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이 쓰레기통은 정말 깨끗해요. 아가씨가 보내신 물건은 더러워지지 않았어요, 그냥 가볍게 버렸습니다. 어떤 손상도 없어요.” 오민이 전전긍긍 해명했다.“쓰레기통이 깨끗하다고요?” 민지훈이 물건을 가져가며 차갑게 물었다.오민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얼마나 깨끗하죠?"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사악하게 웃었다. 오민은 바로 쓰레기통을 집어 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깨끗하고 위생적이며 어떤 잔여물도 없습니다. 제 얼굴보다 깨끗해요, 세상에서 제일 깔끔한 쓰레기통입니다!"“그래요?” 민지훈이 차갑게 물었다.오민은 닭이 모이를 쪼아먹듯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밤에는 그걸 안고 주무시죠.”“네…” 오민은 울먹였다.이후 민지훈은 봉투를 열고 그 속에 담긴 각종 약품을 살펴봤다.“와, 아가씨가 정말 세심하시네요. 전부 타박상에 쓰이는 약이에요. 아까 도련님이 고주혁에게 맞으신 거 때문에 아가씨가 신경이 쓰이셨나 봐요! 도련님이 다치셨을까 봐 걱정하시는 거 같아요! 아까 보냈던 불쌍한 문자 메시지가 효과가 있네요!” 이 말을 하며 오민은 매우 기뻐했다.민지훈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 서 있던 경호원은 지금까지 그런 그의 미소를 본 적이 없었다. 그건 마치 7월과 8월에 내리는 폭설만큼이나 기적 같은 일이었다!“도련님, 여기 메모가 있습니다!” 오민이 약 더미 속에 숨겨진 메모를 발견했다.민지훈은 메모를 집어 들고 거기에 적힌 아름다운 손글씨를 읽어보았다.——민지훈, 불쌍한 척은 나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 그런 속임수는 세 살짜리 아이에게나 통하겠다! 약은 내가 전부 샀어. 아까 내가 주혁 오빠 만나서 해결했어. 다시는 가서 오빠를 괴롭히지 마. 또 그러면 이젠 내가 면목 없어!민지훈은 쪽지의 글을 보고 표정이 바뀌었다.“도, 도련님, 아가씨가 뭐라고 적으셨나요?” 오민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몸을 굽힌 채 걸음을 옮겨 그의 표정을 살폈다.그는 그녀의 글을 보고 숨이 턱 막혀왔다.“아가씨가 고주혁이랑 해결
“조연아! 회사에 늦으면 어떡하려고! 너가 CEO인데 어떻게 지각을 해!”“CEO는 늦어도 돼요…” 조연아는 여전히 잠에 빠진 채 중얼거렸다.하지만 과연 추연이 조연아가 자도록 내버려 두겠나? 그녀는 세 번의 등짝 스매싱으로 그녀를 일으켜 세운 다음 손을 뻗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가볍게 두드렸다.“짝짝짝…” 몇 번 소리가 난 후 그녀는 큰 소리로 물었다. "어때, 좀 깨는 거 같지?"“아파, 아파…”“다 깬 거 같네! 빨리 씻어. 아침 식사 준비됐으니까 먹고 회사 가. 업무를 미루지 말 것!” 이 말과 함께 추연은 침실에서 나갔다.조연아은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한쪽에 놓인 휴대폰을 들고 시간을 보았다.8시.출근까지 남은 시간은 아직 한 시간...알람 시계가 울리지 않은 것도 당연하다! "아줌마, 저 출근하려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어요. 회사에 늦었다고 하기엔 좀 이른 시간 아니에요?" 조연아는 억울했지만 이미 잠에서 깨어났고,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누워도 추연이 일으켜 앉힐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지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그녀는 씻은 후 아침을 먹고 회사로 떠날 준비를 했다.추연이 말했다. "내가 데려다 줄게.”"아줌마, 집에서 푹 쉬세요. 저 혼자 가도 돼요."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돼. 추신수가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너 혼자 보내면 아줌마가 걱정돼서 그래. 아줌마가 데려다주는 게 나을 거 같아.""아줌마, 지금 아침이에요. 그 사람이 아침부터 저를 공격할 리가 없잖아요?" "안전하게 가자는 거지. 내가 데려다 줄게. 가자." 추연은 이미 차 키를 들고 입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조연아는 추연이 그녀에게 신경 써주는 것을 거절하기 미안했고, 그녀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는 차 안, 추연은 조연아에게 질문 공세를 하기 시작했다. 주제는 모두 고주혁에 관한 것이었다. “연아야, 다시 생각해 보면 고주혁도 참 괜찮은 사람이야. 장래도 촉망되지, 외모도 좋지...”“아줌마
“너가 하율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 아줌마가 직접 나서는 수가 있어! 백장미의 딸은 천덕꾸러기라 내버려 두면 분명 문제가 생길 거라고!” 이후 추연은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그 시각, 임천병원의 VIP병실 안.만두가 하율의 아침 식사를 사 웃으며 병동으로 가져갔다.“만두 오빠가 오늘은 어떤 맛있는 음식을 사 왔을까?”이준국은 봉투를 뒤로 숨긴 채 말했다. “맞춰봐.”“음…” 하율은 곰곰이 생각했다. “우유랑 찐빵!”이준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똑똑하네, 맞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잖아! 오빠, 어떻게 매번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이준국은 하율의 물음에 조금 당황했다. 자신이 하율의 팬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했다. 오랫동안 그녀를 좋아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하율은 찐빵을 먹으며 이준국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준국은 변명이 떠올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냐하면 너는 이모의 여동생이고 취향도 거의 비슷하거든!" “음? 언니도 이걸 좋아하나 보네!” 하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찐빵 맛있다. 다음에 언니 사줘야겠다.”"그래! 다음에도 줄 서서 사줄게!" 이준국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이후 병실 문이 열렸다.이준국과 하율은 차례로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추연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아, 아줌마.” 하율이 소리쳤다.그녀는 추연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여러 번 만났기 때문에 그녀를 알고 있었다.추연은 하율을 보지도 않은 채 이준국을 향해 말했다. “잠깐 나가있어. 할 얘기가 있어.”“그…” 이준국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율을 바라보았다. “이모가 저에게 꼭 하율이 옆을 지켜달라고 하셔서요.”추연은 이준국을 보며 약간 화를 냈다. “난 연아 아줌마야야. 너네 이모가 오늘 여기 있고 내가 너에게 나가라고 했어도 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거야. 오늘은 하율이를 만나러 온 거야. 내가 너를 내보내는
조연아는 추연이 직접 하율을 찾아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준국의 말을 듣고, 그녀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알았어, 지금 갈게."그 후 바로 비서에게 회의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이준국이 떠난 후, 병실 문은 닫혔고 추연은 한쪽 소파에 앉았다.“말해봐, 왜 순진하고 불쌍한 척하는 거야? 정말 조연아가 사람을 써서 너를 돌봐달라고 할 줄이야. 하율아, 내가 정말 너를 과소평가했다! 보아하니 너 조수랑 연아 사이의 관계가 특별해 보이던데, 환심을 사서 연아 옆에 스파이로 심어두려는 건 아니지?”추연은 하율에게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그런 것은 그저 시간 낭비였다. 그녀는 곧바로 요점을 말했고 말투는 예의가 없었다.이 말을 들은 하율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조하율, 내가 경고할게. 네 어머니는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했어. 내 언니를 죽이고 정부가 됐지. 그 여자는 예전부터 염치라는 게 없었어. 너는 그런 여자의 딸로서 속죄할 방법이나 찾는 게 최선이야. 그런 주제에 우리 조카딸을 시켜서 계약까지 처리하게 해?”하율은 당황하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추연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을 처리하게 했다는 말인가?하지만 추연은 그녀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고 이어 말했다. “너가 연예계에서 설치고 다니는 것도 우리 연아랑 무슨 관련있는거니? 넌 너의 아버지가 그 애의 아버지라는 것만 믿고 있어. 그 별거 아닌 혈연관계에만 의지하며 살고 있지. 이제 그걸 최대한으로 활용해 보려는 속셈이니?”“우리 연아가 마음이 여리고 착해서 너를 동생처럼 대해주나 본데, 정말 너가 여동생이라도 되는 거 같니? 너네 엄마 백장미가 안주인이 되고 난 후, 연아의 가족들은 헤어지게 되었어. 그뿐만 아니라, 그 애의 엄마도 죽였어! 어쩜 그렇게 뻔뻔할 수 있니? 연아가 왜 너에게 그렇게까지 해 줘야 해?”하율은 추연의 꾸지람을 듣고 혼란에 빠졌다.“아주머니, 뭐라고 하셨어요? 전혀 이해가 안 돼요... 무슨 계약을 말씀하시는
하율이 바로 설명했다. “그건 언니가 저를 걱정하기 때문이에요. 준국 오빠가 전에 의료 종사자였어요.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서 언니가 오빠에게 저를 돌보고 보호해 달라고 부탁한 거예요.”추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하율을 보고 말했다. “너를 돌보고 보호해 준다고?”“네.” 하율은 다시 대답했다. “그 교통사고는 사고가 아니라 잘 설계된 계획적 사고였어요. 가해자는 도망갔고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죠. 그래서 언니가 저를 걱정하는 거예요. 준국 오빠에게 저를 돌보며 보호해달라고 부탁한 거고요.”추연은 하율의 말을 들은 후 표정에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그니까 너 말은 교통사고가 사고가 아니라 고의로 계획된 거라고?”하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맹세 드릴 수 있어요. 전 계약 문제를 언니에게 말한 적도 없고, 해결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어요. 연예계에 들어온 것도 저의 선택이에요. 처음에 속아서 50년 계약을 했다고 해도 그것은 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전부터 언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 없고 앞으로도 언니가 도와주도록 놔두지 않을 거예요.”하율은 이 계약 문제가 결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돈뿐만 아니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내가 너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거니?" 추연은 여전히 하율을 믿지 않았다.하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주머니가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은 당연해요. 어머니는 편지에 자신이 살인자라고 인정했기 때문에 저는 용서를 구할 자격이 없어요. 언니는 어떻게 이렇게 마음이 넓을 수가 있을까요? 저는 이미 충분히 감사해요.”이후 하율은 추연에게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다. “가능한 한 빨리 준국 오빠가 직장에 복귀하도록 할게요. 더 이상 언니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하율은 추연을 보며 다짐했다. 추연이 못 믿을까 두려워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앞으로는 약속을 지키고 연아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를 바란다.
조연아는 추연이 자신을 위해 그런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율을 대하는 건 옳지 않았다. “아줌마, 하율이가 저를 귀찮게 하지도 않았고 계약 문제에 대해서도 저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방금 둘이서 나눴던 모든 대화는 제가 밖에서 들었어요.”“얘기하지 않았다고?” 추연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조연아를 바라보았다. 그럼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것들은...”“전부 루머예요. 스타엔터에서도 하율이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않았고 계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도 않았어요. 그러니 아줌마, 이런 헛소문은 믿지 마세요. 전부 거짓이예요.” 조연아는 매우 침착하게 말했다.하율이 계약 문제에 대해 그녀에게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 문제를 그녀에게 말한 사람은 하율의 매니저 김재준이었다. 그녀는 하율이 50년 계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도와주려고 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은 거짓으로, 추연을 속일만한 어떤 것도 없었다.“그 소문이 거짓이라면 잘된 일이지! 하지만 그 아이의 어머니는 살인자이고 자신이 살인자의 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줘야 해!”추연의 말은 듣기에 매우 불쾌했고 몹시 날카로웠다.이준국은 밀크티를 사 왔음에도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서있었다. 추연의 말을 듣고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아주머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이러실수록… 이모만 힘들어져요. 이모를 친딸처럼 대하면서 아껴 주시잖아요, 중간에 끼어 난처해지는 걸 바라시는 건 아니겠죠?” 이준국의 언변은 매우 뛰어났다. 하율의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닌, 조연아를 이용해 추연의 기분을 풀어주었다.이 말을 들은 추연은 옆에 있는 조연아를 보고 이 사실을 깨달았다.“그래. 연아야, 아줌마도 너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다. 단지 아줌마는 백장님의 딸이 못 미더워서 그래! 그 여자가 너네 두 남매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잊었니? 그날 비가 많이 내렸지. 그리고 너희 둘은 지독하게 괴롭힘을 당했단다. 얼마나 비참했는
“아줌마, 그 애는 잘못이 없어요. 그 애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출신이나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엄마가 살인자라고 그 애까지 이유 없이 비난받을 필요는 없어요. 이런 건 그 아이에게... 너무 불공평한 일이에요.”“연아야,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거야. 그 아이가 백장미의 딸이라는 건 유감이지. 하지만 네가 말했 듯이, 자신의 출신이나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 본인이 감내해야지! 온 세상이 비난해도, 참아야 하는 거야!”추연은 조연아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됐다, 나는 이만 양조장에 가볼 테니, 너도 빨리 회사로 돌아가! 조하율이랑은 거리를 두렴. 그럼 나도 손 떼마. 너를 위험에 빠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추연의 말투는 싸늘했다. 말을 마친 후 그녀는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조연아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넋이 나간 듯 한숨을 쉬었다.“아줌마 입장에서 틀린 말은 아닌데...”조연아는 입술을 깨문 채 하율의 병실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갑자기 그녀의 귓가에 들렸다.——연아야, 결코 하율이에게 원한을 품지 말렴. 그 애가 자신의 신분을 선택한 게 아니잖니. 그 아이도 많은 억압을 받으며 자랐단다. 사생아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아이인데, 그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위 세대의 악연은 위 세대의 것이지, 너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단다.그녀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김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 연아 씨, 이런 데서 뵙네요! 하율이 보러 오신 거예요?”조연아는 김재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김재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하율이 보러 온 거예요. 내일 모레 퇴원할 예정입니다! 그나저나 연아 씨가 보내주신 조수 조연준 님 말인데요, 너무 잘 신경을 써주셨어요. 덕분에 하율이가 살이 많이 붙어서 얼굴이 동그래졌어요. 살찌기는 쉽지만 빼기는 어렵다는데, 촬영이 걱정이네요!” 이 말을 하며 김재준은 쓴웃음을 지었다.“살
간단한 문장 하나였다. 언니는 영원히 너의 언니야.이때 병실에 있던 하율은 이 문자 메시지를 받고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이준국과 도착한 김재준은 당황스러워했고 그녀를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이후 하율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근래 그녀가 웃을 수 있었던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이준국과 김재준은 더욱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조연아는 차를 타고 회사로 돌아온 후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실장님, 하율의 현재 계약 상태와 지금 소속된 인조이엔터에 대한 모든 자료를 부탁해요.”비서실장은 깜짝 놀랐다. “회장님, 정말 하율의 계약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가요?”“왜 그러시죠?”“인터넷에 회장님이 하율의 계약 문제를 해결해 주실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녀의 계약은 업계의 비밀이 아닙니다. 그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도요. 업계에 들어오면서 그런 비합리적인 계약을 맺고 50년이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조건을 붙였다고 들었습니다. 인조이엔터는 연예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말을 마친 비서실장도 하율에 대한 동정심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그녀를 위해 계약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조연아는 당당하게 말했다.비서실장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조연아를 바라보았다.“저는 인조이엔터를 먹을 생각이에요.”비서실장은 이 말을 듣고 몇 차례 기침을 했다. “이해했습니다, 회장님.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후 비서실장은 서둘러 일에 착수했다.조연아는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인조이엔터를 인수하면 아줌마의 기분을 풀어줘야 할 뿐 아니라 하율의 계약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지금으로선 아마도 이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똑똑똑"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비서가 사무실로 들어와 조연아에게 서류를 건네주었다.“회장님, 이번 전체 학생 리스트입니다. 학생 목록 중 일부를 정리했습니다. 투자자와 후원자가 있고, 특히 서미나 양이라고 이번 최대
오민이 어떻게든 버티려는 추연을 억지로 병실에서 내보내고 다시 조용해진 병실.조연아를 꼭 안고 있던 민지훈이 한 마디 내뱉었다.“연기 좋았어.”단호한 말투에 조연아의 몸이 순간 움찔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큭.”피식 웃던 민지훈이 하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상관없어. 연기가 맞든 아니든 난 협조할 테니까.”“...”말없이 민지훈의 품에 안긴 조연아의 눈동자가 살짝 가라앉았다.‘뭐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내 연기는 완벽했어. 그런데 왜... 들킨 걸까?’“나 피곤해.”대충 핑계를 대고 민지훈의 품에서 벗어난 조연아는 그를 등진 채 돌아누웠다.“재워줄까?”‘예전의 조연아라면 분명 그래 달라고 하겠지.’한편, 이미 들킨 거나 마찬가지지만 모르쇠를 대기로 했으니 조연아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어떻게 재워줄까?”이때 조연아의 곁으로 훅 다가온 민지훈의 숨결이 그대로 그녀의 귀를 적셨다.‘미친 변태자식.’여전히 눈을 굳게 감은 조연아의 볼이 슬그머니 달아올랐다.착잡한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조연아의 볼에 뽀뽀를 하고 이불까지 잘 덮어준 민지훈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눈을 감고 있고 돌아누워 등까지 진 상태였지만 그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어지러운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조연아는 방금 전 추연의 말과 반응들을 다시 떠올렸다.‘추신수... 그 자식이 날 물속으로 잡아당길 때 분명히 봤어. 목에 걸린 옥 목걸이를.’그 옥 목걸이는 조연아의 어머니와 추연 두 자매의 어머니, 즉 조연아의 외할머니가 두 딸을 위해 특별 제작한 유일무이한 팬던트였다.‘하지만 엄마가 하고 있던 팬던트는 6년 전에 이미 깨졌어. 유품 정리할 때 분명 확인했다고. 그럼 추신수 목에 걸린 건 이모 거란 소린데... 이모 팬던트가 왜 추신수한테 있는 거지?’한번 불씨를 튼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추신수
“너무 무리하지 마.”민지훈이 조연아를 끌어안았다.아무런 저항 없이 얌전히 안긴 모습, 모든 게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이때 밖에서 요란스러운 인기척이 들려왔다.“뭐? 연아가 기억상실증?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당장 들어가서 확인해야지.”“이모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나 연아 이모야. 무슨 자격으로 날 막아!”그렇게 막무가내로 문을 열고 들어온 추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리고 다급하게 그 뒤를 따르던 오민도 눈을 질끈 감았다.‘세상에 두분 지금... 서로 안은 거 맞지?’“이모.”이때 추연을 발견한 조연아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이모도 왜 병원복 차림이에요? 이모도 어디 아파요?”“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충격을 받은 추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너... 진짜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거야?”“네.”그리고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미는 추연이었다.“민 대표, 두 사람 이렇게 스킨십하는 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봤어 봐. 우리 연아 입장이 얼마나 난처해지겠어? 두 사람 이미 이혼한 사이잖아.”“이혼이요?”조연아가 깜짝 놀란 얼굴로 민지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우리 언제 이혼한 거야?”“이혼”이라는 단어에 기분이 상한 민지훈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이모님, 이만 나가주시죠. 이모님도 다치셨는데 푹 쉬셔야죠.”오민 역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네, 의사선생님께서 이모님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셨으니까 얼른 가시죠.”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추연이 아니었다.“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기억상실증에... 걱정하지 마. 잃어버린 기억은 천천히 되찾으면 되니까. 아니, 영원히 찾지 못해도 상관없어. 그 동안 있었던 일 이모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줄 테니까. 네 옆에 서 있는 이 남자 때문에 네가 무슨 일을 당할 뻔했는지. 그리고 두 사람이 왜 이혼하게 된 건지 전부.”하지만 조연아의 맑은 눈동자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이모 말
“환자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검사를 마친 의사가 물었다.말없이 고개를 저은 조연아는 또다시 공허한 눈빛으로 민지훈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대표님, 환자분 뒤통수에 생긴 상처는 아마 며칠 동안 통증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상이고 뇌출혈 증상도 없으니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네.”의사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민지훈의 시선은 여전히 조연아를 향해 꽂혀있었다.“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민지훈을 향해 꾸벅 인사를 남긴 의사가 병실을 나서려던 그때, 조연아의 목소리가 조용한 병실의 정적을 깨트렸다.“저... 어떻게 다친 거죠?”그 질문을 들은 순간, 의사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환자분, 어떻게 다치셨는지 기억 안 나십니까?”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던 조연아는 민지훈을 돌아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여보, 나 어떻게 다친 거야?”“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여보?’확실히 어딘가 이상한 모습에 민지훈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아, 남편이라는 호칭 불편해? 미안. 그러니까 그렇게 화난 표정 짓지 말아줘.”3년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조심스럽고 겁 많은 새 같은 모습. ‘뭐지?’혼란스러웠지만 민지훈은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아니. 남편 맞아. 화난 거 아니야.”그리고 다시 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린 민지훈이 꾸짖 듯 물었다.“별문제 없다면서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당황스러운 건 의사도 마찬가지였다.“그러게 말입니다. 뒤통수 가격으로 인해 출혈이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외상일 뿐입니다. 기억상실증까지 올 수준은 아닌데요... 물에 빠진 뒤 잠깐의 익수가 있었지만 구조가 빨랐기에 뇌손상도 거의 없었고요. 그런데도 기억을 잃은 거라면 트라우마로 인한 단발적인 기억상실증이 큽니다. 이 문제는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그럼 가장 실력 좋은 의사로 컨택해 주세요.”“네.”의사를 비롯한 의료진들이 빠르게 병실을 나서고 조용해진 병실, 조연아의 옆에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여전히 걱정스레 민지훈을 바라보던 오민은 뭔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욕 먹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할 얘기는 해야 해.’“저기... 대표님. 지금 총알을 빼내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연아 씨가 깨어나고 나서 대표님 이런 모습 보면 얼마나 속상해하겠어요. 아니, 어쩌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행여나 앞으로 팔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면 큰 결함을 가지게 되는 거잖아요. 다른 라이벌들 이길 수 있으시겠어요?”민지훈이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건 조연아뿐이라는 걸 알고 있는 오민은 자극 요법을 사용했다.“대표님. 제발 연아 씨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세요!”그제서야 살짝 흔들리던 민지훈이 결국 일어섰다.“그래요. 치료하죠.”“네, 네.”잠시 후, 역시 수술실로 옮겨진 민지훈은 바로 총알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마취가 풀리기도 전에 바로 조연아가 있는 응급실로 달려갔다.그리고 조연아가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 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그녀와 함께 VIP 병동으로 입원까지 할 수 있었다.한편 이 모든 걸 지켜보는 오민은 걱정되는 마음에 그저 발만 동동 구를뿐이었다.누구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민지훈이 사랑 때문에 이 정도로 충동적으로 움직이다니. 이게 사랑의 힘인가 싶었다.‘연아 씨,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연아 씨가 깨어나야 저희 대표님 좀 쉬실 거 같으니까...’...조용한 병실, 차가운 달빛이 커튼을 넘어 침대를 비춰주었다.민지훈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조연아의 손을 꼭 잡았다.‘연아야... 제발... 제발 정신 좀 차려봐. 널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힘든 건 다 내가 감당할 테니까 넌 그냥 행복만 해줘.’...한편 조연아는 깊은 꿈속을 걷고 있었다.오로라를 기다리던 그날 밤, 그토록 그리워했던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꼭 끌어안고 귓가에 다정한 사랑의 말을 건네는 꿈이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는 잔인한 얼굴로 그녀를 불바다 속으러 밀어버리고
가슴을 움켜쥐고 바다에 추락하는 걸 바라보는 조연아의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그리고 그런 조연아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던 민지훈이 한 마디 내뱉었다.“겁 먹지 마.”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조연아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핏기도 느껴지지 않았다.민지훈의 요트가 빠르게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이제 정말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바다에 빠졌던 추신수가 불쑥 수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요트 난간을 부여잡은 추신수가 악에 받친 얼굴로 조연아의 다리를 잡아끌었다.“으악!!”비명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사방에 튕기고 그와 동시에 민지훈은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다.“대표님!”이에 오민 역시 짧은 고함과 함께 바다에 몸을 던졌다....두려울 정도로 조용한 바다...방금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소음이 전부 사라지고 턱턱 막히는 숨이 이곳이 물속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아... 이렇게 죽는 건가...’의식이 아득하게 사라지고 천근만근 무거운 몸에선 더 이상 바닷물의 차가움마저 느껴지지 않았다.바로 그때, 탄탄한 팔이 그녀를 꽉 껴안고 빠르게 수면위로 올라갔다.하지만 민지훈과 조연아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탕탕탕 소리가 들려왔다.갑판 위에 남은 남자들이 해수면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조연아를 꽉 끌어안은 민지훈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총 따위 무섭지 않아. 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연아만 무사하다면...’한편, 거센 기침과 함께 눈을 뜬 조연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바닷물에 엉망으로 젖었음에도 여전히 멋진 민지훈의 얼굴이었다.쿵.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과 함께 위급한 이 상황이 잊혀질만큼 마음속 한 구석에 묘하게 따뜻해졌다.“탕!”비처럼 쏟아지는 총알이 민지훈의 팔을 관통하고 피가 뿜겨져나왔다.“민지...”바다 내음인지 피냄새인지 헷갈리는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지만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조연아의 의식은 다시 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이 갑판
추신수의 말대로 저 멀리 수평선 뒤로 다가오는 요트들을 발견한 조연아는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마음이 다시 무겁게 가라앉고 말았다.‘또... 민지훈이라고? 또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건가?’이때, 그녀의 머리채를 홱 잡은 추신수가 총구로 그녀의 머리를 겨누었다.“허튼 짓 할 생각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아무리 구조 요트로 도망쳐 봤자 쾌속 요트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추신수는 조연아를 미끼로 쓰기로 결정했다.“민지훈. 이 여자 머리에 구멍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멈춰.”추신수가 무전기를 사용해 소리쳤다.한편, 인질로 잡힌 조연아를 발견한 민지훈은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곧 모든 요트들이 멈춰서고... 방금 전까지 당황한 표정이던 추신수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소리쳤다.“하, 전 와이프한테 남은 미련이 그렇게 많아? 그 유명한 민지훈 대표가 이렇게 순정남일 줄 몰랐어. 우리 동생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이길래 잊지를 못하실까? 뭐 침대에서 끝내주나 보지? 하하하.”추신수의 음담패설에 오민이 확성기를 빼앗아들고 소리쳤다.“추신수 씨, 이쯤에서 그만 하십시오. 당신이 저희 대표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괜한 발버둥치지 말고 조연아 대표 풀어주세요. 목숨이라도 건지고 싶으면.”하지만 오민의 경고가 굉장한 농담이라도 되는 듯 추신수는 웃음을 터트렸다.“그만 해? 의미없는 발버둥? 하하하, 정말 의미없는 발버둥일까? 조연아가 내 손에 있는 한 민지훈은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 너희 잘난 대표님 얼굴 좀 봐. 날 찢어죽이고 싶은데 어쩌할 방도가 없는 저 모습을.”“원하는 게 뭐야?”민지훈이 물었다.“아, 역시 통쾌하셔.”추신수가 피식 웃었다.“요트 한 대만 가까이 붙여. 조종수 한 명만 남겨두고.”잠시 후, 그의 주변으로 다가오는 요트를 바라보며 추신수는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그만!”“너, 뛰어내려.”추신수가 배에 타고 있는 오민을 향해 말했다.조연아가 인질로 잡힌 상황인데다 어차피
정신을 잃기 일보 직전인 추연의 모습에 조연아가 소리쳤다.“이모, 이모. 정신 좀 차려봐요. 이모.”겨우 눈을 뜬 추연아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털썩.남자들의 손길대로 움직이다 그대로 갑판 위에 쓰러진 추연을 바라보는 조연아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지만 그녀 역시 꿈쩍도 할 수 없는 터라 그저 애타게 소리칠 뿐이었다.“이모! 이모!”그녀의 목소리가 추연에게 닿아 정신을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이모랑 사이가 이렇게 좋았어?”한편, 흥미롭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추신수가 피식 웃었다.“너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연이 이모는 너한테도 이모잖아.”“동생아, 내가 그걸 모를까 봐? 내가 가족, 핏줄 그런 데 얽매이는 사람처럼 보여? 그럴 거면 애초에 납치도 하지 않았어. 너희 두 사람 오늘 절대 살아서 여기서 못 벗어날 거니까 쓸데없는 기대 따위 하지 마.”추신수가 음침한 미소에 순간 소름이 돋는 조연아였다.“너... 진짜 미쳤구나? 왜? 나랑 이모 다 죽이고 스타엔터 네가 차지하려고?”“그래. 네 말이 맞아.”그 와중에 여유롭게 총구를 닦던 추신수가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널 죽인다고 해서 내가 스타엔터를 차지할 거란 보장은 없지. 하지만 확실한 건... 네가 살아있는 한 그 회사가 내 몫이 될 수는 없다는 거야. 그리고 어차피 사람들도 내가 널 죽였다곤 상상도 못할걸. 여기서 물고기밥이 되어서 시체도 못 찾을 텐데. 안 그래?”“너... 신수야, 너 어떻게 그런 짓을.”바닥에 쓰러져있던 추연이 소리쳤다.“아무리 미워도 우린 피를 나눈 가족이야. 어떻게 가족한테 이런 짓을 해... 넌 죄책감 같은 것도 없어?”“죄책감?”한발 앞으로 다가간 추연이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죄책감 그게 밥 먹여줘? 돈만 가질 수 있으면 난 뭐든 할 수 있어.”말을 마친 추신수는 추연의 배를 거칠게 걷어찼다.“이모!”“왜 그런 눈으로 봐?”추신수가 증오로 번뜩이는 눈빛의 조연아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배 위야. 동해일 가능성이 크고.”망망대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순 없었지만 임천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동해라 그렇게 추측한 것이었다.“신수가... 신수가 벌인 짓이야. 네 얼굴 직접 보고 사과하려고 했는데 거기서 추신수 그 자식을 만났어. 그리곤 바로 쓰러졌고.”피 묻은 추연의 옷을 바라보던 조연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이모, 자세한 설명은 안전해지면 그때 해주세요. 지금은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추신수 그 미친 자식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몰라. 구조정... 이 정도 규모의 배라면 구조 보트 같은 건 있을 거야. 그걸 타고 여기서 벗어나야 해.’하지만 추연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연아야. 난 신경쓰지 말고 너 먼저 가... 이모는 도저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괜히 따라나서봤자 너한테 짐만 될 거야.”“이모...”“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얼른 가. 이러다간 우리 둘 다 꼼짝 못하고 여기서 죽는 거야.”어느새 추연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왔다.“아니요.”하지만 조연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저 이모 버리고 못 가요.”“어차피 신수 타깃은 내가 아니라 너야. 당장 나한테 무슨 짓을 하진 못할 텐까 너라도 일단... 일단 도망쳐. 그리고 사람들이랑 다시 와서... 날 구해줘.”출혈이 너무 심해서인지 어느새 힘이 빠진 추연은 자꾸만 의식이 흐릿해져만 갔다.“그러니까 어서 가.”그리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추연은 조연아의 손을 뿌리쳤다.“얼른 가. 얼른!”“그럼... 저 올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해요. 알겠죠?”조연아가 입술을 깨어물었다.추연 말대로 지금은 쓸데없는 고집이나 부릴 때가 아니었다.어떻게든 누구라도 도망쳐 사람들을 불러오는 것, 그게 두 사람 모두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마음을 독하게 먹고 갑판으로 나선 조연아는 한쪽에서 구조 요트를 발견했다.‘저기 있다.’그런 그녀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차가운 총구가 그녀의 뒤통수를 겨누었다.“하, 내가 정말
꽤 규칙적인 흔들림 속에서 조연아는 부스스 눈을 떴다.머리는 지끈거리고 사지에 힘은 풀린 와중에 피 냄새까지 풍겨왔다.칠흑같은 어둠속 나무판 사이 틈으로 흘러드는 빛 한줄기 덕에 조연아는 본인이 어디 있는지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여긴 배...잖아?’조연아는 정신을 잃기 전 상황을 다시 돌이켜보았다.‘이모가 쓰러져있는 걸 발견하고 나서 나도 공격받았어. 아, 이모... 이모는 어디 계시지?’조연아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잡동사니로 가득 들어찬 방에는 그녀 한 사람뿐이었다.그렇게 한참을 더 주위를 둘러보던 조연아는 구석에서 날카로운 철편 하나를 발견했다.어두운 이 공간에서 밧줄을 자를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도구.힘겹게 꿈틀거리며 조금씩 이동하던 그때, 바깥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헉, 뭐지?’당황한 조연아는 바로 그 자리에 누운 채 아지 깨어나지 않은 척 눈을 질끈 감았다.역시나 다음 순간, 문이 열리고...조연아가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는 걸 확인한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여자 상당히 발칙한 X이라니까 조심해. 그리고 이 여자 이모는 옆방에 있으니까 종종 들여다보고. 어촌에서 잡아온 여자들이랑 노닥거리지 말고.”“참나. 형님, 저도 사내입니다. 저딴 여자 두 명 상대 못할까 봐요. 걱정하지 마십시오.”그럼에도 “형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당부를 이어갔다.“저 여자가 누군지 알아? 스타엔터 조연아 대표라고. 보통 여자가 아니야.”“대표면 뭐요. 결국 힘없고 약한 여자 아닙니까. 게다가... 얼굴에 몸매도 반반한 것이... 한 번 건드려보고 싶은데요?”“어허. 너만 그러고 싶은 줄 알아? 나도 사실은... 엘리트 여자랑 해보는 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거든.”역겨운 주제에 배멀미까지 더해져 순간 밀려오는 구역질을 조연아는 억지로 참아냈다.잠시 후, 남자들이 방을 나서자 다시 번쩍 눈을 뜬 조연아는 꿈틀거리며 철조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으윽...”겨우 철조각에 손이 닿아 손발을 묶은 밧줄을 풀어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