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이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자, 백무소는 자연스럽게 재촉하지 않았다. 게다가 칼자국이 앞서 이미 물어봤기 때문에, 이미 자신의 제자가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있었다.조기가 이미 손을 쓴 이상 진루안이 반격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만약 국왕 조의가 이 일로 진루안을 책망한다면, 스승인 내가 도대체 무엇이 규칙이고 무엇이 마지노선이라는 건지 국왕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해.’ ‘물론 국왕 조의의 사람됨으로 볼 때 그는 이 일을 위해 진루안을 책망할 수는 없을 거야. 이런 각오조차 없다면 국왕이 될 수 없어.’시간이 조금씩 지나갔다. 진루안이 이미 태자 조기를 동강시로 명확히 초청했기 때문에, 만약 지금 조기가 감히 오지 못한다면 태자는 개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다. 진루안도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없이 태자 조기를 격파하게 된다.조기가 약간의 담력과 기백이 있다면 당연히 동강시에 오지 않을 수 없다. 동강시가 진루안의 땅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조기는 그래도 나타날 것이다. 태자 조기는 아주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질 정도였다.이런 성격에 직면해서, 진루안은 줄곧 상대방의 성격 결함을 이용했다. 상대방의 결함을 무제한 수없이 확대한 후 멸망을 자초하게 만들 것이다.‘예를 들면 자부심이 넘치는 태자가 어떻게 단시일 내에 지위도 명예도 잃고,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겠어?’‘아주 간단해, 그가 왕위를 찬탈하도록 모반하게 하면 돼.’‘그가 자부하면서 자신이 앞당겨서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 그때가 바로 그가 참혹한 말로를 맞게 될 때야.’‘태자를 상대하는 것은 정말 너무나 쉬워. 태자 자리가 비록 그를 보호하는 우산이지만, 그의 목숨을 빼앗는 칼이기도 해.’‘이 모든 것은 어떻게 조종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야. 잘 조종하면 태자도 별 거리낌이 없을 거야. 단지 더러운 쟁탈 수단이 좀 더 많을 뿐이지.’만약 진루안이 이런 수단을 쓸 가치가 없다면, 심지어 3일 안으로 태자 조기를 등극할 가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은 스승의 사형이기 때문에 자신의 할아버지와 스승이 백무소와 사귀는 것도 합리적이었다.‘나도 진작 이 점을 생각했어야 했어.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때 사부님이 직접 동강시에 와서 나를 데려갔을까? 정말 우연의 일치일까?’ 이전의 진루안은 그렇게 믿었지만, 복잡한 사회와 인생을 겪은 후 진루안은 이른바 기연의 우연을 믿지 않았다.‘필연코 백무소 사부님이 일찍부터 내 신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나를 데려가서 제자로 받아들이신 거야.’“나와 네 사부는 정말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어. 아마 열 몇 살 때부터 우리가 알고 지냈을 거야!” 빙그레 웃으며 수염을 늘어뜨린 진봉교가 진루안에게 대답했다.백무소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때 나는 19살이었고, 네 할아버지는 15살이었어!”“나는 사탕 하나 때문에 네 할아버지하고 정신없이 싸웠는데, 마지막에는 때려서 머리까지 다 깨졌던 것도 기억이 나는구나. 하하!”어린 시절의 재미있는 일을 생각하면서, 백무소는 자신도 모르게 놀리면서 웃었다.진봉교는 그의 큰 웃음을 들었지만 결코 화를 내지 않았다. 눈빛에는 추모의 기색만 보였다. 그때 그의 큰형 진봉산은 25살이었다. 자신과 백무소를 데리고 세 사람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당시의 적지 않은 고대무술계 강호의 인물들을 알게 되었다.나중에 이 땅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큰형 진봉산은 의연히 종군해서 백무소를 데리고 전장으로 나갔다. 자신은 진씨 가문 집안의 가주로 내정되었기에 그들을 따라 참전할 기회가 없었다.어느덧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서, 두 사람은 이미 머리가 희끗희끗해졌다. 무려 30년 가까이 만나지 못한 것이다.“진 선생님, 밖에 사람이 왔습니다!”두 노인이 끊임없이 감개무량하게 회상하고 있을 때, 황지우가 황급히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 얼굴의 표정이 아주 무거웠다. 지금 이렇게 무거운 표정을 짓게 만든 걸 보면, 사람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진루안은 황지우의 뒤에서 위일천과 황홍비를 보
황지우는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진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지만 그 사람은 결국 태자다. 누가 태자를 만났을 때 정상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어?’‘용국이 전체가 몇 명이 있지? 물론 진루안도 자연히 그 중의 하나야.’“진루안은 어디에 있어? 내가 왔는데도 나와서 나를 맞이하는 걸 보지 못했어. 설마 임페리얼왕이 태자인 나보다 더 대단한가?”조기의 혐오스러운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서 구두로 한 줄이 바닥을 밟는 소리가 아주 선명했다.뚜벅뚜벅 소리가 점점 급해지면서 가까워졌다.결국 용국의 태자 조기가 다실 입구에 나타났다. 수척한 얼굴은 칼로 깎은 듯했고, 초롱초롱한 두 눈은 보기만 해도 두려움이 생길 정도였다. 특히 날카로운 검과 같은 까맣고 짙은 두 눈썹에는 풀리지 않는 차가운 기운이 배어 있었다.온몸에는 칠흑처럼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고, 구두는 사람의 그림자까지 비칠 정도였다.1미터 80센티미터의 조기 뒤에는 같은 양복을 입은 10여 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며 다실 안으로 들어갔다.“왜 떠들고 그래? 아바마마께서 규칙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백무소는 한창 진봉교와 지난날을 이야기하면서, 예전의 파릇파릇하던 시절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기의 고함소리는 이 노인을 아주 불쾌하게 만들었다.조기가 태자인지 아닌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설사 국왕 조의라 하더라도, 정말 그를 화나게 하면 감히 욕을 할 것이다. 더군다나 순조롭게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는 태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누가 X발... 어, 백 군신이세요?”큰 소리로 욕을 하려던 조기는 어색하게 말을 거둬들였다.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말을 거둬들인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백 군신이 가볍게 자신의 따귀를 몇 대 때렸을 것이다. 백무소는 눈살을 찌푸리고 태자 조기를 힐끗 보았다. 조기는 몇 년 전에 비해 다소 침착해졌지만, 오히려 떠벌리기와 경망스러운 면은
“너희들은 얘기를 나눠, 우리 둘은 나가서 얘기를 좀 할 거야!” 백무소가 일어서서 옆에 앉아 있던 진봉교에게 눈짓으로 물었다.진봉교도 일어섰고, 다실을 나온 두 노인은 계속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러 갔다.다실 안에는 진루안과 몇 사람만 남았다.황지우가 슬쩍 조경을 한 번 보았는데, 조경은 아주 복잡한 눈빛으로 조기를 쳐다보았다.‘이 사람이 내 형이야? 지금 왕조의 태자 나리인 조기야?’이것은 자신이 처음으로 조기를 본 것이다. 또한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는 형제를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형제는 서로 알아볼 수도 없었다.‘일단 내 신원이 알려지면 조씨 황실이나 국왕 조의에게는 일종의 명예상의 스캔들이 되기 때문에 이런 스캔들은 대중에게 알릴 수 없어.’조경은 이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기 앞에서라도 자신은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했다.황지우가 자신에게 표시하는 걸 자연스럽게 보고는 황지우를 따라 다실을 나섰다.위일천과 황홍비는 줄곧 구석에 서 있었다. 태자 조기를 직접 보고 나서는 그들은 놀라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용국 태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저 사람은 미래의 국왕이잖아.’두 사람은 지금 잘못 진루안과 황태자의 관계가 아주 좋다고 잘못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진 선생님의 미래 성과는 확고부동하게 안정되지 않겠어?’이렇게 생각한 위일천과 황홍비는 모두 진루안을 믿는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 원래 앞날을 걱정하던 그들이 지금은 정직도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시적인 실수가 무슨 대수야? 길게 생각해야지.’진루안은 당연히 이들의 마음을 알지 못했지만, 오히려 오해가 생기면서 그들 마음속의 망연자실한 심정을 해결하게 되었다.두 사람은 반응하면서 얼른 몸을 돌려 나갔다.“너희들 나하고 함께 나와!” 태자 조기의 10여 명의 경호원이 아직도 문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본 칼자국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고 불쾌하게 노발대발했다.10여 명의 경호원들은 칼자국의 온몸에서 공포스러운 기세를 느낀 뒤에, 모두 복
“야, 진루안아, 나를 왜 봐?” 진루안이 말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본 조기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이 순간 조기의 온몸에서 연골1중의 기세가 휩쓸고 나오면서, 오히려 진루안의 마음속에 의심과 근심이 많이 줄어들었다.소문에 의하면 태자 조기는 아주 높은 경지까지 수련해서 이미 용국의 조정에서 보기 드문 절정의 고수가 되었다고 했다. 연골1중의 기세를 느낀 진루안은, 이 사람이 정말 태자 조기라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태자께서 대담하게 사람을 배치해서 감사원에서 전해강을 죽였습니다. 또 연속해서 저 진루안을 도발하셨으니, 이 일은 마땅히 제게 설명해주어야 합니다.”눈을 가늘게 뜬 진루안은 조기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고 외쳤다.태자 조기에 대해 진루안은 비굴하게 굽실거리는 그런 노예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비굴하지 않고 거만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그가 가져야 할 태도다.“건방지게, 내게 이런 말을 물어볼 자격이 있어?” 진루안의 말투가 곱지 않은 질문을 듣자, 조기는 갑자기 벌컥 화를 내면서 책상을 툭 치고 일어선 다음 진루안을 노려보았다.“네가 뭔데 나한테 이렇게 물어볼 자격이 있어?”조기는 주먹을 꽉 쥔 채 표정이 아주 어둡고 좋지 않았다. 그는 진루안이 뜻밖에도 자신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자신이 태자인데, 진루안이 결국 완전히 본체 만체 하면서, 마치 진루안 그가 바로 태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태자는 확실히 조정에 자리가 없다. 그는 원래 지금 세대의 권력 중추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차기 국왕 후보다. 반은 국왕인 자세로 어떤 대신이나 사람이라도 만날 자격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진루안을 포함한 모두를 지도할 자격이 있다.그러나 진루안의 말투가 이렇게 좋지 않은데, 그가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겠는가?“니 진루안은 20세에 용국의 새로운 전신이 되었고 22세에 임페리얼의 궐주, 26세에 임페리얼왕이 되었고 고대무술계의 일
이번에는 조기에게 반격할 기회와 가능성을 주지 않고 바로 그를 잡아당겨서 또 넘어뜨렸다.연이어 넘어지자, 조기가 연골1중이라도 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고대무술 수련자지만, 상대방 역시 그렇지 않은가?경지를 비교하면 그는 진루안과 비교할 수 없다.권세를 비교하면, 현재 그는 태자의 이름뿐만 아니라 병권과 경제의 대권을 쥐고 있는 진루안만 못했다.악랄함에서는 현재 용국 안에서 진루안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내가 당신을 세 번 넘어뜨렸는데, 당신은 승복합니까?”진루안은 흘겨보는 눈빛으로 높은 곳에서 태자를 바라보면서 지극히 냉담한 어조로 물었다.조기는 온몸의 시큰시큰함을 참으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지금 그의 온몸의 검은 양복은 이미 여러 군데가 더럽혀지고 파손되었다. 이 태자의 이미지는 지금 더욱 낭패스러웠다.진루안이 정말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대고, 태자라는 자신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을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할 수가 없었다.“진루안!!”“네가 오늘 나에게 한 모욕을 기억하겠어!”“내가 국왕이 되는 날이, 바로 너 진루안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날이야!”조기가 어떻게 참고 또 어떻게 승복할 수 있겠는가? 그는 태자로서 본래 남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그의 눈에 진루안은 본래 수하에 속해야 했고, 그의 부하급이 되어야 했다.그러나 이 부하는 오히려 거꾸로 그 주인을 호되게 훈계했다. 마음속으로 참으면서 바로 살의, 공포의 살의만 가지고 있었다.만약 이전에 진루안을 죽이려는 것이 진루안이 미래의 국왕으로서의 권세와 지위를 방해하기 때문이라면, 지금 그가 진루안을 죽이려는 것은 단지 순수하게 반드시 진루안을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공적인 원한에서 사적인 원한으로 바뀌었다.진루안은 단지 30초도 걸리지 않았다.“여전히 불복하는군요!” 두 눈을 가늘게 뜬 진루안은 조기의 눈에 나타난 흉악한 빛을 본 후 냉소할 수밖에 없었다.조기는 거리낌 없는 눈빛으로 진루안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천천히 손바닥을 거둔 진루안은, 얼굴에는 여전히 환한 웃음기를 띤 채, 태자 조기를 바라보고 말했다.“죄송합니다. 모기를 잡겠습니다!”“동강시의 날씨가 이렇게 더워서, 아직도 모기가 출몰합니다.”“태자께서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이 모기가 피를 한 모금 빨아들이면 체내에 독소를 남길 수 있습니다. 만약 무슨 전염병이 있다면 태자께서 더욱 위험해질 것입니다.”“태자를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저도 감히 이 모기를 찍어 죽일 것입니다.”진루안의 말은 바로 이렇게 당당했다. 분명히 태자의 따귀를 때리는 것인데, 이유를 이렇게 참신하고 상투적이지 않게 말했다.태자 조기는 지금 이미 안색이 몹시 창백해진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다만 진루안을 노려보는 눈빛은 강렬한 살기를 담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단지 진루안을 죽이고 진루안을 참혹하게 죽인다는, 한 가지 미친 듯한 생각만 남았다.한 사람에 대한 살기가 지금까지 이 정도에 이른 적은 없었다.“진루안, 너 여기서 허장성세 부리지 마, 나에 대한 너의 모욕은 기억하겠다!”“용국이라는 땅 위에서 일단 내가 왕위에 오르면, 절대 너는 없어진다는 걸 기억해!!”“너는 정말 비참하게 죽을 거야!”이를 악물고 손가락으로 진루안을 가리키면서, 조기는 험악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포효했다.자신에 대한 조기의 위협을 들은 진루안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라앉았고, 평범하던 눈빛이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마치 칼집에서 나온 보검처럼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뭐라고 했어요?”진루안의 말투는 그의 눈빛보다 더 날카로웠고, 더욱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살기가 배어 있었다.조기는 진루안의 온몸에서 발산되는 이런 엄청난 공포의 기세를 느끼자, 더욱 놀라서 무의식 중에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뒤로 물러섰을 때, 진루안의 얼굴에서 조롱하는 기색이 뚜렷해지는 것을 보고 갑자기 자신이 망신을 당했다고 느꼈다. 당당한 용국의 황태자가 뜻밖에도 진루안 앞에서 거듭거듭 망신을 당한
진루안의 눈빛 깊은 곳에서는 냉기가 가득했다. ‘당당한 태자가 뜻밖에도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게 했단 말이야? 그러면 나는 역모가 되지 않겠어?’‘내가 그의 큰아들인 용국의 태자에게 명령을 내렸다는 걸 만약 국왕 조의가 알게 된다면, 머리끝까지 화를 내게 될 거야.’‘내가 태자 조기를 때릴 수는 있어. 왜냐하면 이 일은 확실히 그가 한 짓이 너무 지나쳤기 때문이야. 설령 조의가 추궁한다 하더라도, 나 진루안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아.’‘그러나 조기에게 명령을 내리면 절대 안 돼.’“태자가 나오신 지 시간이 제법 됐지요? 돌아가셔야죠!” 진루안은 이어서 조기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조기의 안색이 변했다. 진루안이 조금도 걸려들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졌다. ‘원래 진루안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는데 실패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조기도 실망하지 않았다. ‘원래 진루안은 이렇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아. 만약 작은 음모로 진루안을 손해 보게 할 수 있다면 진루안이 아닐 거야.’“오, 확실히 그래. 내가 나온 지 오래되었지, 돌아갈 때도 되었어.” 진루안의 말을 이어받은 조기는 여기서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서, 아쉽지만 일찍 떠나야했다.그리고 진루안을 향해 인사를 한 뒤 다실 문밖으로 걸어갔다.진루안은 태자 조기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태자가 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원래 등을 돌리고 있던 조기의 몸이 갑자기 떨렸지만, 진루안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발걸음을 빨리 해서 문밖의 10여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떠났다.다실 입구에 나온 진루안도 급히 떠나려는 조기를 바라보면서, 이 태자가 이상하다고 더욱 느꼈다.‘이전의 조기는 모두 국외의 번호를 사용해서 내게 전화를 걸었고, 목소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변성기를 사용했어.’‘지금 이 태자가 이렇게 빨리 동강시에 올 수 있다니 이상하지 않아?’용국의 주변국 중에서 거리가 가장 가까운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