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비행기가 착륙했어. 어젯밤에 있던 일들을 들었어. 괜찮아? 지금 상황은 어때? 추신수가 널 다치게 하지는 않았어?”“괜찮아, 오빠. 그가 달아나서 언제 법정에 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마 당분간은 힘들 것 같아.”“네가 무사하면 된 거야. 평생 익명으로 살아갈 수는 없으니 언젠간 잡히게 될 거야. 요 이틀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들었어. 저녁에 만나자.”“저녁? 저녁엔 약속 있어.”전에 퇴근 후 추연과 함께 오피스텔에 가서 짐을 정리하기로 약속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아니면 지금 고주혁을 거절할 이유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고주혁이 웃으며 물었다.“이모랑?”“응, 이모랑 선약이 있어.”조연아는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그럼, 잘됐네. 이모가 나도 불렀어.”“이모가 오빠를 불렀다고?”조연아는 멈칫했다.비행기가 막 착륙했는데 이모와 약속을 잡았다고?너무 빠른 거 아니야?“그래. 선물을 들고 와이너리로 가려 했는데 이모도 계신다고 해서 이모 선물도 사려고. 이모가 나더러 오늘 밤 이모 집에 와서 밥 먹으라고 했어.”“그래?”“그래서 너를 픽업하는 일이 내 몫이 된 거야.”하지만 조연아는 거절했다.“아니야. 오빠. 나도 차를 가졌어...”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주혁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안돼. 이모에게 너를 혼자 움직이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야. 그리고 이모 집에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 없잖아? 네가 옆에서 선물 골라줘야 해.”“오빠, 진짜 그럴 필요 없어. 이모는 좋은 사람이어서 그런 인사는 필요 없어.”“이건 예의야.”고주혁이 다시 말을 이었다.“이번에는 내 말 들어.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이따 봐.”그는 가볍게 웃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시간을 확인한 조연아는 곧 퇴근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그녀는 창밖을 보았다. 탁 트인 바닥 창문에는 빗줄기가 떨어졌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양주의 장마는 항상 이런 식이다. 한 달 내내 연속으로 비가 내렸다.빗줄기는 점점 더 거셌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네 탓이 아니야. 그러니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휴식 잘해. 필요한 게 있으면 만두에게 말해.”“언니...”조하연은 덧붙였다.“고마워.”통화를 마치니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영상이 복구되었어요.”기술부 부장이 사무실로 들어오며 USB를 건넸다.“그날 모든 영상이 여기에 들어있어요. 한번 확인해 보니 아주 수상한 여자 한 명 있었어요.”조연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 수상한 여자는 아마 백장미일 것이다. 그녀는 이미 범행을 자백해서 이 영상들은 이미 아무 소용없었다.“먼저 나가보세요.”기술부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조연아는 USB를 서랍에 넣었다.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5시, 퇴근 시간이다.사무실을 나간 조연아는 퇴근 준비를 하는 비서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엘리베이터를 탔다.1층에 도착하니 밖에는 고주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언제 도착한 거야?”“막 도착했어.”고주혁은 웃으며 덧붙였다.“가자. 오빠랑 쇼핑 좀 하고 이모 댁으로 이동하자.”“그래.”조연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뒤를 따랐다.그녀가 차에 오르려는데 전화가 울렸다.[여보, 어디야?]저장하지 않은 번호였다. 하지만 아주 익숙한 번호였다.분명히 블랙리스트에 넘겨놨는데 어떻게 문자를 받을 수 있는 거지?이 자식 왜 이러는 거야?그녀가 한창 혼란스러워하고 있던 그때 또 하나의 문자가 날아왔다.“퇴근했어? 내가 데리러 갈까?”“여보, 확인하면 답장해 줘.”“여보?”조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한번 차단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도 조작 실패였다.약간 화가 난 그녀는 문자를 삭제해 버리고 못 본 척 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왜 그래? 처리해야 할 일이라도 생긴 거야?”고주혁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핸들을 잡은 그는 쇼핑몰을 향하고 있었다.조연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스팸 문자야.”고주혁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차는 쇼핑몰의
“혼자?”오민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침을 삼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고준혁과 함께요.”“젠장!”민지훈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오민도 그의 뒤를 따랐다.차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퇴근 시간이라 교통체증이 심각했다...쇼핑몰에 도착했을 때 마침 쇼핑을 마치고 떠나려는 조연아와 고주혁을 딱 마주쳤다.민지훈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한번 쓸었다. 몹시 불안해 보였다.“나 지금 찬밥 신세야?”이상한 민지훈의 말에 오민은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아있는 민지훈을 바라보다 헛기침하며 미친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아, 아니요. 그건 불가능해요. 아무도 감히 도련님을 그렇게 대할 사람 없어요.”“아무도 감히 못 그러긴 하지. 그런데 그녀만은 가능해.”깊고 날카로운 그의 눈빛에는 짜증이 가득했다.“도, 도련님. 차가 쇼핑몰을 빠져나왔어요.”그가 차갑게 지시했다.“따라붙어.”“네.”오민은 대답하고 조심스럽게 따라붙었다. 다행히 평소에 별로 사용하지 않았던 차여서 들키지 않을 것이다.곧 차는 추연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들어갔다.임시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조연아와 고주혁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오빠, 진짜 너무 많이 샀어. 이모는 틀림없이 나무라 실 거야.”“이렇게 챙겨주시는데 이 정도는 응당히 해야 하는 거야.”조연아는 지문 인식으로 잠금 해제하고 집으로 들어갔다.“이모.”조연아는 이모를 불렀다.“이모.”고주혁도 추연을 따라 불렀다.주방에서 걸어 나온 추연이 현관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왔어요?”“물건은 여기에 놔둘게요.”“그저 오면 되는 데 뭘 또 산 거예요?”추연은 조연아의 손에 들려있는 선물 꾸러미들을 보며 덧붙였다.“오늘 이미 선물을 받았는데 또 받으면 어떡해요? 도로 가져가요.”“이미 샀고 여기까지 들고 왔는데 어떻게 도로 가져가요? 이번에는 받으셔야 다음에 제가 빈손으로 올 수 있는 거죠.”고주혁은 변호사가 맞았다.몇 마디로 설득했고
손님을 맞이 한 추연은 서둘러 주방으로 향했다.조연아는 멎쩍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그저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니, 신경 쓰지 마.”조연아의 말에 고주혁의 표정이 굳어졌다.“그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 실제로 일어났으면 해.”“...”조연아는 애써 못 들은 척하며 말을 돌렸다.“소파에 앉아 있어. 내가 마실 거 좀 가져다줄게.”조연아는 핑곗거리를 하나 찾아 그의 시선을 피했다.고주혁은 긴 복도를 지나 거실로 향했다.그때 방에서 나오는 조연준과 마주쳤다.“주혁이 형.”조연준은 반갑게 인사했다.[오늘 선물을 받고 이모가 행복해하시며 인증샷을 SNS에 올리기까지 했어. 그래서 몇 가지 요리를 더 추가하시면서 형이 온다면서 무조건 맛있어야 한다고 했어.]간신히 수화를 읽을 수 있었던 고주혁은 조연준이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저 밥 한 끼여서 다음에는 이럴 필요 없다고 전해줘.”자리에 앉은 고주혁에게 조연아는 차를 건넸다.“마시고 있어. 난 이모를 도와야겠어.”“고마워.”고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조연아는 주방으로 갔다. 재빨리 손을 씻고 추연을 도왔다.주방으로 들어온 조연아에 추연이 물었다.“너희 둘은 아무 진도도 없는 거야?”조연아는 당황했다.“네? 우리에게 무슨 진도가 있어요?”“오랫동안 네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고 있는데 왜 이렇게 무감각한 거야?”추연은 조연아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정신 좀 차려 봐.”조연아는 눈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이모, 전에도 말했듯이 주혁 오빠와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잖아요. 전...”“도대체 왜? 둘 다 솔로이고 미혼인데? 이모 눈에는 선남선녀가 따로 없단 말이야.”추연은 고주혁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이모...”조연아는 다시 말을 이었다.“제가 양주에 돌아온 것은 해야 할 일이 있어서예요. 전...”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추연이 발언권을 빼앗았다.“이모도 네가 언니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러, 송진희와 민지아에게 복수하려고 왔다는 걸 알아. 하지
“고주혁과 같이 이렇게 우수한 남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굴 사랑해?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 거야? 혹시 그 민지훈을 사랑하는 거야?”추연은 요리하며 한편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가 말했잖아. 실수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면 안 되는 거야. 예전에 그가 너에게 어떻게 무심했는지 잊은 거야? 그리고 그 집 식구들, 어느 한 명이 좋은 사람이었어?”그녀의 마음속에 누가 있냐고?그 사람?그럴 리가.조연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즉시 추연의 말을 반박했다.“아니에요. 이모. 넘겨짚지 마세요. 제 머릿속엔 일밖에 없어요. 스타 엔터가 제일 중요해요.”“그렇긴 한데 너의 행복도 중요한 거야.”추연은 뚜껑을 열어 닭백숙을 살폈다. 한편으로 조연아를 나무라며 다른 한편으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뭐 찾아요?”조연아는 이참에 화제를 바꿨다.“양파. 여기 어디에 양파가 있었는데 말이야.”“베란다에서 하나 가져올게요.”조연아는 양파를 핑계로 화제를 종료했다.그녀는 재빨리 주방을 빠져나와 베란다로 향했다.양파를 하나 꺼내든 조연아는 무심결에 열린 창문을 보고 몸을 일으켜 창문을 닫으려는데 밖에 낯익은 차 한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자세히 보던 그녀는 하마터면 양파를 놓칠뻔했다.민지훈의 차일까?급히 창문을 닫고 암막 커튼을 쳤다. 그리고 주방으로 향하려는데 조연준이 그녀를 의아한 눈빛으로 보았다.[누나, 해도 없는데 커튼은 왜 쳐요?]멈칫하던 조연아는 대충 둘러냈다.“오늘 날씨가 좋아서 달이 너무 눈부셔서 커튼을 친 거야.”조연아의 말에 조연준은 어리둥절했다.“그렇게 있지만 말고 이모를 도와야지.”조연아는 조연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주방으로 향했다.조연준도 그녀 뒤를 따랐고 수저를 식탁에 놓았다.양파를 추연에게 전달하고 조연아는 황급히 화장실로 향했다.그리고 휴대폰을 꺼냈다. 하지만 그 어떤 메시지도 없었다.민지훈은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만약 밖에 그 차가 그의 것이라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을
”좋아, 그럼 너도 추연 이모라고 부르지 말고, 연아와 조연준처럼 이모라고 불러.”추연의 얘기를 듣자, 연아는 순간 마시던 음료수에 사레들려 갑자기 기침을 몇 번 했다.“콜록콜록……”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옆에 앉아있는 추연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얘기했다. “이모, 다른 사람 의사를 묻지 않고 이모라고 부르라고 하는 건 결례가 될 수도 있어요.”연아의 얘기를 듣고 보니, 추연 역시 그녀의 의견에 찬성했다.“네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구나. 그렇게 되면 내가 단번에 주혁의 손윗사람이 되니.”“제 웃어르신 맞고, 이모라고 부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고주혁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고, 언변도 좋아서 추연을 무척 기분 좋게 해주었다.추연은 기분 좋게 웃었다. “하하하, 좋아. 이제부터 그렇게 부르도록 해.”“이모,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연아는 수려한 눈썹을 찌푸렸다.“얘 좀 봐. 주혁이도 개의치 않고, 나도 그렇게 부르는 편이 친근해서 훨씬 좋은데, 네가 왜 찬물을 끼얹어?”추연의 얘기를 듣고 연아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두 손을 들고 ‘항복’하는 제스처를 취했다.“이모, 난 항복. 배고프니까 빨리 식사해요!”“맞아, 식사해야지.” 추연은 친절하게 얘기하면서 끊임없이 고주혁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연아는 어이가 없었고, 고개 숙인 채 열심히 밥만 먹었다.“주혁이가 집에 처음 놀러 왔는데 넌 왜 혼자 밥만 먹고 있어? 주혁에게 반찬이라도 집어줘야지!”“이모……” 연아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괜찮아요, 이모. 전 이미 제 집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혼자서도 잘 먹으니, 연아가 많이 먹게 놔두세요.” 말하면서, 고주혁은 연아에게 닭 다리 하나 집어주었다. “연아 넌 너무 말랐어. 많이 먹고 살을 찌워야 해.”“고마워.” 연아는 여전히 고주혁에게 예의를 차렸고, 두 사람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계속하여 머리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조연준은 식사 자리의 분위기를 보면서, 왜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뭐라 설명
고주혁의 얘기를 듣자, 추연은 기뻐하면서 그의 손을 톡톡 쳤다. “너무 잘 됐다. 네가 우리 연아를 이렇게 생각해 주다니, 난 너무 기뻐. 너와 연아 모두 싱글이니, 두 사람……”추연의 이런 얘기를 듣던 연아는 벌떡 일어섰다.“근처 슈퍼에 가서 물건 좀 사 올게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바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연아야, 뭘 사려고 그래? 집에 부족한 것이 없는데!”들려오는 추연의 말을 뒤로한 채, 연아는 문을 닫고 나갔다.그녀는 숨을 돌리기 위해 밖에 나왔다. 이모와 그렇게 분명하게 얘기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고주혁과 연아를 이어주려고 애썼다.사랑하지 않는데, 이어준다고 이어지겠는가?연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버튼을 눌러 아파트 로비 문을 열었다.그리고 그녀는 아파트 단지 산책로에 들어섰고, 단지 입구를 향해 걸어갈 예정이었다.하지만 그녀가 몇 걸음도 채 가지 않아 갑자기 뒤에서 큰 힘이 느껴졌고, 연아는 그 힘에 끌려 옆에 있는 작은 숲으로 끌려갔다.그녀가 미처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은 이미 누군가에 점령당했다……“읍?”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민지훈!그녀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그 차량이 진짜로 그의 것이었다!연아는 조금 화가 났고, 손을 내밀어 그의 가슴을 힘껏 밀어냈다. “민지훈, 이거 놔!”그의 어깨에 상처가 있었고, 등에 있는 상처 역시 아물고 있었던 차에 연아가 이렇게 힘껏 밀어내니, 그는 갑자기 끙끙 앓았다.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아픔을 참으며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그와 나뭇가지 사이에 밀어붙였다.“기분 나빠?” 그는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의 머리를 들게 했다. 그녀와 두 눈을 마주친 후, 그는 그녀가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당신을 봤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어?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민지훈, 당신 내 말 안 들려? 언제까지 나를 귀찮게 할 거야!” 연아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화난 이유가 나를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민이 이 모습을 보고 차에서 내리고 급하게 뛰어왔다. “도련님!”민지훈은 냉소를 한번 짓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입가의 핏자국를 닦았다.그가 연아의 손을 잡은 모습을 본 순간 고주혁은 화가 났고 순간 이성을 잃었다. 그는 민지훈이 그녀를 만나려고 여기까지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민지훈, 연아는 이젠 당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인데, 연아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그래? 내가 경고하는데, 다시 연아 앞에 나타나면 난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아. 이번엔 주먹 한 대로 끝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짓을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고주혁은 분노가 치밀었고, 말을 마치고 연아의 손목을 잡고 로비로 들어갔다. 연아는 곁눈질로 민지훈을 한 번 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미소는 조금 전처럼 냉랭하지는 않지만 씁쓸해 보였다.연아가 그를 스쳐 지나갈 때,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나지막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함께 올라가, 말 들어.”그녀가 혼자서 다니는 것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연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주혁과 함께 들어갔다.로비 문이 닫히는 순간, 오민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잘하셨어요, 도련님.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 절대로 같이 싸워서는 안 돼요! 고주혁이 열 명이라고 해도 도련님 상대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매 맞는 사람이 동정심을 사게 됩니다!”오민의 말이 떨어지자, 민지훈은 바로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그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당신의 그 불쌍한 척하는 연기는 전에 한 번 실패한 적이 있어요.”“이번엔 필시 성공할 겁니다. 조금 전 연아 씨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확인했어요! 이럴 땐 당사자보다 저 같은 제3자가 더 잘 알지요!” 오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하니, 또 그럴듯해 보였다.오민의 얘기가 끝나기 바쁘게 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온 아주머니 몇 분이 이 얘기를 듣고 말을 이었다. “저 총각의 얘기가 맞아. 여자로서 하는 얘기인데, 아가씨의 동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