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원하는 건 용국도 당연히 원한다.지금 포탄이 용국 영토 안으로 떨어지는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다.남은 것은 오히려 이런 문제들인데, 진루안도 한 수 거들 생각이었다. M국과 Y국이 좋은 걸 독차지하게 둘 수는 없었다.“콜러 대통령님, 왜 제가 빨리 가기를 바라십니까?”“설마 이 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요?”진루안은 조롱을 음미하는 눈빛으로 콜러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콜러는 갑자기 당황했다. 특히 밝고 지혜로운 진루안의 두 눈으로 마치 자신의 생각을 꿰뚫어보는 것 같아서 진땀을 흘렸다.“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단지 진 전신의 안전을 걱정할 뿐입니다.”콜러는 얼른 부인했다. 설사 죽더라도 진루안의 말을 인정할 수는 없었다.‘일단 생각을 간파당했으니 진루안이 정말 떠나지 않을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배후의 마이어스 주니어에게 똑똑히 설명하기 어려울 거야.’“정말 제 안전을 위해서입니까?”콜러에게 다가간 진루안의 얼굴에 조소가 더 많아졌다.콜러는 속으로는 켕겼지만 그래도 드러낼 수는 없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대통령인 그가 한 일은 가장 울화가 치미는 일일 것이다. 그는 마이어스 주니어에 의해 조종되는 꼭두각시일 뿐이라서, 실권도 전혀 없고 대통령으로서의 기품도 전혀 없었다.만약 이 꼭두각시의 이용 가치가 없어진다면 바로 쫓겨날 것이다.“조금 전에 대통령께서 제게 용국이 당신의 후원자가 될 수 있느냐고 물으셨지요.”“제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대답할 수 있습니다.”진루안은 눈을 움직이면서 계략을 세웠다. 더 활짝 웃으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말해서 대통령 관저의 대신과 참모들도 모두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그들이 알아듣게 하기 위해서 진루안은 지금 영어를 사용했다.진루안의 이 말이 나오자, 주위의 대신과 참모들은 바로 실눈을 떴지만 반응은 각자 달랐다.진루안은 이들의 뒤에 적어도 10개국은 있기에, 자신이 말이 30초도 되지 않아서 상응하는 나라에 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진루안을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전송하면서, 진루안과 성무상 대사 일행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콜러 대통령의 표정은 아주 복잡했다. ‘진루안은 A국에 남기로 했으니 내 배후의 FUI 국장 마이어스가 알게 되면, 반드시 나를 징벌할 거야. 심지어 나를 제거하고 다른 대통령으로 바꾸는 걸 선택할 수도 있어.’이런 일이 생기면 콜러 자신은 살아남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 일은 진루안을 탓할 수도 없었다. 진루안이 특사의 신분으로 A국을 방문했지만, 언제 A국을 떠날지 콜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만약 그가 대국의 대통령이라면 이 일을 결정할 수 있겠지만, 내전 중인 작은 나라의 대통령에 지나지 않는데, 진루안을 쫓아낼 자격과 담력이 어떻게 있겠는가?그래서 진루안이 A국에 남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 진루안이 무슨 일을 해도 관여할 수가 없었다.콜러의 곁에 있는 참모와 대신들은 모두 복잡한 눈빛으로 콜러를 바라보았다. 진루안이 선택한 결과가 무엇인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콜러는 끝난 것 같아.’연민의 눈빛이 콜러에게 집중되자, 불편해진 콜러는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진루안은 자신이 떠난 후 콜러의 이런 생각을 알지 못했다. 알았다고 해도 진루안 자신도 방법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A국인이 아니라 용국의 새로운 전신이다. 무슨 일을 하든 당연히 용국의 이익을 위주로 한다.진루안은 대사관의 전용차 안에 성무상과 나란히 뒷좌석에 앉았다.그리고 성무상에게 자신이 처리할 일이 있는데, 앞으로 이틀 동안 A국에 남을 준비를 좀 해달라고 얘기했다.“성 대사님, 당신이 처리해야 할 일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일은 디마 세력의 배후가 정말 Y국이 지원하는 반군 세력인지 알아내는 것입니다.”“두 번째 일은 콜러 대통령을 주시해야 합니다. 나는 특수전팀을 파견해서 암암리에 콜러 대통령을 보호할 것입니다. 반드시 그를 죽지 않게 해야 합니다!”“만약 제 추측이 맞다면, 마이어스 주니어는 곧 콜러 대통령을
“가겠습니다!”성무상이 차 안에서 계속 손을 흔드는 동안 차는 바로 출발했다.진루안은 건물 아래에서 대사관의 전용차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얼굴의 미소가 점차 수그러들었다.몸을 돌리자 이 황토색 건물 안에 숨어 있는 남루하고 지저분한 차림의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은 이제 겨우 몇 살밖에 안 된 모습이었고, 가장 큰 아이도 10대밖에 되지 않았다.그리고 큰 아이들은 손에 돌을 쥔 채 불순한 눈빛으로 진루안을 주시하면서 어린 아이들을 안에 감싸고 있었다.공포의 기색을 담고서 진루안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에는 마치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물기가 차올랐다. 아이들은 손에 아무도 원하지 않는 쓰레기와 썩은 빵과 먹을 것을 쥐고 있었다.한눈에 보아도 이런 상황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무려 수백 명에 달하는 이 아이들은 모두 전쟁으로 부모와 가족을 잃은 고아들이다.고아들은 모두 인자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아이들은 이미 전란국의 버려진 아이들이다.그들의 운명은 포탄이 터지는 순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진루안은 용국의 교정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생각했다. 얼굴에는 웃음이 넘치고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부모가 마중하면서 아이들을 보배처럼 여겼다.심지어 용국에서는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배운 것도 없고 재주도 없이 집안의 돈만 탕진하면서도, 죽어도 회개하지 않고 결국 범죄의 길로 들어서곤 했다.‘그러나 그 아이들은 어쨌든 평화로운 나라인 용국 안에 살고 있어.’ ‘세계는 결코 평화로운 세계가 아니야. 전란이 분분하게 일어나고 포탄 아래에는 초토화되고 썩어가는 시체만 있을 뿐이야.’‘이런 잔혹한 세계의 구도 속에서 또 얼마나 많은 나라가 의식주 걱정 없이 돈을 물 쓰듯 쓸 수 있을까? 밤에도 문을 닫지 않고, 어떤 전란의 위협도 없을 수 있을까?’‘그런 나라는 전 세계에서 30개 국을 넘지 않아. 용국은 그 중 하나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일 거야.’‘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불만족으로 가득 차 있지.’‘여전
동강시, 터미널 밖.황토색의 셔츠와 회색 청바지에 낡은 스니커즈 차림의 진루안은 낡아 빠진 포대 자루를 들고 있었다.어느새 많이 변한 동강시에 진루안은 탄식을 뱉었다. "6년 만에, 내가 돌아왔다!"6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스승님인 백 군신을 따라 동강시를 떠났었다.6년 뒤, 드디어 돌아왔다!주위 사람들은 진루안을 흘깃 쳐다보다 이내 더럽다는 듯 인상을 쓰며 코를 막았다.바로 그때, 3, 40대 정도 되는 파란색 포르쉐 911차량 대오가 두 줄로 나뉘어 빠르게 다가왔다.주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다 이내 진루안을 업신여기며 흘겨봤다.쓰레기나 줍는 저런 사람은 아마 평생 저런 차를 사지 못할 게 뻔했다.차가 제대로 서기도 전에, 첫 번째 차에서 연미복을 입은 노인이 내렸다. 잔뜩 긴장한 듯 연신 땀을 닦고 있었다.숨을 헐떡이며 진루안의 앞에 다가온 그는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했다."궐주님, 정말 죄송합니다. 오는 데 길이 막혀서요, 용서해 주십시오."순간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이 똥이라도 씹은 듯 굳어버렸다.다른 차에서 내린 수십 명의 검은 옷차림의 경호원들은 그들이 놀라든 말든 곧장 그들을 쫓아냈다.진루안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연미복 차림의 노인을 쳐다봤다. 이 사람은 건성의 그 유명한 전 영감, 전광림이었다.전광림은 말 한마디로 온 건성의 격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러나 그런 그도, 감히 진루안 앞에서는 조금의 위세도 펼치지 못했다.만약 이 모습을 건성의 큰인물들이 보았다면 두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 분명했다."궐주님, 건성 쪽에서 이미 모든 일정을 다 준비해 놓았습니다. 타시지요."전광림은 아첨하며 진루안을 쳐다봤다. 이분은 용국의 호국전신, 임페리얼의 궐주로 무수한 공적을 쌓은 명예롭기 그지없는 존재였다. 그런 사람에게 감히 무례를 범할 수는 없었다."됐어요, 사치는 별로 안 좋아해서요!"포르쉐 대오를 흘깃 본 진루안은 고개를 젓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그가 동강시에 돌아온 것
차가운 눈으로 이윤희를 노려보는 안유아의 얼굴에는 경멸이 가득했다."네가 우리 오빠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다면, 네까짓 게 어디 우리 집안에 들어올 자격이나 있었겠어?'안유아는 저런 돈밖에 모르는 여자는 자기 오빠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속에서 열불이 차오른 이윤희는 진루안을 노려보며 벌컥 화를 냈다. "진루안, 당장 꺼져!"저 진루안 때문에 자신마저 안유아에게 모욕을 당하다니. 겨우 시누이의 환심을 샀는데 눈 깜짝할 새에 전부 다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며 한때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이윤희를 쳐다봤다. 당시에도 이윤희는 재벌가에 시집가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재벌 가문이 어디 들어가기가 쉬운 곳이던가?"이야, 우리 옛 동창이잖아. 진루안, 너도 왔어?"신랑인 안명섭은 술잔을 든 채, 잔뜩 붉어진 얼굴로 다가왔다.그러다 자기 여자인 이윤희가 진루안과 함께 서 있는 것을 보자, 두 눈에 음산함이 드러났다.안명섭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챈 이윤희는 얼른 다가가 팔짱을 끼려 했다.하지만 짜증을 내며 그 손을 뿌리친 안명섭은 이내 진루안을 깐깐하게 훑어봤다. 진루안의 남루한 차림을 본 안명섭의 눈에 이내 경멸이 반짝였다."친구야, 결혼 축하해!" 진루안은 시원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지만 안명섭은 코웃음만 치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허공에 쓸쓸히 내밀어진 손에 진루안은 몹시 난처해졌다."어쩌다 이렇게 궁상맞은 꼴이 됐어? 설마 아직도 쓰레기나 주우면서 사는 거야?""친구끼리,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 안명섭은 진지한 척하며 물었다. 특히 진루안이 포대 자루를 들고 있는 것을 보자 진루안이 여전히 폐품을 주우며 살아가고 있다고 더더욱 확신했다.고등학생일 때도 진루안은 폐품을 주워 판 돈으로 학교를 다녔었다. 말은 근검절약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가난때문이 분명했다!다른 동창들도 술잔을 든 채 다가왔다. 방금전까지 진루안을 무시했던 그들은 지금 하나둘 구경하러 다가왔다."진루안, 너 왜 이렇게 입고 왔어
"무슨 볼일 있어?" 진루안의 성격을 잘 아는 이윤희가 조용히 물었다. 진루안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분명 이유가 있었다."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무심하게 대답한 진루안은 이내 한 마디 덧붙였다. "내 약혼녀."그 말을 듣자 안명섭과 안유아는 조금 멍해졌다.이윤희도 그 말이 조금 믿기지가 않았다. 그녀를 떠난 지 5년이 된 진루안에게, 약혼녀가 있다니?"하하, 약혼녀라니, 누군데? 설마 여기 종업원은 아니지?" 진루안의 말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린 장근수는 진루안을 무시하는 마음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그 사람이 누군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 진루안은 시린 냉기가 담긴 눈빛으로 장근수를 흘겨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순간 흠칫한 장근수의 얼굴이 이내 점차 음산해지기 시작했다.진루안이 자신에게 이런 태도로 나온 것이 벌써 두 번째였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반드시 품위를 유지해야 했기에 더는 진루안을 상대하지 않았다.'나중에 두고 보자!' 장근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바로 그때, 호텔 문이 열렸다. 이내 바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서씨 가문 아가씨이자 서화 그룹의 대표, 서경아 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검은색의 치마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은 어깨에 늘어트려 놓고 있었고, 눈처럼 새하얀 피부의 그녀는 목에 엄청난 가격의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완벽한 계란형의 얼굴은 조금 차갑고 도도해 보였다.그녀가 천천히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주인공이 되었다."진짜로 서경아네, 서씨 가문 아가씨 말이야!""진짜로 직접 참석했네. 보아하니 이번에 안씨 가문에 체면이 좀 서겠어.""서경아뿐이야? 아마 한씨 가문의 한준서도 올 거라던데.""진짜? 그 두 사람 우리 동강시의 유명한 선남선녀잖아!""누가 아니래? 소문에 두 집안에서 결혼을 할 지도 모른대."주위 사람들은 분분히 놀라움에 탄성을 내질렀고, 서경아의 등장은 현장을 뒤흔들었다.서경아, 동강시 서씨 가문의 아가
"하하하, 이 녀석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진루안의 말을 듣자 주변의 하객들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이렇게 뻔뻔하게 잘난 체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진루안이 곧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때, 그의 말을 들은 서경아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다가갔다."저 녀석, 이제 죽었다!" 안명섭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가서 거울이나 좀 보고 그런 말을 하지, 감히 서경아가 약혼녀라고 해?" 장근수도 조롱 섞인 비웃음을 흘리며 진루안이 망신당하기를 기다렸다.주위의 빈객들도 모두 뱁새의 말로를 구경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서경아는 천천히 진루안의 팔짱을 끼더니 모든 사람들 앞에서 냉담한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이 사람은 확실히 제 약혼자, 서씨 가문의 사위가 맞아요!"삽시간에, 구경하고 있던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게다가 서경아의 말은 마치 커다란 손이 되어 그들의 뺨을 세게 내리치는 듯 해, 얼굴이 화끈거렸다.안명섭을 비롯한 사람들 역시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진루안을 쳐다봤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여태까지 믿고 살아온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저 녀석이… 정말로 서씨 가문의 사위라고? 그럴 리가?등을 돌려 진루안을 쳐다본 서경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명령하듯 말했다. "조금 이따가 저와 함께 가문 본가로 가서 할아버지에게 인사해요."진루안은 여신 같은 약혼녀를 바라봤다. 이 사람이 바로 스승님이 그에게 찾아준 약혼녀였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미래의 아내의 말이니 당연히 들어야 했다."아, 기억났어. 저 사람 서씨 가문의 그 데릴사위잖아!"바로 그때, 호텔 안에서 별안간 울린 탄성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한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진루안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더니 번뜩 깨달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내 그 남자는 한껏 비아냥대며 말했다."서씨 가문 사람에게,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아가씨에게 데릴사위를 찾아줬다고
오늘 그는 그 가시를 뽑아내 진루안의 가슴에 단단히 찔러 넣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그는 어떠한 대가라도 치를 생각이었다.안명섭의 말에 로비의 분위기는 다시금 얼어붙었다.서경아의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다. 한준서는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이보다 더 싫은 사람은 없었다.서경아가 한창 어떻게 자리를 떠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경호원 두 사람이 호텔 대문을 열 더니, 입구에서 흰 정장을 입은 잘생긴 남자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칼로 깎은 듯한 얼굴의 남자는 차갑고 오만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다만 남자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내건 채, 최대한 점잖고 우아한 분위기를 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그의 등장에 호텔 로비의 분위기는 다시 타올랐고, 수많은 여자들의 탄성을 불러왔다.한준서를 손에 넣게 된다면 후반생은 더는 아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세상에, 진짜로 준서 도련님이야!""너무 멋있어, 어머!""한준서 도련님, 사랑해요. 꺄아!"수많은 여자들이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 환호성을 질렀다.그들은 다가가려 했지만, 살기를 담은 눈빛으로 차갑게 쏘아보는 경호원 때문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준서 도련님, 오셨습니까?"한준서가 나타난 것을 본 안명섭은 곧바로 아부하듯 달려가더니 허리를 살짝 굽히고 직접 한준서를 안내했다.그런 안명섭을 흘깃 쳐다본 한준서는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안명섭에게 건네주었다. "작은 성의입니다."그것을 본 안명섭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 무려 한준서가 주는 봉투를 운 좋게도 받게 되었다.만약 평소였다면 열어보지 않았겠지만, 이번에는 진루안이 있는 탓에 안명섭은 일부러 진루안을 흘깃 본 뒤 봉투를 열어 안에서 카드를 하나 꺼냈다."1억 원밖에 안 됩니다!" 한준서는 그저 덤덤하게 웃을 뿐, 조금도 아까워하는 기색이 없었다.1억, 이 한씨 가문 도련님인 그에게는 조금도 많지 않았다. 그저 숫자에 불과한 금액이었다.그 말을 듣자 안명섭도 한껏 동의했다. "도련님께는 소소한 금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