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은 스승의 사형이기 때문에 자신의 할아버지와 스승이 백무소와 사귀는 것도 합리적이었다.‘나도 진작 이 점을 생각했어야 했어.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때 사부님이 직접 동강시에 와서 나를 데려갔을까? 정말 우연의 일치일까?’ 이전의 진루안은 그렇게 믿었지만, 복잡한 사회와 인생을 겪은 후 진루안은 이른바 기연의 우연을 믿지 않았다.‘필연코 백무소 사부님이 일찍부터 내 신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나를 데려가서 제자로 받아들이신 거야.’“나와 네 사부는 정말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어. 아마 열 몇 살 때부터 우리가 알고 지냈을 거야!” 빙그레 웃으며 수염을 늘어뜨린 진봉교가 진루안에게 대답했다.백무소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때 나는 19살이었고, 네 할아버지는 15살이었어!”“나는 사탕 하나 때문에 네 할아버지하고 정신없이 싸웠는데, 마지막에는 때려서 머리까지 다 깨졌던 것도 기억이 나는구나. 하하!”어린 시절의 재미있는 일을 생각하면서, 백무소는 자신도 모르게 놀리면서 웃었다.진봉교는 그의 큰 웃음을 들었지만 결코 화를 내지 않았다. 눈빛에는 추모의 기색만 보였다. 그때 그의 큰형 진봉산은 25살이었다. 자신과 백무소를 데리고 세 사람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당시의 적지 않은 고대무술계 강호의 인물들을 알게 되었다.나중에 이 땅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큰형 진봉산은 의연히 종군해서 백무소를 데리고 전장으로 나갔다. 자신은 진씨 가문 집안의 가주로 내정되었기에 그들을 따라 참전할 기회가 없었다.어느덧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서, 두 사람은 이미 머리가 희끗희끗해졌다. 무려 30년 가까이 만나지 못한 것이다.“진 선생님, 밖에 사람이 왔습니다!”두 노인이 끊임없이 감개무량하게 회상하고 있을 때, 황지우가 황급히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 얼굴의 표정이 아주 무거웠다. 지금 이렇게 무거운 표정을 짓게 만든 걸 보면, 사람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진루안은 황지우의 뒤에서 위일천과 황홍비를 보
황지우는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진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지만 그 사람은 결국 태자다. 누가 태자를 만났을 때 정상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어?’‘용국이 전체가 몇 명이 있지? 물론 진루안도 자연히 그 중의 하나야.’“진루안은 어디에 있어? 내가 왔는데도 나와서 나를 맞이하는 걸 보지 못했어. 설마 임페리얼왕이 태자인 나보다 더 대단한가?”조기의 혐오스러운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서 구두로 한 줄이 바닥을 밟는 소리가 아주 선명했다.뚜벅뚜벅 소리가 점점 급해지면서 가까워졌다.결국 용국의 태자 조기가 다실 입구에 나타났다. 수척한 얼굴은 칼로 깎은 듯했고, 초롱초롱한 두 눈은 보기만 해도 두려움이 생길 정도였다. 특히 날카로운 검과 같은 까맣고 짙은 두 눈썹에는 풀리지 않는 차가운 기운이 배어 있었다.온몸에는 칠흑처럼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고, 구두는 사람의 그림자까지 비칠 정도였다.1미터 80센티미터의 조기 뒤에는 같은 양복을 입은 10여 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며 다실 안으로 들어갔다.“왜 떠들고 그래? 아바마마께서 규칙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백무소는 한창 진봉교와 지난날을 이야기하면서, 예전의 파릇파릇하던 시절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기의 고함소리는 이 노인을 아주 불쾌하게 만들었다.조기가 태자인지 아닌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설사 국왕 조의라 하더라도, 정말 그를 화나게 하면 감히 욕을 할 것이다. 더군다나 순조롭게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는 태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누가 X발... 어, 백 군신이세요?”큰 소리로 욕을 하려던 조기는 어색하게 말을 거둬들였다.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말을 거둬들인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백 군신이 가볍게 자신의 따귀를 몇 대 때렸을 것이다. 백무소는 눈살을 찌푸리고 태자 조기를 힐끗 보았다. 조기는 몇 년 전에 비해 다소 침착해졌지만, 오히려 떠벌리기와 경망스러운 면은
“너희들은 얘기를 나눠, 우리 둘은 나가서 얘기를 좀 할 거야!” 백무소가 일어서서 옆에 앉아 있던 진봉교에게 눈짓으로 물었다.진봉교도 일어섰고, 다실을 나온 두 노인은 계속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러 갔다.다실 안에는 진루안과 몇 사람만 남았다.황지우가 슬쩍 조경을 한 번 보았는데, 조경은 아주 복잡한 눈빛으로 조기를 쳐다보았다.‘이 사람이 내 형이야? 지금 왕조의 태자 나리인 조기야?’이것은 자신이 처음으로 조기를 본 것이다. 또한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는 형제를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형제는 서로 알아볼 수도 없었다.‘일단 내 신원이 알려지면 조씨 황실이나 국왕 조의에게는 일종의 명예상의 스캔들이 되기 때문에 이런 스캔들은 대중에게 알릴 수 없어.’조경은 이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기 앞에서라도 자신은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했다.황지우가 자신에게 표시하는 걸 자연스럽게 보고는 황지우를 따라 다실을 나섰다.위일천과 황홍비는 줄곧 구석에 서 있었다. 태자 조기를 직접 보고 나서는 그들은 놀라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용국 태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저 사람은 미래의 국왕이잖아.’두 사람은 지금 잘못 진루안과 황태자의 관계가 아주 좋다고 잘못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진 선생님의 미래 성과는 확고부동하게 안정되지 않겠어?’이렇게 생각한 위일천과 황홍비는 모두 진루안을 믿는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 원래 앞날을 걱정하던 그들이 지금은 정직도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시적인 실수가 무슨 대수야? 길게 생각해야지.’진루안은 당연히 이들의 마음을 알지 못했지만, 오히려 오해가 생기면서 그들 마음속의 망연자실한 심정을 해결하게 되었다.두 사람은 반응하면서 얼른 몸을 돌려 나갔다.“너희들 나하고 함께 나와!” 태자 조기의 10여 명의 경호원이 아직도 문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본 칼자국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고 불쾌하게 노발대발했다.10여 명의 경호원들은 칼자국의 온몸에서 공포스러운 기세를 느낀 뒤에, 모두 복
“야, 진루안아, 나를 왜 봐?” 진루안이 말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본 조기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이 순간 조기의 온몸에서 연골1중의 기세가 휩쓸고 나오면서, 오히려 진루안의 마음속에 의심과 근심이 많이 줄어들었다.소문에 의하면 태자 조기는 아주 높은 경지까지 수련해서 이미 용국의 조정에서 보기 드문 절정의 고수가 되었다고 했다. 연골1중의 기세를 느낀 진루안은, 이 사람이 정말 태자 조기라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태자께서 대담하게 사람을 배치해서 감사원에서 전해강을 죽였습니다. 또 연속해서 저 진루안을 도발하셨으니, 이 일은 마땅히 제게 설명해주어야 합니다.”눈을 가늘게 뜬 진루안은 조기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고 외쳤다.태자 조기에 대해 진루안은 비굴하게 굽실거리는 그런 노예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비굴하지 않고 거만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그가 가져야 할 태도다.“건방지게, 내게 이런 말을 물어볼 자격이 있어?” 진루안의 말투가 곱지 않은 질문을 듣자, 조기는 갑자기 벌컥 화를 내면서 책상을 툭 치고 일어선 다음 진루안을 노려보았다.“네가 뭔데 나한테 이렇게 물어볼 자격이 있어?”조기는 주먹을 꽉 쥔 채 표정이 아주 어둡고 좋지 않았다. 그는 진루안이 뜻밖에도 자신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자신이 태자인데, 진루안이 결국 완전히 본체 만체 하면서, 마치 진루안 그가 바로 태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태자는 확실히 조정에 자리가 없다. 그는 원래 지금 세대의 권력 중추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차기 국왕 후보다. 반은 국왕인 자세로 어떤 대신이나 사람이라도 만날 자격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진루안을 포함한 모두를 지도할 자격이 있다.그러나 진루안의 말투가 이렇게 좋지 않은데, 그가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겠는가?“니 진루안은 20세에 용국의 새로운 전신이 되었고 22세에 임페리얼의 궐주, 26세에 임페리얼왕이 되었고 고대무술계의 일
이번에는 조기에게 반격할 기회와 가능성을 주지 않고 바로 그를 잡아당겨서 또 넘어뜨렸다.연이어 넘어지자, 조기가 연골1중이라도 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고대무술 수련자지만, 상대방 역시 그렇지 않은가?경지를 비교하면 그는 진루안과 비교할 수 없다.권세를 비교하면, 현재 그는 태자의 이름뿐만 아니라 병권과 경제의 대권을 쥐고 있는 진루안만 못했다.악랄함에서는 현재 용국 안에서 진루안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내가 당신을 세 번 넘어뜨렸는데, 당신은 승복합니까?”진루안은 흘겨보는 눈빛으로 높은 곳에서 태자를 바라보면서 지극히 냉담한 어조로 물었다.조기는 온몸의 시큰시큰함을 참으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지금 그의 온몸의 검은 양복은 이미 여러 군데가 더럽혀지고 파손되었다. 이 태자의 이미지는 지금 더욱 낭패스러웠다.진루안이 정말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대고, 태자라는 자신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을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할 수가 없었다.“진루안!!”“네가 오늘 나에게 한 모욕을 기억하겠어!”“내가 국왕이 되는 날이, 바로 너 진루안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날이야!”조기가 어떻게 참고 또 어떻게 승복할 수 있겠는가? 그는 태자로서 본래 남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그의 눈에 진루안은 본래 수하에 속해야 했고, 그의 부하급이 되어야 했다.그러나 이 부하는 오히려 거꾸로 그 주인을 호되게 훈계했다. 마음속으로 참으면서 바로 살의, 공포의 살의만 가지고 있었다.만약 이전에 진루안을 죽이려는 것이 진루안이 미래의 국왕으로서의 권세와 지위를 방해하기 때문이라면, 지금 그가 진루안을 죽이려는 것은 단지 순수하게 반드시 진루안을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공적인 원한에서 사적인 원한으로 바뀌었다.진루안은 단지 30초도 걸리지 않았다.“여전히 불복하는군요!” 두 눈을 가늘게 뜬 진루안은 조기의 눈에 나타난 흉악한 빛을 본 후 냉소할 수밖에 없었다.조기는 거리낌 없는 눈빛으로 진루안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천천히 손바닥을 거둔 진루안은, 얼굴에는 여전히 환한 웃음기를 띤 채, 태자 조기를 바라보고 말했다.“죄송합니다. 모기를 잡겠습니다!”“동강시의 날씨가 이렇게 더워서, 아직도 모기가 출몰합니다.”“태자께서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이 모기가 피를 한 모금 빨아들이면 체내에 독소를 남길 수 있습니다. 만약 무슨 전염병이 있다면 태자께서 더욱 위험해질 것입니다.”“태자를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저도 감히 이 모기를 찍어 죽일 것입니다.”진루안의 말은 바로 이렇게 당당했다. 분명히 태자의 따귀를 때리는 것인데, 이유를 이렇게 참신하고 상투적이지 않게 말했다.태자 조기는 지금 이미 안색이 몹시 창백해진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다만 진루안을 노려보는 눈빛은 강렬한 살기를 담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단지 진루안을 죽이고 진루안을 참혹하게 죽인다는, 한 가지 미친 듯한 생각만 남았다.한 사람에 대한 살기가 지금까지 이 정도에 이른 적은 없었다.“진루안, 너 여기서 허장성세 부리지 마, 나에 대한 너의 모욕은 기억하겠다!”“용국이라는 땅 위에서 일단 내가 왕위에 오르면, 절대 너는 없어진다는 걸 기억해!!”“너는 정말 비참하게 죽을 거야!”이를 악물고 손가락으로 진루안을 가리키면서, 조기는 험악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포효했다.자신에 대한 조기의 위협을 들은 진루안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라앉았고, 평범하던 눈빛이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마치 칼집에서 나온 보검처럼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뭐라고 했어요?”진루안의 말투는 그의 눈빛보다 더 날카로웠고, 더욱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살기가 배어 있었다.조기는 진루안의 온몸에서 발산되는 이런 엄청난 공포의 기세를 느끼자, 더욱 놀라서 무의식 중에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뒤로 물러섰을 때, 진루안의 얼굴에서 조롱하는 기색이 뚜렷해지는 것을 보고 갑자기 자신이 망신을 당했다고 느꼈다. 당당한 용국의 황태자가 뜻밖에도 진루안 앞에서 거듭거듭 망신을 당한
동강시, 터미널 밖.황토색의 셔츠와 회색 청바지에 낡은 스니커즈 차림의 진루안은 낡아 빠진 포대 자루를 들고 있었다.어느새 많이 변한 동강시에 진루안은 탄식을 뱉었다. "6년 만에, 내가 돌아왔다!"6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스승님인 백 군신을 따라 동강시를 떠났었다.6년 뒤, 드디어 돌아왔다!주위 사람들은 진루안을 흘깃 쳐다보다 이내 더럽다는 듯 인상을 쓰며 코를 막았다.바로 그때, 3, 40대 정도 되는 파란색 포르쉐 911차량 대오가 두 줄로 나뉘어 빠르게 다가왔다.주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다 이내 진루안을 업신여기며 흘겨봤다.쓰레기나 줍는 저런 사람은 아마 평생 저런 차를 사지 못할 게 뻔했다.차가 제대로 서기도 전에, 첫 번째 차에서 연미복을 입은 노인이 내렸다. 잔뜩 긴장한 듯 연신 땀을 닦고 있었다.숨을 헐떡이며 진루안의 앞에 다가온 그는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했다."궐주님, 정말 죄송합니다. 오는 데 길이 막혀서요, 용서해 주십시오."순간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이 똥이라도 씹은 듯 굳어버렸다.다른 차에서 내린 수십 명의 검은 옷차림의 경호원들은 그들이 놀라든 말든 곧장 그들을 쫓아냈다.진루안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연미복 차림의 노인을 쳐다봤다. 이 사람은 건성의 그 유명한 전 영감, 전광림이었다.전광림은 말 한마디로 온 건성의 격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러나 그런 그도, 감히 진루안 앞에서는 조금의 위세도 펼치지 못했다.만약 이 모습을 건성의 큰인물들이 보았다면 두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 분명했다."궐주님, 건성 쪽에서 이미 모든 일정을 다 준비해 놓았습니다. 타시지요."전광림은 아첨하며 진루안을 쳐다봤다. 이분은 용국의 호국전신, 임페리얼의 궐주로 무수한 공적을 쌓은 명예롭기 그지없는 존재였다. 그런 사람에게 감히 무례를 범할 수는 없었다."됐어요, 사치는 별로 안 좋아해서요!"포르쉐 대오를 흘깃 본 진루안은 고개를 젓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그가 동강시에 돌아온 것
차가운 눈으로 이윤희를 노려보는 안유아의 얼굴에는 경멸이 가득했다."네가 우리 오빠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다면, 네까짓 게 어디 우리 집안에 들어올 자격이나 있었겠어?'안유아는 저런 돈밖에 모르는 여자는 자기 오빠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속에서 열불이 차오른 이윤희는 진루안을 노려보며 벌컥 화를 냈다. "진루안, 당장 꺼져!"저 진루안 때문에 자신마저 안유아에게 모욕을 당하다니. 겨우 시누이의 환심을 샀는데 눈 깜짝할 새에 전부 다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며 한때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이윤희를 쳐다봤다. 당시에도 이윤희는 재벌가에 시집가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재벌 가문이 어디 들어가기가 쉬운 곳이던가?"이야, 우리 옛 동창이잖아. 진루안, 너도 왔어?"신랑인 안명섭은 술잔을 든 채, 잔뜩 붉어진 얼굴로 다가왔다.그러다 자기 여자인 이윤희가 진루안과 함께 서 있는 것을 보자, 두 눈에 음산함이 드러났다.안명섭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챈 이윤희는 얼른 다가가 팔짱을 끼려 했다.하지만 짜증을 내며 그 손을 뿌리친 안명섭은 이내 진루안을 깐깐하게 훑어봤다. 진루안의 남루한 차림을 본 안명섭의 눈에 이내 경멸이 반짝였다."친구야, 결혼 축하해!" 진루안은 시원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지만 안명섭은 코웃음만 치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허공에 쓸쓸히 내밀어진 손에 진루안은 몹시 난처해졌다."어쩌다 이렇게 궁상맞은 꼴이 됐어? 설마 아직도 쓰레기나 주우면서 사는 거야?""친구끼리,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 안명섭은 진지한 척하며 물었다. 특히 진루안이 포대 자루를 들고 있는 것을 보자 진루안이 여전히 폐품을 주우며 살아가고 있다고 더더욱 확신했다.고등학생일 때도 진루안은 폐품을 주워 판 돈으로 학교를 다녔었다. 말은 근검절약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가난때문이 분명했다!다른 동창들도 술잔을 든 채 다가왔다. 방금전까지 진루안을 무시했던 그들은 지금 하나둘 구경하러 다가왔다."진루안, 너 왜 이렇게 입고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