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명은 짜릿하게 몸서리를 쳤지만, 또한 흥분이 되어 떨기도 했다. 동혁이 방금 어떻게 이 다섯 명의 킬러를 발견했는지에 대한 의혹은 이미 천대명의 머리에서 완전히 지워진 지 오래였다. “이동혁, 내가 진작에 네가 죽으려고 환장한다고 말했는데, 내 말을 믿지 않았어?” 천대명은 팔짱을 끼고 동혁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바보 같은 놈, 네가 싸움 좀 할 줄 안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감히 우리 집까지 와서 헛소리를 하다니.” 천대명은 말하면서 동혁의 뒤에 서 있는 선우설리를 가리켰다. “저 여자가 네 마누라 진세화인가? 헤헤, 네가 네 아내를 나한테 줘서 잠자리를 하게 한다면, 내가 특별히 덜 고통스럽게 죽게 해 주마!” “죽고 싶어?” 분노한 선우설리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동혁도 고개를 들었다. 동혁의 차가운 눈빛은 천대명뿐만 아니라 다섯 명의 킬러들까지도 깜짝 놀라게 했다. 사람을 죽여본 그들조차도 이렇게 무서운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킬러들은 동혁의 눈빛 속에서 사람을 수없이 죽여본, 지옥보다 더한 살의를 느꼈다. 동혁의 눈에 보이는 살의가 거의 실제로 발현될 것만 같았다. 킬러들은 등골이 오싹하고 두피가 저렸다. “죽여!” 그 여자 킬러인 안시현은 가장 먼저 동혁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손을 썼다. 휙! 손에 쥔 비수가 빠져나와 동혁의 얼굴로 쏘아져 나갔고, 안시현의 몸도 뒤따라 동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안시현은 동혁을 죽여야만 영혼 깊숙이 스며든 공포가 사라질 것 같았다. “회장님, 조심하세요!” 선우설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혁이 갑자기 손을 들어 손가락 두 개 사이로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비수를 끼워 잡는 것을 보았다.안시현을 포함한 다른 킬러들은 눈동자가 움츠러들었고, 동혁이 보여준 신기한 수법에 놀랐다. 이런 행동은 맨손으로 칼을 빼앗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바로 이때, 동혁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지며, 두 손가락에 낀 비수를 날아온 방향을 향해 그대로 던졌다. 비수가 안시현의 얼굴을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이런…” 천대명은 겁에 질려 땅에 엎드려 벌벌 떨며 상황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반면에 동혁과 선우설리는 시종일관 이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봤다. 아무도 이 알 수 없는 싸움의 원흉이 사실 동혁과 선우설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20명 이상의 탈주범을 적당한 시간과 장소에서 도망치게 했는데, 마침 천대명의 단독주택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몇 명의 킬러들을 만났다. 두 패 모두 염동철의 수하인데도 서로를 몰랐다. 탈주범들은 지금 빨리 인질을 잡아 경찰과 조건을 협상하고 싶을 뿐이었다. ‘만약 인질로 잡을 수 없다면, 죽여 버려야 해!’ 하지만 탈주범들은 그 4명의 킬러들을 과소평가했다. 킬러들은 모두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비록 인원수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실력은 탈주범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매번 칼이 휘둘러질 때마다 탈주범 한 명씩 피범벅이 되어 쓰러졌다. 그러나 탈주범들은 모두 극악무도한 사람들이어서, 동료들의 죽음은 그들에게 아무 영향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탈주범들의 살심만 자극할 뿐이었다. 그러나 탈주범의 수가 많아, 4명의 킬러는 곧 부상을 입었고, 격렬한 싸움 끝에 결국 죽었다. 탈주범들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고, 결국 땅에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3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뻣뻣한 시체로 변했고, 거의 일격에 죽음을 맞이했다. “삐요삐요…” 바깥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 나머지 세 탈주범은 온몸에 흐르는 피를 무시하고, 동혁과 선우설리에게 달려들었다. 천대명은 이미 놀라서 땅에 주저앉아 있었다. 탈주범들은 천대명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퍽퍽퍽!동혁은 세 명의 탈주범을 모두 발로 차서 땅에 떨어뜨렸는데, 몸에 몇 개의 뼈가 부러졌는지 모를 정도였다. 아마 죽지 않더라도 평생을 폐인으로 살 것이다. 역겹도록 짙은 피비린내가 거실을 가득 메웠다. 지금 단독주택 안은 생지옥 같다. 동혁은 침착하게 천대명에게 다가와 시선을 마주
세화 가족의 모든 일은 동혁과 관련이 있었다. 당시 진성그룹은 H시에서 큰 두각을 보였고, 심지어 해외까지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창하의 능력으로 진씨 가문이 곧 재산이 2조억인 명문가가 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로 이때 동혁이 세화에게 고백을 했다. 줄곧 동혁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해 온 사람들은, 동혁이 진씨 가문을 빌어 신세를 뒤엎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을 포함한 각 세력은 즉시 진성그룹을 공격하고, 동시에 세화 가족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진창하는 교통사고가 났고, 류혜진이 해고되었다. 행복한 삶을 향해 달려가던 네 식구가, 금세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완전히 침몰했다. “선우 사장, 다 녹음했어?” 동혁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선우설리가 다가와 휴대폰을 동혁에게 보여줬는데, 바로 방금 천대명이 자백한 영상이다. 천대명은 온몸을 떨며 애원했다. “사장님, 사장님이 천씨 가문을 찾아 복수할 때, 절대로 제가 사장님께 자백했다고 알리지 말아 주세요!” 만약 천씨 가문 사람들이 천대명이 자신들을 배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천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천대명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넌 천씨 가문은 두렵고, 나는 두렵지 않은가 보지? 내가 너를 살려줄 것 같아?” 천대명은 고개를 들고 놀란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천대명은 순간 동혁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킬러인 안시현을 죽인 것이 생각나서,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천대명은 손발을 가지런히 하고 일어나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류혜진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은 모두 천씨 가문의 지시입니다. 오늘 킬러들도 천씨 가문에서 보낸 거예요. 그들이야말로 사장님 가족을 해친 주모자이고, 저는 그저 졸개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제발 죽이지만 마세요!” 천대명은 애원을 멈추지 않았고, 이마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미친 듯이 머리를 땅에 조아렸다.동혁은 무표정한
염동철은 한마디를 내던지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 다시 잠을 청했다. 어쨌든 염동철은 20년 전에 명성을 날린 암흑가 은둔 고수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기 때문에, 이 정도 일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당장 이런 일이 벌어져도 마음 편히 잘 수 있었다. 반면에 3대 가문은 염동철처럼 태연하지 않았다. 3대 가문이 두 가지 나쁜 소식을 동시에 받았기 때문이다. 먼저, 백세종이 전한 소식은 3대 가문 모두 성시강연맹이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느끼게 했다. 이 소식은 그렇다고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소식 때문에 바로 3대 가문의 가주들이 한밤중에 회의를 위해 조씨 가문의 집으로 달려갔다. “허 회장, 천 회장, 딸의 행방을 찾았어.” 조구영은 서둘러 달려온 두 가주를 보며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말했다. “어디야?” 허윤재와 천정윤은 모두 조구영을 보고 있었다. 조구영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오후 명희가 H시 군부 병참부의 황 과장을 데리고 금골 별장 C동에 단독주택을 고르러 갔는데, 마침 황 과장이 백항남의 가족이 2년 전에 살던 9호 단독주택이 마음에 들었나 봐.” “명희가 그 자리에서 바로 사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이미 단독주택을 산 거야. 결국 양쪽이 충돌했는데, 황 과장의 직위가 해제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 허윤재는 놀라 소리쳤다. “그 직위가 해제되었다고? 누군데 그렇게 능력이 대단한 거야?” 황현동은 H시 군부 병참부의 과장이었다. 허윤재 등의 눈에는 그리 크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황현동은 결국 H시 군부의 사람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H시 군부가 3대 가문 코앞에 있어도, 손 한번 닿지 못했다. 단독주택 한 채 때문에 황현동이 그 자리에서 해임되었다. 절대 3대 가문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조 회장, 뜸 들이지 말고, 9호 단독주택을 산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말해 봐!” 천정윤도 조구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상업은행 공시 정보를 통해 알아봤는데, 바뀐 9호
“뭐? 한 명당 2000억? 완전 날강도가 따로 없군!” 천정윤이 제시한 가격을 들은 허윤재는 대뜸 화를 냈다. 아무리 심석훈이 남강 군부의 총지휘관이라 하더라도, 한 명당 자리값이 이렇게 비싼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천정윤이 말했다. “심석훈은 이 전신의 특별훈련과정 출신으로, 이 전신에게 직접 임명서류를 수여받는 것이 소원이라더군. 그래서 이번에 이 전신이 실제로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정말이야?” 허윤재가 의심하며 말했다. “이 전신이 직접 오더라도 2000억 원은 터무니없는 액수야. 설마 사람을 가려서, 우리 3대 가문의 돈을 뜯어내려는 거 아니겠지…” “돈을 뜯어낸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어!” 조구영이 허윤재의 말을 끊었다. “어쨌든 이번 취임식에 우리 조씨 가문은 참석할 거야. 이 2000억 원을 이 전신에게 주는 것이든, 심석훈에게 주는 것이든, 돈을 달라고 하면 난 그들에게 돈을 주고 그들 중 누구와 도 관계를 맺을 거야. 그럼 우리 조씨 가문이 얻는 혜택은 그 2000억 원보다 훨씬 클 테니까.” “맞아, 그럼 우리 천씨 가문도 참석하겠어.” 천정윤이 조구영에 말에 동의했다. 허윤재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3대 가문은 한 마음 하나야. 너희들이 참석하는데 우리 허씨 가문이 어떻게 참석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말은 그렇게 듣기 좋게 했지만, 사실 3대 가문 사이는 결코 공고하지 않았다. 공동의 적이 없는 상황에서 3대 가문은 똑같이 서로 경쟁했다. 그래서 허윤재는 다른 두 가문보다 뒤처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 일이 결정되자 허윤재가 다시 말했다. “너희들도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의 연락을 받았어? 이동혁을 처리하라는 재촉말이야.” “다 받았어.”조구영과 천정윤은 안색이 조금 안 좋아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3대 가문은 큰 적인 백항서조차 어쩌지 못해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동혁의 일은 정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의 말을 3대 가문은 듣지 않을
관례 정원의 자리 값이 2000억이 된 것은 동혁이 지시한 것이었다. 동혁은 어제 9호 단독주택에서 조명희와 황현동의 말을 전부 들었다. 그때 3대 가문이 심석훈의 취임식에 참석하여, 심석훈과 연줄을 만들어 자신을 상대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동혁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혁은 3대 가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3대 가문은 혹 데러 갔다가 오히려 혹을 더 붙여오게 생겼다. 어차피 3대 가문의 재산도 남의 것을 빼앗아 얻은 것이었다. 모두 부정한 돈이다. 동혁과 설전룡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편 진성그룹. 세화는 정기적인 업무 회의를 열고 부서 책임자들의 업무 보고를 경청하고 있었다. “현재 그룹의 중심은 향방주택 프로젝트로, 분양 준비는 모두 마쳤고, 모레 정식 분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전에 저희 그룹이 4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으면서, 홍보 투자를 늘렸고, 현재 H시 각은행들과의 관계가 매우 안정적이어서 지난번 대출 중단 사태의 영향이 점차 사라졌습니다.” “저희가 평가한 바로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저희 매물이 시장 경쟁력이 있어서, 구매의사가 있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발언하고 있는 사람은 향방주택의 판매 매니저 우세희였다. 우세희는 이전에 다른 대형 아파트의 분양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그 분야 업계 최고이다. 원래는 높은 연봉으로 성세그룹에 스카우트되었었다. 그러나 이전에 향방주택의 고위층들이 세화를 사임하도록 압박했을 때, 동혁에 의해 세화를 보좌하기 위해 보내졌다. 우세희의 말에 좌중들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현재 진성그룹은 세화가 실권을 잡고 있으며,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도 예전에 대출 중단 위기 이후에 승진한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진성그룹을 잘 성장시키고 싶어 했다. 이전 임원들 사이에 있었던 각종 권력 다툼, 이익 쟁탈과 책임 전가 현상도 이미 사라졌다. 세화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우 매니저의 보고가 매우 고무적이네요. 그럼 이어서 바로 분양을 시작합시다. 매니저
실권을 잡은 후, 세화는 점점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말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위엄이 느껴진다. 태휘는 속으로 심장이 두근거렸고, 정말 세화에게 놀랐다. 이때, 화란도 방세한의 팔짱을 끼고 거들먹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세화야, 죽을 때가 돼도 아직 무슨 일인 줄 모르다니. 그럼 내가 알려줘야겠지? 네가 일을 저질렀다는 걸 알고 있어? 이번에는 신도 너를 구할 수 없어!” “네 말대로 라면,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지?” 세화의 안색이 약간 변했습니다. 세화는 태휘와 화란을 너무 잘 안다. ‘손에 뭔가를 쥐고 있으니, 저 둘이 이렇게 날뛰는 거 같은데?’ “진세화, 넌 곧 알게 될 거야.” 방세한은 싸늘하게 웃었다. 말하는 동안 회의실 밖의 복도에서 어수선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곧 제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선두에 선 30대 남자의 냉엄한 눈빛이 좌중을 둘러보더니, 세화에게 고정되었다. “진세화 사장님이십니까? 저는 도경제범죄수사팀 한표국 팀장입니다. 경제범죄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협조해 주십시오.” 와! 회의실 안이 한바탕 술렁였다. 자리에 앉아있던 임원들이 모두 조금 당황했다. ‘그룹의 사활이 걸린 이 중요한 순간, 향방주택이 분양 판매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경제 범죄에 연루될 수 있지?’ ‘이 일을 빨리 해결하지 않아 소문이라도 퍼지면 진성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거야!’ “한 팀장님, 저희 진성그룹은 전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한표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다. “데려와.” 곧 수갑을 찬 예쁜 여자 하나가 들어왔다. “장태리? 전 진한강 사장 비서!” 회의실에서 진성그룹에 새로 합류한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태리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놀랐다. “보름 전에 그만두지 않았어? 분양허가증도 못 받을 뻔했는데 어떻게 경제범죄에 연루됐지?” 진성그룹이 이전에 분양허가증을 신청할 때 진한강은 줄곧 장태리에게 주택건설국 주임인 하정훈과 접촉하도록 했다
“할아버지, 저는 장태리 씨를 돈으로 매수하지 않았어요.” 세화는 억울한 표정으로 진한영을 쳐다보았다. 화란은 다그치듯 말했다. “네가 이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저 장태리가 어떻게 너를 지목한 거지? 우리가 아닌 너 말이야!” “중상모략이야!” 세화는 분노하며 장태리에게 말했다. “분명히 말하세요! 내가 언제 당신에게 2억 원을 줬나요? 증거가 있습니까?” “증거를 원해? 그럼 증거를 보여주지.” 방세한이 냉소했다. ‘우리 방씨 가문이 어떻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네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 있겠어?’ 방세한은 바로 몇 장의 서류를 꺼냈다. 그중 하나는 장태리의 은행 계좌로, 장태리가 실종되기 전날 은행 계좌에 2억 원의 자금이 입금된 것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자금 출처는 진성그룹의 재무 부서이다. 이 서류들 안에는 재무 부서에서 송금한 증명서도 있었다. 그런데 서명을 한 사람이 뜻밖에도 세화였다. 진한형이 서류들은 가져가서 보더니, 갑자기 화가 치밀어올라 바로 세화에게 서류들을 던졌다. “이러고도 더 할 말이 있어?” 세화는 송금 증명서에 있는 익숙한 서명과 도장을 보고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세화는 기억력이 아주 좋았는데, 세화의 기억에 절대로 이 서류에 서명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서명된 필체가 세화의 필체와 똑같았다. ‘이건 누군가가 나를 모함하고 있다는 증거야!’ “할아버지, 누군가 제 서명을 흉내 내서 이 송금 증명서를 위조한 거예요. 저는 여기에 서명을 한 적이 전혀 없어요!” 세화는 화가 나서 말했다. 그리고 득의만면해하는 진한강 가족들을 보면서, 세화는 이제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큰아버지네 식구들이 날 모함하려고 꾸민 거야!’ 진성그룹의 권력은 이전에 진한강 가족에 의해 통제되었다. 거기다 각 부서의 책임자들은 대부분 진한강의 심복이다. 그 사람들이 세화가 서명한 것으로 서류를 위조하는 일은 너무도 쉬웠다. “큰아버지, 큰아버지 가족들이 저를 모함한 것이 맞죠? 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