. 게다가 H국에 오기 전에 잘못을 저질러 가문에서 쫓겨나 Y국에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었다. 때문에 골스 가문 사람이라는 신분은 그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가 영사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스탠슨 같은 사람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건 사실 모두 오한민의 지원 덕분이었다. N도 이씨 가문의 돈세탁 조력자로서 오한민은 N도에서 상류층에 속했다. 그래서 H국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모두 그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부사장님, 그 이동혁이 골스 재단을 무시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겁니다. 그러니 내게 시간을 줘요.” 대니얼은 오한민의 지원이 없다면 아무도 자신을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오한민의 비위를 맞추며 약속했다. “나중에 얘기해요.” 오한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대니얼에게 계속 뭐라 하는 건 무의미해.’ 오한민은 가죽 소파에 다시 앉아 골치 아픈 표정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N도 이씨 가문은 오한민을 통해 동혁에게 3일 이내에 이천성을 돌려보내라고 경고했었다. 오한민은 원래 이 3일의 시간을 활용해 원화투자회사의 2조 자금을 손에 넣고 그것을 이씨 가문 몰래 챙기려고 했다. 그는 대니얼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금이 들어오면 해외에서 돌리다가 감쪽같이 자신의 해외 계좌로 입금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동혁도 붙잡아서 순순히 이천성을 N도로 돌려보내게 하려 했다.. ‘계획대로라면 모두 만족할 수 있었는데.’ ‘계획은 이제 물 건너갔고 이씨 가문에서 준 3일의 시간도 곧 끝나.’ 오한민은 자신이 동혁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걸 인정했다. ‘아무래도 이씨 가문에 뭔가 상황 설명을 해야 할
“이런 쳐 죽일 H국 인간 놈, 네놈이 감히 우리 골스 가문을 모욕하다니.” 대니얼은 동혁의 말에 완전히 격노하여 얼굴이 울그락붉으락 했다. “골스재단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Y국 10대 재단 중 하나야.” “2조의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거만 떨 수 있을 거 같아?” “네놈 같은 졸부는 우리 골스재단의 말단 직원보다도 못해.” 대니얼은 마치 꼬리를 밟힌 강아지처럼 동혁을 향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과민반응은 동혁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래 봤자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빌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동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대니얼은 안색이 변하며 다시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혁은 더 이상 말할 틈을 주지 않고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죠.” “당신 때문에 내 인내심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당장 내 회사에서 나가요.” 대니얼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는 H국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오늘까지 동혁에게 체면을 구기는 수모를 당한 게 두 번이었다. 대니얼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H국 인간 놈, 골스재단과의 계약은 서 이사님이 너희 회사를 대표해 우리와 협의한 거야. 그런데 지금 와서 너 때문에 번복된다면 재계에서 회사 신용이 영향을 받을까 두렵지 않나 보...” 짝! 대니얼이 뺨을 세게 한 대 맞았다. 그는 소리를 질렀고 뺨을 가린 채 동혁을 노려보았다. “개X식, 감히 나를 때려?” “뭐, 이게 처음도 아니잖아요.” 동혁은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회사 신용,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나요?” ‘돈 있는 사람이 갑이야.’ ‘내가 2조의 자금을 쥐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가 있는 기업들에서 찾아와 내게 투자를 청할 수밖에 없지.’ ‘서진만처럼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하는 비굴한 무리는 어떻게 해도 결국 비굴하게 나올 수밖에 없어.’ 동혁은 달려오는 회사 경호원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참회는 감옥에 가서 천천히 하세요.” 동혁은 서진만을 발로 걷어차며 경찰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미 밝혀진 문제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저희 원화투자회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이런 인간쓰레기를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서진만은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 땅에 주저앉았고 눈에서는 생기를 잃었다. 그는 자신의 이번 인생이 이제 완전히 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껏 자만한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사실 이번 일에 그가 구체적으로 개입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완전히 동혁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고 그래서 퇴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덕분에 동혁은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하면서 쉽게 서진만을 잡아가게 할 수 있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서진만은 원통했지만 결국 수갑이 채워져 울면서 끌려갔다. ‘방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던 서 이사가 이 사장님께 완전히 제압당했어.’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연신 감탄하며 동혁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서진만 씨가 비운 자리는 송 실장에게 맡겨요. 이번 일을 잘 처리하려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서진만이 끌려가자마자 동혁은 인사이동을 발표했다. 일방적인 지시로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이사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몇몇 임원들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실망감이 가득했다. 송소빈이 이번 사건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 다 보고 있었고 그녀가 서진만에게 농락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동혁은 빈 이사 자리에 송소빈을 앉히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이것으로 회사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대신했다. 전에 동혁이 서진만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그들 중 아무도 나서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동혁의 지시에 아무도 감히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이번 일을 통해 동혁은 투자회사를 성공적으로 장악하게
서진만은 동혁이 자신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취임 첫날임에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비서를 강제로 경찰에 넘긴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일을 모든 직원들이 다 지켜봤어.’ ‘중요한 순간에 자기 사람을 팔아먹는 상사를 누가 의지하려 하겠어?’ 동혁이 어떤 결정을 하든 이번에 서진만이 보기에 자신이 모두 이긴 것과 같았다. ‘이렇게 허세를 부리다간 결국 조만간 순순히 내게 무릎을 굻을 거야.’ “이번엔 내가 너무 성급했어.” 서진만은 가만히 생각하다 일어나 대니얼과 악수를 했다. “대니얼 씨, 그럼 제가 식사 대접 하겠습니다. H시에 있는 가장 전통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알고 있거든요.” “하하, 제가 또 스테이크를 아주 좋아합니다.” 대니얼은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은 동혁을 무시한 채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의자에 앉아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보지도 않고 말했다. “잠깐만요. 제가 가도 좋다고 했나요?” “왜요? 이 사장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서 밥을 얻어먹으려고 그러십니까?” 서진만이 고개를 돌려 냉소했다.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전 단지 서 이사님께 운이 좋으면 아마 10년이나 8년 후에야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려고요.” “이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죠? 사장님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제게 헛소리를 하는 건가요?” 화가 난 서진만의 얼굴이 붉어졌다. “타닥타닥...” 바로 그때 회의실 밖 복도에서 갑자기 어수선하고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문이 “쾅”하고 열리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서진만 씨가 누군가요?” 선두에 있는 대장이 물었다.서진만은 놀랐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저는 서진만인데요. 무슨 일이죠?” “당신이라고요?” 대장이 그를 보고 손뼉을 쳤다. “데려와!” “지명박 씨야.” “나영배 씨도 있어.”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회의실 직원들 사이에서 놀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진만 씨, 이 사람들
서진만은 펜을 들고 동혁에게 다가가 계약서들을 밀면서 서명하라고 했다. 동혁이 서진만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사장입니까? 아니면 제가 사장입니까?” 이미 본색을 드러낸 이상 서진만도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저희 회사 사장님은 당연히 이 사장님이시죠. 그렇지 않다면 제가 왜 사장님께 서명하라고 하겠어요.” 서진만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 꼬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송 실장님의 뇌물 수수 혐의는 어떻게 할지 결정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찰에 신고해 일을 키울까요? 아니면 회사 내에서 적당히 사건을 마무리하고 사적으로 처리할까요?” 동혁도 앉아 다리를 꼬고 서진만을 바라보았다. “제가 보니 서 이사님이 회사의 일에 대해 결정 내리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거 같네요. 그럼 한 수 가르쳐 주시죠. 제가 어떻게 결정하면 좋을까요?” “허허.” 서진만이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건 일단 이 사장님이 여기에 서명하실지 안 하실지에 달려 있어요.” “만약 서명한다면 문제 처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하지만 서명을 안 한다면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해 일을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회사의 진짜 주인인 심 사장님이 이 사장님 사모님의 친한 친구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사장을 이 사장님께 맡긴 거고요.” “만약 이 사장님이 취임 첫날에 회사에서 수십억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을 심 사장님께서 알기라도 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진만은 천천히 말하며 동혁을 압박했다. ‘이동혁, 이 쓸모없는 인간은 이번 일을 심 사장이나 진 회장이 알길 원하지 않겠지? 그러니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떻게든 숨기려고 할 거야.’ “그러게요 저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번 보고 싶군요.”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직원들에게 말했다. “누가 저 대신 경찰에 신고 좀 해 주세요.” 동혁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자 서진만은 조금 당황했다. 그가 동혁을 노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송 실장이 늑대 같은 놈들에게 간 것을 서 이사님이 잘 알고 계시다니? 이사님이 알고 있는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동혁은 약간의 미소와 함께 서진만을 힐끗 쳐다보았다. 서진만은 동혁의 시선에서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 느낌은? 또 저놈이 뭔가 할거 같은데?’ 서진만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냉소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미 서로 상대를 파악한 만큼 서진만은 뒤에서 꾸민 일들을 동혁이 알까 봐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제가 이렇게 말해도 믿질 않으니 할 수 없이 직접 보여드릴 수밖에 없을 거 같군요.”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건네주었다. “유 비서님, 제 휴대폰에 있는 이 동영상 좀 틀어주세요.” 두 눈을 부릅뜬 유연수가 소리쳤다. “당신이 뭔데요? 내가 당신이 시키면 해야 하나요?” “자기 비서도 하나 못 챙기는 쓸모없는 인간 주제에. 당신은 자기 비서가 지금 발가벗겨져 겁탈당하고 있는 걸 모릅니까?” 짝! 동혁은 유연서의 뺨을 한 대 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은 송 실장님이 오늘 다른 사람에게 겁탈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을 그 사람들에게 던져주고 당신이 죽을 때까지 데리고 놀게 했을 테니까요.” 동혁이 가볍게 던진 말이 유연수를 뼛속까지 오싹하게 만들었다. 유연수는 자신의 뺨을 만지며 동혁을 한번 보더니 뜻밖에도 순순히 휴대폰을 대형 스크린에 연결해 영상을 재생했다. “지금 이게 또 무슨 허튼수작인가요? 좋아요, 한번 봅시다. 대체 뭘 가지고 이러는지.” 서진만은 비웃으며 대니얼과 함께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곧 그들은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이 선생님, 저는 쓰레기입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스탠슨이 화면에 나와 동혁의 발에 짓밟혀서 굴욕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저건?”서진만의 표정이 굳었다. 놀란 대니얼의 입이 주먹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서진만이 물었다. “대니얼 씨, 저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