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안 나?” 진루안은 연정이 눈살을 찌푸리고 얼굴에는 심지어 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보고, 이 녀석이 자신의 고심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아닙니다. 궐주께서는 지모가 원대하여 부하와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연정은 입을 헤벌리고 웃으면서, 알랑거리며 아첨하기 시작했다.“꺼져, 너도 언제 아부하는 걸 배웠니?”연정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루안은 그의 뺨을 한 대 때렸다. 물론 연정은 히죽히죽 웃으며 피했다.운전하던 운전병은 보면서 간담이 서늘해져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평소에는 경솔하게 지껄이거나 함부로 웃지 않던 연정 장군에게 이런 면이 있었단 말이야? 역시 궐주다워. 궐주가 이런 실력이 있으니, 연정의 뺨을 때릴 수 있는 거야.’“내가 중간 정도 큰 아이들로 하여금 그들을 상대하게 하는 것은, 용국의 군부에서는 사관학교의 아이들까지도 그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알게 하려는 거야.”“그들은 그때가 되면 아이조차도 비교할 수 없는데, 그들이 또 무슨 낯짝이 있어서 오만방자하게 날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또 무슨 낯짝으로, 용국의 군부는 소질이 없다고 떠벌릴 수 있겠어?”“그때가 되면, 다시 그들의 금지품을 찾아내 바로 언론에 폭로해서, 그들이 도끼로 제 발등을 찍게 만드는 거야.”진루안의 모략은 전과 및 여론 두 방면에서 출발해서, Y국의 장교들을 철저하게 승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온몸을 괴롭게 만들고, 더 나아가 일거에 Y국의 군부를 맥빠지게 만들 수 있다.R국이 등뒤에서 저지른 방해 선동에 대해서는, 잠시 진루안은 그들을 상대하지 않는다.‘기왕에 올해 세계전신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하니, R국의 출전 선수를 첫번째로 탈락시켜야지.’‘그들로 하여금 선발 시합조차 못 넘기는 기분도 느끼게 해줘야겠어.’‘이것이 바로 용국 군부의 미움을 산 대가이고, 이것이 바로 용국의 군부를 모독한 말로야!’‘우리 용국에 사람이 없다고 속이지 마라!’진루안의 몇 마디 말은, 즉시 연정으로
“사부님, 연락을 주셨네요. 보고 싶어 죽겠어요.” 진루안은, 지금 마치 오랫동안 가족을 보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유난히 흥분하고 있다.사부는 진루안, 그의 일생에서 가장 큰 은인이다. 만약 사부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어찌 지금의 영예와 전공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진루안은 사부를 아버지로 여겼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를 본 적이 없었고 부성애와 모성애를 받아본 적도 없었다. 스승의 출현은, 어느 정도 진루안의 아쉬움을 메워주었다.“하하, 이 자식아, 내가 전화 한 통도 안 할 것 같아, 양심이 없어!” 전화 안에서 시원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기력이 넘쳐흐르면서 진루안을 조롱하고 있었다.진루안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얼른 대답했다.“사부님, 저는 그동안 바빴어요.”“헛소리, 네 놈이 똥을 얼마나 쌀 수 있는지, 이 몸이 모를 것 같아?”“됐어, 그 일은 말하지 말고, 내가 너에게 찾아준 약혼녀는, 만족하니?” 백 군신은 전화에서 다소 기대하며 진루안에게 물었는데, 완전히 가십거리를 찾는 모습이었다.진루안은 스승의 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매우 갑갑해지면서 말투도 톤이 많이 낮아졌다.“말도 마세요. 데릴사위의 맛은 정말 좋지 않아요.”“이것도 너에 대한 시련이야, 이 녀석아. 너는 일을 할 때 용맹스럽지만, 변통과 매끄러움을 몰라. 게다가 역경과 위험도 겪지 않았고, 인생의 온갖 상황도 맛보지 못했어.”“이 6년 동안, 너는 너무 순풍에 돛 단 듯이 걸어왔기 때문에, 스승이 너에게 데릴사위가 되라고 한 것도 너의 성질을 좀 죽이라고 그런 거야. 그리고 서경아는 좋은 여자야. 그렇지 않으면 사부가 어떻게 그녀를 찾을 수 있겠어?”“그녀의 할아버지는 나의 막역한 친구야. 네가 그를 서안산에 안장하도록 안배했다고 들었는데, 그건 아주 잘 했어. 나는 매우 만족해.”“소 영감의 공로와 용국에 대한 공헌을 완전히 책임지기 시작한 거지!”진루안은 휴대전화를 귓가에 대고서, 참견하지 않고 줄곧 스승의 말을 듣고 있었다
진루안은 서경아가 오늘 주주들의 표적이 되어 공격을 받을 줄은 몰랐다. 지금, 그는 빌딩에 들어간 후, 곧 맨 꼭대기층에 왔다.복도에는 직원이 한 명도 없이 모든 것이 조용해 보였다.며칠 전, 그렇게 많은 여직원들이 가십을 떠는 상황도, 지금은 일어나지 않았다.복도 양쪽의 사무실조차도, 직원들이 매우 적고 빈 자리가 많은데,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진루안은 서경아의 사무실에 왔지만, 그속에는 서경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때 진루안은 비로소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서경아의 그 마세라티 고급차는 아직 아래층에 세워져 있지만, 그녀는 사무실에 없다. 그것은 바로 이 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몸을 돌린 진루안은, 비스듬히 맞은편 사무실로 걸어가 문을 열고, 안에 있는 직원들의 표정이 어떻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당신네 서 대표는 어디 갔나요?”“아, 나는 당신을 압니다. 당신은 그 진루안이지요!”사무실 안에 있던 직원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진루안에게 깜짝 놀랐지만, 곧 잘생긴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 놀라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으로 진루안을 향했다.진루안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누가 나에게 당신들의 서 대표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 있습니까?”“우리 서 대표와 주주들은, 모두 아래층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한 얌전한 여직원이 안경을 올리면서 진루안에게 한마디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고맙다는 말도 할 겨를이 없어, 몸을 돌려 한쪽의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리고 사무실 안에는 잘생긴 남자가 냉담하게 웃었다.“득의양양하긴, 데릴사위인 주제에 말이야.”“등처가인 자식이, 얼굴은 정말 두껍네.” 남자는 마음은 시샘으로 씁쓸했다. ‘저렇게 좋은 기회가, 왜 내 머리 위에는 떨어지지 않았을까?’진루안은 당연히 떠난 후의 일을 몰랐다. 설사 남자의 말을 듣더라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을 것이다.소인배에게는 그가 화를 낼만한 가치가 없다.아래층의 회의실은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그래, 그래도 투표로 시간을 절약하자.”이 순간, 단지 몇 명의 대주주가 투표를 결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서씨 가문의 친척들조차도 서경아와 혈연관계가 있는 친척들은, 거의 모두가 서경아의 대척점에 섰다.한마디도 하지 않는 큰고모 서지숙을 제외하고, 이 가족들은 모두 고소해하는 모습이었다.서경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얼굴에는 여전히 분노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예상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윤의 전화를 받은 후, 이미 이 장면을 추측했다.“나는 당신들이 투표의 형식을 취하여, 나의 회장 자리를 파면하는 것을 승낙할 수 있습니다. 그 전에 내가 당신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서경아는 갑자기 입가에 웃음을 띠며 주위의 이 주주들을 바라보았다.아무도 이 장면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서경아가 화가 나서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서경아가 뜻밖에도 투표에 동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몇 가지 질문을 해야 했다.안경산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곧 웃음을 터뜨렸다.“서 사장은 무엇을 묻고 싶습니까?”“왕 사장님, 아드님 안명섭 씨의 결혼 생활은 여전히 행복하지요?” 서경아는 안경산을 바라보며, 웃음을 띤 얼굴로 물었다.그 말을 들은 안경산은 표정이 멍해졌고, 곧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드러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서 대표님의 걱정을 번거롭게 하고, 서 대표님이 그날 결혼식에 참가했다고 들었는데, 이것은 우리 왕씨 가문의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진루안은 밖에 서서 이런 말을 들은 후에야, 왜 이 안 사장의 표정과 안명섭이 이렇게 비슷한지 알게 되었다. 원래 그는 안명섭의 아버지이자 안씨 가문의 가주인 안경산이었다.뜻밖에도, 안명섭의 아버지도 서화 그룹의 주주 중의 한 명이었다.“서 사장님, 설마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순전히 시간 낭비입니다.” 조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소 불쾌하게 서경아를 바라보았다.서경아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얼굴이 차가워졌다
“장 할아버지, 그것은…….”조윤은 멍청했다. 그는 이 할아버지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뜻밖에도 주식 양도 협의서라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이 협의서를 보고, 조윤은 머리가 ‘띵’ 소리를 내면서, 머리가 텅 비어버렸다.안경산도 경악한 표정으로, 주변의 이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 할아버지가 어떻게 지분을 양도할 수 있는지, 전혀 믿을 수 없었다.장 할아버지의 본명은 장천산으로, M국의 용국 교포다. M국에 일부 기업체를 갖고 있는데, 30년 전에 서화 그룹에 투자해서, 지금은 주식의 15%를 차지하고 있다.이것은 독립 투자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 뜻밖에도 주식을 서경아에게 양도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안경산은 생각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배후에서 계책을 꾸민 것으로 추정되는, 한씨 가문의 가주인 한성호도 생각지 못했다.“지금부터 내 수중의 지분 15%를 서 대표에게 양도합니다!”장천산은 주위의 이 몇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주식 양도 협의 문건을 서경아에게 건네주었다.서경아는 웃는 얼굴로 펜을 꺼내, 자신의 이름에 ‘쓱쓱’ 사인한 뒤, 다시 장천산에게 건네주었다.장천산은 서류를 가져갔고 자신의 이름도 서명했다.이 순간, 서경아가 보유한 지분은 55%로, 기존의 40%에서 55%로 바로 변하면서, 절대적인 지배 주주가 되었음을 의미했다.즉, 서씨 가문그룹은 앞으로 서경아라는 회장만 가질 것이며, 조영화 남매가 어떻게 계산하든, 이 판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당신들은 또 무슨 할 말이 있나요?”서경아는 눈을 흘기며 주위의 사람들을 힐끗 보았는데, 말투가 차갑고 담담했다.“없으면 산회합시다!” 서경아는 그들이 잠시 동안 말을 하지 않고 무뚝뚝한 표정만 짓자, 다시 냉소하며 일어나 서류를 들고 갔다.장천산도 외투를 입고 몸을 돌려 바로 떠났고, 주위의 이런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도 상관하지 않았다.회의실에서 모든 사람들은 근심이 가득했다. 특히 조윤은 명치가 비할 데 없이 아팠다. 좋은 계획은
“아이고, 부인의 위엄에, 소생은 진심으로 탄복합니다요.”진루안도 얼른 서경아에 장단을 맞춰서, 두주먹을 안고 허리를 굽혀 절했다.서경아는 진루안이 그녀를 부인이라고 부르자, 가슴이 떨리면서 얼굴도 부끄러워 약간 붉어졌다.그녀는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 ‘2년 뒤에 각자 떠나기로 분명히 약속을 했는데, 왜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 배척이 없을까?’‘설마 나 서경아가 정말 진루안을 좋아하게 되었단 말이야?’한순간, 서경아는 뜻밖에도 진루안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고, 온몸이 한참동안 멍해졌다.“서 대표님, 정말 축하합니다. 당신이 이렇게 역전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이때 회의실 대문이 안에서 열리면서, 주주들과 서씨 가문 사람들이 천천히 나왔다.서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의기소침하게 떠났다. 지금 어디서 감히 서경아와 다투겠는가? 진루안이 옆에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오히려 안경산은 웃음기를 띠고, 서경아의 앞으로 걸어갔다. 괴상한 소리를 내는데, 칭찬인지 풍자인지 몰랐다.서경아는 안경산을 힐끗 본 뒤 담담하게 말했다.“안 사장님 과찬이십니다. 저는 단지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저 분이 틀림없이 서씨 가문 집의 그 데릴사위, 진루안 씨겠지요?” 안경산은 안색이 많이 어두웠지만, 곧 진루안에게 눈을 돌렸고, 말투는 가학적인 뜻을 띠었다.그는 서경아의 몸에서 망신을 당했는데, 지금은 진루안의 몸에서 보충하고 싶을 뿐이다.진루안은 당연히 그의 계산과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와 문자 게임을 할 시간이 없었다.“누구세요? 제가 당신을 알아요?” 진루안의 태도는 평범하고 심지어 냉담했다.갑자기 안경산의 안색을 더욱 음침하게 만들었고, 마음속에 분노가 극에 달했다.‘좀스러운 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이런 태도를 취해? 정말 죽음을 자초하는구나.’“서 대표님, 이만!”안경산은 어두운 얼굴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발걸음이 갈수록 빨라졌고, 빨리 서화 그룹 빌딩을 벗어나지
“루안 씨, 다, 당신, 한씨 가문에 손을 댈 거예요?”서경아는 옆에서 진루안의 말을 들은 후, 갑자기 안색이 크게 변했다. 진루안이 결국 한씨 가문에 손을 대려 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뭐니뭐니해도 한씨 가문은 동강시의 큰 가문 중 하나로, 3위 안에 드는 명문 가문이다.일단 한씨 가문에 손을 대면, 동강시 전체를 휘저어 놓게 되고, 그때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그녀는, 한씨 가문이 응당 받아야 할 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 일로 인해 진루안에게 무슨 의외의 일이 생길까 봐 더욱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게 된다.“그래요, 난 한씨 가문을 멸망시킬 거예요.” 진루안은 서경아의 긴장한 표정을 보고, 자신도 그녀에게 숨기지 않고, 마음속의 말을 말했다.갑자기 서경아는 깜짝 놀랐다. 진루안은 한씨 가문에 손을 대는 것뿐만이 아니라, 뜻밖에도 한씨 가문을 멸망시키겠다는 것이다.“당신은 자신 있어요?” 서경아는 매우 진중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진루안이 자신 때문에 모험을 하고, 마지막에는 그 자신까지 연루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좀스러운 한씨 가문을, 나는 아직 마음에 두지 않아요.” 진루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씨 가문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만약 자신이 조그마한 한씨 가문도 없애지 못한다면, 이 궐주의 자리에서 일찍 물러나면 그만이다.서경아는 진루안의 얼굴에 가득한 담담한 자신감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너, 너 한씨 가문을 멸망시킬 거야?” 조윤은 진루안의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진루안이 이렇게 대담해서, 한씨 가문마저 없애려 한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한씨 가문이 세워진 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 만약 이렇게 대처하기 쉽다면, 일찍이 수많은 원수들이 한씨 가문을 멸망시켰을 거야. 그러나 한씨 가문은 여전히 우뚝 솟아 있어. 이런 큰 가문이 진루안은 멸망시키고 싶다고 말해? 너무 유치한 거 아니야?’“당신이 지금
전화기 쪽에 있던 서찬열은, 진루안의 이 말투를 듣고 약간 의아했지만, 얼른 대답했다.“안심하세요. 제가 곧 보내 드리겠습니다.”사관학교 안의 중간 정도의 아이들 몇 명은, 그가 이미 잘 뽑아놓았고, 단지 진루안의 곁으로 보내 훈련하는 것만 남았다.“찬열아, 일 하나만 좀 처리해 줘.” 진루안은 서찬열의 일처리 효율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전화를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한씨 가문을 멸망시키기 위해서이다.“당신은 얼마든지 분부하세요!”서찬열은 진루안의 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눈앞이 밝아졌다. 마침내 진루안에게 충성할 기회가 생겼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좋아, 너는 즉시 너의 친위대 800명을 거느리고, 동강시의 한씨 가문으로 곧장 달려가. 별도로 나에게는 탱크 10대를 보내!”“기억해, 완전 무장해!”“어? 궐주님, 지금 뭘 하시려고요?” 진루안의 말을 듣고, 서찬열은 바로 놀라서 어리둥절해졌다. 단지 전화인데도, 피비린내 나는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진루안이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몰랐지만, 마치 전쟁을 해야 할 것 같았다.“나는 한씨 가문을 멸망시키겠다!”진루안은 그와 쓸데없는 말을 할 시간이 없어, 전화를 끊은 후, 바로 서경아의 마세라티를 몰고 서화 그룹 빌딩을 떠났다.건성, 경주 교외의 군영에서, 서찬열은 전화를 잡고 온몸이 멍청하게 있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이 궐주는 역시 여전히 그 진루안이야. 이런 성격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어.’그러나, 그는 한씨 가문에 대해서도 알고 있았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각종 금지 물품의 밀수를 포함해서, 확실히 많은 지나친 일들을 저질렀다. 다만 동강시의 마석호가 한씨 가문을 덮어주고 있기 때문에, 한씨 가문은 줄곧 안정적이었다.‘지금 마석호는 궐주에 의해 막 해결되었고, 30년간의 옥고를 치르고 있지.’‘한씨 가문도 보아하니, 궐주가 남겨둘 것 같지 않아.’‘이것은 동강시의 이 혼탁한 물을 철저하게 뒤집어 엎으려는 것이지만,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