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대장의 호통에 조영은 깜짝 놀랐지만 오히려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학술 모임을 위해 이 두 사기꾼과 좀도둑의 가면을 들추러 온 것이라 자인했다. 이 경비 대장은 왜 감사히 받지를 못하는 걸까?그러나 그녀가 경비 대장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만약 이 일이 계속 커지면 결국에 잘 처리가 되더라도 그는 완전히 끝장나는 것이다. “선생님, 여사님, 가시죠.”경비 대장은 가까스로 냉정을 되찾으며 손짓을 했다. 이윤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녀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현은 오히려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만약 당신이라면 여기서 사람을 몰아 붙일게 아니라 지금 먼저 이윤지 여사의 신분을 파악할 거야.”“어쨌든 남원고는 남원에서 가장 좋은 학교인데,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이 쫓겨난 게 알려지면 엄청난 추문이 될 거야.” 경비 대장은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예년의 관례에 비추어 볼 때 이 시점에서 양정국이 분명 개회사를 할 것이다. 만약 눈앞의 일을 얼른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당신이 나를 곤란하게 하거나,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하현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그리 인내심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이 경비 대장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우리는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요. 아니면 당신이 조 국장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요. 내 직책은 오후에 발표됐으니까요.”이윤지가 마침내 반응을 하며 설명을 해주었다. 경비 대장은 말이 없었다. 그는 자연스레 이윤지가 말한 조 국장이 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는 경비 대장이라 그런 큰 인물의 번호를 어떻게 가지고 있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점에서 이윤지는 확실히 사회 초년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영은 이윤지 두 사람이 가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경비 대장과 다투는 것을 보고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 일은 커
소강승은 이 말을 들으며 점점 더 안색이 안 좋아졌다. 비록 그가 소씨 집안의 세자이긴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함부로 화를 낼 수 없었다. 조영을 한번 매섭게 노려본 후에야 그는 할 수없이 밖으로 나왔다. “어르신들, 이 두 분은 확실히 제가 알고 있긴 하지만 그들은 절대 우리 소 아무개의 친구가 아닙니다. 저 소 아무개는 쓰레기들과는 사귀지 않을 겁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는 이윤지를 지켜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윤지가 하현과 함께 하고 있는데 소강승 같은 사람이 어떻게 핥는 개가 될 수 있겠는가? 이때 모든 관심이 하현에게 쏠렸고 아무도 남원 1인자 양정국이 벌써 연회장에 들어온 줄은 알지 못했다. 그의 비서는 오늘 남원고에 함께 동행했었기에 하현을 한 눈에 알아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양공, 무슨 오해가 있으신가 봐요. 그 하 선생님의 신분은 간단치 않으니 제가 가서 설명하겠습니다.”양정국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손을 내젔다가 잠시 후 천천히 말했다. “잠시 나서지 말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 기다려.” 비서는 의아해하는 기색이었다. 이 하 선생님의 정체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문제는 오늘은 강남 1인자의 제1비서까지 왔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절대 귀인이요, 거물이었다!그가 지금 곤경에 처했으니 당연히 그를 도와 해결해야 줘야 하는 것 아닌가?양정국은 태평했다. 그의 생각은 지금 보잘것없는 비서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요 몇 년 동안 그는 남원 1인자라는 이 자리에 결코 편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이를 테면 일류 가문 소씨 집안은 줄곧 다른 사람을 내세워 그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했다. 전에 선출된 사람은 왕태환이었다. 비록 오늘 일로 왕태환은 잠시 냉동보관이 되어있긴 하지만 소씨 집안의 존재는 양정국에게는 시한폭탄이었다. 그가 남원의 1인자라 해도 소씨 집안을 완전히 해결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 소씨 집안의 세자가 죽으려고 하고 있다. 양정국은
“소 세자, 남들은 세자가 어려서 뜻을 이루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까 벌써 하 세자의 풍채가 있는 거 같은데요!”“시대를 잘못 타고 나왔네요! 만약 3년 일찍 사회로 나왔더라면 남원에서 하 세자는 아무 일도 못했겠네요!”“그러게요. 보니까 바깥에서 하 세자를 너무 추켜 세우네요. 사실 소 세자야 말로 젊고 유능한 사람이네요!”이 지식인들도 소강승을 추켜 세우기 시작했다. 필경 소강승이 이렇게 그들의 체면을 세워주었으니 그들도 자연히 보답을 해야 한다. 하 세자와 비교를 하는 것도 그럴 것이 누가 하 세자를 강남 1인자로 만든 것인가?이 사람들이 자신과 전설의 하 세자를 비교하는 말을 듣고 이때 소강승의 얼굴에는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남에서 하 세자와 견줄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영예였다. 그날 왕정민이 자칭 하 세자와 가장 가까운 남자라고 하지 않았나?“자, 어르신들 저 소강승을 너무 치켜세우지 마세요. 저는 제가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소강승은 겸허한 얼굴이었다. “저란 사람은 다른 재주는 없지만 쓰레기 청소는 잘 합니다!”이 말에 사방에서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강승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 “꺼져. 너는 여기 있을 자격이 없어.”“소강승, 너 너무 심하게 굴지마. 우리는 초대장이 있어.”이윤지는 너무 화가 났다. 소강승은 분명 고의로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소강승은 냉담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초대장? 남원고의 이사장이 우리 소씨 집안 사람인데 이 초대장을 훔친 거야?”“우리 소씨 집안의 물건까지 훔치다니. 이윤지, 오늘 너 나한테 해명하지 않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고 소강승은 이윤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이윤지는 창백한 기색을 보였다. 그녀가 어떠한 행동을 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한발 앞서서 그녀의 앞을 가로 막았다. 이 순간, 이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순간 정신을 잃었다. 소강승은 하현
조영의 눈에는 이채로운 빛이 가득했다. 그녀는 일이 이 지경까지 발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윤지 이 여우 같은 내연녀가 감히 소강승을 때리겠어?이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 이번 일은 이 남자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지도 처참하게 될 것이다. 필경 소강승은 겉보기에 그렇게 점잖지 못했다. “너 도대체 뭐야? 네가 감히 소 세자를 때려? 너 소 세자가 어떤 신분인지, 어떤 지위인지 알아?”조영은 이때 절박한 표정으로 소강승에게 달려가 하현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는 일이 좀 더 커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소강승의 서늘한 눈빛이 극에 달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온통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소강승이 웃음거리가 된 것을 보고 있었다!이 일로 그는 이성을 잃고 하현을 칼로 찌르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다. 그리고 경비원들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들은 하현이 입만 살았지 감히 소강승에게 손찌검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건 소강승 뿐 아니라 소씨 가문의 체면을 땅에 밟아 버린 것이다!곧이어 경비원 몇 명이 몰려와 하현을 제압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옆에서 매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너희들 뭐 하는 거야!?”남원 1인자 양정국이 이때 드디어 ‘어슬렁 어슬렁’ 걸어왔다. 이 시점은 공교롭게도 소강승이 완전히 하현에게 미움을 샀을 뿐 아니라 소씨 가문과 하현 사이의 갈등을 풀 수 없게 만든 때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이때 나섰다는 것이다. 앞으로 계산해보면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양공!”모두가 힐끗 쳐다보고 잠시 후 하나 둘씩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남원 1인자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가장 높은 신분이었다. 이때 쏟아지는 인사에 소강승은 경비 대장 앞으로 다가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경비 대장은 이 일을 양정국이 직접 관여할 줄은 몰랐다. 지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
“양공, 그들의 초대장이 진짜든 가짜든 그들이 어떤 신분이든 상관 없이 감히 나를 때리다니, 이 일은 반드시 해명해야 합니다!”이때 소강승은 음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양정국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소강승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소 세자, 넌 아마 네 눈앞에 계신 이 분이 어떤 분인지 모르는 거 같은데!”“내가 알려주지. 이 분은 나 양정국이 받들어야 할 귀인이야!” “게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는 나도 알고 있어. 네가 먼저 손을 댔으니 맞아도 싸지!”“지금 무릎 꿇고 하 선생님께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끝나지 않을 거야!”양정국은 이렇게 말하고는 공손한 얼굴로 하현이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이 광경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양정국 마저 그를 받들어야 한다니 이 젊은이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양정국! 무슨 소리야!?”“설마 네가 남원 1인자라고 우리 소씨 집안에서 위세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내가 말하는데 우리 소가가 너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하면 말 한 마디만 하면 될 뿐이야!”소강승의 표정이 어두웠다. 여태껏 아무도 감히 그를 무릎 꿇게 한 적이 없었다. 전성기의 하민석이라 해도 그와 동년배일 뿐이었다. 무릎을 꿇으라는 양정국의 말에 소강승은 완전히 격분했다. “소 세자가 무릎을 꿇고 싶지 않다면 내가 소장경 가주에게 전화를 하지. 그때도 너희 소씨 집안이 너처럼 당당했으면 좋겠다.”양정국이 웃었다. 이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이때 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소장경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소 가주님, 당신 집안 세자가 학술 모임에서 소란을 피웠으니 당신이 와서 해결하세요.”양정국은 담담하게 말했다. 전화 맞은 편에서 소장경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집안 녀석이 어떻게 그런 고상한 자리에서 소란을 피울 수 있겠어요?”“기왕 양공이 만나셨으니 그럼 혼을 내주세요. 설마 그 녀석이 말을 듣지 않겠어요?”
학술회 현장.양정국은 전화를 끊고 소강승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말했다.“너희 가주가 곧 올 텐데 그때도 네가 지금처럼 강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소강승은 냉소를 터뜨렸다. 소씨 가문은 남원의 일류 가문일 뿐 아니라 다른 3대 일류 가문과도 함께 들어오고 나갈 때를 안다. 이런 집안에서 누구를 두려워 할 수 있겠는가?가주가 오면 이 하현도 무릎을 꿇고 기어나가야 할 뿐 아니라 양정국도 오늘로 끝장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 일 때문에 소씨 집안 가주 소장경도 온다고?보아하니 오늘 이 일은 반드시 터질 운명이었나 보군. 세상에! 양정국은 이 일을 처리한 후에야 하현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하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습니다. 제가 몇 분만 더 일찍 도착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하현이 담담하게 웃었다.“만약 네가 정말 늦게 왔다면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겠지. 걱정이라면 어떤 사람이 너무 일찍 왔을까 봐 걱정이었겠지. 일부러 옆에서 잠시 연극을 보고 있다가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갈 기회를 찾은 건 아니겠지?” “양공이 그런 사람은 아니었겠지?”하현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지만 얼굴에는 온기가 전혀 없었다. 이 말을 듣고 양정국은 남원의 1인자라는 것까지 보태서 이때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상급자를 직접 대면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 그는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정말 늦게 왔으니 하 선생님 오해하지 마세요!”“선생님 일은 제가 반드시 가장 중요한 일로 처리할거예요.”하현이 웃었다. 양정국이 소강승에게 무릎을 꿇게 만들 때부터 그는 상대방의 목적을 깨달았다. 소씨 집안은 그와는 화목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손을 빌려 소씨 집안을 상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수단이 모두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네 아이디어는 훌륭했어. 그러니 이 자리에 까지 기어올
“가주님, 이놈이 저를 때리고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어요!”“양정국이 그의 편이라니!”“이건 반역이에요!”“반드시 그들을 죽여버릴 거예요! 그들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소장경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소강승은 바로 달려들어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는 소장경이 가장 아끼는 손자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소가의 세자가 될 수 있었겠는가?이전의 관례에 따르면 그가 입을 열기만 하면 소장경은 틀림 없이 그를 대신해 화풀이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소장경은 지금 바람 한 점 없는 하현을 깊이 들여다 보았다. 곧이어 심호흡을 하고 뺨을 때리며 소강승의 얼굴에 대고 호통을 쳤다. “망나니, 내가 매일 겸손 하라고 가르쳤는데 너는 하루 종일 말썽만 부리는 거야!”“너 우리 소씨 집안을 죽이려고 그러는 거야?”소강승은 소장경이 와서 먼저 뺨을 때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강승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소씨 집안은 부동산과 교육업계에 몸 담고 있고 이 두 업종 모두 폭리를 취하는 업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소씨 집안은 남원의 일류 가문 중에서도 현금 이동이 가장 많았다. 이것 때문에 소씨 가족은 항상 오만하고 제멋대로 행동했다. 특히 소강승이라는 소 세자는 세자의 신분을 앞세워 남원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으로 불린다. 소장경은 항상 소강승을 가장 아꼈고 그를 소씨 집안의 중흥지주라 생각해 많은 일들을 그의 뜻에 따랐다. 과거에는 누가 감히 소강승을 건드리면 소장경은 상대방을 불구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니 소강승은 더욱 날뛰고 제멋대로 굴었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그가 소강승에게 뺨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을 때 소장경은 이미 하현에게 다가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하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여기서 제가 소씨 집안을 대표해 사과 드립니다.”이 말이 나오자 온 회의장이 발칵 뒤집혔다!
“당신들은 소 세자가 계속 저를 도발하고 귀찮게 하는 것이 내가 만만해서 그런다고 생각합니까?”앞에 있는 소장경을 보며 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소장경은 심호흡을 했다. 그는 자신이 이미 하현의 속내를 잘 파악했다고 자인하며 그를 꺼리기는 했지만 단지 꺼림칙할 뿐이었다. 이때 소장경이 조용히 말했다. “하 선생님, 저는 당신이 누구인지도 알고 당신 뒤에 누가 있는 지도 압니다.”“저희 소씨 집안은 당신 뒤에 있는 사람에게 미움을 살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일은 저희가 사과 드립니다.”“하지만 당신도 적당히 하세요.”소강승은 곁에서 얼굴을 가리고 말했다.“가주님, 이런 폐물이 무슨 지위가 있겠어요? 이 사람은 그저 데릴사위 아닌가요? 우리 당당한 소씨 집안이 그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어요?”“무슨 근거로 우리 소씨 집안이 사과를 해야 해요? 설령 가주님이 저의 체면을 구기실 수는 있다 해도 우리 소씨 집안 체면이 구겨질 수는 없어요!”“입 다물어!”소장경은 소강승을 노려보았다. 그는 오늘의 큰 일을 작은 일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이 소강승이란 놈이 뜻밖에도 자꾸 뛰쳐나오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소장경은 조용히 말했다. “강승아, 이리 와. 하 선생님께 사과해!”“말도 안돼요. 내가 어떻게 데릴사위한테 사과를 해요! 가주님, 우리 소가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아요!”소강승은 시큰둥한 얼굴이었다. “퍽!”소장경은 또 소강승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사과를 하라면 사과를 할 것이지 무슨 그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이때 소장경은 처음으로 소강승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거야?지금 남원의 상황은 며칠 전과는 달라졌다. 한편으로는 천일그룹이 완전히 부상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항성 이씨 가문의 맹렬한 용이 강을 건너왔다. 이런 상황에 소씨 가문은 다른 3대 일류 가문과 공수 동맹을 맺기도 했다.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여수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하현, 나 여수혁이야! 페낭 무맹 무맹주의 여 씨 가문 사람이라구!”“내 스승님은 남양 무맹 맹주야!”“나한테 당신 같은 사람은 목숨도 아니야!”“당신 지금 이런 행동한 거,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수혁은 힘겨운 얼굴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내뱉었다.“퍽!”“저리 꺼져!”하현은 여수혁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그러자 여수혁은 벽에 몸을 부딪혔고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핏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배후에 누가 있든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하현은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여음채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한테 기회를 주겠어. 잠시 문을 닫고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 봐.”“다음에도 또 이런 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땐 인정사정없이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궁지에 빠진 여음채와 여수혁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길을 막고 있는 페낭 무맹 제자들을 발로 걷어차고 원가령을 부축하며 양유훤의 차에 올라탔다.양유훤은 사람들을 양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원가령을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오늘 밤 가령이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해.”“어떻게 된 건지 들어서 잘 알고 있어.”“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밤 가령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이 병원 대기실 소파에 앉자 하이힐을 신은 양유훤이 그에게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건넸다.“당연한 일을 한 걸 가지고 뭐. 마침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난 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원가령의 일은 아마 십중팔구 당신을 노리고 한 짓일 거야.”“조심하는 게 좋아.”양유훤도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온 게 분명해.”“이번에 내가 천억 대금을 순조롭게 회수해서 적자에 허덕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