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의 고함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소인해는 고막이 저릿했고 넋이 나갈 것 같았다.그녀는 그저 울기만 할 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한참이 지나고 그녀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모르겠어, 정말 몰라, 그림은 소지한이 가져갔고 아마 교토의 어떤 거물에게 준 것 같았어.”“쫘악-“강서준은 일어나 있던 칼을 주워 소인해의 손목을 그었고 칼은 바닥에 떨어졌다.바닥으로 붉은 피가 떨어졌다.소인해는 아픈 듯 입을 크게 벌렸지만 소리를 지를 수 없었고, 얼굴은 잔뜩 일그러진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강서준은 닥치는 대로 은침 몇 개를 꺼내 소인해의 몸에 꽂았다.그림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기에 소인해를 죽일 수 없다.은침은 소인해의 손바닥에 꽂혀고 그대로 소인해의 손바닥이 잘렸다, 하지만 피는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고 소인해는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지금 이 순간, 소인해는 죽고 싶었다.강서준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지금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는 처지다.강서준은 다시 자리에 앉아 소인해를 바라보며 "네가 받은 고통은 네가 저지른 죄를 대신할 수 없어. 다시 한번 묻겠는데, 화월산거도 그 그림은 어디에 있지?"라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나.. 나는.. 나는 정말 몰라." 소인해는 이가 떨려 말을 더듬었다.강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시달리다 보면 살기 위해 진실을 불었다, 소인해는 지금 모른다고만 하고 있다, 정말 그림의 행방을 모르는 걸까?화월산거도는 집안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귀한 물건으로, 아주 오랜 기간동안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 그의 할아버지는 눈을 감기 전 강서준에게 가문은 멸망해도 그림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당부하셨다."나, 제발, 제발 날 좀 내버려 둬, 나, 정말 몰라."소인해는 몸을 떨면서 말을 더듬었다.그녀는 현기증을 느꼈지만 완전히 기절할 수는 없었다.그녀의 얼굴과 손에서 강한 통증이 전해져 왔다, 너무 고통스러워 기절할 수도 없었다.강서준은 악마다, 그녀는 두려웠다, 정말로 두
그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의술의 신이라니. 강서준의 신분에 소인해는 저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 ‘강서준이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어? 어쩐지 소지한을 죽였는데도 소요왕이 찍소리도 못 한다 했어. 이제 보니 소지한을 죽인 자가 바로 소요왕도 꺼려 하는 흑룡이구나.’장현은 강서준이 떠나는 것을 보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옷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시선을 돌려 침대에 누워있는 소인해를 봤다. 얼굴은 상처투성이고 깊게 잘린 손바닥은 너무 끔찍해서 소름이 끼쳤다. 도망가고 싶었다.“가, 가지 마요, 사… 살려 주세요. 원하는 만큼 도, 돈을 줄 테니까, 저를 병원에 데려가주세요.”전까지만 해도 소인해는 죽고 싶었다.지금은 강서준이 사라졌으니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돈을 준다는 말에 장현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강서준이 떠날 때 소인해을 죽지 못하게 하라던 말이 떠올랐다. 만약 지금 자신이 가버리면 소인해는 죽게 되고 강서준이 그 죄를 묻는다면 당해낼 방법이 없다. 하지만 살려주면 돈도 받을 수 있다. 이런 생각에 바로 휴대폰을 꺼내서 119 응급센터에 연락했다.한편 강서준은 소인해 별장에서 나오자마자 가면을 쓰고 QA, GB, ZA로 향했다.날이 밝아졌다.강릉 일가의 공원묘지, 강천의 무덤 앞에는 피로 범벅 된 사람 머리 세 개와 무릎을 꿇은 강서준이 있다.“할아버지, 소변학, 왕영귀, 조경산, 주덕평 모두 죽었어요. 우리 강한을 불바다로 만든 놈들을 제가 다 죽였어요. 하지만 제가 무능해서 아직 화월산거도의 행방을 찾지 못했어요.”“걱정 마세요, 제가 꼭 찾아낼 거예요. 4대 가문의 우두머리가 죽었다고 해도 절대 그 후손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들에게 절망이 무엇인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심정이 무엇인지 뼈 저리게 느끼게 해줄 거예요. 그리고 고통에 시달리다 죽게 한 후 가족들의 망혼에게 제물로 바칠게요.”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시야를 가렸다.기풍이 당당한 남황 흑룡이 천군만마를 상대할 때도
어느새 반쪽 하늘은 아침 노을로 물들었다 태양이 지평선 위로 서서히 오르더니 칠흙 같은 대지를 환하게 비추었다엊저녁, 강서준은 3대 가문의 우두머리를 찾아가 목을 따고는 바로 할아버지 무덤 앞에 와서 망혼들을 추모했다.오늘은 강중의 5대 지역이 들썩일 정도로 중요한 날이다. 그동안 소요왕의 즉위식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없다가 오늘 아침에 갑자기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당일 정오에 강중의 한 군부대에서 즉위식이 열린다고 하니 이로 인해 큰 소란이 일어났다.수많은 사람들이 초청장을 받으려고 온갖 방법을 출동하는 시기에 공식적인 즉위식 날짜를 발표한 것이다. 그 직후 또 다른 역대급 뉴스가 강중을 휩쓸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강중 뉴스 채널입니다. 엊저녁, 유명 그룹 회장 왕영귀, 조경산, 주덕평의 시신이 각자의 주택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의 특징은 모두 의자에 묶인 채 목이 잘리고 머리가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관련 부서에서 이미 조사에 참여했고 조사 결과는 추후 본 방송을 통해서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짧은 뉴스였지만 큰 소동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뭐라고?왕영귀는 4대 가문 중의 QA 그룹의 회장으로서 몸값이 수백억이고조경산은 4대 가문 중의 GB 그룹의 회장으로서 그 몸값도 수백 억에 달한다.주덕평도 4대 가문 중의 ZA 그룹의 회장으로서 몸값이 만만치 않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소요왕의 즉위식 날에 누가 감히 극악무도한 짓으로 소란을 피운다 말인가?그것도 일개 백성도 아닌 강중에서 내노라 하는 유명 그룹의 회장들이다.이건 분명 소요왕과 적대하려는 짓이 틀림없다.게다가 얼마 전에 죽은 SW 그룹 회장 소변학까지,강중의 4대 가문의 회장들이 모두 죽은 셈이다. 이게 우연인가? 아니면 계획적인 살인인가?강중시병원.소인해가 제때에 응급실에 실려온 바람에 잘린 손바닥을 꿰어 맸지만 앞으로 힘을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얼굴에 붕대를 감고 병상에 누워있는다.“인해, 큰 일 났어. QA, GB, ZS 회장님
소문학은 여동생이 왜 이렇게 벌벌 떨면서 두려워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소인해가 아버지를 죽인 자가 누구인지, 다른 가문의 회장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했다.그때 떠오른 가문.강한 그룹! 소 씨 가문에 원한이 있는 동시에 3대 가문을 하는 가문.10년 전에 불바다에서 멸망한 그 강한 그룹.눈치를 챈 소문학은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없이 돌아서 가버렸다.소인해는 망연자실하고 누워 있었다.소 씨 가문을 다시 정상으로 올리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젠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흑룡, 진짜 해냈어. 4대 가문에 대한 복수. 하긴, 10년 전의 일이라면 그 누구라도 마음속에 원한을 품었을 거야.” 소인해가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그 시각 한 군부대.소요왕은 다섯 개 별이 달린 전포를 쫙 빼입었다.“소요왕, 엊저녁 살인 사건이 일어났답니다. 살해당한 사람들은…”소요왕 측근이 다가와서 관련 사건에 대해 보고했다.“음?”소요왕이 눈살을 찌푸렸다.“흑룡 짓이야?”“네, 제가 조사한 바로는 10년 전 김초현이 불바다에 뛰어들어 강서준을 구해줬다고 합니다. 그 당시 불에 타서 얼굴이 망가졌는데 어찌된 일인지 얼굴에 상처 하나 없이 완전히 바뀐 뒤로 남황에 가서 군에 참가했답니다. 그 곳에서 시작해 10년 동안 전장에서 적을 무찌르고 수많은 공을 세워 백만 흑룡군을 통솔하는 흑룡으로 책봉되었답니다.”소요왕은 의아했다.“4대 가문과 무슨 악연이라도 있나?”“10년 전, 강한 일가가 불에 타 멸망한 것은 소 씨 가문과 4대 가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소용왕이 생각에 잠겼다. 지금껏 강서준이 자신의 여자 김초현을 건드린 대가로 소지한을 살해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악연이 있었다니.김초현은 강서준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고 소 씨 가문은 강한 일가를 멸망한 장본인이다.“소요왕,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즉위식 날에 강서준이 일을
소요왕의 즉위식 날에 3대 가문의 회장이 참담하게 살해당한 사건 때문에 분위기는 여전히 흉흉했다. 강서준은 공원묘지에서 나와 별채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후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꺼내 봤더니 부재중 전화 몇 통과 문자 메시지가 있었다. 아침 8시 넘었다.SA.김초현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밤새면서 기다렸지만 강서준은 전화도 문자도 없었다. 처음엔 전화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한데 날이 밝았는데도 연락이 없다니,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다. 마음이 초조해졌다.“설마 내가 너무 심했나? 그래서 자존심이 상한 건가?” 김초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후회됐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런 심한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강서준이 김초현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서준, 미안해. 내가 어제 너무 충동적이었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돌아와.’강서준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김초현에게 화난 게 아니다. 그녀가 흥분한 상태에서 더 설명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볼 면목이 없었다. 김초현은 자신을 구하느라 불구덩를 뚫고 들어왔는데 배은망덕하게 혼자 살겠다고 강물에 뛰어들었다. 그 뒤로 김초현은 강중에서 제일 못생긴 여인으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 비웃음을 샀다. 심지어 가족들한테도 무시당하면서 살았다.지금은 그녀가 좋다면 뭐든지 들어주고 해주고 싶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무릎 꿇는 건 절대 용납을 할 수 없다. 그 사람이 김초현의 할아버지라고 해도 말이다.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죽을지 언정 무릎을 꿇으면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흑룡의 존엄이다.김초현에게 답장했다.‘미안, 이제 일어나서 전화 소리 못 들었어. 지금 갈게.’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바로 차량번호판이 없는 사업용 자동차를 몰고 SA로 향했다.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많은 차들이 주차되었다. 그 차들은 SA 가문의
”서준.”김초현도 성큼 다가가 강서준의 손을 잡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어제는 미안했어. 말이 심했지? 근데 어디 갔었어?”“이혁네 집에서 잤어.”“모자란 놈, 네가 무슨 낯짝으로 와?”김위헌이 의기양양하게 걸어오면서 강서준을 멸시하는 눈으로 보고는 차량번호판이 없는 차에 시선을 돌렸다. “설마 이 차를 몰고 즉위식에 가는 건 아니겠지? 창피하지도 않아? 그리고 너…”시큰둥하게 내뱉더니 김현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이거 봐, 너 아직도 이 똥차 몰고 다녀? 아주 그냥 집안 망신을 다해라.”뒤이어 김해가 따라오더니 김현과 강서준의 차를 보고 차갑게 말했다.“얼굴 들고 못 다니겠어. 누구 차에 빈 좌석이 있으면 그 차를 타고 가. 할아버지 말씀 아니었으면 너희들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아.”“우리 차는 자리 없어요. 누가 태워주지?”“그러니까, 김호 일가는 가지 않는 게 좋겠어.”서로 자신의 체면을 챙기느라 분주했다.김천용이 지팡이를 짚으면서 걸어왔다. 김호를 흘깃 하고는 김현의 차와 강서준의 SUB차를 못 마땅한 표정으로 봤다. “너희들은 따라오지 말 거라. 즉위식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큰 인물들이다. 이런 차를 끌고 가문의 체면을 깍지 마라.”“할아버지…” 김초현이 입을 열려고 할 때 강서준이 팔을 당겼다.“할아버지, 그럼 저희는 가지 않겠습니다.” 말투는 단호하지만 웃는 표정을 지었다.“서준, 뭐하는 거야?” 김초현이 째려봤다.“그래요, 창피한 저희가 빠질게요.”하연미도 눈치가 있는지라 냉대를 받으면서 뒤꽁무니를 따라 가느니 차라리 집에 남는 게 편했다.“출발해.”김천용이 맨 앞에 대기하고 있는 벤틀리에 탔다.SA에서 특별히 초청한 북팀이 북 치기 시작하면서 요란스럽게 출발한다. 그 소리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맨 앞의 배너를 보더니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SA 그룹 대단하네. 소요왕 즉위식에 초청받다니.”“그러게. 말로는 김인영의 남자친구 박찬이 LU 그룹을 내세워서 받은 거라
하연미만 차에 타고 김호와 그의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다.강서준은 군부대를 향해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떠난 SA 일행이 보이자 아주 여유 있게 뒤를 따라갔다.SA는 이류 가문에 속하지만 어느정도 재산은 보유하고 있어 죄다 명품 차를 몰고 다녔다. 박찬도 뽀대나는 차를 몰고 와서 SA의 체면을 세워줬다.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차 행렬이었다. 수십 대 차에 북까지 쳐대니 무슨 퍼레이드 따로 없었다.특히 맨 앞에 걸려 있는 배너가 눈에 확 띄어서 사람들이 가다 가도 멈춰서 돌아봤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이 장면을 촬영해 자신의 모멘트에 올리기 바빴다. 그 덕분에 인터넷에서도 난리가 났다.“SA 대단해.”“강중에서 초청장을 기다리는 가문이 많고도 많은데 SA에서 받았다니 대단하다.”“이게 다 있는 집 사위를 둔 덕이지.”또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김천용은 벤틀리 안에서 사방을 둘러싼 행인들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아니 너무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뒤에서 따라가는 SA 일행도 뿌듯했다.소요왕의 즉위식에 초대받았다는 것은 소요왕의 인정하는 가문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야, 고마워.”김인영은 너무 기쁜 나머지 운전하고 있는 박찬의 볼에 뽀뽀를 했다. 박찬은 집에서 페라리 슈퍼카를 빌려온 것이 신의 한수였다. 그래서 더 의기양양했다.“인영, 내가 그랬잖아. 네 체면을 깍지 않는다고. 어때? 마음에 들어? SA에도 체면 세워줬지?”“응.”김인영은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그런데 아빠가 그러셨어. 10억으로는 턱없다고 하셨어.”“돌아가서 할아버지한테 얘기할게. 좀더 보태 달라고.”“인영, 내 말은 그게 아니야.”“자기야, 우리한테 큰 도움을 줬는데 LU에서 믿지는 장사하면 안 돼지. 90억, 100억 정도는 우리 집에서도 내놓을 수 있어.”인영의 말에 박찬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차 행렬은 여전히 위풍당당하게 전진하고 북소리도 귀가 멍해질 정도로 지치지 않고 울렸다. 대로 양측으로 지나
모두가 아는 초청장이다.초청장도 등급에 따라 뒤에 서서 관람하는 일반석과 앞에 앉아서 관람하는 VIP석으로 나누어져 있다. 김천용이 들고 있는 초청장 때문에 여러 사람이 놀랐다.“이류 따위 가문이 어떻게 VIP 게스트 초청장을 받았지?”“어쩐지 오버한다 했어. 소요왕이 초청한 특별 게스트였네.”다들 소요왕과 SA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VIP 게스트 초청장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VIP석은 진정으로 권위가 높은 자들만 앉을 수 있다. 그저 돈이 많다고 해서 차려지는 자리가 아니었다.“김 회장,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천용 형님, 10년만에 뵙는데, 아직도 혈기 왕성하시네요.”초청장을 보고 적지 않은 거물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했다.김천용은 영광스러웠다. 이 순간, 자신이 이미 상류층 사회에 진입했고 바라보기만 했던 거물들과 접점이 생겼다고 느꼈다.뒤에 따라온 SA 일행도 이미 인생의 최고봉에 도달한 듯 얼굴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한데, 강서준과 김초현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뒷좌석에 앉은 하연미가 이 장면을 보고 뾰루퉁 해졌다. 이런 꼴을 보려고 온 것이 아니다. 김천용의 표정을 보니 생각하지 않아도 김인영한테 큰 상을 내릴 게 뻔했다.“에휴, 인영이가 좋은 남자친구 얻었네.”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이에 강서준은 들은 척 만 척했다. 그저 모두가 입장하길 기다리고 있었다.지금 김천용을 받들어 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나중에 더 처참해질 테니까.그사이에 이예천도 도착했다. 김천용이 들고 있는 초청장을 보고 능력 있는 손녀사위를 얻은 것에 내심 부러웠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범하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어르신, 별고 없으십니까?”“이 대표.”김천용은 황급히 다가와 반갑게 손을 뻗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이 대표, 천군과의 협력에 애써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앞으로도 SA와 천군이 계속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그야 당연하죠.”“며칠 지나면 이 늙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