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은 원경태 등을 들어오게 하는 것에, 어떤 옳지 않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필경 이는 사업일 뿐이다. 그는 강신철과 아주 좋은 동창 관계이기에, 사심없이 강신철을 도와서 그들 강씨 가문의 한을 풀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가 원경태 등도 친구로 간주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그들을 들어오게 한 이유도 단순한 사업 합작일 뿐이다. 합치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고, 거대한 이익이 있는데 왜 동의하지 않겠어?’대략 10여 분이 지나자, 원경태와 안명섭이 거의 동시에 블루베이 호텔의 회의실로 왔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뒤떨어질까 봐 앞다투어 온 것이다.이런 사소한 부분이 진루안을 아주 흡족하게 했다. 그들의 긴장하고 조급한 모습이 이는 좋은 일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바로 이 두 사람이 마음속에서 이미 이런 협력을 받아들이고 인정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원경태는 여태까지 오늘처럼 긴장했던 적이 없었다. 그가 이전에 사업을 할 때는 간혹 거대한 장애에 부딪혔을 때에도, 비록 초조했지만 결코 넋이 나가지는 않았다.이번에 진루안이 그에게 일을 상담하게 오라고 했다는 말을 듣자, 그는 바로 이번 일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진루안이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보복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여겼다.어젯밤에 그렇게 지나치게 진루안을 대했던 것을 생각하자, 그의 마음은 떨릴 수밖에 없었다.이제 만약 진루안이 정말로 화를 낸다면, 그는 적어도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결말을 맞을 것이다.어젯밤 호텔을 떠난 후 그들은 모두 똑똑히 알아보고 이해했기에, 진루안에 대한 인상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까지는 그들이 진루안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면, 어젯밤 이후부터는 그들이 아무리 간이 부었다고 해도 감히 진루안을 불경스럽게 대할 수 없었다.“진, 진 선생님…….”아주 작은 소리로 한마디 말한 원경태는, 두 손을 잡았다가 놓으면서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회의실 탁자 앞에 섰다.오히려 안명섭은 많이 침착한 모습이었는데, 그와 진루안의 갈등
진루안의 말이 끝나자, 의외가 아니라는 듯한 두 여자를 제외하고는 원경태와 장근수 그리고 안명섭마저도 깜짝 놀랐다.강신철이 전화에서 많은 것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도 강일그룹의 일을 알지 못했다.지금 진루안의 뜻은 아주 명확했다. 바로 그들을 강일그룹에 들어오게 해서, 고위 관리자 또는 중고위층 간부로 삼으려는 것이다.이는 물론 좋은 일이다. 심지어 수십 년, 또는 백 년이 지나도 얻지 못할 좋은 기회라고 말할 수 있다. 세 사람은 이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그들은 비록 각자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결국 규모가 너무 작았다. 비록 안명섭이 현재 동강시의 안성산업을 관리하고 있지만, 매출은 수백억 원에 불과하다.장근수도 간신히 백억 원대를 넘었고, 또한 친구와 동업한 회사였다.원경태는 최근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젯밤 술자리에서 안명섭에게 그렇게 아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명섭에게 그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소탐대실해서 진루안에게 미움을 사게 될 줄은 몰랐다.이렇게 생각한 원경태는 바로 일어서서 아주 어색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았고, 깊이 허리를 굽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진 선생님께 미안합니다. 어제는 제가 눈썰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당신을 그렇게 대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번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만약 저 원경태가 앞으로 다시 비슷한 행동을 한다면, 진 선생님께서 저를 때려 죽이셔도 조금의 원망하지 않겠습니다.”원경태는 지금 매우 성심성의껏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고 있다. 아마도 진심으로 회개하는 것은 아닐 것이지만, 절대로 이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진루안은 씩 웃으며 원경태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았고, 이런 태도는 확실히 괜찮다고 생각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게다가 필경 예전의 원경태는 나하고 관계도 좋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어.’‘지금 잘못이 있으면, 고치면 그만이야.’“됐어, 모두 동창인데 녹지 않는 응어리는 없어. 그럴 필요 없어.”“앉자
두 사람은 당연히 아무 의견도 없었다. 1%도 아주 많았다. 진루안을 배경으로 해서 만들어진 회사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거의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밑지지 않는데, 들어오지 않으면 바보인 것이다.각자 백억 원을 투자하는 것도 큰 일이 아니다. 그들은 이 백억 원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진루안은 마지막으로 안명섭을 바라보고 그에게 말했다.“가능하다면 안씨 가문의 회사를 강일그룹에 들어오게 해서, 강씨 종가집 식당과 대등한 두번째 자회사가 되고, 우리는 파트너 관계에 속하는 거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이렇게 되면 당신은 자기 사업을 계속 관리하지만, 강일그룹의 일부이기도 하니 당신도 강일그룹의 고위층인 부회장이 되는 거지, 어때?”안명섭은 표정이 갑자기 크게 좋아졌다. 그는 큰 배경을 찾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지금 진루안에게 기대고 있는데 또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순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좋습니다, 나는 진 선생님께 약속하겠습니다!”진루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런 조치에 그도 아주 만족했다.물론 35%의 주식은 강신철의 부친에게 속하지만 진루안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실제로 강신철은 40%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명의로 된 것은 5%에 불과하다.‘이렇게 하는 것도 강신철을 위해서야.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그룹이 점점 커지고, 신철이가 의심받을 가능성이 커질수록 신철이에게는 좋지 않다.’진루안은 자신의 수중의 60%의 주식 중 일부를 분배해서, 3%는 지예나에게, 2%는 장근수와 원경태에게 주었다.지금 수중에는 아직 55%의 주식이 있다. 그렇다면 그가 여전히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지며, 이 그룹에도 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마지막으로 진루안은 지예나가 소개한 두 여자, 육경서와 강여정을 보았다.“육경서 씨, 나는 당신을 강일그룹 영업부서의 책임자로 추천합니다. 연봉은 10억 원입니다!”“강여정 씨, 나는 당신을 강일그룹 재무 파트의 책임자로 추천합니다. 연봉은 10
회의가 끝난 후에, 양서빈은 호화로운 연회를 마련했다고, 자신이 직접 수행했다. 이 연회의 분위기는 흥겨웠다. 왜냐하면 진루안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모두 어젯밤과 같은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연회가 끝난 뒤, 각자 자리를 떠나서 강일그룹의 후속 사항을 준비했다.진루안과 강신철은 다시 강신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밤 진루안은, 강신철의 아버지와 35%의 주식을 주는 문제를 포함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강신철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당연히 반대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루안의 거듭된 권유 후에 할 수 없이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이 35%의 지분은 단지 그가 진루안을 대신해서 보관하는 것일 뿐이며, 아들과 자신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진루안도 이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잠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매년 신철이 아버지에게 고정된 이익을 분배하면 돼. 주식 같은 건 신철이 아버지에게 확실히 아무런 의미가 없어.’이튿날 아침, 진루안은 강신철을 데리고 통주시 정사당으로 갔다. 강일그룹의 후속 사업은 반드시 정사당의 지지가 필요했고, 정사당의 지지가 있어야 신속하게 발전할 수 있었다.진루안은 이번에도 자신의 인맥 관계와 영향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에 강신철을 위해 많은 일을 해 놓아야, 강신철이 나중에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이번에는 양서빈이 직접 차를 몰고 두 사람을 정사당으로 데려다 주었다.양서빈은 통주시 정사당에서도 강력한 관계가 있는데, 게다가 진루안까지 더해서 더욱 만의 하나 실수가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루안 형님, 저와 신철 형님이 들어가면 되는데, 형님까지 가실 필요가 있습니까?”차에서 내린 양서빈은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진루안이 직접 들어가는 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 같다고 느꼈다.통주시 정사당 전체의 대신은 말할 것도 없고, 진루안의 현재 임페리얼왕의 신분에는 건성의 대신이라도 진루안을 대할 큰 배짱이 없을 것이다. 용국 정사당의 대신들이어야 비
“진 선생님? 어떻게 오셨어요!”고개를 들어 마음대로 힐끗 보던 남궁서웅은 즉시 온몸을 흔들며 급히 일어섰고, 다소 급박하게 진루안을 보면서 먼저 인사를 했다.손을 휘저은 진루안은, 곧 다른 쪽 소파에 앉아서 남궁서웅을 향해 말했다.“나는 상관하지 말아요. 내가 일이 좀 있어서 형제를 데리고 왔어요.”“남궁 대신님 안녕하세요, 저는 강신철이라고 합니다!”강신철은 얼른 앞으로 나가서, 아주 낮은 자세로 자신을 소개했다.그는 비록 진루안과 양서빈을 따라왔다 해도, 두 사람 모두 신분과 지위가 있지만 그에겐 없었다. 남궁서웅과 같은 큰 대신을 만나자 더욱 감히 소홀히 할 수 없었다.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그런 일은, 그는 결코 할 줄도 모르고 할 수도 없다.남궁서웅은 열정적인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강신철과 악수를 한 뒤 웃으며 말했다.“진 선생님의 형제인 이상, 내가 나이가 좀 많으니 그럼 신철 아우님으로 합시다.”“어, 말하자면 정말 공교롭다. 남태건, 강신철 두 분은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닌가요?” 남궁서웅은 말을 하다가 놀리듯이 남태건을 쳐다보았다.남태건의 안색은 더욱 일그러졌고 다소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나는 이 강 형제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내 배후에는 큰 인물이 없습니다.”이번 황제가 하사한 편액을 둘러싼 경쟁에서의 실패로, 남태건 그의 계획도 완전히 허사가 되었다.이전에 그는 황제가 하사한 편액을 손에 넣은 후 그것을 이용해서 사업을 하려고 생각했다. 이 기회를 빌어서 식당을 차릴 계획까지 세웠고, 심지어 몰래 성씨도 바꿔서 강씨 가문의 후손으로 포장하려고 했다.그럼 앞으로 강씨 종가집이라는 간판은 바로 그 자신의 것이 될 것이었다. 다만 이 계획이 무산되었고 그에게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마음속의 분노가 컸다.진루안은 남태건의 말투에 온갖 갈굼과 냉소가 배어 있는 것을 알고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이것은 남태건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내가 지금 설마 진루안이 상대할 자격조차 없단 말이야?’“이……
“그래?” 남태건의 이렇게 도발적인 말을 들은 강신철은, 마음속의 분노가 치솟았고, 자기도 모르게 냉담한 표정을 드러내며 남태건을 향해 웃었다.“만약 네가 그런 실력이 있다면, 나는 네가 나를 무너뜨릴 수 있기를 바래!”“하지만 나는 이런 경쟁 방식이 정정당당한 사업 수단으로 하는 것이지, 무슨 음모를 꾸미는 것이 아니기를 바라겠어.”그리고 강신철은 남태건을 바라보았는데, 이것이 바로 그의 태도였다.강신철 그는 사업상의 싸움을 겁내지 않는다!그러나 만약 남태건이 음모를 꾸민다면, 비록 음모가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강신철은 그를 업신여길 것이다. “음모를 꾸며도 그를 두려워할 필요 없어.” 진루안은 이때 담담하게 웃으며 떠나려는 남태건을 힐끗 보았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남태건은 눈빛이 굳어진 채 눈살을 찌푸렸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서 코웃음을 치면서 밖으로 나갔다.그는 진루안의 이 말에 대해 거리낌이 가득했다. 필경 진루안은 절대적으로 우세한 실력과 배경을 갖고 있었다. 음모를 꾸미면,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정말 많은 의의가 없을 수도 있다.그러나 어쨌든 이번에 강신철과 진루안 두 사람은 그의 사업 발전을 파괴했으니, 이 원수를 갚지 않을 수 없다.남태건은 떠났지만, 진루안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가 만약 남태건까지도 신경 쓴다면, 지금의 그의 지위와 신분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남궁 대신, 강일그룹의 일은 당신들 정사당에서 많은 협조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진루안은 남궁서웅을 바라보면서,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남궁서웅은 진루안의 이 말을 듣자마자 재빨리 다음과 같이 표시했다.“진 선생님 안심하세요. 우리 통주시 정사당이 반드시 적극 지지하겠습니다.”그는 이번에 생각과 말이 일치했다. 결국 강일그룹의 본사가 통주시에 설치된다면, 그들에게 거대한 이익이 있을 것이고, 세금이든 통주시의 영향력이든 모두 진일보 성장할 것이다. 심지어 남궁서웅 그조차도 앞으로 강일그룹을 기회로 삼아서 승진할 기회가
그는 진루안 앞에서 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진루안을 보고 싶지 않았다.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외하고 두려워한다.일단 누군가를 두려워하면, 그 사람이 평생 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고, 가장 큰 좋은 소식인 것이다.매번 그가 진루안을 볼 때마다 일종의 고문이었다.특히 진루안이 전화 한 통으로, 건성 규율대신 성태윤을 불러 그를 데려가 조사하게 만들었던 장면을 생각하면, 더욱 그의 마음속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겼다.“우리는 갑시다!”진루안은 소파에서 일어나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사무실 밖으로 걸어갔다.강신철과 양서빈도 일어서서 떠났고, 남궁서웅은 즉시 일어서서 그들을 배웅했다.그는 직접 진루안 세 사람을 정사당 건물 문밖으로 전송했다. 두 명의 대신도 진루안을 보자 급히 모였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이미 십여 명의 대신들이 배웅하는 장면이 되었다.진루안은 이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양서빈의 차 뒤에 올랐다.양서빈이 운전을 맡았고 강신철은 조수석에 앉았다.남궁서웅 등은 BMW가 천천히 달리며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철저히 한숨을 돌렸고, 이마에 나타난 식은땀을 닦으며 오늘은 너무 아슬아슬했다고 느꼈다.진루안은 분명히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진루안은 소파에 앉아 있었을 뿐이지만, 그에게 준 억지력은 너무나 충분했다.다행히 지금 진루안이 떠났다.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그는 평생 진루안을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루안 형님, 우리는 어디로 갈까요?” 양서빈은 차를 몰면서 뒤에 있는 진루안에게 물었다.진루안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았다. ‘강일그룹은 대략 이미 건립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신철이의 일이야. 자금 문제에 대해서도 내가 돌아간 후에 전화할 것이니,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어.’‘통주시에 온 지 3일이 되었어. 지금은 동강시로 돌아가서 서경아를 데리고, 천촉성 기현의 할아버지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해야 해.’“신철이를 집에
건성 정사당의 넘버2대신으로, 권력이 아주 무거운 전해강이 지금 진루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이는 진루안을 약간 의아하게 만들었다.진루안과 전해강은 특별히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다만 전해강의 아버지 전광림이 임페리얼의 4대 호법의 수장으로서 임페리얼의 재력을 장악하고 있기에, 진루안과 전해강도 몇 번이나 만났다고 할 수 있다.얼마 전 경도에 있을 때, 드러났던 대학입시 부정 사건은 각지에 모두 후원 세력이 있었는데, 건성의 가장 큰 후원 세력이 바로 전해강이었다.진루안은 시종 전해강을 찾아가지 않았고, 이 일을 묻지 않았다. 바로 진루안이 전광림의 체면을 세워주었기에, 이번에는 전해강을 놓아줄 수 있었다.이것도 진루안에게 보기 드문 사사로운 관계에 치우친 결정이었다. 그러나 진루안도 그에게 이번만 기회를 준 것이다. 절대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수는 없다.“전해강 대신, 어떻게 내게 전화를 했습니까?” 휴대전화를 연결한 진루안이 먼저 입을 열고 물었다.지금 사무실에서 비밀전화기를 손에 쥐고 있던 전해강은, 진루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얼굴에 희색이 더해지면서 얼른 말했다.[진 선생님, 그동안 못 뵈었는데 괜찮으십니까?]“응?” 진루안은 약간 멍해졌고, 그 후 약간 이상하다고 느꼈다. ‘전해강이 어떻게 이런 말투로 내게 말할 수 있지?’“괜찮습니다. 통주에서 동강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진루안의 말은 아주 직접적이다. 만약 상대방에게 일이 없다면, 진루안도 이 시간을 그와 가식적인 인사말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전해강은 진루안의 말투에 소원함이 배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별로 생각하지 않고 계속 웃으며 말했다.[제게 작은 일이 있어서 당신을 찾을까 합니다. 당신이 동강시로 돌아간다면, 저도 동강시로 가겠습니다.][제가 동강시에서 말할 일이 있는데 괜찮겠습니까?]“음, 그럼 동강시 마영관에서 만나지요.” 전해강의 말투와 태도가 예전과 큰 차이가 있고 전혀 달랐다. ‘예전의 전해강은 나를 존중하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